18세, 바다로
나카가미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무소의뿔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8, 바다로

 

이 책은?

 

이 책 18, 바다로는 소설집이다.

 

저자는 나카가미 겐지,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와카야마 현 출생으로 열여덟 살 때 동경으로 상경하여 한동안 재즈와 마약에 탐닉했다. 이 무렵 '문예수도' 동인으로 생계를 꾸려가며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1976으로 제74회 아쿠타가와 상을, 1977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과 예술선장 신인상을 수상했다. 서울 이야기라는 중편소설을 쓸 만큼 한국에 각별히 관심이 있어 6개월가량 한국에 머물며 글을 쓰기도 했고, 윤흥길의 작품에 반해 그의 소설을 일본과 해외에 소개하기도 했다. 1992년 마흔일곱의 나이로 세상을 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모두 7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18/ JAZZ / 다카오와 미쓰코 / 사랑 같은/

불만족 / 잠의 나날 / 바다로

 

이 책 소개에 의하면, < 18, 바다로는 나카가미 겐지가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때까지 쓴 너무도 잔혹한 젊음을 표현한 작품이다. 이 소설집에 수록된 다카오와 미쓰코197918, 바다로라는 제목으로 영화화되었다.>고 한다.

 

7편의 작품에서 특이한 점 하나가 발견된다.

소설에 이야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생각이 하염없이 흐른다.

소설의 얼개는, 화자는 어디론가 향하여 가고 있다.

바다로, 때로는 고향으로, 그리고 말해주지 않는 어떤 곳으로.

가는 동안, 화자는 생각의 바다 속을 헤엄친다.

 

이 소설은 우울하다. 화자의 마음에서 걸러낸 생각을 하나로 응축한다면, ‘우울(, tablet) 이다. 

읽고 나니 우울하다. 저자가 목적한 바가 우울로 가는 길이었다면, 아주 훌륭하게 그 목적을 달성하고도 남았다.

 

그 우울의 증거를 몇 가지로 요약해보자

 

소설엔 거의 모두 자살한 사람들, 또는 사고로 죽은 사람들 얘기가 등장한다.

소설 속에 죽음이 들어있다, 그 죽음은 또한 거의 다 자살이다.

 

<18>

그 여름에 아키히로가 죽었다. 벌써 몇 년 전 일인데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하다. (15)

이건 사고사다.

 

<다카오와 미쓰코>

동반자살이다. 다카오와 미쓰코는 동반자살을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자살미수업일을 하고 있는데, 어느 날 실제로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사고 자살사(?).

 

<불만족>

실제 자살사건은 없지만, 생각 속에 자살이 등장한다.  

자살한다. 내 몸이 산산히 분해되어 튄다. .......(143)

 

<잠의 나날>

그해 삼월, 형이 갑자기 목매어 자살한 후,.....(158)

 

<바다로>

요가 죽었어. 요는 브로마린을 먹고 죽었어. (221)

 

죽음이라는 사건이 계속하여 주변을 맴도는 주인공들의 생각은, 과연 어떨까?

주인공들의 생각의 색깔은 어두움, 회색, 절망에 가까운 블루, 그것이다.

 

우울, 불안, 짜증, 혼돈, 불쾌, 지쳐있고, 나는 늘어져 있고, ......

 

해서 날씨조차 회색이다.

옅은 회색 하늘이 내 몸에 오돌토돌한 돌기를 만든다.(207)

빛이 보이지 않는 일그러진 하늘이 비치고 있다. (207)

 

이런 데는 카프카가 소환된다.

 

방안에서 불안에 몸이 옭매인 어느 날 갑자기 .....의심을 사 경찰에 체포된다는 카프카적인 나의 걱정도 없어질 것이다.(115)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체포될 거라는 카프카적 불안 때문이다. (118)

어느 날 갑자기 체포될 거라는 카프카적 불안도 있다. (121)    

 

또한 이런 상황을 그려내는 데는 그리스 비극이 아주 안성맞춤이다. 해서 저자는 그리스 비극과 비극적 인물들을 소환해 도처에 배치하여 우울의 효과를 더하고 있다. 그렇게 그리스 비극은 사용된다.

