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들 - 냄새로 기억되는 그 계절, 그 장소, 그 사람 들시리즈 4
김수정 지음 / 꿈꾸는인생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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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들

 

냄새가 난다고 하면 무언가 의심이 간다는 의미렸다.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정말 냄새가 난다고 하면 잘 못된 표현이 될까봐 조심스럽지만그래도 이 책에서는 냄새가 난다.’ 분명 난다.

 

제목이 냄새들이니 냄새가 안 날 수가 있나냄새 난다좋은 냄새가.

이 책에서처럼 냄새를 깊이 들이마시고맡고 파들어간 글아마 처음인 듯 싶다.

 

별의별 냄새가 다 있다마치 냄새 박물관 같다.

다 찾아 적자니 너무 많아 그 중에서 냄새 진한 것으로 몇 개 추려본다,

 

이런 냄새 느껴본 적이 있는지?

 

후각은 참 신기하기도 하지여행지의 사진만 보아도 그때 그곳의 냄새가 느껴진다병에 담아온 것도 아닌데 여행지의 비 냄새바다 냄새나무 냄새가 사진 한 장으로 고스란히 맡아진다. (56)

 

이 글을 읽고 나도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꺼내 보았다사진만 보고도 과연 냄새가 느껴지는지느껴졌을까느끼긴 했다오래된 사진에서 날법한 냄새표현하기도 어려운 그런 오래 됨의 냄새만 맡았을 뿐비 냄새바다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그러니 내가 이런 글을 못쓰는 것 아닌가당연하다.

 

저자가 맡았다는 냄새중나도 맡았던 게 있다다음과 같은 냄새.

 

책장을 넘길 때 코끝에 닿는 파삭파삭한 책 냄새도 좋았다책의 종류에 따라 냄새가 달랐다양장본은 냄새도촉감도 매끈했다재생지로 만든 책에서는 오래된 종이 냄새가 났고올컬러 책에서는 사인펜 냄새가 느껴졌다책마다 냄새가 다르다는 건책을 대하는 나의 마음도 달라진다는 뜻이었다. (153)

 

올컬러 책에서 맡았다는 사인펜 냄새를 제외하고 거의 다 맡은 것도 같다.

 

이런 글기억해두고 싶다,

 

이런! 저자의 감성에 나도 모르게  젖어들어 이런 것 느껴본다. 

 

저자는 <비오는 날의 수채화가사를 옮겨놓고 있는데어라이 노래 알고 몇 번 분명 부른 적이 있건만가사를 눈으로 다시 읽어보니내가 알던 노래가 아닌 듯 새롭게 다가온다.

 

빗방울 떨어지는 그 거리에 서서

그대 숨소리 살아있는 듯 느껴지면

깨끗한 붓 하나를 숨기듯 지니고 나와

거리에 투명하게 색칠을 하지

음악이 흐르는 그 카페엔 초콜렛색 물감으로

빗방울 그려진 그 가로등불 아랜 보라색 물감으로 (83)

 

이렇게 다시 적으며 읽어보니이젠 색깔마져 도드라져 보인다돋을새김으로 색이 솟아오르는 듯하다이건 그래서 한번 불러봐야 한다해서 조용히 소리내어 불러본다.

글쓰면서 노래부르기는 처음이다다 저자가 글을 잘 써준 덕분이다.

 

그리운 장소에 대한 추억의 냄새

 

누구에게나 그리운 장소들이 있을 것이다당신이 지금 가장 그리운 곳은 어디인지 가만 떠올려보고한걸음에 달려갈 수 없는 곳이라면 그곳을 떠올릴 만한 냄새들을 찾아보길 바란다분명 어딘가에는 그리움의 흔적이 묻어있을 테니까오늘의 이곳에 충실한 것도 중요하지만 그리움의 마음을 외면하며 살고 싶진 않다그때 그곳의 나도 분명 나의 일부니까오늘의 이곳에 그리움의 향기를 살짝 추가하는 일그렇게 잠깐이라도 여행지를 추억하는 일그것 또한 오늘에 충실한 나만의 방법이라고 말하고 싶다. (121)

 

코로나 19로 인해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이 시절에위의 글은 우리에게 위안이 되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그리움을 그렇게 녹여내면서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방법냄새를 활용하는 제법 그럴듯한 방법이지 않을까?

