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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 폼 나는 명언 ㅣ 인문학이 뭐래? 3
햇살과나무꾼 지음, 오승민 그림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21년 3월
평점 :
알면 폼 나는 명언
“주사위는 던져졌다.”
“너 자신을 알라.”
“내 죽음을 알리지 마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이런 말, 흔히 우리는 명언이라고 기억한다.
짧고 명쾌한 문장으로 그 뜻을 전달하는 데 무척 효과적인 게 명언이라서, 지금도 유명인이나 작품 속에서 의미있는 말들을 명언으로 기억하려고 추려내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명언을 맥락에 관계없이 쓰다가는 실수하기 딱 좋다.
그러니 그 명언의 전후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되는 명언들을 살펴보니, 그간 우리가 알고 있던 명언들이 그간 알려졌던 것과 다르다는 것이 의외로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명언들 중에는 구절만 전해지다 보니, 정작 그 말을 한 사람의 의도와는 다르게 이해되기도 하고, 또 그 말을 한 사람이 잘못 알려져 있는 경우도 있다.
그중에 몇 개 적어둔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이 말은 카이사르가 해서 유명해졌지만,
사실은 그리스의 희극 작가 메난드로스의 작품에 나오는 말이다.
이 말은 ‘돌이킬 수 없다’ 또는 ‘운명에 맡긴다’는 뜻으로 쓰인다. (14쪽)
천재는 1퍼센트의 영감과 99퍼센트의 노력으로 이루어진다.
에디슨이 한 말인데, 이 말을 그는 직접 증명해보였다.
그가 전구를 발명할 때의 일인데, 필라멘트를 개발하기 위해 무려 1,200번의 실험을 했고 1,200번의 실패를 맛보았다. 그만큼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결국 그는 탄소로 만든 필라멘트를 만드는데 성공했는데,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백열전구다.
그런데 그 백열전구는 에너지의 95%를 열을 내는 데 쓰고 5%만 빛을 내는 데 쓰기 때문에 에너지 낭비가 심하다. 그래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백열전구의 사용을 중단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5쪽)
“악법도 법이다.”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그는 이 말을 하고 사형판결을 담담하게 받아들여 독배를 마시고 죽었다. 그런데 그가 크리톤에게 남긴 유언에 대해 오해하는 경우가 있어, 여기 적어둔다.
“크리톤, 내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졌는데, 자네가 갚아주겠나?”
여기서 아스클레피오스는 의술의 신을 말한다.
당시 그리스에서는 병에 걸렸다 나으면 의술의 신인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제물을 바쳤는데,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죽음으로써 ‘삶’이라는 병이 나았으므로 아스클레피오스에게 수탉 한 마리를 빚졌다고 한 것이다. (27쪽)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온다고 해도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 말을 한 사람이 우리나라에서는 스피노자로 알려졌으나,
서양에서는 마르틴 루터 또는 마틴 루터 킹이 한 말로 알려졌다.
재미있는 것은 이 그들 중 누구도 그런 말을 했다는 기록이 없다는 것이다. (51쪽)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그런 말 한 사람은 발견되지 않는데, 그 말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이럴 때 최초 발언자가 누구인지 알기 위해 현상수배라도 해야 하는지?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말을 이승만 전대통령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상을 보면 이승만 전대통령이 그 떨리는 특유의 목소리로 이 말을 하는 게 있다.
그런데 미국 독립 혁명의 지도자 패트릭 헨리가 1799년 3월 4일에 한 연설에서 이 말을 했다고 한다. 또한 이 말은 이솝 우화 <네 마리 황소와 사자>라는 이야기에서 나오기도 한다. (61쪽)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
이 말은 안중근 의사의 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쓴 글씨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하지만, 실상 이는 그가 한 말이 아니다.
중국의 『추구(推句)』라는 책에 이런 글이 보인다. (78쪽)
“一日不讀書 口中生荊棘”
“일일부독서 구중생형극”
“내 사전에 불가능은 없다.”
나폴레옹이 한 말이다.
그러나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불가능은 프랑스 말이 아니다.” (91쪽)
“신은 죽었다.”
니체가 한 말, 맞다.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그가 한 말의 진의는 신이 (생물학적으로) 죽었다는 말이 아니다.
어떻게 신이 생물학적으로 죽을 수 있겠는가?
그가 그렇게 말한 것은, 신이 정말로 죽었다는 말이 아니라 신이 더이상 도덕이나 종교로서 기능하지 못하다는 의미이다. (125쪽)
“빵이 없으면 과자를 먹으면 되지.”
이는 프랑스의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말로 알려져있으나, 사실이 아니다.
그녀가 이런 말을 했다는 기록은 없다.
루소가 쓴 책 『고백록』에 백성들의 가난에 무감각한 어느 왕비가 한 말이라는 기록이 있지만 그 어느 왕비가 마리 앙투아네트라고 보기는 어렵다. 왜냐면 그 책은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릴 때 나온 책이기 때문이다. (148쪽)
다시, 이 책은?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로 유명한 영국의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은
지식을 중시한 그는 수필집의 <학문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독서의 방법을 이렇게 말했다.
“어떤 책은 맛만 보고, 어떤 책은 삼키고, 어떤 책은 잘 씹어서 소화시켜야 한다.” (69쪽)
그 말처럼 유명한 명언은 잘 씹어서 소화시킨 다음에 사용해야 한다.
이 책 그렇게 명언을 잘 소화시키게 도와주는 책이다.
더하여서 이렇게 명언이 탄생한 배경을 살피다 보니, 그 말을 한 사람을 둘러싼 상황이 보이고, 결국 역사와 인물이 보인다. 명언을 통해서 역사 공부와 사람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으로 역사, 인물, 명언, 이렇게 세 가지를 한꺼번에 공부하게 되니 토끼 세 마리를 잡는 셈이다.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