 

세계는

언제까지나

그리스 비극을 상연하고 있다. (219, 220)

 

그밖에도 오이디푸스, 이카루스, 안티고네.......등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들이 이 소설 속 화자의 가슴속으로 파고 든다.

 

다시, 이 책은?

 

다시, 이 소설을 우울하다. 읽고나니 우울한데, 쓰는 사람은 어땠을까?

아마 쓰기도 전 이런 내용을 가슴에 품고 있을 때부터 우울했을 것이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쓸 때 18세였다니!

18세부터 23세 까지 쓴 것들이라니 그 동안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을까?

그런 안타까움이 드는데, 저자는 그런 주인공들을 가슴에 품고, 드디어 종이 위로 옮겨야 할 어떤 필연적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본인의 것이든 또는 그 시대 다른 사람의 것이든.

 

해서, 이런 말은 그의 작품 세계, 더 나아가서 작품 속 주인공들을 이해하는데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18, 바다로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고뇌를 부둥켜안은 상태에서 동인지와 문학지에 시와 에세이를 발표하던 시절에 쓴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2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의 위로 - 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
윤재은 지음 / 현대지성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철학의 위로

 

이 책은?

 

이 책 철학의 위로<불확실한 삶을 위한 단단한 철학 수업>이란 부제가 말해주고 있는 것처럼, 철학 책이다. 철학으로 인생을 살펴보고 점검해보며 인생을 살아내기 위해서 철학의 도움을 받아 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저자는 윤재은, <그림을 그리고 시와 소설을 쓰며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을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건축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의 특징 그 첫 번째는 이 책이 호메로스, 헤시오도스로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다른 철학책을 모두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철학의 시작을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부터 시작하는 것은 이 책이 유일하지 않을까?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가 철학과 무슨 관계가 있기에 저자는 그들을 맨 앞에 두는 것일까?

저자는 헤시오도스와 호메로스를 통해서 신과 인간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있다.

 

신과 인간의 문제에 있어서 그리스 신화를 빼놓을 수 없다. 그리스 신화는 서양에서 하나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물줄기다. (20)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영웅들의 이야기는 유럽인으 정신과 사상을 낳은 원류가 된다. (24)

 

그렇게 철학은 그리스 신화로부터 시작한다.

 

이 책의 특징 두 번째는 철학의 갈래를 잘 잡았다는 점이다.

저자가 철학의 계통을 고대, 중세, 근대, 현대 철학으로 순서를 잡아놓은 것은 다른 책들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그 가운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3명을 특별히 고대와 중세 사이에 넣고,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특별한 것이다.

 

이 책에는 모두 62개의 글이 있는데,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이렇게 3명에게 할애한 글이 무려 16개에 달한다. 25%에 해당하는 글이 실려있는 것이니, 저자가 그들을 얼마나 무겁게 대하고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어떤 의미인가 하면, 철학을 하면서 그들의 사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한 발자국도 더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해서 저자는 그들 세 사람의 사상을 열과 성의를 다해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공간철학자인 저자의 이력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저자의 이력중 주목할 만한 게 있다.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의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고, 국내외 학술지에 공간철학에 관한 다수의 논문을 발표하였으며, 공간철학이라는 강좌를 개설하여 강의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는 공간 철학이란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공간철학이란, 지식의 한계를 넘어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이다. 저자는 자연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 물, 공기, 나무, 돌 등을 탐구하였으며, 공간, 자연, 사물의 본질을 연구하였다.>

 

그런 저자의 이력은 이 책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데, ‘무한한 우주는 공간과 시간을 담고 있다로 시작하는 23번째 글 <공간과 시간의 속성>을 비롯하여 실체의 문제는 대상의 문제를 넘어 공간과 대상의 관계이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43번째 글 <선험적 표상으로서 공간과 밑바탕>이 예사롭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처럼 저자에게 공간이라는 개념은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저자에게 공간은 이 세상의 본질적 구성물중에 하나이다.

 

세상은 본질적 구성물과 시간적 구성물로 나뉜다. 본질적 구성물은 보편적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서 공간, 시간, , 공기, 바람, , , 나무, 인간, 동물 등을 말한다. (45)

 

이렇듯 의미가 있는 공간을, 저자는 철학의 곳곳에서 '공간을 배치하여 활용한다'. 철학에 '공간'이 아주 유용하다는 것, 새롭게 알게 된다.

