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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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 책에는 모두 6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모두 SF 소설이다.

 

겨울 시대

즐거운 초감시 사회

인간들 이야기

중유맛 우주 라멘

기념일

No Reaction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소설

 

이런 대목 읽어보자.

 

인생을 두 가지 단계로 나눈다고 하면 성장과 노화가 될 것이다. (225)

 

이렇게 인생을 딱부러지게 정의한 글을 본 적이 있을까?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가 아주 명료하게 보여주는 글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다음 읽어보자.

성장을 또 다시 나눈다. 육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육체적인 면은 몇 살이 되면 완성이 되고 그 다음부터는 노화 단계로 들어서고, 또 정신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시작되는 소설이 <기념일>이다.

그런 주제가 언급이 되는데, 그 주제는 다른 작품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신교 교헤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일을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만한 사고력이 형성되었을 무렵 (.........) (118) <인간들 이야기>

 

이런 대화도 정신적인 성장을 측정하는 소재가 된다.

 

구슬 토끼 설계자는 대체 왜 고기를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을까?

동물 고기는 대체로 맛있잖아.

기껏 보호색을 띠는데 고기가 맛있으면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쏴버리잖아. 불쌍하게. (19)

<겨울 시대>

 

이 대화를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심성, 즉 정신세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연민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논픽션이고 어디가 창작인지?

 

작품을 읽다보면, 과연 이 부분은 실제 사실일까, 하고 짚어보는 부분이 등장한다.

예컨대 <인간들 이야기>가 그런 경우다.

 

그 작품을 읽다가 여기저기 과학적인 사항이 등장해서, 어디까지가 진짜 사실이고 어디부터 창작인지 궁금한 부분을 많이 만났다. 다행하게도 저자가 <작가 후기>에서 그 부분을 언급해놓아서 두 가지 경우를 구분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화성에서 불균일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나사와 유럽우주국의 탐사선이 확인했다는 부분이 논픽션, 즉 사실이라는 것이다. (323)

 

즐거운 패러디 <즐거운 초감시사회>

 

조지 오웰의 <1984>를 아주 신선하게 패러디한 작품이 바로 <즐거운 초감시사회>.

여기에서 초감시사회는 그 의미가 퇴색되고, 감시당하는 사람들은 감시 장치를 오히려 즐겁게 활용한다.

예컨대 <1984>에 등장하는 증오의 시간은 여기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바뀌어 증오를 발산하는 것을 성량과 타이밍을 평가하고 지역별로 점수를 매기게 된다. (75)

 

그런 게임의 결과 정치범은 외계인 급으로 비현실적인 존재라는 인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여기에서 저자의 창의력이 드러난다. 즐겁게 비틀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저자가 과학자라서 이런 것도 배운다.

 

공룡에 대하여.

예전에는 공룡하면 도마뱀이나 악어를 닮은 동물이었는데 (......) 지금은 새 같은 모습이다.


공룡 모습이 변한 건가요?

공룡은 변하지 않아. 한참 옛날에 멸종했으니까. 변한 건 인간의 지식이야. 새로운 화석이 발굴되거나 분자 해석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조류에 가까운 계통이란 게 밝혀졌지. (133)

 

샘플 리턴 :

다른 행성에서 생물이 있을만한 장소를 발견하면 지면을 한 삽 떠서 지구로 가지고 돌아와. 그런 걸 분석해서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하는 거야. (139)

 

연구자의 소질이란 뭘까요?

현실을 타인과 다른 각도에서 보는 능력이다. (263)

 

다시, 이 책은?

 

저자 이스카리 유바는 일단 과학자다.

소설가이기 전에 과학자이기 때문에 그의 글은 무척이나 과학적이다. 여기 실린 6편의 소설이 모두 그렇다.

 

SF 가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 책처럼 재미있고 의미있는 SF는 처음이다. 해서 이 책의 저자 이스카리 유바를 기억해둘 작가로 챙겨놓게 되었다.

 

한 가지 사족이다.

 

<기념일>, 그 작품에서는 먼저 마그리트의 <기념일>이라는 그림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런 이름을 가진 마그리트의 그림이 있는지?

