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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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이 책은?

 

이 책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는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해설서이다.

 

저자는 설혜심, <거대한 사료 더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설혜심은 익숙하지만 역사책으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주제를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놓고 있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새로 읽기가 될 것이다.

어른이 되어 그녀의 추리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새롭게 보이는 것들,

영국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읽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과 자서전을 같이 읽었을 때에 비로소 알게 된 것들,

그러한 것들을 저자는 16개의 주제로 담아 놓았다. (10)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목차 소개는 간단하게나마 필요하지 싶다.

 

탐정독약병역면제,

섹슈얼리티호텔교육신분 도용,

배급제탈것영국성

계급미신미시사제국

 

애거서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또한 20세기 중반까지도 추리 소설에 자주 나타나던 요소였다작가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동원해서 사건의 구도를 설정하거나혹은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대사를 인용함으로써 범인의 동기나 정체성을 암시했다.

 

이에 대하여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추리물에서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사용되는가?

http://blog.yes24.com/document/14926721

 

에거서 크리스티에게 비판적인 시각들

 

이 책을 읽으면서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애거서에 대해 제기되어온 비판 중 하나는 그녀의 문장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그 연장선상에서 애거서의 작품은 지적이지 않은 언어즉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언어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89)

 

이런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바로 셰익스피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그것이다.

셰익스피어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그의 글은 항상 회의적인 비평에 시달렸고심지어 다른 사람이 진짜 셰익스피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으니학력에 대한 비상식적인 우월의식이 비평계에 있다는 것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현상이 애거서라고 비껴갈 리 없다.

 

애거서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정식으로 교육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중류층 이상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보통 가정교사를 두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당시 영국의 관행이었다하지만 애거서는 오롯이 독학으로 공부했다애거서는 그것을 썩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은 것 같다. (108)

 

이런 애거서이니까 그녀의 글에 대하여 문장력이 형편없네지적이지 않네 하는 말들이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작가가 문장력이 좋으면 더 좋겠지만작품은 문장력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그 내용으로 판단하는 것이다또한 내용이 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 역시 받아들일만한 일이 아니다지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추리소설에서 과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지적인 대화 수준? 

 

애거서에 대해서 이런 비판도 있다.

 

애거서의 소설은 100년 동안 대중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아왔지만학계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신기하리만치 애서거 작품에 냉담했다비평할 가치가 없는 ‘B급 소설이라는 이유가 컸다. (10)

 

급 소설의 정의가 뭔지추리소설은 본격적인 문학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장르문학으로 취급받는데또 다시 거기에 A, B 급 구분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동료추리작가들도 애거서를 비판하는데비판의 핵심은 애거서의 소설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11)

 

그러나 이런 비판은 곧 다음과 같은 사실에 의해 저절로 부정된다.

 

애거서가 창조한 캐릭터들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법한 사람들이기에 훨씬 더 현실적이다. (11)

 

그래서 저자는 이런 경향에 대해이런 자세로 이 책을 썼음을 밝혀놓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이 책의 의미를 찾자면애거서 크리스티에게 비평적 대상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려는 작은 노력이라는 점일 것이다. (10)

 

애거서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애거서가 창조한 캐릭터들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법한 사람들이기에 훨씬 더 현실적이다. (11)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왓슨의 주장은 대중에 천착해왔으면서도 정작 대중의 기호에는 무심했던 학계의 엘리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작업은 B급 문학을 역사 연구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12)

 

이런 것 알게 된다.

 

1, 2 차 세계대전은 의심할 바 없이 처참한 비극이었지만신약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엄청난 자극제였다. (60)

 

영국인은 항해를 떠난 배가 과연 무사히 돌아올지를 두고 내기를 하다가 보험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173)

 

영국 박물관 설립에 얽힌 사연 (174)

 

코넌 도일의 죽음 :

셜록 홈즈의 저자 코넌 도일은 심령학에 빠져들어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지극히 합리적인 셜록 홈즈를 내세워 벌어들인 돈을 몽땅 심령학 설파에 써버렸다. 1930년 코넌 도일은 심령협회가 심령현상을 증명하는 데 지나치게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는 데 불만을 품고 협회에서 탈퇴했으며협심증으로 거동이 힘든데도 심령술 강연을 다니다가 결국 쓰러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14)

 

다시이 책은? - 애거서 작품에 대한 참 좋은’ 안내서

 

애거서가 창조한 인물 푸아로는 정말 제대로 된 탐정일까그는 적법한 탐정인 것일까?

