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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패배자들 - 인생의 성패를 떠나 최선을 다해 경주한 삶에 대하여
유필화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8월
평점 :
위대한 패배자들
이 책은?
이 책 『위대한 패배자들』은 <인생의 성패를 떠나 최선을 다해 경주한 삶에 대하여>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유필화, <성균관대학교 SKK GSB(GRADUATE SCHOOL OF BUSINESS) 교수이다.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며 학문적 연구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다양한 활동 중에도 고전 연구에 관심을 쏟은 그는 ‘리더십 스승으로서의 역사’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수많은 고전과 역사서적을 탐독하여, 경영학 관점에서 이 책들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해왔다. >
저자는 많은 책을 펴냈는데, 그중에서 『CEO, 고전에서 답을 찾다』, 『부처에게서 배우는 경영의 지혜』 등을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선 이런 이름 들어보자.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인물들일 것이다.
테미스토클레스, 악비, 트로츠키, 롬멜
고르바초프, 리지웨이, 주원장, 한 무제
테미스토클레스는 그리스의 지도자였으며, 악비는 남송의 장수, 트로츠키는 러시아의 혁명가.
롬멜은 독일의 장군, 고르바초프는 소련의 지도자, 리지웨이는 미국의 장군,
주원장은 중국의 명나라를 세운 사람이며, 한 무제는 중국 한나라의 황제였다
롬멜은 패전국의 장군이니 그렇다 치더라고 다른 인물들은 대체로 성공한 케이스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 그들이 왜 ‘위대한 패배자’로 불리고 있을까?
그러니 그들을 그저 승자라고만 알고 있던 나의 역사 지식이 틈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이 ‘패배자’이라는 것을 잘 모르고 있었다.
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
예컨대, 그리스의 테미스토클레스는 페르시아의 침략을 살라미스 해전에서 승리하여 잘 막아낸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지, 그 뒤 그의 행로라든가 그의 말로에 대하여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이 책을 통하여 그의 후반부 인생을 알게 된 것이다
그는 페르시아 전쟁이 끝난 후 약 20년 후인 기원전 459년 적국인 페르시아의 지방도시 마그네시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16, 97쪽) 영웅의 죽음치고 쓸쓸한 죽음이었다.
그의 죽음이 자살인지, 아니면 자연사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리스를 구한 영웅이 어떻게 해서 적국의 땅에서 죽어갔을까?
저자는 그 이유를 이 책에서 찾아 밝히고 있다.
그가 살라미스 해전에서 페르시아를 이겨, 아테네를 구한 영웅이 되자, 아테네의 지배계층은 그의 세력이 날로 커가는 것을 못마땅해하기 시작한다.
결국은 추방되어 적국의 어느 도시에서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되니, 결국은 패배자인 것이다.
남송의 장군, 악비
악비는 송나라의 장수이다.
송나라가 금나라에게 무너지고 이제 남송의 시대가 된다. 그런 격변의 시기에서 악비는 남송 군사의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저자는 이런 악비를 ‘송의 마지막 방패이자 창’으로 표현한다.
이런 악비의 형세를 알아챈 금나라는 군사 공격을 멈추고 화해의 손짓을 내보인다.
그러자 남송 내부에서 화전 양쪽이 갈라지게 되고, 결국 그러한 와중에서 악비는 모함을 받아 처형당하게 된다.
반대파는 악비를 군사적 실권이 없는 중앙 요직으로 자리를 바꾸게 한 다음에, 모반의 죄를 뒤집어 씌워 사형에 처한다. (128쪽)
이 때 악비는 그의 심경을 이런 말로 밝힌다.
天日昭昭 天日昭昭 (천일소소 천일소소) (나의 결백한 마음은) 하늘의 태양처럼 밝을 것이다. (127쪽)
그러니 그는 패배자였다. 그러나 역사는 그를 패배자로 여기지 않는다. 그는 위대한 패배자였던 것이다.
러시아의 혁명사 트로츠키
트로츠키는 왜 ‘위대한 패배자’라는 말을 들을까?
소련 혁명의 수호자 트로츠키는 레닌과 손잡고 세계사적인 혁명과업을 수행한 사람이었다.
러시아의 혁명은 그의 손으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는 권력을 손에 잡지 않았다.
그래서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렇게 노동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으며 적위대를 창설하고 지휘한 트로츠키 자신은 왜 권력을 잡지 못했는가?
그리고 그 답을 이렇게 제시한다.
그는 술수에 능하지 않았고, 레닌처럼 꼭 권력을 잡으려는 극렬하고 무쇠같는 의지가 없었으며, 당간부들을 잘 길들여놓은 레닌에게 결국은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152쪽)
레닌이 죽은 후 스탈린이 권력을 잡자, 트로츠키는 제거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멕시코에서 망명생활을 하게 된 그의 운명은 그야말로 풍전등화였다. 수많은 암살시도가 있었고, 그 시도는 결국 성공을 했다. 소련 비밀경찰의 치밀한 공작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165쪽)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왜 위대한 패배자에게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
승자만을 기억하는 역사의 냉정한 기록앞에서, 역사의 이면으로 사라져간 그런 인물들을 이 시대에 소환하는 이유는, 우리가 모두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구상에 살고 있는 78억 명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성공보다는 실패를 맛봐야 할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저자는 패배자 중에서도 위대한 패배자를 선별하여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한때는 승자로 불리며, 영웅 대접을 받았던 인물들이 나중에는 패배자라는 이름으로 쓸쓸하게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지, 저자는 그런 이유를 각 인물을 살펴보면서 찾아내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승자가 되기 위하여 익혀야 할 기법을 알자는 차원이 아니라, 역사의 기록이 얼마나 냉정한가를 보여주면서도, 패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시선은 언제나 있어야 할 것이라는 의미로, 위대한 패배자를 위한 송가로 읽었다. 그게 역사와 그들의 인생에 대한 예의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