 

인터넷 자료만 검색해서 그런지, 마그리트 작품 목록에는 <기념일>이란 게 없다.

그 작품과 걸맞는 그림을 찾아보자면, <피레네의 성(1959)>이 있다.

 

혹시 일본에서는 다른 어떤 그림이 <기념일>이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작품의 주인공에게 서른 살 때 집안을 가득 채운 거대한 바위가 찾아온 것이다. (226)

 

그런 바위,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이란 작품에 보인다.



 

(혹시 <기념일>이란 작품에 관한 정보를 갖고 계신 분, 알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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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오윤희 지음 / 리프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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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숙과 제이드

 

소설이다. 장편소설.

이 소설은 모녀의 이야기다. 어머니 영숙과 딸 제이드, 그 두 모녀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 인물은 단촐하다.

 

어머니와 딸, 그리고 그 주변의 남자들(?)이 등장한다.

 

영숙 (수지 데이비드) : 제이드의 어머니.

제이드 : 영숙의 딸.

이 소설은 영숙과 제이드, 그러니까 모녀 2대에 걸친 이야기다.

 

남자들은 어디 있을까?

실상은 남자들이 일을 저질러 놓고, 그 흔적을 치우는 것은 여자 몫이다.

그런 내용이 대를 이어 일어난다.

 

영숙은 아내, 남편은 존. 그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이 제이드다.

영숙의 딸 제이드는 이윽고 아내가 된다. 남편은 마크.

그 둘 사이에 태어난 딸은 케이트.

 

소설의 구조, 이야기의 진행

 

영숙과 제이드, 두 모녀의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맨 처음에는 두 모녀가 같이 등장하지만, 이윽고 엄마가 죽고 딸이 어머니의 참 모습을 찾아가려고 엄마의 세월을 따라간다.

 

엄마의 비밀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딸 눈에 이상하게 여겨졌던 엄마의 인생이 서서히 그 막을 걷고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야기인즉,

 

영숙은 소위 말하는 양공주다. 한국에 주둔하는 미국 병사에게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여인을 말하는 용어 양공주다.

물론 영숙은 원해서 양공주가 된 것은 아니다. 집이 가난해서 서울에 식모살이를 하다가 그 집의 아들놈이 추접한 짓을 했는데, 오히려 피해를 본 것은 영숙이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쫓겨나고, 잘 못 발을 디딘 곳이 양공주촌이었던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 끝에 그래도 마음씨 착한 미군 병사를 만나 미국에 오게 되었다.

여기서 온다는 표현은 이 소설의 무대가 미국이니까 그렇게 표현한 것이다.

 

미국에 온 후 아이를 낳고 행복하게 사는가 싶더니, 그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버지 존은 집을 나가고 ......

 

딸 제이드의 인생은?

 

그러면 딸 제이드라도 잘 살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딸 제이드도 엄마나 나나 남편 복은 꽝인가 봐요”(112)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남편과는 이혼하게 된다.

물론 이혼한다고 해서 남편 복이 꽝이라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삶이 평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 새겨볼 말들

 

결혼의 바탕은 사랑이 아니다. 부부 관계란, 둘 간의 요구와 욕망에 기반을 둔 이해관계일뿐이다. (6)

 

어떤 물건은 사용하기 위해 갖고 있는 게 아니야. 기억하기 위해 갖고 있는 거지. (14)

 

아이를 낳아보면 엄마에게 감사하게 된다는 진부한 말이 무슨 뜻인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 (97)

 

다시, 이 책은?

 

우린 버려진 사람들이에요. 가족으로부터, 국가로부터.”

순자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난 떳떳해요. 그 누구에게도 죄를 짓지 않았으니까. 죄를 지은 사람은 오히려 나를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지.” (293)

 

제이드가 엄마의 흔적을 따라가다가 만난 순자라는 사람에게 들은 말이다.

순자 역시 양공주였다. 그래서 순자는 영숙의 인생을 이해했다. 동병상련이니까.

그러나, 그들이 버려진 사람들이었다는 말이 과연 맞는 말일까?

 

화자인 딸은 이런 말로 이 책의 마무리, 그리고 엄마의 인생을 이렇게 정의한다.