 

답은 이렇다.

 

미국에서는 1993년부터 42개 주에서 사립탐정 면허제도를 시행했지만영국에서는 사림탐정이 되는데 아무런 훈련이나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다른 여느 작은 사업체나 마찬가지로 등록만 하면 누구나 사립 탐정이 될 수 있다. (33)

 

푸아로도 그런 탐정이다.

 

또 있다그런 궁금한 게 많다.

애거서의 작품에는 유달리 집이 많이 나온다집이 작품의 내용에도 등장하지만제목부터 집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엔드하우스의 비극할로 저택의 비극비뚤어진 집목사관의 살인은 아예 제목부터 집이 나오고다른 작품에도 집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하나둘이 아니다.

 

왜 그렇게 애거서는 집을 그렇게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일까?

여기 답이 있다제 2장 집에 관한 글을 보면답이 나온다. (37쪽 이하)

 

이외에도 애거서의 작품 속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애거서 작품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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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빌론의 역사 - 홀연히 사라진 4천 년 역사의 위대한 문명도시를 다시 만나다 더숲히스토리
카렌 라드너 지음, 서경의 옮김, 유흥태 감수 / 더숲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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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바빌론의 역사

 

이 책은?

 

이 책 바빌론의 역사는 <홀연히 사라진 4천 년 역사의 위대한 문명도시를 다시 만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카렌 라드너 (Karen Radner, <고대근동 역사 전문가로세계적인 연구재단인 알렉산더 폰 훔볼트 재단의 근동 및 중동고대사 석좌이자 영국의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교수이다인류 역사상 최초의 주요 제국으로 꼽히는 신아시리아제국 시대의 메소포타미아 역사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이다문화와 사회사를 재구성해 내기 위해 쐐기문자로 쓰인 자료들을 조사 · 연구하며좀 더 보편적인 고대사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바빌론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바빌론은 몇 가지 다른 모습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인들에게는 이런 노래로 알려진 곳이다그룹 보니 엠(Boney M.)의 [바빌론 강가에서(By the Rivers of Babylon)]로 잘 알려져 있는데, 그 슬픈 멜로디가 사람들에게 익숙할 것이다.

 

기독교인들에게는 성서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이며 그곳의 지명이다.

 

또한 역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함무라비 법전과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곳으로 알려져 있을 것이다.‘

 

그런 나라인 바빌론과연 실재했던 나라이던가?

실제 존재했던 곳인가?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답하고 있다.

저자는 그 역사를 세밀하게 살펴보며바빌론의 현재 모습까지 찾아내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바빌론의 역사는 왕과 귀족 들의 이야기이자 신전과 신 들의 이야기며지식과 교육의 이야기다또한 미래에 대한 열망과 과거에 대한 열정의 이야기인 동시에 도시의 정체성과 그를 둘러싼 외부 세력에 관한 이야기이며웅장한 건축물과 퇴락한 진흙벽돌에 대한 이야기다." (29)

 

바빌론은 과연 어떤 나라로 기억되고 있을까여기 몇 가지 항목만 살펴본다.

 

함무라비 법전과 함무라비 왕.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곳,

성경에 등장하는 바빌론.

 

함무라비 왕과 함무라비 법전

 

바빌론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은 아무래도 함무라비 왕이다.

 

우선 그에 대한 평가를 들어보자.

 

바빌론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수도로서 기반을 쌓을 수 있었던 데에는 기원전 18세기의 함무라비 왕의 역할이 컸다함무라비 석비로 잘 알려진 함무라비 왕은 당시 강대국인 페르시아 지역의 엘람 왕국을 제압하고 이라크 지역의 군소 국가들을 병합하여 제국의 기틀을 만들었다그는 시예술 등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학문을 장려했다또한 납세와 공공노역 시스템을 제도화하고주변 이민족들을 받아들여 바빌론을 통합된 국제도시로 만들었다특히 마르두크를 주신으로 하는 정치화된 종교 시스템의 기틀을 마련하여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가져왔다. (10-11)

 

함무라비 법전  

함무라비 왕의 치적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함무라비 법의 제정이다.