 

냄새를 더 짙게 하는 문장들표현들

 

그곳에 두고온 내 마음들이기억들이냄새들이 거품과 함께 자작자작 스며든다. (121)

 

여기 이 문장에서 자작자작이란 말이 참 좋게 들려온다,

 

[자작자작 액체가 점점 잦아들어 적은 모양.]

뜻은 분명 액체와 관련된 것이니 스며드는 게 어디 밖으로 소리가 들리지 않을 것인데도우리말로 읽으면 마치 나무로 불을 때는 듯한 소리가 되어냄새가기억들이 코끝으로 전달되는 느낌이 든다냄새가 주는 착후(착시錯視를 본따서 해본 말이다.)현상이 아닐까?

 

사족 착후라는 말을 쓰고 나서사전을 찾아보니 정말 그런 말이 있다.

[착후(錯嗅후각 이상의 하나좋은 냄새를 악취로 느끼는 병이다.]

병이라서 문제긴 하지만.

 

뒤에 가서야 환후라는 단어를 만났다.

 

미세한 환후 현상은 피곤한 한 주를 보낸 주말이면 여지없이 찾아온다. (169)

 

[환후(幻嗅)실제로 나지 아니하는 냄새를 맡는 환각 현상.]

 

겨울이다겨울을 맞이하는 마음다짐 하나!

 

이런 글다가올 겨울에 대비하여 기억해 두고 싶다.

 

바뀐 계절의 냄새를 한 움큼 마시며 오늘 하루를 가뿐히 보내기로 한다코끝을 살짝 들어 새로운 계절과 잘 지내보려 인사한다어느덧어느새새 냄새와 함께 가을이 찾아왔다. (14)

 

맨 마지막 가을이 찾아왔다를 계절마다 살짝 살짝 바꿔가면서 봄여름가을겨울을 맞이하는 다짐으로 삼고 싶다.

 

그래서 이미 겨울을 왔지만, 오늘 겨울을 맞이한다고 생각하고오늘 하루 가뿐히 보내기 위해 코끝을 살짝 들어본다.

겨울이라서 ....... 좋은 냄새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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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어빙 슐먼 지음, 공보경 옮김 / 다니비앤비(다니B&B)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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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셰익스피어다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이탈리아의 베로나에서 만나 사랑을 나누었던 비련의 주인공 로미오와 줄리엣이 시대를 뛰어넘어 미국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에서 다시 만나그 때 못다한 사랑을 이어가고 있다.

바로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이야기가 그렇다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는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화려한 뮤지컬로 평가받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동명의 영화를 소설화한 작품이다. 1957년 초연된 오리지널 뮤지컬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으로 1950년대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 거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인종적 배경을 가진 하층계급 청년들의 사랑과 갈등을 혁신적인 안무와 세련된 음악에 담아 평단의 호평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

 

이 책을 읽기전에 미리 읽어두거나 보면 좋을 작품은 다음과 같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뮤지컬 또는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이 책을 읽으면 아무래도 원작과 비교가 된다.

그래서 이 소설을 읽으면서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이 어떻게 변용(變容)되어 나타나는가를 살펴보면서 읽어가면훨씬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베로나몬터규 가문과 캐풀렛 가문은 오랜 앙숙이어서 만나면 싸우고 심지어 죽이기까지 하는 그런 사이였다그 두 가문의 일원인 로미오와 줄리엣운명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

 

그런 원작이 이 책에서는 뉴욕의 웨스트 사이드란 지역에서 새로운 옷을 입고 재탄생하는데두 가문 대신에 그 지역을 활보하는 갱단이 등장한다. 제트(Jets)파와 샤크(Sharks).