 

어떤 이는 엄마를 타락한 여자라 불렀고,

다른 이는 엄마를 가리켜 피해자라고 했다.

하지만 내게 있어 엄마는

불친절한 운명과 용감히 싸웠던 생존자였다. (298)

 

읽고 나면 씁쓸해지는 소설. 그러나 읽어야 할 소설이다.

저자는 써야할 이야기를 썼다. 개인의 역사가 곧 나라의 역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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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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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먼저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지도를 두 장 옆에 두면 좋겠다,

튀르키예의 지도와 유럽 지도.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은 튀르키예와 유럽 전역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니 지도를 펴놓고, 등장인물들의 행선지를 따라가며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의 의미와 가치

 

2차 대전 즈음하여 유럽은 한바탕 나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많은 사람이 참혹한 고통을 당했다. 말로,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나게 참혹한 고통 당한 사람들. 그 수는 얼마나 될까?

 

특히 유대인들은 그 고통의 한복판에 있던 사람들이다.

물론 히틀러 나치 이전에도 유대인은 고통받았지만 히틀러한테는 더더욱 그랬다.

무슨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지, 히틀러는 아예 작정하고 유대인들을 잡아 죽이려들었던 게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유대인들, 이 책에 등장한다.


등장인물


바야흐로 나치가 유럽을 쓸고 다닐 때의 일이다.

유대인은 유럽 어느 곳이 있든지, 고통이었다. 

그러한 시절이다. 그런 곤고한 시절에 유대인 근처에만 있어도 날벼락을 맞기 십상인데,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터키, 튀르키예 사람들이다.

 

마짓 데브레스 : 남편, 외무부 관리

사비하 : 아내

휼랴 : 딸 

셀바 : 사비하의 여동생

라파엘 알판다리 : 셀바의 남편

파즐 : 셀바와 라파엘의 아들

베누아 : 라파엘의 동업자

 

파즐 레삿 (장군) : 사비하, 셀바의 아버지

타륵 아르자 : 외무부 관리, 주 파리 대사관 2등 서기관.

 

그리고 그밖의 많은 사람들

 

유대인과 관련하여, 이런 역사적 사건 기록해두고 싶다.

 

튀르키예와 관련된 유대인의 이주 역사, 이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스페인은 유대인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던 곳이어서.... (181)

 

14923월 스페인 국광 돈 페르디난드와 여왕 도나 이사벨라가 공동으로 서명한 칙령에 따라 나쁜 기독교인 즉, 스페인 내에 살고 있던 유대인은 자신의 재산을 7월까지 처분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스페인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매각한 재산, 토지 대금, 소지하고 있던 금은보석과 현금은 가지고 갈 수 없었고, 7월까지 스페인을 떠나지 않거나 다시 돌아온 자는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처형당할 운명이었다. (173)

 

같은 해 오스만제국의 제 8대 술탕 베야지드 2세는 칙령으로 스페인에서 추방된 25만명의 유대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대인은 소유한 모든 것을 두고 스페인 항구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낡은 배에 실려 고통스러운 항해를 한 뒤,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터키인의 나라에 도착했다.

 

유대인을 자신의 제국으로 받아들인 황제 베야지드 2세는 이렇게 말했다.

페르디난드가 현명한 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실은 유대인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었고 내 제국은 부유해졌다는 것이다. ”(174)

 

1492년 스페인의 국왕 페르디난드 2세가 재산과 돈을 빼앗은 뒤 추방한 유대인을 당시 오스만제국의 술탄은 자신의 영토로 받아들였죠. 그 유대인의 종교, 언어, 경제 활동에 자유를 부여하고 정착할 수 있는 마을을 제공했어요. (268)

 

총명하고 통찰력이 있는 술탄이기 때문이죠. 수 세기 동안 유대인은 오스만제국의 가장 충성스럽고 성실한 국민이었거든요. 오스만제국이 패망해 갈 때도 다른 소수 민족처럼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짓은 하지 않았어요. (268)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그런 고통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생각이 깊어진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옮겨놓고 있다.

사람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도리어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여기에서 배운다.