함무라비 법이 기록된 비석에는 여러 가지가 기록되어 있는데거기에는 함무라비왕을 모든 백성을 공평하게 대하는 정의로운 왕으로 소개하고 있으며이를 뒷받침하는 판결문도 같이 기록되어 있다. (90)

 

함무라비 법의 가치에 대하여는 그게 역사상 최초의 법전으로 알려져 있으나실상은 다르다.

그보다 3세기 전 우르 왕국의 우르남마가 일련의 법령을 제정했다. (90) 

이후 많은 메소포타미아의 통치자가 이 전략을 답습했다.

에쉬눈나 왕국에는 함무라비보다 반 세기 앞서 비슷한 법체계가 있었다. 

따라서 흔히 알려진 바와는 달리 함무라비 법전이 역사상 최초의 법전은 아니다. (90)

 

바빌론 왕국의 계승

 

함무라비 왕의 사후 바빌론은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일단 함무라비 왕을 중심으로 해서 바빌론을 살펴보기로 하자연대표에 나타난 바빌론과 함무라비 왕의 모습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기원전 21세기 :

바빌론이 우르 왕국의 지방 중심지가 됨

 

기원전 20세기 :

바빌론이 조그만 왕국의 수도가 됨수무라엘 왕이 바빌론에 새 왕궁을 지음

 

기원전 19세기 :

아필신 왕이 바빌론에 새 성벽을 지음

 

기원전 18세기 :

함무라비 왕은 자신의 왕국을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바빌론을 중요한 도시로 만듦.

후계자 삼수일루나 왕이 바빌로니아 남부 지역의 지배권을 해국 왕들에게 빼앗김.

많은 남부 도시의 주민들이 바빌론으로 이주.

 

기원전 1600년경 :

삼수디타나 왕의 통치 기간 중 아나톨리아에서 히타이트 군대가 처들어와 바빌론을 정복하고 마르두크 신상을 빼앗아 감함무라비 왕조 멸망. (17)

 

이런 식으로 바빌론은 그 이름을 이어가는데위의 연대표에 나오는 부분에 대해 본문에서 더 구체적인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다.

 

그에게는 다음과 같은 후계자들이 있었다.

아들이며 후계자인 삼수일루나(37), 아들인 아비에슈 (28), 손자인 암미디타나(37), 증손자 암미샤두카 (19), 고손자 삼수디타나(26으로 이어진다. (     )은 재위 기간.

 

그러나 삼수디타나 왕의 통치 기간 중 함무라비 왕조가 멸망한 이후 바빌론은 아굼왕이 카시트 왕국을 세운다그렇게 해서 바빌론을 무대로 해서 이어지는 왕조는알렉산더 대왕까지 이어져 내려온다.

 

알렉산더 대왕은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나서그후 바빌론으로 향한다페르시아의 다리우스 3세를 쫓아가 무찌른 후 바빌론으로 복귀한 알렉산더는 그곳에 정착하여 제국의 수도로 삼을 작정이었다. (241)

 

알렉산더 대왕이 죽은 곳,

 

알렉산더 대왕은 기원전 323년에 바빌론에서 사망했다. (47)

 

이런 기록을 확인하기 위해 얼마전 읽었던 책에서 알렉산더 대왕 관련부분을 찾아보았다.

이에 관한 기록이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보인다.

 

알렉산더 대왕은 바빌론 정벌을 단행한다.

알렉산더 대왕이 바빌론으로 출병하려고 할 때몇몇의 점술가들이 대왕이 바빌론으로 가지 말라는 예언을 했으나대왕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출병했다. 

그리고 바빌론에서 결국 죽었는데그 죽음의 장소는 다음 기록을 통해 특정할 수 있다.

 

왕의 일지 기록중 일부다.

 

다이시우스 달 25강 건너 편에 있는 궁궐로 자리를 옮긴 뒤 잠을 좀 잤으나 열은 내리지 않았다.

장군들이 침실에 들어갔을 때는 혼수상태에 있었다다음날도 같은 상태가 계속되었다.‘

다이시우스 달 28저녁에 마침내 왕이 돌아가셨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 현대지성, 321-322)

 

이 책에서는그에 대한 기록이 다음과 같다.

