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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 낯선 곳에서 생각에 중독되다
김경한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0월
평점 :
인문 여행자 도시를 걷다
저자가 걸으며 눈에 담았던 것들, 가슴에 담았던 생각들
우선 저자가 걸었던 도시가 어떤 곳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영국에서는 비틀스의 산실인 리버풀,
아일랜드의 더불린,
포루투갈의 리스본
스페인의 라만차
오스트리아의 비엔나.....등등 (이 부분 목차를 참고하시라)
그렇게 유럽, 또 미국을 거쳐 일본으로, 중국으로, 저자는 참으로 많이도 다녔다.
물론 이 책에는 우리나라 도시도 등장한다.
그런 도시들을 걸으며 저자는 무엇을 보았을까?
문학의 향기를 따라서
아일랜드의 더블린에서 저자는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소개한다.
또한 제임스 조이스도 빠질 수 없다.
제임스 조이스는 더불린 뒷골목의 성지 ‘템풀 바’ 근처 얼 스트리트 입구에 동상으로 서 있다.
또한 베케트는 문학관에서, 또한 그의 이름을 따라 지은 다리에서 지금도 고도를 기다리고 있다.
저가가 들른 리스본의 베르트랑 서점에는, 맨부커 상을 받은 우리의 소설가 한강의 책 『채식주의자』가 현지어로 번역되어 비치되어 있다고 한다. (43쪽)
스페인의 라만차에서는 라만차의 영원한 기사 돈키호테의 흔적이 살아있다,
마드리드 중심가 네 거리에 마련된 세르반테스 광장에는 그 위대한 작가가 거대한 청동 동상으로 우뚝 서있다. (59쪽)
그렇게 문학의 향기를 따라 가는 저자의 발걸음은 미국을 거쳐 일본에서도 여전하다.
윤동주의 시비(詩碑)
윤동주가 하숙집에서 이 길을 따라 학교를 오가던 길이다. 나라 시대를 마치고 교토로 천왕이 옮겨오면서부터 천년 이상 도시를 지키고 있는 강이다. 말 그대로 오리들이 놀던 강은 「압천」이라는 정지용의 시로 남았고 윤동주의 「나그네」 속에도 그려져 있다. 이 물은 다시 이마데가와로 나누어지고 시내를 흐르는 수로의 물줄기로 흩어지고 있었다. (135쪽)
그렇게 윤동주가 걸었던 길을 따라, 저자가 따라 걷고, 나도 따라 걸었다.
그 묘사가 자세하게 되어 있어, 마치 진짜 길을 따라 걷는 기분이었다.
베트남 쌀국수는 중국에서
진나라 50만 대군은 당시 남월(南越)이던 계림 일대를 정복하지 못했다. 이민족의 저항에 3년 동안 갑옷을 벗지 못했고 손에서 무기를 놓지 못했다. 그들은 고향에서 먹던 음식대신 쌀가루인 미펀[米粉]으로 국수를 만들어먹었다 2000년이 지난 지금 진나라 군대의 쌀국수만 베트남의 먹거리로 남았다. (186쪽)
베트남에서 먹던 쌀국수의 유래를 뜻밖의 장소에서 듣게 된다.
남한 산성, 겨울에는 가보지 못했다.
남한산성, 청나라와 굴욕적인 역사의 현장인 남한 산성, 겨울엔 가보지 못했는데, 저자는 겨울에 간 모양이다.
남한 산성에 올랐다. 세월에 무너지고 퇴색된 성곽을 따라 겨울이 두껍게 스며들어 있었다. (284쪽)
여름에도 와봤지만 병자호란을 겪었던 그 겨울철에 다시 꼭 밟고 싶었던 남한산성은 긴 세월을 이겨내고 있었다. (285쪽)
그런 소회를 풀어내고 있는 저자를 따라 겨울의 남한산성 따라 걸었다.