 

철학자가 아니라, 철학의 대상부터

 

또다른 특징은 글꼭지를 쓸 때, 철학자 이름을 먼저 호명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개의 경우, 철학책의 서술 방법을 보면, 철학자 이름이 먼저 나오고, 그가 주장한 학설이 따라나오며 그걸 설명하는 식으로 얘기가 진행이 되는데 저자는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이런 식이다.

 

이렇게 시작하는 철학 이야기. 철학 이야기 같지도 않고, 그럴싸한 철학자도 짐작이 되지 않는데, 그 다음 얘기는 어떻게 되며 등장하는 철학자는 누구일까?

227쪽을 참고하시라.

 

저자는 철학자의 이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철학을 이야기하는데 다만 철학자를 통해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철학의 위로>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철학의 위로라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철학이 주체가 되고, 그 상대방인 철학하는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는 말일 게다.

그러니, 철학을 배우고, 그 철학이 말하는 대로 행하면, 분명 인생을 살아가면서 위로를 받는다. 그런 말, 분명하다.

 

해서 이 책의 처음 문장에서 위로를 받게 된다.

 

인간에게 삶의 문제는 생존의 문제를 넘어 가치의 문제이다. “살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가치 있게 살아가기 위해 살아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에 있어 인간의 욕망은 삶의 가치보다 물질을 획득하는데 대부분 소진하고 있다. (19)

 

이 말은 두 가지 측면에서 위로를 준다.

내가 지금 살아가면서 그나마 물질을 획득하는데 소비하는 것보다는 가치를 위해서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하나요,  그래도 여전히 물질을 획득하는데 시간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본주의 체제하에 살아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 두 번째이다.

 

하여 이런 말, 우선 나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 ‘철학의 위로라는 개념이 적어도 빈말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의 처음부터 확인하고 들어선다.

 

이어지는 얘기에서도 이 말은 계속하여 반복되며 의미가 깊어진다.

 

인간의 생명이 존재하는 한에서 실체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질문은 본질적이며 형이상학적이다. 현대과학으로 이루어낸 오늘날의 물질사회는 많은 부분에서 실체라는 본질적 질문보다 물질적 가치를 먼저 생각해 왔다. 하지만 물질적 가치를 느끼는 육체도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정신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163)

 

그렇게 물질적 가치를 추구하고, 살아가는 우리이지만, 본질의 문제에 있어서만은?

그래도 정신에 의지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말, 그게 철학이 주는 위로가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 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 특강
조지프 캠벨 지음, 권영주 옮김 / 더퀘스트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

 

이 책은?

 

이 책 다시, 신화를 읽는 시간<신화학의 거장 조지프 캠벨의 인생과 신화특강>을 모아 놓은 것이다. 이 책에는 그의 신화학 강의 12편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조지프 캠벨 (Joseph John Campbell), 그는 어떤 사람인가?

<미국의 유명한 신화종교학자이자 비교신화학자. 20세기 최고의 신화 해설자로 불린다. 소년 시절 북미대륙 원주민의 신화와 아더왕 전설이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그는, 콜롬비아 대학과 파리 및 뮌헨의 여러 대학에서 세계 전역의 신화를 두루 섭렵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반적인 신화로부터 그 신화와 연결을 맺게 되는 과학, 종교, 문화, 그리고 질병까지, 그는 신화가 영향을 끼치는 모든 분야를 탐색한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 논의의 범위를 확장시키고 있다.

 

목차를 보면, 그가 다루고 있는 신화가 어디까지 그 범위를 넓힐 수 있는지 알 수 있다.

 

1 신화가 과학을 만났을 때

2 인류가 출현하다

3 잃어버린 의례를 찾아서

4 동양과 서양의 분리

5 동서양 종교는 어떻게 대립하는가

6 동양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영감

7 ‘을 찾아서

8 사랑의 신화

9 전쟁과 평화의 신화

10 내면으로 떠난 여행: 조현병의 연구

11 세상 바깥으로 떠난 여행: 달 위를 걷다

12 끝맺으며: 지평의 소멸

 

신화에 대한 저자의 견해 몇 가지

 

저자는 유명한 신화학자이면서 또한 비교신화학자이기에, 이 책에서는 비교신화학자로서 얻은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어, 신화가 어떤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비교문화 연구 덕에 우리는 이제 세계 곳곳에 유사한 신화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사례로, 저자는 아즈텍족 시대에 멕시코에 도착한 에스파냐의 가톨릭 신도들은 그 곳의 종교가 설명이 불가능할 정도로 자신들의 종교와 닮은 것을 알게 된다. (19)

 

칼 융의 견해에 따르면 우리가 신화를 올바르게 해석하면 우리 내면의 힘과 연결될 수 있다고 한다. (27)

 

수렵부족의 경우, 그들이 잡아먹는 짐승에 대한 개념이 남다르다.