 

서로 용납이 되지 않는 두 파 사이에 항상 전운이 감도는데한 파의 전 보스그리고 다른 파 보스의 누이동생이라는 토니 와이젝과 마리아 누네즈가 만나면서 운명의 장난은 시작된다.

 

이탈리아 베로나캐플렛 집 중앙홀

 

원작에서는 줄리엣의 가문인 캐풀렛의 집에서 열리는 연회에서 두 연인은 처음 만나게 되는데이 소설에서는 어떻게 만나게 될까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에서는 둘이 만나는 장치를 그 마을의 문화회관에서 댄스파티가 열리는 것으로 설정해 놓았다.

 

도시를 장악하고 있는 두 갱단의 무리들이 문화회관에 모이게 되는데그 와중에서도 둘은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다. 그 장면 이렇다 

그때 벽에 기대어 서있는 흰 원피스 차림의 소녀가 토니의 눈에 들어왔다그는 넋을 놓고 소녀를 바라보았고 소녀도 그를 마주 보았다여기를 떠나려는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싹 사라졌다토니 와이젝은 마치 자석에 이끌리듯 마리아 누네즈에게 다가갔다그녀의 갈색 눈을 들여다보며 두 손을 내밀었고그녀에게 이끌려 마법 같은 세계로 들어갔다. (104)

 

마리아 역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105)

 

마리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107)

 

넌 내가 말을 하기도 전에 내 마음을 아는 것처럼 느껴져.” (107)

 

네가 그 말을 했을 때 내 눈앞에 떠오른 이미지가 뭔지 알아불꽃놀이야.”(108)

 

상상속 로켓들이 날아올라 하트와 별 모양으로 터진 뒤 빛의 폭포가 되어 쏟아졌다그는 입술 가까이에 있는 그녀의 손바닥에 충동적으로 입을 맞췄다.  그 순간 그녀의 떨림이 느껴졌다. (109)

 

캐풀렛 집발코니

 

그리고 또하나의 명장면 줄리엣의 집으로 찾아간 로미오가 발코니에서 만나는 장면은 어떻게 구현이 될까?

 

마리아가 사는 집아파크의 층계참에서, 또한 지붕에서 나누는 사랑의 밀어는 압권이다.

그렇게 시대를 뛰어 넘어 두 연인의 사랑은 시작되고 무르익어 가는데.......

 

베로나의 광장로미오가 ....

 

문제는 그 다음이다모두 다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원작에서는 둘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과연 여기에서는 어떻게 될까?

 

먼저 로미오는 머큐시오를 죽인 티볼트를 결투 끝에 죽이게 된다.

티볼트는 캐플렛가문의 사람으로줄리엣의 친척이 된다. 

그래서 결국 로미오는 베로나에서 추방되는데이 작품에서는 그 사건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또 결말은 두 주인공이 모두 죽게 되는데이 작품에서는?

 

결말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다음 목차의 타이틀을 음미해가면서 줄거리를 헤아려 보는 것도이 작품을 읽는 한 가지 방법일 것이다.

 

1. 그들은 널 사랑하지 않아

2. 너한테만 얘기할게

3. 오늘 밤 춤을 추고 싶어

4. 이 심장을 어떻게 하면 좋지?

5. 너희는 다 겁쟁이들이야

6. 우린 싸우지 않아도 돼

7. 나를 꼭 안아줘

8. 본 사람은 아무도 없어

9. 넌 내가 사랑하는 남자야

10. 누군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

 

이런 목소리 들어보자.

 

이 작품의 마지막 장(10. 누군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를)은 로미오와 줄리엣의 결말이 그랬던 것처럼우리에게 호소하는 바가 묵직하게 들려온다싸움을 멈추고사랑할 수 있도록.

