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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
설혜심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8월
평점 :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
이 책은?
이 책 『애거서 크리스티 읽기』는 <역사가가 찾은 16가지 단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해설서이다.
저자는 설혜심, <거대한 사료 더미 속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발굴하여 인간의 삶이 중심이 된 역사를 연구하는 역사학자 설혜심은 익숙하지만 역사책으로는 쉽게 만날 수 없는 주제를 통해 끊임없이 독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현재 연세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 놓고 있다.
이 책은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 새로 읽기’가 될 것이다.
어른이 되어 그녀의 추리소설을 다시 읽었을 때 새롭게 보이는 것들,
영국 역사를 전공한 사람이 읽을 때 눈에 들어오는 것들,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과 자서전을 같이 읽었을 때에 비로소 알게 된 것들,
그러한 것들을 저자는 16개의 주제로 담아 놓았다. (10쪽)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목차 소개는 간단하게나마 필요하지 싶다.
탐정, 집, 독약, 병역면제,
섹슈얼리티, 호텔, 교육, 신분 도용,
배급제, 탈것, 영국성, 돈
계급, 미신, 미시사, 제국
애거서와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 또한 20세기 중반까지도 추리 소설에 자주 나타나던 요소였다. 작가들은 셰익스피어 작품을 동원해서 사건의 구도를 설정하거나, 혹은 그의 작품 속 등장인물이나 대사를 인용함으로써 범인의 동기나 정체성을 암시했다.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해 보았다.
추리물에서 셰익스피어는 어떻게 사용되는가?
http://blog.yes24.com/document/14926721
에거서 크리스티에게 비판적인 시각들
이 책을 읽으면서, 애거서 크리스티에 대하여 여러 가지로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중 몇 개만 소개한다.
애거서에 대해 제기되어온 비판 중 하나는 그녀의 문장력이 형편없다는 것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애거서의 작품은 지적이지 않은 언어, 즉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언어로 쓰였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89쪽)
이런 이야기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다. 바로 셰익스피어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그것이다.
셰익스피어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에, 그의 글은 항상 회의적인 비평에 시달렸고, 심지어 다른 사람이 진짜 셰익스피어라는 말까지 있을 정도였으니, 학력에 대한 비상식적인 우월의식이 비평계에 있다는 것, 잊어서는 안된다,
이런 현상이 애거서라고 비껴갈 리 없다.
애거서는 학교 시스템 안에서 정식으로 교육받은 적이 전혀 없었다. 중류층 이상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보통 가정교사를 두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이 당시 영국의 관행이었다. 하지만 애거서는 오롯이 ‘독학’으로 공부했다. 애거서는 그것을 썩 자랑스러워하지는 않은 것 같다. (108쪽)
이런 애거서이니까 그녀의 글에 대하여 문장력이 형편없네, 지적이지 않네 하는 말들이 나온 것이 아니겠는가? 작가가 문장력이 좋으면 더 좋겠지만, 작품은 문장력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또한 내용이 지적이지 못하다는 비판 역시 받아들일만한 일이 아니다. 지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추리소설에서 과연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지적인 대화 수준?
애거서에 대해서 이런 비판도 있다.
애거서의 소설은 100년 동안 대중에게 엄청난 사랑을 받아왔지만, 학계는 다른 작가들의 작품에 비해 신기하리만치 애서거 작품에 냉담했다. 비평할 가치가 없는 ‘B급 소설’이라는 이유가 컸다. (10쪽)
B 급 소설의 정의가 뭔지? 추리소설은 본격적인 문학으로 취급되지 못하고 장르문학으로 취급받는데, 또 다시 거기에 A급, B 급 구분이 가당키나 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또한 동료추리작가들도 애거서를 비판하는데, 비판의 핵심은 애거서의 소설에 현실성이 없다는 것이다.(11쪽)
그러나 이런 비판은 곧 다음과 같은 사실에 의해 저절로 부정된다.
애거서가 창조한 캐릭터들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법한 사람들이기에 훨씬 더 현실적이다. (11쪽)
그래서 저자는 이런 경향에 대해, 이런 자세로 이 책을 썼음을 밝혀놓고 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려 이 책의 의미를 찾자면, 애거서 크리스티에게 ‘비평적 대상’으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려는 작은 노력이라는 점일 것이다. (10쪽)
애거서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
애거서가 창조한 캐릭터들이야말로 우리가 일상에서 만날 법한 사람들이기에 훨씬 더 현실적이다. (11쪽)
그래서 저자는 이렇게 결론을 내린다.
왓슨의 주장은 대중에 천착해왔으면서도 정작 대중의 기호에는 무심했던 학계의 엘리트주의에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그런 맥락에서 보자면 이 작업은 B급 문학을 역사 연구의 소재로 활용해보는 모험적 시도라는 의미가 있다. (12쪽)
이런 것 알게 된다.
1, 2 차 세계대전은 의심할 바 없이 처참한 비극이었지만, 신약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엄청난 자극제였다. (60쪽)
영국인은 항해를 떠난 배가 과연 무사히 돌아올지를 두고 내기를 하다가 보험을 만들어낸 사람들이다. (173쪽)
영국 박물관 설립에 얽힌 사연 (174쪽)
코넌 도일의 죽음 :
셜록 홈즈의 저자 코넌 도일은 심령학에 빠져들어 비참한 말년을 보내게 된다.
지극히 합리적인 셜록 홈즈를 내세워 벌어들인 돈을 몽땅 심령학 설파에 써버렸다. 1930년 코넌 도일은 심령협회가 심령현상을 증명하는 데 지나치게 엄격한 증거를 요구한다는 데 불만을 품고 협회에서 탈퇴했으며, 협심증으로 거동이 힘든데도 심령술 강연을 다니다가 결국 쓰러져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214쪽)
다시, 이 책은? - 애거서 작품에 대한 ‘참 좋은’ 안내서
애거서가 창조한 인물 푸아로는 정말 제대로 된 탐정일까, 그는 적법한 탐정인 것일까?
답은 이렇다.
미국에서는 1993년부터 42개 주에서 사립탐정 면허제도를 시행했지만, 영국에서는 사림탐정이 되는데 아무런 훈련이나 자격증이 필요하지 않다. 다른 여느 작은 사업체나 마찬가지로 등록만 하면 누구나 사립 탐정이 될 수 있다. (33쪽)
푸아로도 그런 탐정이다.
또 있다. 그런 궁금한 게 많다.
애거서의 작품에는 유달리 집이 많이 나온다, 집이 작품의 내용에도 등장하지만, 제목부터 집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스타일스 저택의 괴사건』, 『엔드하우스의 비극』, 『할로 저택의 비극』, 『비뚤어진 집』, 『목사관의 살인』은 아예 제목부터 집이 나오고, 다른 작품에도 집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 하나둘이 아니다.
왜 그렇게 애거서는 집을 그렇게 빈번하게 사용하는 것일까?
여기 답이 있다. 제 2장 집에 관한 글을 보면, 답이 나온다. (37쪽 이하)
이외에도 애거서의 작품 속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여러 사건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니, 애거서 작품을 읽다가 이해가 되지 않을 때 이 책을 읽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