, 그들은 그 짐승들을 죽일 때, ‘그들에게 찾아온 신인 짐승을 천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동물의 육체에서 꺼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생존을 위해 무자비하게 살육을 계속해야 하는 수렵부족의 죄의식과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엿보이는데(56) 이에 더하여 그들은 죽임당한 짐승들을 근원으로 돌려보내는 적절한 의례를 행하여, 그들의 두려움을 해소하기도 한다. (254)

 

현재, 우리 사회에서 의례, 특히 통과의례의 중요성은 전혀 강조되고 있지 않다.

하지만 신화에서 현재까지 살아남아 있으며,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이 바로 의례다저자는 통과의례에 대하여 한 장<3 잃어버린 의례를 찾아서>을 할애하고 있는데, 그중 몇 가지 적어본다.

 

원시사회의 통과의례, 나아가 전 세계의 교육이 하는 최초의 기능은 청소년의 대응체계를 의존에서 자기 책임으로 바꿔놓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전환은 결코 쉽지 않은 데다, 요즘처럼 부모로부터 자립하는 시기가 20대 중반, 심지어 후반까지 늦춰지는 상황에서는 더욱 어려워서 우리 사회의 실패는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73)

 

통과의례의 제 1 기능은 개인에게 그 사회에 알맞은 정서체계를 확립해 주는 것이다.(74)

 

성인은 프로이트가 말한 현실기능(reality function)을 발전시켜야 한다.

현실기능이란, 독립적으로 관찰하고 사고하며 선입견 없이 자기가 처한 환경과 그 안에서 발휘할 수 있는 자신의 가능성을 올바로 평가하고 비판 창조하는 능력이다. (74)

 

인도의 바가바드기타:

인도의 바가바드기타자체가 전투 개시 명령을 앞두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젊은 왕자를 격려하고 그의 마음에서 살상에 대한 슬픔과 죄의식을 없애주기 위한 글이다. (287)

 

오디세이아, 귀환의 의미에 대하여

 

모험에서 돌아오려면 모험의 최종 목적이 자기 자신을 위한 해방이나 황홀경이 아니라,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지혜와 힘이어야 한다. 그런 방식으로 빛의 나라에 다녀온 여정을 그린 위대한 이야기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이다. (333)

 

저자는 오디세이아 그의 영웅의 여정이론으로 해석한다.

그가 말하는 영웅의 여정이란, [출발 - 입문 - 귀환]의 과정을 거치는데, 귀환에 그는 영웅은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해줄 힘을 얻어 그의 신비적인 모험에서 돌아온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조금 더 부연 설명을 하자면, 영웅의 여정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이 보인다.

 

캠벨은 신화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세계 각지의 신화 속에서 태어남-부름-모험-역경-귀환으로 요약되는 공통의 이야기 구조가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이를 영웅의 여정이란 이름으로 정리하게 된다. (조셉 캠벨, 영웅의 여정중에서)

 

따라서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후에 고향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오랜 전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전사이기에 심리적 자세와 중심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서 전쟁터에서 가졌던 야수의 마음을 가정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마음으로 전환하기 위해서 신의 유능한 손에 맡겨지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오디세우스는 돌아오는 길에 온갖 험한 일을 당하고,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쳐서야 영웅인 오디세우스는 전쟁의 장수가 아닌 다른 모습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롭게 해줄 힘을 얻게 되고, 영웅의 귀환을 이루어내는 것이다.

 

우리를 속여 한계를 넘게 하는 비전들

 

인간은 어떤 것에 심취한 결과, 그 당시 모습을 가진 자기 자신을 넘어서게 된다.