    

하지만 종교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 않을까. (106)

 

죽음이 멀리 있을 때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면 당장 달아나야 하는 냉혹한 적이 되어버렸다. (180)

 

사랑도 대리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부모는 남편을 대신할 수 없고, 남편은 부모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228)

 

여기에는 음악도 흐른다.

 

저자는 이 책 도처에 음악이 흐르게 하고 있다.

어찌보면 음악이 가당키나 할까 싶을 정도의 상황인데, 저자는 그럴수록 있어야 할 게 음악이 아니냐는 듯, 도처에 음악을 흐르게 한다.

 

엄마가 뭘 하는지 보자꾸나. 우리가 부탁하면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해줄지도 모르잖니. (192)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이 있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 (244)

 

들어보세요. 다 다아 다 다다 다아아 다.... 정말 멋진 협주곡이에요. (248)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도 있나요? (249)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브람스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서, 읽어본다면?

 

다시, 이 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서스펜스. 스릴러?

숨막히는 긴장감이 페이지 도처에서 출몰한다.

이 책의 제목조차 그렇다. 이 책의 제목 네페스 네페세의 뜻은 숨 막히는’, ‘긴박한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각오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숨을 참고,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시간여행을 한다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그러니 위에 적어놓은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읽어보면 어떨까?


저자가 글을 끌어가는 솜씨가 독자들을 힘들게 한다. 왜 그리 글을 잘 끌어가는지.

읽는 내내 마치 내가 다 그 기차 속에 있었던 기분, 바로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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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 안녕 기차역 특서 청소년문학 4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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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호 식당 5 안녕 기차역

 

이 책은 소설이다.

<구미호 식당> 시리즈로 이제 다섯 권째가 된다.

제목은 <안녕 기차역>

 

등장인물은?

 

강시연 :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이다.

시연이를 비롯하여 여러 명의 학생이 등장한다.

한이온, 미리, 나유재, 미리, 동주

 

그리고 기차역과 관련하여 몇 명 더 등장하는데, 이 소설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거의 없다시피 하니 소개할 필요가 없겠다.

이 책에서 <안녕 기차역>이라는 것은 어찌보면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만 쓰이는 장치에 불과하다. 실제 이야기는 강시연을 둘러싼 아이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아이들, 학생들에게 세상은?

 

학생들에게 학교는 어떤 것일까?

아마 학생들에게 학교는 세상 그 자체일 것이다.

그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시간을 보내고, 또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이 대개는 학교에서 만나는 인물들이니 말이다.

 

이 소설에서 이온이라는 학생에게 세상은 학교다.

그래서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 즉 교사와 친구들인 학생들이 이온에게는 이 세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존재들인 것이다.

그래서 이온은 그들과 어떤 형태로든 관계를 맺게 되는데, 그게 문제다.

가족관계에서 받은 상처로 인해 학교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갈등을 야기하고, 그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해소하려고 한다.

 

이 소설의 기본 줄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온이 가지고 있는 상처, 그것을 풀어내는 방법, 그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아이들이 있다.

 

이온은 어떤 아이일까? 이런 말이 이온을 설명해주는 말이다.

 

이온이 배신을 되게 많이 당해본 아이 같아. 유재한테도 배신당할까 봐 지레 겁을 먹고 자기가 먼저 선수를 치는 거 같아. 차이는 것보다는 차겠다는 마음인 거지. (220)

 

그런 이온, 자신이 입은 상처를 애꿎은 사람에게 풀어버리기 위해 악랄한 짓을 한다.

이온으로 인해 애꿎은 강시연이라는 학생이 덤터기를 쓰고 어려움을 당한다.

그리고 또 있다. 음악 선생님. 이온으로 인해 인생이 망가진 사람이다.

 

소설이지만, 너무한다. 안타까움을 넘어 어찌 인간이 그런 일을 벌일 수 있을까?

 

읽으면서 착각한 것!

 

동주라는 학생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는 꽤나 비중있는 역할이다.

강시연이 이온 때문에 고통을 겪는 과정에서 휩쓸려 한 잘못이 있는데, 그 잘못이 드러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이니 비중이 있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런데 동주와 관련하여 내가 착각한 게 있다.