 

참고로뮤지컬( 또는 영화)을 이해하는데 이 책은 꼭 필요하다,

영화에서는 많은 내용이 생략되어 있기에두 갱단이 왜 서로 싸우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또한 이 작품의 원본이 되는 뮤지컬즉 우리가 보는 영화에서 들을 수 있는 노래는 오히려 원작보다도이 소설보다도 더 아름답다이 책을 읽은 다음에는 그것도 같이 감상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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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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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저자가 걸으며 눈에 담았던 것들가슴에 담았던 생각들

 

우선 저자가 걸었던 도시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영국에서는 비틀스의 산실인 리버풀

아일랜드의 더불린,

포루투갈의 리스본

스페인의 라만차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등등 (이 부분 목차를 참고하시라)

 

그렇게 유럽또 미국을 거쳐 일본으로중국으로저자는 참으로 많이도 다녔다.

물론 이 책에는 우리나라 도시도 등장한다.

 

그런 도시들을 걸으며 저자는 무엇을 보았을까?

 

문학의 향기를 따라서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저자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소개한다.

또한 제임스 조이스도 빠질 수 없다.

 

제임스 조이스는 더불린 뒷골목의 성지 템풀 바’ 근처 얼 스트리트 입구에 동상으로 서 있다.

또한 베케트는 문학관에서또한 그의 이름을 따라 지은 다리에서 지금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저가가 들른 리스본의 베르트랑 서점에는맨부커 상을 받은 우리의 소설가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가 현지어로 번역되어 비치되어 있다고 한다. (43)

 

스페인의 라만차에서는 라만차의 영원한 기사 돈키호테의 흔적이 살아있다,

마드리드 중심가 네 거리에 마련된 세르반테스 광장에는 그 위대한 작가가 거대한 청동 동상으로 우뚝 서있다. (59)

 

그렇게 문학의 향기를 따라 가는 저자의 발걸음은 미국을 거쳐 일본에서도 여전하다.

 

윤동주의 시비(詩碑)

 

윤동주가 하숙집에서 이 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던 길이다나라 시대를 마치고 교토로 천왕이 옮겨오면서부터 천년 이상 도시를 지키고 있는 강이다말 그대로 오리들이 놀던 강은 압천이라는 정지용의 시로 남았고 윤동주의 나그네」 속에도 그려져 있다이 물은 다시 이마데가와로 나누어지고 시내를 흐르는 수로의 물줄기로 흩어지고 있었다. (135)

 

그렇게 윤동주가 걸었던 길을 따라저자가 따라 걷고나도 따라 걸었다.

그 묘사가 자세하게 되어 있어마치 진짜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었다.

 

베트남 쌀국수는 중국에서

 

진나라 50만 대군은 당시 남월(南越)이던 계림 일대를 정복하지 못했다이민족의 저항에 3년 동안 갑옷을 벗지 못했고 손에서 무기를 놓지 못했다그들은 고향에서 먹던 음식대신 쌀가루인 미펀[米粉]으로 국수를 만들어먹었다 2000년이 지난 지금 진나라 군대의 쌀국수만 베트남의 먹거리로 남았다. (186)

 

베트남에서 먹던 쌀국수의 유래를 뜻밖의 장소에서 듣게 된다.

 

남한 산성겨울에는 가보지 못했다.

 

남한산성청나라와 굴욕적인 역사의 현장인 남한 산성겨울엔 가보지 못했는데저자는 겨울에 간 모양이다.

 

남한 산성에 올랐다세월에 무너지고 퇴색된 성곽을 따라 겨울이 두껍게 스며들어 있었다. (284)

 

여름에도 와봤지만 병자호란을 겪었던 그 겨울철에 다시 꼭 밟고 싶었던 남한산성은 긴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285)

 

그런 소회를 풀어내고 있는 저자를 따라 겨울의 남한산성 따라 걸었다.