 

로마황제 트라야누스 황제가 바빌론을 방문하고 싶어 한 이유는 바빌론이 도시로서 유명했을 뿐 아니라기원전 323년 알렉산더 대왕이 사망한 곳이었기 때문이다트라야누스는 마케도니아의 정복자 알렉산더를 동방원정의 모델로 삼았기에그 사실이 그에게는 의미가 있었다. (이 책, 47)

 

그가 그곳에 간 이유는 그 도시의 명성과 알렉산더 대왕 때문이었다허나 그가 본 것은 둔덕과 돌 그리고 폐허뿐이었다그는 알렉산더가 사망했다고 알려진 방에서 혼령에게 제사를 지냈다. (카시우스디오로마사, 68.30.1) (이 책, 48)

 

서기 116년 도시 바빌론을 방문한 트라야누스 황제가 특별한 관심을 보인 곳은 수세기 동안 버려진 채 사용되지 않은 네부카드네자르 2(재위 기원전 605~ 562)의 고대왕궁이었다알렉산더 대왕이 그곳에 머물다 세상을 떠났다. (이 책 49)

 

<바빌론 천문일기>라는 기록이 있는데거기에는 알렉산더 대왕의 죽음을 비롯한 역사적 사실들도 기록되어 있다. (이 책, 231)

 

성경상에서 찾아보는 바빌론

 

그룹 보니 엠(Boney M.)의 노래로 잘 알려진 [바빌론 강가에서(By the Rivers of Babylon)]는 유대인의 바빌론유수가 주된 내용이다.

 

그 내용은 기독교의 <성경>에 자세히 기록이 되어 있는데이 책에서는 <성경>에서 언급된 바빌론에 관하여 자세히 기록해 놓고 있다그러니 성경상의 기록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유대의 왕이었던 예호야킨을 기원전 597년 네부카드네자르가 예루살렘의 반란을 진압하고 바빌론으로 데려왔다.(218)

 

기원전 587년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유다 왕국을 멸망시킨 후 바빌론으로 유대인들을 끌고 왔다. 2년여에 걸친 예루살렘 포위 사건은 <성경> 여러 곳에 기록되어 있다. (233)

 

다시이 책은?

 

역사는 무섭다무려 기원전 19세기에 있었던 국가 바빌론에 관한 기록이 남아있어당시의 상황을 우리가 알 수 있게 되다니정말 역사란 무서운 것이다.

 

역사학자들과 고고학자들의 수고로그런 옛날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유물과 유적으로 또한 기록으로 알 수 있다는 게 신기할 정도다.

함무라비 법전의 존재가 알려진 것알렉산더 대왕이 어디에서 죽었는지를 알 수 있다는 것그래서 인류의 역사로 그러한 사실사건들이 꿰어 맞춰지는 것을 볼 때놀랍기만 하다.

 

해서 이 책그러한 기록을 발굴하여 바빌론을 현재의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으니저자를 비록한 여러 학자들의 노고에 새삼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

 

바빌론의 모습을 알게 된 것도 가치있는 일이지만바빌론과 그것을 발굴하기 위해 애쓴 경이로운 기록을 접하면서새삼 우리 인류의 역사에 대한 경외를 실감하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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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들 - 인생의 성패를 떠나 최선을 다해 경주한 삶에 대하여
유필화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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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들

 

이 책은?

 

이 책 위대한 패배자들은 <인생의 성패를 떠나 최선을 다해 경주한 삶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 교수이다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다양한 활동 중에도 고전 연구에 관심을 쏟은 그는 리더십 스승으로서의 역사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수많은 고전과 역사서적을 탐독하여경영학 관점에서 이 책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

 

저자는 많은 책을 펴냈는데그중에서 CEO, 고전에서 답을 찾다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등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이런 이름 들어보자.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인물들일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악비트로츠키롬멜

고르바초프리지웨이주원장한 무제

 

테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의 지도자였으며악비는 남송의 장수트로츠키는 러시아의 혁명가.