난 그 학생이 남학생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여학생이었다. 소설 읽는 내내 남학생으로 알고 있었는데 끝에 가서 이런 대목이 나와 여학생인 걸 알았다.

 

동주야, 너 너무 멋진 거 아니냐? 어쩌자고 그렇게 멋있냐? 내가 너의 알바였던 게 참 자랑스러울 정도다.”

미리가 두 손을 모아 쥐고 감동 먹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말하지 않았냐? 모범생이 되기 위해 죽어라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그리고 착한 딸이 되기 위해서도 죽어라고 노력하고 있다고. (........)”

동주는 시큰둥하니 말했다. (233)

 

착한 딸이 되기 위해서라니!

갑자기 딸이라니, 그 말이 나오는 순간, 내가 책을 읽어도 한참을 잘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주의 행동과 관련하여 이런 글을 읽었고, 그래서 남학생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동주 펀치가 턱으로 훅 들어왔다. 판치는 강력했다.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거렸다.

동주는 한 번 친 턱을 더 강력하게 쳤다. (160)

 

주먹을 날리는 여학생을 상상할 수 없어 동주는 당연히 남학생이거니 생각했는데, 나중에 가서 여학생이라는 것이 밝혀지니, 마치 한 대 펀치를 맞은 기분이다. 저자한테.

 

다시, 이 책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학생들, 비록 소설 속의 인물들이지만 그게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현실 어딘가에 이런 학생들이 존재할 것이다.

자신이 입은 상처를 다른 애꿎은 사람에게 풀어버리는 그런 사람 있을 것이다.

 

매스컴을 통해 듣게 되는 소식들, 가끔 학교에서 아이들간에 일어나는 온갖 나쁜 사건들, 그래서 심지어 자살까지 하게 되는 일들이 있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사건이 바로 그런 게 아닐까?

 

저자는 <창작노트>에서 선택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는데, 그런 선택의 문제와는 별개로 소설 속에서 피해자들이 너무 불쌍하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 가슴 아팠다.


이온이라는 학생 때문에 인생이 망가진 음악 선생님에게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까?

그 부분이 너무 간략하게 취급되고 있어 아쉽다.

읽으면서 마음이 그저 막막한 소설이다. 그런 게 사실일 것이니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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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 살면서 한 번은 꼭 들어야 할 아주 특별한 미술 수업
정우철 지음 / 나무의철학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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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화가들 리커버 에디션 

 

그림은 그림만 본다고 다 보는 게 아니다. 그림 속의 그림을 보아야 제대로 보는 것이다.

저자는 그렇게 그림 속의 그림을 보기 위해, 화가의 인생을 들여다 본다. (5)

 

몰랐던 화가, 베르나르 뷔페 (245쪽 이하)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쁜 일은 그간 알지 못했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알지 못했던 지식이라든지, 혹은 인물이라든지, 그렇게 새롭게 아는 것은 기쁜 일이다.

그런 기쁨을 이 책에서 얻는다. 바로 베르나르 뷔페라는 화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화가들 모두 11명인데, 그 중 10명은 작은 지식이나마 어떻게 해서든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오직 한 사람 베르나르 뷔페만 모르고 있었다.

 

베르나르 뷔페, 그에 관하여 특히 기록해 둘 것이 있다.

 

1980년 후반에 그가 그린 그림 소재들이다.

이때부터 그는 자신이 좋아했던 문학작품들을 그림으로 옮기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이 책 덕분에 그의 그림, 물론 이 책에 소개되지 않은 것들도 찾아 볼 기회가 되었다.

저자에게 감사드린다.

 

모딜리아니가 연인의 눈동자를 그려넣지 않은 이유

 

다음 그림 두 점을 살펴보자. 무엇이 다른가?



왼쪽 그림의 인물은 눈동자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오른쪽 그림은 눈동자가 선명하다.

이 그림의 모델은 모딜리아니의 연인 잔 에뷔테른이다.

그는 왜 연인의 얼굴을 그렇게 다르게 그렸을까?

왼쪽 그림을 보고 잔이 모딜리아니에게 왜 눈동자를 그리지 않았는지 물었다.


답변은 이렇다.