수렵부족은 주변 동물들에, 농경부족은 식물이 보여주는 기적에, 고대 수메르문명의 신관들은 행성의 이동과 항성의 회전에 매료되었다.

 

다른 동물들은 생활방식이 고정되는데 비해 인간은 다르다. 사자는 평생 사자의 모습으로 살아가고, 개는 평생 개로 살아가지만, 인간은 농부도 되고, 우주비행사도 될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의 삶에서 온갖 운명을 실현시킬 수 있으며, 그의 선택은 이성이나 상식이 아니라 열정에 따라 정해진다. 로빈슨 제퍼스는 이를 그를 속여 한계를 넘게 하는 비전들이라 한다. (354)

 

이런 논의에 이어 저자는 맨 처음 인류를 속여 처음 경험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게 만든 것이 불에 대한 심취였을 것이라 말한다. 불이 인류에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었나를 생각하면,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불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발달의 계기가 된 것들이 모두다 우리를 속여 한계를 넘게 하는 비전들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인간에게 <전쟁과 평화의 신화>?

 

이 책 그렇게 신화에 대하여 다양한 논의를 제공하고 있는데, 그 범위가 확장되는 바람에, 이 책에서 저자의 주장하는 바를 종으로 횡으로 꿰어낼 수 없다는 점, 독자로서 안타까운 일이다. 하여 독자로서 저자의 강의 중에서 관심이 있는 분야만 단편적으로 이해하고, 정리할 수밖에 없었던 점, 저자에게 미안한 일이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위에 언급한, 수렵부족이 짐승에 대하여 죽음의 의미를 <‘그들에게 찾아온 신인 짐승을 천상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동물의 육체에서 꺼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나, 인도의 바가바드기타자체가 전투를 앞두고 양심의 가책에 시달리는 젊은 왕자를 격려하고 죄의식을 없애주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신화의 가치와 용도는 뜻밖에도 평화를 위하는 데 있지 않고 다만 인간이 살생을 앞두고, 혹은 전쟁을 마치고 죄의식을 없애주는, 그래서 더욱 더 전쟁을 조장하는, 그런 기능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경우, 신화의 역기능이라 해도 좋을 듯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사반장 - 방송 50주년 기념 작품
조동신 지음 / 리한컴퍼니 / 2020년 8월
평점 :
품절


MBC 수사실화극 수사반장

 

이 책은?

 

이 책 수사반장MBC 수사실화극 <수사반장>을 소설로 재구성한 것이다.

 

저자는 조동신, < 한국추리작가협회 황금펜상 수상등 다양한 이력이 있고, 많은 저서가 있다. 이외에 매년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다수의 장·단편 소설을 발표하며 2008KBS 이야기 발전소 출연, KBS 라디오 문학관 단편 [등패] 드라마 방영, 2014TVN 드라마 [꽃할배 수사대] 사건구성 자문, 한국추리작가협회 사무국장 등 다양한 대외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배우이며 탤런트인 최불암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아마 <전원일기>가 먼저 떠오를 것이고, 그 다음엔 <수사반장>일 것이다.

 

<드라마 [수사반장]197136일에 방영을 시작하여 19841018일에 종영되었다가, 시청자들의 성원으로 198552일에 다시 방영하여 19891012일까지 무려 880회에 걸쳐 방영되었다. 시대적 배경이 되었던, 70년대 말과 80년대 초 한국에서 있었던 강력 사건들을 모티브 삼아 제작되었다.>

 

당시 출연진은 다음과 같다.

수사반장 (박반장) - 최불암 / 김형사 - 김상순

조형서 - 조경환 / 남형사 - 남성훈

 

여기 출연진과 배역을 소개한 이유는, 이 책을 읽을 때, 탤런트 얼굴을 떠올리면서 읽으면 훨씬 더 실감이 날 것으로 생각되기에 그렇다.

 

애거서 크리스티, <수사반장>에서 맹활약하다.

 

이 책에는 7개의 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야구 모자>, <우편집배원>, <쥐덫>, <독살>, <바텐더>, <소도둑>, <미라의 저주>

 

<수사반장>에서 애거서 크리스티가 활약했다는 것, 알게 된다.

이중 몇 개의 이야기에 애거서 크리스티가 등장한다.

형사들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을 즐겨 인용하면서 수사에 참고한다는 사실, 흥미롭다.