롬멜은 독일의 장군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지도자리지웨이는 미국의 장군,

주원장은 중국의 명나라를 세운 사람이며한 무제는 중국 한나라의 황제였다

 

롬멜은 패전국의 장군이니 그렇다 치더라고 다른 인물들은 대체로 성공한 케이스로 알고 있었는데그런 그들이 왜 위대한 패배자로 불리고 있을까?

 

그러니 그들을 그저 승자라고만 알고 있던 나의 역사 지식이 틈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패배자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

 

예컨대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의 침략을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하여 잘 막아낸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지그 뒤 그의 행로라든가 그의 말로에 대하여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하여 그의 후반부 인생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후 약 20년 후인 기원전 459년 적국인 페르시아의 지방도시 마그네시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16, 97영웅의 죽음치고 쓸쓸한 죽음이었다.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아니면 자연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스를 구한 영웅이 어떻게 해서 적국의 땅에서 죽어갔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아 밝히고 있다.

 

그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를 이겨아테네를 구한 영웅이 되자아테네의 지배계층은 그의 세력이 날로 커가는 것을 못마땅해하기 시작한다.

결국은 추방되어 적국의 어느 도시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결국은 패배자인 것이다.

 

남송의 장군악비

 

악비는 송나라의 장수이다.

 

송나라가 금나라에게 무너지고 이제 남송의 시대가 된다그런 격변의 시기에서 악비는 남송 군사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저자는 이런 악비를 송의 마지막 방패이자 창으로 표현한다.

이런 악비의 형세를 알아챈 금나라는 군사 공격을 멈추고 화해의 손짓을 내보인다.

그러자 남송 내부에서 화전 양쪽이 갈라지게 되고결국 그러한 와중에서 악비는 모함을 받아 처형당하게 된다.

 

반대파는 악비를 군사적 실권이 없는 중앙 요직으로 자리를 바꾸게 한 다음에모반의 죄를 뒤집어 씌워 사형에 처한다. (128)

 

이 때 악비는 그의 심경을 이런 말로 밝힌다.

天日昭昭 天日昭昭 (천일소소 천일소소) (나의 결백한 마음은하늘의 태양처럼 밝을 것이다. (127)

 

그러니 그는 패배자였다그러나 역사는 그를 패배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위대한 패배자였던 것이다.

 

러시아의 혁명사 트로츠키

 

트로츠키는 왜 위대한 패배자라는 말을 들을까?

소련 혁명의 수호자 트로츠키는 레닌과 손잡고 세계사적인 혁명과업을 수행한 사람이었다.

러시아의 혁명은 그의 손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권력을 손에 잡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으며 적위대를 창설하고 지휘한 트로츠키 자신은 왜 권력을 잡지 못했는가?

그리고 그 답을 이렇게 제시한다.

그는 술수에 능하지 않았고레닌처럼 꼭 권력을 잡으려는 극렬하고 무쇠같는 의지가 없었으며당간부들을 잘 길들여놓은 레닌에게 결국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152)

 

레닌이 죽은 후 스탈린이 권력을 잡자트로츠키는 제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멕시코에서 망명생활을 하게 된 그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수많은 암살시도가 있었고그 시도는 결국 성공을 했다소련 비밀경찰의 치밀한 공작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165)

 

다시이 책은?

 

저자는 왜 위대한 패배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승자만을 기억하는 역사의 냉정한 기록앞에서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져간 그런 인물들을 이 시대에 소환하는 이유는우리가 모두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지구상에 살고 있는 78억 명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성공보다는 실패를 맛봐야 할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저자는 패배자 중에서도 위대한 패배자를 선별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한때는 승자로 불리며영웅 대접을 받았던 인물들이 나중에는 패배자라는 이름으로 쓸쓸하게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저자는 그런 이유를 각 인물을 살펴보면서 찾아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승자가 되기 위하여 익혀야 할 기법을 알자는 차원이 아니라역사의 기록이 얼마나 냉정한가를 보여주면서도패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은 언제나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미로위대한 패배자를 위한 송가로 읽었다그게 역사와 그들의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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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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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이 책은?

 

이 책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는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이다.

 

원저자는 정약용그의 저서인 흠흠신서에서 중요 사건들을 편저자인 오세진이 발췌하여 편역하여 낸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다산의 저서인 흠흠신서에 수록된 여러 사건들이 소개되고 있다.