서도역에서, 잠시 『혼불』 생각
간이역 철길에는 잡초가 무성했다. 몇 년 전 전라선이 옮겨져 문을 닫은 서도역(書道驛)은 쓸쓸하게 가을을 지키고 있었다. 시간이 멈춰버린 듯했다. 전주에서 여수로 내려가다 산성역과 오수역 사이에 지어진 오두막 건물, 유리창이 깨지고 판자를 덧댄 칸막이 사이로 시간이 흘러들어 남루해진 흔적이 역력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기차역이다. (294쪽)
최명희 문학관이 서도 역 근처에 있다. 그곳에 가기 위해 잠시 둘러본 기억이 있는 곳이다.
서도역 이제는 기차도 서지 않는 곳이다. 그곳은 이제 최명희 문학관의 이정표가 되어 자리잡고 있다. 최명희, 『혼불』의 작가다.
저자는 이 역을 지나 최명희 문학관에 들어서면서, 최명희의 삶과 인생을 이야기해준다.
이중섭과 소와 서귀포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서귀포에 들렀다. 거기에 가면 당연히 이중섭을 만나야 한다.
내가 만난 것처럼 저자도 이중섭을 만났다.
이중섭 미술관과 그가 살았던 집.
서귀포 서귀리의 연주 현씨 집 3평짜리 토방도 시야에 들어왔다. 그때 모습대로 초가지붕 끝이 가지런하다. 솥단지 두 개를 걸고 아이들과 보리풀대죽을 쑤었던 곳, 목숨을 연명하던 고단한 삶이 녹아있었다. 그 좁은 공간에서 네 식구가 벌거벗은 영혼을 보듬었던 날의 서귀포 언덕은 고통 그 자체였을 겻이다. (311쪽)
같은 심정이 되어, 글을 읽고 그 때 본 그 집, 그 집앞에서 망연히 서있던, 그 집을 떠올려본다.
정조는 책을 펼치면서 어떤 생각을?
일본의 도서관을 거닐면서 길어올린 생각,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도 뜻밖에 정조의 글이다.
눈 내리는 밤에 글을 읽거나 맑은 새벽에 책을 펼칠 때 조금이라도 나태한 생각이 일어나면 문득 달빛 아래서 입김을 불며 언 손을 녹이는 선비가 떠올라 정신이 번쩍 뜨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141쪽)
호치민과 이승만
호치민은 한 사람의 이름이면서 도시 이름이 되기도 한다. 베트남이 통일이 되면서 예전 사이공이 호치민이라는 이름으로 바뀐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그 전에 여행을 다녀온 곳이라 글마다 행간마다 그 의미가 새록새록 다가왔다. 마침 에펠이 설계했다는 우체국, 거기에서 여행중 엽서 한 장을 붙인 기억이 나는지라, 책에 사진으로 올려놓은 그 우체국의 모습은 반갑기까지 했다.
저자는 베트남의 영웅이 된 호치민과 우리나라의 이승만 전대통령을 떠올린다. 비교의 대상이 된 두 사람,
한쪽은 넘쳐서 거슬리고 한쪽은 모자라서 아쉽다. 아시아의 두 민족주의자를 보면서 우리는 어떤 벽을 더 넘어야 하는지 생각이 혼란스러워진다. (272쪽)
다시 이 책은?
걸으면 좋다. 몸과 맘에 모두 좋다. 걷는 곳이야 아무래도 좋다. 산길도 좋고 조용한 숲사이로 난 길도 좋다. 하지만 도시를 걸었다, 고 말할 수 있으려면,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
걷는 것도 레벨이 있다. 해서 이 책의 저처럼 인문학적인 시각을 지니고 걸어야 한다.
그렇게 걷다보면, 다른 세계를 만난다.
그렇게 다른 세계를 만나는 과정을 저자는 이렇게 설명한다.
여행은 사유에 양념을 풍성하게 뿌려주는 기막힌 발명품이다. 낯선 곳과 마주하면 그곳의 이야기들이 또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간다. (9쪽)
낯선 곳으로 떠나고 싶어, 저자 뒤를 따라 나섰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하는 기대와 설렘을 안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