 

먼저 <쥐덫>.

 

사건의 현장은 연극이 공연되는 극장. 이들은 연극 <쥐덫>을 열흘 동안 공연했고 그날이 마지막날이었다. (96)

연극 공연이 끝난 후, 출연진 배우 한 명이 살해된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된 형사진, 박반장은 어떻게 이 사건을 해결할까?

 

박반장은 먼저 상연된 작품 <쥐덫>에 대한 분석으로 시작한다.

 

<쥐덫>의 작품 개요를 이 책에 나온 정도만 소개한다.

 

이 작품은 1947년에 영국 왕비 메리의 팔순 생일 축하 선물로 크리스티 여사가 썼다.(107)

영국 시골에 있는 어느 여관이 폭설 때문에 완전히 고립됐는데, 그 안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105)  

런던에서 어느 날,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데 현장에 있던 목격자가 살인 용의자를 봤지만, 겨울이라 코트를 입고 모자도 써서 인상착의는 모른다. 그런데 그 살인 용의자가 수첩을 떨어뜨렸는데, 수첩에 현장의 주소가 적혀있었고, 또 다른 주소가 바로 그 여관이었다. (105)  

여관에 예약 손님들이 하나둘 모여드는데, 폭설로 여관이 고립되고 경찰에서 전화가 온다. 곧 형사를 여관으로 보내겠다고 한다.(105)  

그 형사는 스키를 타고 도착한다.

형사가 도착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런던의 그 살인 현장에 세 마리 눈먼 쥐라는 동요 가사가 있었는데, 거기에는 이게 첫 번째 쥐다라는 말까지 있다. (106)

 

영국이랑 미국의 유명한 추리소설 중에는 동요를 사건 배경으로 쓰는 경우가 많아요. 특히 애거서 크리스티가 그런 작가 중에서 제일 유명해요. <쥐덫>은 범인이 표적으로 삼은 사람이 셋이라서 세 마리 눈먼 쥐라는 노래 가사를 남긴 거죠. (108)

 

농장에서 학대당한 뒤 죽은 아이들의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132)

 

연극 <쥐덫>에 출연하는 배역은 다음과 같다.

 

몰리, 가일스, 트로터 형사, 크리스토퍼 렌,

보일 부인, 파라비치니, 메트카프 소령, 케이스웰

 

박반장은 연극 출연진을 배역에 따라 한 명씩 조사해가면서, 용의선상의 인물들을 추적해 나가는데.......

 

그 다음 이야기 <독살>에서도 크리스티가 등장한다.

 

제목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이 작품에서는 독으로 사람을 죽인 독살사건이 일어난다.

형사들이 독살사건을 해결하는데, 애거서 크리스티가 소환되어 사건 해결에 실마리를 제공한다.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에서는 대저택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그리고 유산을 둘러싼 친척이나 친구들 간의 싸움이 자주 일어난다. 특히 크리스티는 간호사 출신이라 약을 잘 알았기 때문에 독살에 대한 소설을 많이 썼다. (137)

 

독살 하니까 크리스티가 생각나서요. 크리스티가 간호사 출신이라서 자기 작품에 나오는 살인이 대부분 독살이거든요. 거기다 독살은 여자의 범죄라는 말도 있어요. (142)

 

이 정도 크리스티의 작품을 배경으로 한 분석이 등장하면, <독살>에서 범인은 누구인지 짐작이 갈 것이다. 용의자 중에서 여성을 주목하라!

 

크리스티의 비밀 서랍

 

순간, 그녀의 눈에서 빛이 났다.

맞다. 크리스티!”

또 애거서 크리스티야?”

크리스티 작품 중에, 비밀 서랍이 나오는 게 있어요!”

그래?”

비밀 서랍 안에, 다른 비밀 서랍이 있어요!” (172)

 

범인의 집을 수색했는데 증거물이 나오지 않는다. 화장대를 수색하며 비밀 서랍이 있는 것을 알고 거길 수색했지만 없었다. 그 때 크리스티의 작품에서 힌트를 얻는다. 비밀 서랍 안의 또 다른 비밀 서랍, 거기에 증거물이 들어 있었다. (173)

 

그리스 신화의 창조적(?) 활용

 

그리스 신화가 재미있게 활용된 사례가 등장한다.