 

서도역에서잠시 혼불』 생각

 

간이역 철길에는 잡초가 무성했다몇 년 전 전라선이 옮겨져 문을 닫은 서도역(書道驛)은 쓸쓸하게 가을을 지키고 있었다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전주에서 여수로 내려가다 산성역과 오수역 사이에 지어진 오두막 건물유리창이 깨지고 판자를 덧댄 칸막이 사이로 시간이 흘러들어 남루해진 흔적이 역력했다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기차역이다. (294)

 

최명희 문학관이 서도 역 근처에 있다그곳에 가기 위해 잠시 둘러본 기억이 있는 곳이다.

서도역 이제는 기차도 서지 않는 곳이다그곳은 이제 최명희 문학관의 이정표가 되어 자리잡고 있다최명희혼불의 작가다.

저자는 이 역을 지나 최명희 문학관에 들어서면서최명희의 삶과 인생을 이야기해준다.

 

이중섭과 소와 서귀포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서귀포에 들렀다거기에 가면 당연히 이중섭을 만나야 한다.

내가 만난 것처럼 저자도 이중섭을 만났다.

 

이중섭 미술관과 그가 살았던 집. 

서귀포 서귀리의 연주 현씨 집 3평짜리 토방도 시야에 들어왔다그때 모습대로 초가지붕 끝이 가지런하다솥단지 두 개를 걸고 아이들과 보리풀대죽을 쑤었던 곳목숨을 연명하던 고단한 삶이 녹아있었다그 좁은 공간에서 네 식구가 벌거벗은 영혼을 보듬었던 날의 서귀포 언덕은 고통 그 자체였을 겻이다. (311)

 

같은 심정이 되어글을 읽고 그 때 본 그 집, 그 집앞에서 망연히 서있던,  그 집을 떠올려본다.

 

정조는 책을 펼치면서 어떤 생각을?

 

일본의 도서관을 거닐면서 길어올린 생각장소에 어울리지 않게도 뜻밖에 정조의 글이다.

 

눈 내리는 밤에 글을 읽거나 맑은 새벽에 책을 펼칠 때 조금이라도 나태한 생각이 일어나면 문득 달빛 아래서 입김을 불며 언 손을 녹이는 선비가 떠올라 정신이 번쩍 뜨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141)

 

호치민과 이승만

 

호치민은 한 사람의 이름이면서 도시 이름이 되기도 한다. 베트남이 통일이 되면서 예전 사이공이 호치민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이 부분을 읽으면서그 전에 여행을 다녀온 곳이라 글마다 행간마다 그 의미가 새록새록 다가왔다마침 에펠이 설계했다는 우체국거기에서 여행중 엽서 한 장을 붙인 기억이 나는지라책에 사진으로 올려놓은 그 우체국의 모습은 반갑기까지 했다.

 

저자는 베트남의 영웅이 된 호치민과 우리나라의 이승만 전대통령을 떠올린다비교의 대상이 된 두 사람,

 

한쪽은 넘쳐서 거슬리고 한쪽은 모자라서 아쉽다아시아의 두 민족주의자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벽을 더 넘어야 하는지 생각이 혼란스러워진다. (272)

 

다시 이 책은?

 

걸으면 좋다몸과 맘에 모두 좋다걷는 곳이야 아무래도 좋다산길도 좋고 조용한 숲사이로 난 길도 좋다. 하지만 도시를 걸었다고 말할 수 있으려면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걷는 것도 레벨이 있다해서 이 책의 저처럼 인문학적인 시각을 지니고 걸어야 한다.

그렇게 걷다보면다른 세계를 만난다.

 

그렇게 다른 세계를 만나는 과정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여행은 사유에 양념을 풍성하게 뿌려주는 기막힌 발명품이다낯선 곳과 마주하면 그곳의 이야기들이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 (9)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저자 뒤를 따라 나섰다낯선 곳에서 만나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하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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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죽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다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다나카 미치타로 지음, 김지윤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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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죽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다

 

이 책 소크라테스죽음으로 자신의 철학을 증명하다는 소크라테스를 깊숙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소크라테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이 책소크라테스와 관련된 책들의 주석서이다,

 

