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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
정약용 지음, 오세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8월
평점 :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이 책은?
이 책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는 <조선시대 살인사건 수사일지>이다.
원저자는 정약용, 그의 저서인 『흠흠신서』에서 중요 사건들을 편저자인 오세진이 발췌하여 편역하여 낸 책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는 다산의 저서인 『흠흠신서』에 수록된 여러 사건들이 소개되고 있다.
『흠흠신서』는 형사사건을 처리할 때의 원리와 실제 사건 사례, 그리고 이에 대한 다산의 비평을 실은 책으로, 이 안에 실린 사건들은 실제 사건들이다.
그 내용으로는 주로 중국의 경전과 역사서, 소설, 그리고 18세기 조선에서 실제 일어났던 사건들은 수집하여 편집해 놓은 것이다.
이 책 『다산의 법과 정의 이야기』 의 편자는 그 중에서 36건의 살인사건을 선별하여 소개하면서 흥미진진한 해설을 덧붙여 놓고 있다.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사건의 개요와 관련된 진술
다산이 말하다 : 다산의 해설
편자의 덧붙임.
그러니 소개된 각 사건별로 사건의 개요를 알수 있으며, 그 사건에 다산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거니와 종합적으로 편자가 마무리 해설을 해 놓아, 전반적인 사건의 처리과정 및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간단히 말해서 그때 사건에 적용된 사건의 판결 과정에서 지금도 참고할, 똑같은 게 있기 때문이다.
그때에도 일어난 사건들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는데, 사건 심리 과정에서 다산이 언급한 것들이 지금도 유효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오는 판결과 판결에 이르는 과정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는데, 이런 이야기 들어보자.
이 책에 실린 26번째 사건 이야기다. (174쪽 이하)
복덕은 원래 여종이었는데, 주인 한명주가 상처를 하자 첩으로 들어앉아 살게 되었다,
같이 살면서 여러 명의 자식들을 낳았다.
그런데 나중에 본처의 자식들이 복덕을 관아에 고발했는데, 죄목은 다음 세가지이다.
첫째, 만두에 독약을 넣어 사람을 죽였다.
둘째, 부뚜막 신에게 밤낮으로 소원을 빌었다.
셋째, 이를 위해 여러 가지 흉물을 집안 곳곳에 파묻어 저주했다.
그런데 나중에 밝혀진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주인인 한명주는 재산이 많았는데 상처한 뒤에 첩이 된 복덕과 여러명의 서자를 낳게 되자, 본처 자식들과 자연이 분쟁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래서 본처의 자식들이 재산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첩인 복덕을 쫓아내려고 흉계를 꾸민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다신이 말한 것을 음미할 필요가 있는데, 이 말은 현대 지금 이시점애도 그대로 유효하기 떼문이다.
이런 종류의 소송을 판결하는 데에는 원래 세 가지 폐단이 있어왔습니다.
첫째,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서로 갈등하고 발생한 사건일 때 관아는 반드시 시어머니를 의심하고 며느리에게 관대합니다.
둘째, 계모와 정실 아들이 서로 갈등하여 발생한 사건일 때 관아는 반드시 계모를 미워하고 정실의 자식을 불쌍히 여깁니다.
셋째, 첩과 정실 부인이 서로 갈등하여 발생한 사건일 때에는 반드시 첩을 사건에 연관시키고 정실 부인의 억울함을 들어줍니다.
여기까지 우선 읽어보자.
조선 시대 일이다. 다산 생애가 1762년~ 1836년이니, 이 사건은 1800년대에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무려 200년 전 사건이다.
그러나 다산이 말한 세 가지 폐단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지 않은가?
그렇다. 위에 다산이 말한 폐단, 즉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관계, 계모와 정실 자식간의 관계, 그리고 첩과 정실부인의 관계에서, 그런 사건이 벌어졌다는 이야기를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듣는 즉시 편견 즉, 고정관념 중 하나가 작동된다.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즉시 시어머니가 문제의 발단이지, 라는 생각이 고개를 쳐드는 것이다. 계모와 정실 자식 사이에 문제가 생기면 역시 준비된 판단의 칼날을 먼저 뽑아든다. ‘계모, 나빠요!’
다산은 그것을 지적하고 난 다음에 이런 말을 덧붙인다.
중죄를 판결할 때는 세상 무엇보다 공평해야 하는데 마음 속에 먼저 자기만의 저울을 두고 있다면 어떻게 공평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겠습니까?
(첩이 나쁘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은 무조건 인정함으로써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입니다.
이런 판국에 누가 감히 이런 비난을 뚫고 나가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하겠습니까?
이런 식으로 편견이 먼저 작동하는 것은 2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다.
그런 것, 경계한 다산의 가르침을 지금 다시 새겨야 하는 실제적인 이유가 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기본 텍스트가 되는 흠흠신서(欽欽新書)는 형벌을 다루고 있는 책이다.
그런데 제목이 언뜻 감이 오지 않는다. 한문제목인데다 한문도 흔히 쓰는 글자가 아니어서 그 뜻을 얼른 헤아리기 쉽지 않은데, 그 뜻을 잘 새겨보면 다산의 목민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해서 그 책을 관통하는 다산의 생각이 제목에 나타나고 있는데,
이 책을 ‘흠흠(欽欽)’이라 한 것은 ‘삼가고 삼가는 일’이야말로 형벌을 다스리는 근본이기 때문이다. (『흠흠신서』 서문 중에서)
그래서 사람의 죄를 다스리는 것, 죄를 특정하고 벌을 주는 것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 마땅한데. 그것을 다산은 이미 200년 전에 밝혀놓고 있는 것이다.
그간 『흠흠신서』, 제목으로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이 책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게 되니, 다산이 저절로 우러러보인다. 이 책, 그런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