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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빠져드는 문학 ㅣ 인문학이 뭐래? 5
햇살과나무꾼 지음, 오승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1년 12월
평점 :
알면 빠져드는 문학
이 책은 우리가 좋아하는, 해서 읽고 싶은 작가 24명을 소개하고 있다.
그 이름 불러본다.
빅토르 위고, 셰익스피어, 안데르센, 톨스토이,
스티븐슨, 생텍쥐페리, 카프카, 스토,
스위프트, 이백과 두보, 괴테,
헤밍웨이, 루이스 캐럴, 도스토옙스키, 플로베르,
세르반테스, 린드그렌, 헤르만 헤세, 루쉰,
안네, 오웰, 박경리, 윤동주.
작가들 이름을 부르다 보면 그들이 쓴 작품이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작품 소개를 어떻게 하느냐, 그게 이 책이 다른 책에 비해 다른 점이다.
이런 문학작품을 다룬 책은 대개 작품 소개, 작자 소개, 작품 줄거리와 작품의 의미 정도에서 그치기 마련인데, 이 책은 그 주안점이 다르다.
어떤 점이 다를까?
이 책은 ‘이 이야기들을 통해 세계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좇아가며 문학가의 고뇌와 작품의 주제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다. (머리말)
해서 다른 책들과는 다르게 책을 쓴 배경과 창작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이 책의 특징이다. 몇 가지 작품, 그 이야기를 간추려본다.
장발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린 빅토르 위고의 『레 미제라블』 (10쪽)
위고는 가난하고 비참한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프로방스 지방을 여행하다가 실제로 피에르 모랭이라는 전과자와 미욜리스 주교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모랭은 빵 하나를 훔친 죄로 5년이나 감옥살이를 했다. 출소 후에 새사람이 되어 살아보려고 했으나 전과자라는 낙인이 찍혀 여러 고난을 겪게 된다. 그런 모랭에게 미욜리스 주교가 따뜻하게 받아주고 감싸주었다는 이야기였다.
1845년, 위고는 피에르 모랭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가난 때문에 죄를 저지른 한 사내가 주교의 조건 없는 사랑에 힘입어 새사람이 되고 선행을 베풀다가 죽는다는 내용을 뼈대로, 약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형벌 제도와 전과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고발하는 이야기였다.
끝없이 고뇌하고 번민하는 인간상을 그린 셰익스피어의 『햄릿』 (22쪽)
셰익스피어는 복수극을 써보려고 마음 먹었는데, 그 작품 창작 과정을 마치 셰익스피어의 속을 다 들여다본 것처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먼저 셰익스피어는 다른 극단의 작품들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인물들은 너무 평면적이었다. 악인은 처음부터 끝까지 악하기만 했고, 이에 맞서는 주인공은 처음부터 복수만 생각했다.
그렇게 기존 작품들의 문제점을 간파한 셰익스피어는 지금까지의 복수극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복잡하고 다면적인 인물을 창조하는 것을 목표로 정하고, 작품을 쓰기 시작한다.
그게 바로 우리가 읽고 있는 『햄릿』이다.
『햄릿』에 등장하는 햄릿은 그 속에 끝없이 번민하고 고뇌하는 인간상이 들어있다.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틀에 박힌 전형성에서 벗어나 개성적이고 입체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셰익스피어의 성가를 드높이게 했다.
자신의 소설 속 주인공처럼 죽음을 맞이한 생텍쥐페리
전하는 바에 따르면 그를 태운 비행기가 보르고 기지가 있는 바스티아에서 북쪽으로 가다가 독일군에 의해 격추당했다고 한다.(58쪽)
노예 해방을 앞당긴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도망 노예들을 돕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애써오던 스토 부인은 시누이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그 편지 말미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내가 새언니처럼 글을 잘 쓴다면 노예들의 참상을 알리는 소설을 쓰겠어요.’
그 말을 읽고 스토 부인은 결심한다. 글로 써서 노예들의 참상을 널리 알리겠다고. (69쪽)
괴테가 60여 년에 걸쳐 완성한 근대 문학의 걸작 『파우스트』 (108쪽)
파우스트는 독일 지역에 널리 퍼져있는 전설로, 연금술사 파우스트가 지식과 권력을 얻으려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지만 결국 만족하지 못하고 파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괴테는 이러한 파우스트에 대한 해석에 동의할 수 없었다.
괴테는 파우스트를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 인간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결국 괴테는 파우스트 전설을 재조명하는 희곡을 쓰기로 마음먹게 된다.
괴테가 『파우스트』를 통해 보여주려고 했던 것은 인간은 누구나 방황하게 마련이지만 인류애와 인간에 대한 헌신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노력하면 높은 차원의 이상적인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인간의 의지를 그린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는 친구와 함께 쿠바의 북쪽 해안을 항해하다가 작은 배에서 상어떼와 사투를 벌이는 늙은 어부를 보았다. 어부는 커다란 청새치를 잡아 배에 매단 채 끌고 오고 있었다. 그런데 상어들이 피 냄새를 맡고 몰려와 청새치 살을 물어뜯자, 작살로 상어들을 쫓아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던 것이다.
얼마 뒤 헤밍웨이는 그 노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헤밍웨이는 그 죽음은 안타깝지만, 비록 뜻했던 바는 이루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했으면 그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 끝에 그 이야기를 소설로 꾸며보자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것이 『노인과 바다』라는 소설이 된다. (113쪽)
자아를 발견하는 과정을 그린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인간의 내면에는 선과 악이라는 대립적인 요소가 있어 그 둘이 끝없이 부딪치기 때문에 인간이 방황하게 된다. 하지만 헤세는 무조건 선을 따라야만 한다는 틀에 박힌 교훈을 전하지 않는다. 악을 경험해 보지 못한 선은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악의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고 보았기에 선과 악을 모두 경험하고 성찰하여 그 안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86쪽)
그게 『데미안』을 관통하는 헤세의 생각이었다.
다시, 이 책은?
원래 이 책을 손에 든 이유는 단지 하나 이 책이 아동용이기 때문이다. 아동용이라 쉽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쉽게 읽어 소개된 문학 작품들을 요약하여 한눈에 꿰어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랬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책이 아동용이 맞는가 의문이 들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다루고 있는 내용도 천편일률하고는 거리가 먼, 진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고품격 문학작품 해설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