소크라테스와 직접 관계를 맺었던 사람 가운에 우리에게 사료를 제공하는 주요 인물은 플라톤과 크세노폰아리스토파네스가 있다. (13) 

그중에 플라톤과 크세노폰은 그에 관련된 책을 썼고아리스토파네스는 그의 희곡에 소크라테스를 등장시켰다 

소크라테스 관련 책들 중 플라톤이 쓴 것은 다음과 같다.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독자가 직접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을 읽어보기를 권한다이 책은 플라톤의 위 작품들에 대한 서문또는 주석과 같은 것이다. (4)

 

그 말이 맞다플라톤의 애독자인 나는 위 작품들을 읽어오고 있었지만이 책을 통해 한 걸음 더 나은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다.

 

예컨대이런 것이다. 

소크라테스의 변명에서 이런 구절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어떤 신적인 또는 초인적인 현상을 경험했는데멜레토스는 고발장에서 이를 희화화한 바 있습니다그런 현상은 내가 어릴 적부터 시작했으며일종의 소리로서 내게 나타납니다그리고 그것은 나타날 때마다 언제나 내가 하려던 일을 하지 말라고 말렸지해보라고 권유한 적은 없습니다. (31d, 천병희 역, 53)

 

이 구절 읽으면서 그 뜻을 제대로 새기지 못했었는데이 책을 통해 비로소 알게 된다.

 

신적인 또는 초인적인 현상이란 다이몬에게서 소리를 듣는 일을 말한다.

이를 다이몬의 신호라고 한다.

이에 대하여는 이 책 4장 <다이몬에 홀려서>에서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파이드로스소크라테스의 변명』 등에는 다이몬의 신호가 항상 금지명령이었다고 명기되어 있다다이몬의 신호는 항상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그것을 막는 것이며 무언가를 하라고 권유하는 일은 어떤 경우에도 없다.’라고 말한다. (111)

 

이어서 저자는 흥미있는 연결점 하나를 소개한다. 

호메로스가 쓴 일리아스에서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과 언쟁하다가 격분한 나머지 그에게 칼을 뽑아들려고 하는데 아테네 여신이 이를 막는다또한 일리아스』 15권에는 활의 명수인 테우크로스가 활시위가 끊어진 것에 놀라 다이몬의 소행이 아닐까 두려워하는데시인이 밝히는 바에 따르면 이는 제우스가 한 일이다.(121)

 

그리고 이어서 말하길,

다이몬의 소행이라고 보는 것은 옛날부터 이어져온 사고방식이고올림푸스 신들의 지배는 시간적으로 뒤에 덧붙여진 새로운 사건으로 후대의 사고방식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121)

 

저자는 소크라테스와 다이몬의 관계를 결론적으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미친 듯이 화를 내는 아킬레우스의 행동은 아테네 여신이 말렸지만소크라테스의 행동은 다이몬의 신호가 개입하여 저지했던 것이다. (121-122)

 

그 뒤에도 소크라테스에게 영향을 끼친 다이몬에 대하여 언급한 내용이 등장한다. (157-158)

 

안다는 것에 대하여 : ‘무지의 지’, 혹은 무지의 자각

 

카이레폰은 델포이에 아폴론 신에게 계시를 구했다.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자가 있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는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자는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 145)

 

소크라테스는 이 신탁을 어떻게 해석했을까?

 

소크라테스는 나를 가장 지혜로운 자라고 선언함으로써 신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가에 관해 끈기있게 생각했다.

 

결국 그는 이렇게 결론을 내렸다.

자기보다 더 지혜로운 사람을 찾아내어 신에게 이렇게 반박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기에 나보다 더 지혜롭고 현명한 사람이 있지 않소그런데 당신은 어째서 나를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하였소?

 

그렇게 해서 그는 많은 사람을 찾아다녔고그들과 대화하면서 지혜로운 사람을 찾고자 하였으나 찾지 못했다.