 

흠흠신서는 형사사건을 처리할 때의 원리와 실제 사건 사례그리고 이에 대한 다산의 비평을 실은 책으로이 안에 실린 사건들은 실제 사건들이다.

그 내용으로는 주로 중국의 경전과 역사서소설그리고 18세기 조선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은 수집하여 편집해 놓은 것이다.

 

이 책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의 편자는 그 중에서 36건의 살인사건을 선별하여 소개하면서 흥미진진한 해설을 덧붙여 놓고 있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사건의 개요와 관련된 진술

다산이 말하다  :  다산의 해설

편자의 덧붙임.

 

그러니 소개된 각 사건별로 사건의 개요를 알수 있으며그 사건에 다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거니와 종합적으로 편자가 마무리 해설을 해 놓아전반적인 사건의 처리과정 및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그때 사건에 적용된 사건의 판결 과정에서 지금도 참고할, 똑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일어난 사건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사건 심리 과정에서 다산이 언급한 것들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에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판결과 판결에 이르는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데이런 이야기 들어보자.

이 책에 실린 26번째 사건 이야기다. (174쪽 이하)

 

복덕은 원래 여종이었는데주인 한명주가 상처를 하자 첩으로 들어앉아 살게 되었다,

같이 살면서 여러 명의 자식들을 낳았다.

그런데 나중에 본처의 자식들이 복덕을 관아에 고발했는데죄목은 다음 세가지이다.

 

첫째만두에 독약을 넣어 사람을 죽였다.

둘째부뚜막 신에게 밤낮으로 소원을 빌었다.

셋째이를 위해 여러 가지 흉물을 집안 곳곳에 파묻어 저주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주인인 한명주는 재산이 많았는데 상처한 뒤에 첩이 된 복덕과 여러명의 서자를 낳게 되자본처 자식들과 자연이 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그래서 본처의 자식들이 재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첩인 복덕을 쫓아내려고 흉계를 꾸민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다신이 말한 것을 음미할 필요가 있는데이 말은 현대 지금 이시점애도 그대로 유효하기 떼문이다.

 

이런 종류의 소송을 판결하는 데에는 원래 세 가지 폐단이 있어왔습니다.

 

첫째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갈등하고 발생한 사건일 때 관아는 반드시 시어머니를 의심하고 며느리에게 관대합니다.

둘째계모와 정실 아들이 서로 갈등하여 발생한 사건일 때 관아는 반드시 계모를 미워하고 정실의 자식을 불쌍히 여깁니다.

셋째첩과 정실 부인이 서로 갈등하여 발생한 사건일 때에는 반드시 첩을 사건에 연관시키고 정실 부인의 억울함을 들어줍니다.

 

여기까지 우선 읽어보자.

조선 시대 일이다다산 생애가 1762~ 1836년이니이 사건은 1800년대에 있었을 것이다그러니 무려 200년 전 사건이다.

그러나 다산이 말한 세 가지 폐단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위에 다산이 말한 폐단즉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계모와 정실 자식간의 관계그리고 첩과 정실부인의 관계에서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듣는 즉시 편견 즉고정관념 중 하나가 작동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즉시 시어머니가 문제의 발단이지라는 생각이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계모와 정실 자식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역시 준비된 판단의 칼날을 먼저 뽑아든다. ‘계모나빠요!’

 

다산은 그것을 지적하고 난 다음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중죄를 판결할 때는 세상 무엇보다 공평해야 하는데 마음 속에 먼저 자기만의 저울을 두고 있다면 어떻게 공평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첩이 나쁘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무조건 인정함으로써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판국에 누가 감히 이런 비난을 뚫고 나가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하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편견이 먼저 작동하는 것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그런 것경계한 다산의 가르침을 지금 다시 새겨야 하는 실제적인 이유가 있다.

 

다시이 책은?