당신의 영혼을 알게 되면 그때 당신의 눈동자를 그리겠다.” (78)

 

나중에 그는 잔의 눈동자를 그린다. 오른쪽 그림이다.

그때 이 작품을 보고 잔은 너무나 행복한 나머지 그 자리에서 펑펑 울었다한다.

이 그림 앞에서 모딜리아니는 잔에게 천국에서도 자신의 모델이 되어달라고 부탁하고, 잔은 기꺼이 받아들인다.

 

나치에 피해 받은 화가들

 

1940년에 샤갈의 시민권 박탈 (33)


나치가 프랑스마저 점령하면서 샤갈은 어렵게 취득한 시민권을 박탈당했다.

설상가상으로 그가 머물고 있던 프랑스의 비시에는 친독 프랑스 정부가 세워진다. 비시 정부에 속한 프랑스인들은 독일에 잘 보이기 위해 유대인들을 잡아넘기기 시작한다.

이에 샤갈은 다시 짐을 싸서 미국을 향한다.

 

무하, 나치의 고문받고 죽게 된다. (111)


나치는 무하의 작품을 불태우려한다. 이를 그의 자녀들이 지켜낸다.

그러자 나치는 무하를 납치해 고문한다. 당시 무하의 나이 79, 게다가 그는 당시 폐렴으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나치는 아랑곳하지 않고 고문한다. 무하는 간신히 목숨을 유지한 채 풀려나지만 고문의 후유증과 폐렴 악화로 집에 돌아온지 며칠 되지 않아 숨을 거둔다.

 

케테 콜비츠


나치는 콜비츠가 프로이센 예술 아카데미에서 탈퇴하도록 강요한다. 또한 그는 독일 내에서 작품을 전시할 권리, 안전을 보장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한다.

콜비츠는 아들과 손자를 전쟁으로 잃게 된다.

전쟁을 막기 위해 평생 예술로 소리를 냈던 콜비츠는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보지 못하고 전쟁이 끝나기 2주 전인 1945422, 눈을 감는다. (208)

 

화가의 음악가들

 

무하가 그린 그림, <체코음악의 판테온>을 살펴보자.

이 그림에는 유명한 체코의 음악가들이 등장한다.



 

수염을 기른 사람은 베드르지흐 스메타나, 옆에 종이와 펜을 들고 있는 사람은 안토니오 드보르작이다. (111)

 

또한 그의 인생을 살펴보면, 특이한 점이 보인다.


무하의 인생 전체를 알지 못하고 파리에서 활동했던 시기만 안다면 그를 단순히 성공한 상업 작가로만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하는 상업예술과 순수예술을 모두 사랑한 작가였어요. 상업예술을 통해서는 가난한 사람들도 거리에서 예술의 아름다움을 향유할 수 있게 했고, 순수예술을 통해서는 억눌렸던 민족의 자긍심을 표출해 많은 자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었죠. (113)

 

맞다. 그간 내가 가지고 있던 무하에 관한 지식은 겨우 파리에서의 행적뿐이었다. 그가 민족의 영웅으로 거듭난 것, 그리고 그의 작품이 체코의 국보가 되었다는 사실, 이 책으로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저자가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본 결과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위대한 예술가라고, 천재라고, 거장이라고 추앙받는 화가들의 인생을 공부하면서 제 나름대로 찾은 그들의 공통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입니다.

그들은 삶에 버거운 고통이 찾아와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갔습니다. 그 덕분에 거장이라는 반열에 오를 수 있었죠. 그들에게 어떤 아픔이 있었고 어떻게 이겨냈는지를 공부할수록, 때로는 공감이 됐고 때로는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어느새 화가들의 그림이 제 마음속에 쑥 들어와 있었습니다.” (6)

 

그래서 독자인 나는 화가들이 어떤 고난을 겪었으며, 그런 고난을 겼으면서도 남기고자 했던 그 무엇을 찾아 읽을 수 있었다. 저자의 친절한 해설 덕분에 그들의 인생과 그들이 남기고 간 그림을 한 점 한  점, 의미있고, 재미있게 보았다. 재미와 의미를 찾아냈으니 더더욱 가치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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