 

소크라테스의 생각한 가지

 

이 남자는 모르면서 뭐라도 아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나는 모르기 때문에 그대로 모른다고 생각한다. (147)

 

이게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 혹은 무지의 자각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신만이 지혜로운 자라는 일반 명제를 근거삼아 인간의 무지를 폭로해 신의 지혜를 분명히 하는 일이 자신에게 부여된 일이라는 특수한 운명 명제를 끄집어내고 있다. (161)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자는 없다는 신탁은 그것만으로는 특별히 어떤 소명도 포함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소명을 이끌어낸 것은 신이 그런 신탁을 내린 이유에 관한 소크라테스의 해석이었다. (162)

 

소크라테스는 왜 죽음을 택했을까?

 

왜 소크라테스는 독배를 마셨을까?

 

저자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만으로는 소크라테스가 어째서 고소를 당했는지어째서 죽음을 당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다른 책즉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에서 그것을 찾아낸다.

 

그 자세한 내용을  일일이 인용할 수 없으니이 책 212쪽 이하 그리고 크세노폰의 소크라테스의 회상을 참조하시라.

 

여기에 소크라테스의 죄상 5가지가 자세하게 나타나고 있다.

 

파이돈과 소크라테스의 회상에서 소크라테스는 전 생애를 정의의 문제에 바친 사람으로 소개된다소크라테스야말로 정의의 증인이었다그의 삶과 죽음은 그가 만인에게 물었던 것에 대한 답이었다진정한 철학(애지)란 그런 것이리라. (244) 

그가 지혜를 사랑하는 자임과 동시에 청년들을 사랑하고항상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는 점에 그의 교육자로서의 본질이 있다하지만 이것이 청년을 유혹하는 자라는 죄목으로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근본적인 이유였다고도 할 수 있다. (167)

 

그밖에 소크라테스와 에우리피데스의 관계

 

이 책에서 소크라테스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는데그 중 하나 소개한다.

소크라테스와 비극작가인 에우리피데스의 관계에 대한 다음과 같은 구절을 발견한다.

 

소크라테스는 한편으로는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한 사람의 독서가였고마음에 드는 문장이 있으면 이를 필사까지 했는데다른 한편으로는 독서를 이른바 교실에서 공부하듯 교육적으로도 이용하고 있다. (78) 

소크라테스는 아네네 사람들 사이에서 페르시아 전쟁 후에 해외에서 들어온 새로운 사상새로운 학문의 파괴적인 영향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인물로 일반인들의 주목을 받았다이러한 혐의는 에우리피데스에게도 씌워져 있었는데과거부터 소크라테스를 이 비극 작가의 협력자로 보는 이야기도 이러한 연유에서 생겨났을 것이다. (94) 

하지만 소크라테스와 에우리피데스는 단순한 합리주의자 혹은 계몽가로 머무르지 않았다소크라테스에 관해 이야기하자면 ........(94)

 

그리고 에우리피데스에 대하여는 더 이상 언급이 없어 아쉽다그 두 사람의 관계를 어떤 식으로든 더 설명해주기를 기대했었는데아쉬웠다.

 

다시이 책은? - 이 책의 특징

 

첫째소크라테스와 관련된 일들에 관해서 가능한 한 출전을 명기하려고 했다. (5)

 

저자가 한 말 그대로 출전을 표시했나 살펴보자이런 식이다.

 

플라톤소크라테스의 변명』 (31d), 파이드로스(242c)

 

이렇게 출처를 자세하게 밝혀놓고 있다.

 

둘째, <자세한 찾아보기>가 있다 

 

이 책 뒷부분에 상당히 자세한 찾아보기를 붙였는데.......... 이 책이 한 번 읽고 내던지는 책이 아니라 나중에 찾아보기를 참고하여 종종 활용될 수 있는 책이 되기를 바란다. (5)

 

얼마나 자세한지 살펴보자.

 

 

얼마나 자세하게 만들었는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친절은 바로 저자가 자기 글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에서 우러나온 게 아닐까?

