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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죽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다 ㅣ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미치타로 지음, 김지윤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0월
평점 :
소크라테스, 죽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다
이 책 『소크라테스, 죽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다』는 소크라테스를 깊숙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소크라테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책들의 주석서이다,
소크라테스와 직접 관계를 맺었던 사람 가운에 우리에게 사료를 제공하는 주요 인물은 플라톤과 크세노폰, 아리스토파네스가 있다. (13쪽)
그중에 플라톤과 크세노폰은 그에 관련된 책을 썼고, 아리스토파네스는 그의 희곡에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켰다.
소크라테스 관련 책들 중 플라톤이 쓴 것은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 |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독자가 직접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책은 플라톤의 위 작품들에 대한 서문, 또는 주석과 같은 것이다. (4쪽)
그 말이 맞다. 플라톤의 애독자인 나는 위 작품들을 읽어오고 있었지만, 이 책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이런 구절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어떤 신적인 또는 초인적인 현상을 경험했는데, 멜레토스는 고발장에서 이를 희화화한 바 있습니다. 그런 현상은 내가 어릴 적부터 시작했으며, 일종의 소리로서 내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것은 나타날 때마다 언제나 내가 하려던 일을 하지 말라고 말렸지, 해보라고 권유한 적은 없습니다. (31d, 천병희 역, 53쪽)
이 구절 읽으면서 그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다.
‘신적인 또는 초인적인 현상’이란 다이몬에게서 소리를 듣는 일을 말한다.
이를 ‘다이몬의 신호’라고 한다.
이에 대하여는 이 책 4장 <다이몬에 홀려서>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파이드로스』,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에는 다이몬의 신호가 항상 금지명령이었다고 명기되어 있다. 다이몬의 신호는 ‘항상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는 것이며 무언가를 하라고 권유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없다.’라고 말한다. (111쪽)
이어서 저자는 흥미있는 연결점 하나를 소개한다.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 언쟁하다가 격분한 나머지 그에게 칼을 뽑아들려고 하는데 아테네 여신이 이를 막는다. 또한 『일리아스』 15권에는 활의 명수인 테우크로스가 활시위가 끊어진 것에 놀라 다이몬의 소행이 아닐까 두려워하는데, 시인이 밝히는 바에 따르면 이는 제우스가 한 일이다.(121쪽)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다이몬의 소행이라고 보는 것은 옛날부터 이어져온 사고방식이고, 올림푸스 신들의 지배는 시간적으로 뒤에 덧붙여진 새로운 사건으로 후대의 사고방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고 한다. (121쪽)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다이몬의 관계를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아킬레우스의 행동은 아테네 여신이 말렸지만, 소크라테스의 행동은 다이몬의 신호가 개입하여 저지했던 것이다. (121-122쪽)
그 뒤에도 소크라테스에게 영향을 끼친 다이몬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이 등장한다. (157-158쪽)
안다는 것에 대하여 : ‘무지의 지’, 혹은 ‘무지의 자각’이
카이레폰은 델포이에 아폴론 신에게 계시를 구했다.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자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는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자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 145쪽)
소크라테스는 이 신탁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소크라테스는 ‘나를 가장 지혜로운 자라고 선언함으로써 신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에 관해 끈기있게 생각했다.
결국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자기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내어 신에게 이렇게 반박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에 나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있지 않소. 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나를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였소?
그렇게 해서 그는 많은 사람을 찾아다녔고, 그들과 대화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을 찾고자 하였으나 찾지 못했다.
소크라테스의 생각, 한 가지
이 남자는 모르면서 뭐라도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나는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모른다고 생각한다. (147쪽)
즉, 이게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혹은 ‘무지의 자각’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신만이 지혜로운 자라는 일반 명제를 근거삼아 인간의 무지를 폭로해 신의 지혜를 분명히 하는 일이 자신에게 부여된 일이라는 특수한 운명 명제를 끄집어내고 있다. (161쪽)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자는 없다는 신탁은 그것만으로는 특별히 어떤 소명도 포함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소명을 이끌어낸 것은 신이 그런 신탁을 내린 이유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해석이었다. (162쪽)
소크라테스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셨을까?
저자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만으로는 소크라테스가 어째서 고소를 당했는지, 어째서 죽음을 당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다른 책, 즉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에서 그것을 찾아낸다.
그 자세한 내용을 일일이 인용할 수 없으니, 이 책 212쪽 이하 그리고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참조하시라.
여기에 소크라테스의 죄상 5가지가 자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파이돈』과 『소크라테스의 회상』에서 소크라테스는 전 생애를 정의의 문제에 바친 사람으로 소개된다. 소크라테스야말로 정의의 증인이었다. 그의 삶과 죽음은 그가 만인에게 물었던 것에 대한 답이었다. 진정한 철학(애지)란 그런 것이리라. (244쪽)
그가 지혜를 사랑하는 자임과 동시에 청년들을 사랑하고, 항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 그의 교육자로서의 본질이 있다. 하지만 이것이 청년을 유혹하는 자라는 죄목으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적인 이유였다고도 할 수 있다. (167쪽)
그밖에 : 소크라테스와 에우리피데스의 관계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 소개한다.
소크라테스와 비극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관계에 대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한다.
소크라테스는 한편으로는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한 사람의 독서가였고, 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이를 필사까지 했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독서를 이른바 교실에서 공부하듯 교육적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78쪽)
소크라테스는 아네네 사람들 사이에서 페르시아 전쟁 후에 해외에서 들어온 새로운 사상, 새로운 학문의 파괴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로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혐의는 에우리피데스에게도 씌워져 있었는데, 과거부터 소크라테스를 이 비극 작가의 협력자로 보는 이야기도 이러한 연유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94쪽)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에우리피데스는 단순한 합리주의자 혹은 계몽가로 머무르지 않았다. 소크라테스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94쪽)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에 대하여는 더 이상 언급이 없어 아쉽다. 그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더 설명해주기를 기대했었는데, 아쉬웠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의 특징
첫째, 소크라테스와 관련된 일들에 관해서 가능한 한 출전을 명기하려고 했다. (5쪽)
저자가 한 말 그대로 출전을 표시했나 살펴보자. 이런 식이다.
플라톤, 『소크라테스의 변명』 (31d), 『파이드로스』(242c)
이렇게 출처를 자세하게 밝혀놓고 있다.
둘째, <자세한 찾아보기>가 있다.
이 책 뒷부분에 상당히 자세한 찾아보기를 붙였는데.......... 이 책이 한 번 읽고 내던지는 책이 아니라 나중에 찾아보기를 참고하여 종종 활용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5쪽)
얼마나 자세한지 살펴보자.

얼마나 자세하게 만들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친절은 바로 저자가 자기 글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에서 우러나온 게 아닐까?
이 책, 다시 말하거니와 소크라테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