이 책의 <바텐더>라는 이야기에서, ‘디오니라는 술집 바가 등장한다. (197)

 

왜 그런 이름을 지었으며, 그 의미는 무엇일까?

(여기 등장하는 사건들은 실제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것이니, 이 술집 이름도 실제 있었을 것이다.)

 

<바텐더>에서는 마약을 파는 사람들을 검거하는 이야기인데. 이런 대화가 오간다.

 

어디서 들었어? 그리고 임사장은 어디서 그걸 알아낸 거야?”

소스 보다, 더 센 걸 어떻게 알아냈나 봐요!”

웬 소스?”

제가 주는 약을 소스라고 불렀습니다!”

, 스테이크에 마약을 쳐서 먹기라도 했어?”

우리 가게 이름이 디오니잖아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를 줄여서 그렇게 지은 것이니까요.”

재미있네, 참 재미있어.” (201)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자기 이름이 갈가리 찢겨 디오니는 술집 이름으로, ‘소스는 마약의 이름으로 사용된 것을 알면? 기분 나쁘다고 술 한 잔 하지 않을까?

 

아무리 작은 거라도, 수사엔 단서가 된다.

 

수사관이 아닌 일반인의 입장에선,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들의 직감이 놀랍다.

언뜻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형사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이는 게 틀림없다. 아무리 사소한 것이지만, 그들은 다르게 보고, 듣고, 거기에서 실마리를 찾아낸다.

6<소도둑> 편에서 곰탕과 설렁탕은 어떻게 다른가를 얘기하다가 꼬리곰탕이 나오게 되고, 결국 그 말이 실마리가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박반장, 수사관은 언어에서 꼬리를 잡기도 한다. 직감이 발달한 게 분명하다.

 

다시, 이 책은? -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이 작품집에는 <야구 모자>, <우편집배원>, <쥐덫>, <독살>, <바텐더>, <소도둑>, <미라의 저주>, 모두 7편의 사건이 실려 있는데. 그중에서 <야구 모자>, <바텐더>, <미라의 저주> 이렇게 세편은 연결이 된다. 이어진다.

 

첫 번째 이야기인 <야구모자>에서 일어난 사건, 주범은 잡히지 않고, 도주한다. 그런데 그 사건에만 매달려 해결해도 모자랄 판에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니 자연 수사팀의 힘은 분산이 될 수밖에. 그래서 그렇게 여기저기 다른 사건들을 해결하느라 바쁜 중에도 수사팀은 드디어 바텐더의 꼬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 해서 드디어 일망타진, 수사팀에게 사건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수사반장>은 종영되었지만, 그 후로도 수사물은 계속하여 이름만 바꾼 채 방송이 되고 있다. 극은 실제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니까.

그 반대로 생각하면, 극이 있으면  실제 사건이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극중에 등장하는 수사관들과는 별개로 실제 수사관들은 실제 현장에서 오늘도 동분서주, 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사건의 해결, 그 끝을 볼 때까지. 이 세상의 범죄들이 없어지거나, 아니면 줄어들거나, 할 때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손문숙 지음 / 힘찬북스(HCbooks) / 2020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

 

이 책은?

 

이 책 지극히 사적인 그녀들의 책 읽기는 서평집이다.

 

저자는 손문숙, <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28년째 근무하고 있는 교육행정공무원이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글쓰기 강사의 조언을 듣고 독서 학습 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 독서 토론을 공부했다. 직장 내 독서 토론 모임을 만들어 여자 동료들과 4년째 독서 토론을 하고 있다. 동료들과 독서 토론한 내용을 주로 블로그에 남긴다. 퇴직 후에도 책을 쓰면서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지인들과 같이 운영하는 꿈을 꾸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다행이다. 저자가 읽고 소개하는 책을 훑어보니, 그래도 반절은 읽었다.

반절을 읽었으니, 반절은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반절은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저자는?’ 하는 마음으로, 나머지 반절은 저자가 읽고 소개해주는 것이니, 나도 읽어야 할 것인지 잘 들어보자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특별히 후자의 생각을 더 얹어 읽었다.

 

저자가 책을 소개하는 스타일을 살펴보자.