 

이 책다시 말하거니와 소크라테스의 진면목을 제대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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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 사용법 - HOW TO USE Latin America
에스피노사 벨트란 리엔.연경한 지음 / 바른북스 / 2021년 10월
평점 :
절판


라틴아메리카 사용법

 

라틴아메리카 사용법 (HOW TO USE Latin America)이란 제목을 가진 이 책은제목만으로 몇 가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먼저 라틴 아메리카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은 아메리카를 구분하는데북과 남으로 구분하여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라고 하는데라틴 아메리카라 함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이 책에서는 그걸 이렇게 밝히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라틴아메리카와 중남미를 혼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중남미는 미주 대륙을 남과 북으로 가르는 지리적 개념이고라틴 아메리카는 앵글로색슨계와 라틴계로 구분하는 문화적 개념이다. (프롤로그 중)

 

그렇게 정의를 내린 다음에이 책의 저술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우리가 편의상 중남미나 라틴아메리카로 통칭하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매우 방대한 세계가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책은 그러한 문제의식에서 중남미 대륙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을 제공하고 각각의 국가에 대해 비교적 새로운 인식을 담으려 노력하였다. (프롤로그 중)

 

그렇게 해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사용법이란 의미가 어떤 것인지 설명이 된다.

 

중남미 대륙에 대한 기본적인 지침과 각 나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담아본다는 것.

 

이 책에 들어있는 국가는 중남미에 위치하고 있는 6개 나라들이다.

목차를 통해 그 나라들의 특징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빛나는 태양의 문명 멕시코

중남미의 가톨릭 대국 브라질

중남미 최고의 매력 국가 아르헨티나

세계에서 가장 긴 나라 칠레

중남미의 검은 다이아몬드 콜롬비아

미완의 혁명 국가 쿠바

 

각각의 나라들에 대한 기초적 정보가 들어있다.

 

저자는 에스피노사 벨트란 리엔연경한그렇게 두 분이 쓴 책인데유로중남미연구소 소장과 연구원으로 재직중인 분들이시다그러니까 유로중남미연구소에서 발행한 책이라 하면 될 것이다.

 

그런데 유로중남미연구소가 어떤 곳인지무엇을 연구하는 곳인지 잘 모르겠다.

중남미는 그래도 무슨 말인지 짐작이 가는데, ‘유로는 무슨 의미인지.

 

Uro(?), 유럽 Euro(?)

 

하여튼 중남미 즉중부와 남부 아메리카에 관하여 연구를 하는 곳인가 싶다.

그러니 이왕 책을 출판하는 김에 그 연구소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홍보겸 해서 소개했으면 좋았을 것인데아쉽다.

 

또 아쉬운 것이 있다.

이 책에는 지도 한 장이 제대로 실려있지 않다지도는 이 책에 단 두 개가 보이는데칠레가 긴 나라(83)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그리고 칠레가 환태평양 지진대에 걸쳐 있다는 것(85)을 보여주는 지도,  그렇게 두 장이 있을 뿐이다물론 요즘 인터넷을 조금만 클릭하면 지도야 금방 나올 테지만그래도 나라를 소개하면서 지도 한 장을 싣지 않았다는 것은글쎄뭐라 설명하기 어렵지 않을까그 나라 수도라든가 그런 설명을 하면서 어디가 어디인지 지도를 통해 보여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 하나 아쉬운 게 있다.

왜 같은 정보를 몇 번 반복하고 있는지 모르겠다일일이 거론하지 않고 그 중 하나만 말하면 이렇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칠레의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중엠파나다라는 음식을 소개하는데연이어서 같은 정보를 두 번 반복하고 있다. 물론 그것을 더 자세하게 소개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 좋겠지만그럴 바에야 하나로 묶어서 더 자세하게 설명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리고 하나는 큰 글씨로 소개하고다른 하나는 작은 글씨로 들여쓰기를 하고 있는데그게 어디 다른 글에서 인용한 것인지아무런 소개도 없이 그렇게 해 놓으니무엇 때문에 그렇게 했는지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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