 

이 책의 기본 텍스트가 되는 흠흠신서(欽欽新書)는 형벌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제목이 언뜻 감이 오지 않는다한문제목인데다 한문도 흔히 쓰는 글자가 아니어서 그 뜻을 얼른 헤아리기 쉽지 않은데그 뜻을 잘 새겨보면 다산의 목민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해서 그 책을 관통하는 다산의 생각이 제목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 책을 흠흠(欽欽)’이라 한 것은 삼가고 삼가는 일이야말로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기 때문이다(흠흠신서』 서문 중에서)

 

그래서 사람의 죄를 다스리는 것죄를 특정하고 벌을 주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마땅한데그것을 다산은 이미 200년 전에 밝혀놓고 있는 것이다.

 

그간 흠흠신서제목으로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이 책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게 되니다산이 저절로 우러러보인다. 이 책그런 가치가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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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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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실험(思考實驗)의 보고 비밀

 

이 책은?

 

이 책 비밀은 소설이다장편소설

 

저자는 히가시노 게이고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일본 작가다.

저자의 책 여러 권을 읽었고그의 영화화된 작품 다수를 본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어디까지나 허구다그러니까 소설이다.

그런데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허구는 단순히 이야기 거리로 넘어갈 게 아닌묵직한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사고 실험의 소재로 삼고 읽었다.

 

먼저 줄거리를 살펴보자.

이 소설은 이미 영화로도 소개됐고그 내용이 많이 알려졌으므로 줄거리를 말해도 스포일러는 아닐 것이다.

 

평범한 직장인 스키다 헤이스케는 아내 나로코와 딸 모나미가 있다행복한 가정이다.

어느 날 아내와 딸이 친정 친척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떠난다.

그렇게 출발한 그 날 저녁헤이스케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게 된다. 

바로 아내와 딸이 타고간 버스가 추락했다는 것이다.

결국 아내는 죽고딸은 의식 불명에 빈사의 상태로 구출된다.

그리고 딸이 의식을 회복하는데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딸의 의식이 돌아오는 순간이런 장면이 펼쳐진다.

 

하지만 모나미는 곧바로 입을 열지 않고 지그시 그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그 눈빛을 보면서 헤이스케는 퍼뜩 기묘한 감각에 사로잡혔다이상한 눈빛이구나라고 생각했다모나미답지 않다아니그보다 어린애답지 않은 눈빛이다단지 어딘지 반가운 마음도 드는 것이었다누군가가 이런 눈빛이었는데…….

여보내가 하는 얘기…… 믿어줄 거야?” 모나미가 물었다.

그럼믿고말고모나미가 하는 말이라면 아빠는 뭐든 다 믿어.” 딸을 향해 웃음을 건네면서 헤이스케는 말했다.

그리고 말한 뒤에 의문을 느꼈다여보라고?

모나미는 그의 얼굴을 빤히 지켜보면서 말했다. “모나미 아니야.”

뭐라고?” 헤이스케는 웃음을 지은 그대로 얼굴 근육이 정지했다.

모나미 아니야모르겠어?”

이번에는 얼굴 근육이 파들파들 떨렸다그래도 헤이스케는 웃는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하하하깨어나자마자 아빠를 놀려먹어하하하하하하하.”

농담하는 게 아니야정말로 나모나미 아니야당신이라면 알잖아나야나오코야.”(39-40)

 

아내는 죽고 딸은 살았는데아내 영혼이 딸의 몸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야말로 <세상에 이런 일이?> 라는 프로에 나올만한 일이지만소설에서는 어디까지나 현실적인 일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사고실험 하나!

 

과연 배우자는 영혼을 기준으로 하는 것일까아니면 몸을 기준으로 하는 것일까무엇으로 배우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서 인간이란 존재는 영혼인가육체인가?

 

이런 장면이 연출되니작가가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소설을 진행하는가 싶다.

 

나오코는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인 뒤에 물었다.

근데 그거어떻게 해?”

그거라니?”

글세 그거 말이야.”

그거?” 무슨 소린지 선뜻 알아들을 수 없었다하지만 알아듣는 것과 동시에 잠이 싹 달아났다그는 눈을 크게 떴다. “......그거?”

어떻게 해?”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하겠어상황이 이런데.”

하면 안 되겠지?”

당연하지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딸이고게다가 초등학생인데.”

하지만 당신참을 수 있어전혀 안해도힘들지 않겠어?” (162)

 

그런 문제에 대한 진지한 토의는 또 이어진다.