우선 저자는 책에 대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저자 소개라든가개요는 아예 거론도 하지 않는다. 대신 저자의 주변 일상에서 이야기거리를 찾아내, 아주 편안하게 접근하는 방법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며느리 사표라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 9남매 장남인 시아버지와 3남매 장남인 남편이 일군 시월드에서 23년간 살다가 시부모님에게 며느리 사표를 내고 남편에게는 이혼을 선언한 50대 여성 이야기다. ( …… )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 며느리 사표를 내고 자기만의 공간을 얻어 책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109-110)

 

여기까지만 읽고, 다음에 올 말이, 어떤 작품이 떠오르는지?

 

주요 단서가 되는 말은 자기만의 공간이다.

그러면, 자기만의 공간........이 나오고,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나타나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글 한 꼭지를 시작하는 것이다.

 

글을 마저 읽어보자.

자신만의 꿈을 찾기 위해 며느리 사표를 내고 자기만의 공간을 얻어 책을 썼다는 작가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이 연상되었다. (109-110)

 

어때, 자연스럽게 며느리 사표라는 책에서 자연스럽게 자기만의 방으로 들어서지 않는가?

그렇게 서두를 시작한 저자, 또 버지니아 울프의 역사적 위치니 여성사적 의의 같은 것은 또한 말도 꺼내지 않는다. 바로 그 책에서 한 구절을 꺼내든다.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을 간단하게 짚어보고, 그 말에 저자의 경우를 대입, 성찰의 시간을 가진다.

 

울프는, 여성들이 지적 자유를 갖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이 되고’,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실재(reality)를 파악하라는 것이다. (110)

 

이런 글쓰기, 이렇게 책을 소개하는 것은, 독자를 하시하지 않는 태도다.

독자들에게 젠 체, 난 체 하지 않는 것이다. 그저 나는 이 책 읽고, 이 부분이 맘에 드는데, 이 부분에 빨간 줄 그었어요라고 그냥 모임에서 하듯이 수더분하게 말을 건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친 다음에,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버지니아 울프가 당부했던 것처럼 여성들은 글쓰기를 통해 자기 자신이 되어야 한다. (115)

 

이런 식으로 저자가 독서모임을 통하여, 모여서 읽고, 토론하고, 책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간 시간이 여기 이 책에 오롯이 담겨있다. 모두 27편이다.

 

독서 스펙트럼이 넓다.

 

저자가 읽고 소개해 준 책들을 살펴보니, 스펙트럼이 넓고 다양하다.

이 책의 분류가 그걸 말해준다.

인간, 죽음, 여성, 그리고 사회 이렇게 4개의 장으로 되어 있다.

 

특별히 사회 편에서 소개해주는 책은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들이라, 여기 그 제목을 소개해둔다.

 

선량한 차별주의자김지혜

밤 산책찰스 디킨스

소년이 온다한강

거짓말이다김탁환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빅터 프랭클

모멸감김찬호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수 클리볼드

이것이 인간인가프리모 레비

아픔이 길이 되려면김승섭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81)

 

상황이 인간을 만든다라는 나약한 명제에 나의 선택과 행동을 합리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 (181)

 

산다는 것은 곧 시련을 감내하는 것이며,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 시련 속에서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한다. (195)

 

다시, 이 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저자가 소개한 책의 절반은 읽었기에 나머지 반절은 저자가 읽고 소개해주는 것이니, 나도 읽어야 할 것인지 잘 들어보자하는 마음으로, 특별히 후자의 생각을 더 얹어 읽었는데,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다.

 

내가 읽었다고 생각했던 책들이 내가 읽었던 게 아니다, 라고 생각할 정도로 다시 살펴보게 했다는 점에 이 책의 가치가 있다.

 

내가 읽었던 책들, 여기서 다시 만난다 할 정도로, 저자의 글을 읽고 다시 생각하게 되고, 결국 몇 권의 책은 꺼내 다시 읽고, 또 읽을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그게 이 책을 읽고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이다.

 

나의 책읽기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책이다. 해서 이 말, 나에게 꼭 맞는 말이라, 꼭꼭 눌러 가슴에 새겨놓는다.

 

시야를 확장하기 위한 성찰은 모든 사람에게 필요하다.

내가 보지 못하는 무언가를 지적해주는 누군가가 있다면

내 시야가 미치지 못한 사각지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16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