422쪽이다이번에는 더욱더 실제적으로, 욱체적으로 진지하다그러나 저자는 그런 상황을 아주 슬기롭게 대처해나가도록 두 부부를 인도하고 있다.

 

그런 상황현실에서는 영혼이 바뀌는 모습으로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지만다른 형태로는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으니사고 실험의 목록으로 올려도 좋을 것이다.

 

그렇게 두 부부는 이상한 모습으로 살아나간다.

아내 나오코는 딸 나오미의 몸을 빌려 살고 있으니딸의 세계를 육체적으로 살아가야 한다그러니 학생으로 살 수밖에 없다이런 사건으로 해서 그녀에게는 뜻밖에 두 번째의 인생이 펼쳐지는 것이다.

 

그래서 사고 실험 두 번째.

 

나에게 두 번째의 인생이 주어진다면?

 

나오코가 입을 열었다.

“ 내 생각을 말해볼까나도 나름대로 생각한 게 있는데.”

말해봐.” 헤이스케는 앉음새를 바로잡았다.

나는.” 그녀는 남편의 눈을 지그시 들여다보았다. “모나미로 살아가기로 했어.” (77)

 

그렇게 이제 아내였던 나오코는 딸의 몸으로 살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면 그녀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지며그런 일에 대한 그녀의 생각은각오는?

 

말해버렸더니 속이 후련해졌어결심하는 데 시간이 걸렸지만.”

시간이 걸릴만도 하지.”

“ 긍정적으로 살아보기로 했어다시 한번 인생을 살아볼 기회가 주어졌잖아몸은 달라졌지만.” (78)

 

그녀는 지금까지의 인생에서 부족한 점을 두 번째 삶에서 채우려고긍정적으로 그 시간을 활용하기로 한다.

 

이런 각오도 들어보자.

 

글쎄 끝까지 들어봐내년이면 중학교 진학이라고 생각했을 때 바로 사립중학교가 떠오른 건 예전부터 그쪽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야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전혀 달라왜냐면 실제로 중학교에 가는 건 모나미가 아니라 나잖아.

나는 또 다른 이유에서 역시 사립중학교에 가야겠다고 마음먹은 거야.”

또 다른 이유라니뭔데.”

간단해.” 나오코는 싱크대에 몸을 기대고 한쪽 다리를 엑스자로 엇갈렸다. “공부가 하고 싶어.”

?” 헤이스케는 눈이 휘둥그레졌다전혀 예상도 못한 말이었다놀란 끝에 웃음이 터졌다그는 웃었다웃으면서 책상다리를 틀고 앉았다. “진짜야초등학생 문제를 술술 풀었다고 도쿄대 합격하는 건 아닙니다요.”

하지만 나오코의 얼굴은 흔들림이 없었다무표정하게 선언하듯이 말했다.

지금 진지하게 얘기하는 건데.”

차가운 목소리였다생김새가 어린애라서 더더욱 차갑게 느껴졌다헤이스케의 웃음기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내가 이렇게 되고 벌써 석 달이 지났어당신은 지금 내가 어떤 느낌일 거 같아혼자 끙끙 고민하면서왜 이렇게 됐는지 한탄하면서하루하루를 보냈을까?” (188-189)

 

이런 식으로 인생 두 번째가 펼쳐질 수는 없다이건 소설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삶에서도 이런 두 번째 인생을 살아보는 것은 형태가 다르겠지만얼마든지 가능하다그런 기회가 주어진다면어떻게 살아갈 것이가?

진지하게 생각하며두 번째 삶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다시이 책은?

 

이런 줄거리를 따라 이 작품을 읽어가면서삶에 대한 진지한 사유를 할 수 있었다.

그게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소설이 그런 것을 의도했는지는 의문이지만이 책에서 던져 놓은 여러 문제를 나름대로 소화하기 위해 그런 점에 주안점을 두고 읽은 것이다.

 

전에 이미 이 작품을 영화로 본 적이 있기에단순히 영화의 원작을 읽는다는 차원에서 벗어나원작소설과 영화에서 다루고자 했던 문제의 이면또는 다른 면을 찾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이다.

 

해서 이 책은 독자마다 다 다른 경로로 읽힐 것이다.

히가시노 게이고그래서 작가다운 작가인 것을 새삼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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