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 이야기
이스카리 유바 지음, 천감재 옮김 / 리드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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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 이야기

 

이 책에는 모두 6편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다. 

모두 SF 소설이다.

 

겨울 시대

즐거운 초감시 사회

인간들 이야기

중유맛 우주 라멘

기념일

No Reaction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소설

 

이런 대목 읽어보자.

 

인생을 두 가지 단계로 나눈다고 하면 성장과 노화가 될 것이다. (225)

 

이렇게 인생을 딱부러지게 정의한 글을 본 적이 있을까?

인간의 삶이 어떤 것인가 아주 명료하게 보여주는 글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 다음 읽어보자.

성장을 또 다시 나눈다. 육체적인 면과 정신적인 면으로 구분한다.

그래서 육체적인 면은 몇 살이 되면 완성이 되고 그 다음부터는 노화 단계로 들어서고, 또 정신적인 면에서는?

 

그렇게 생각을 하게 만들면서 시작되는 소설이 <기념일>이다.

그런 주제가 언급이 되는데, 그 주제는 다른 작품 여기저기 모습을 드러낸다.

 

신교 교헤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세상일을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만한 사고력이 형성되었을 무렵 (.........) (118) <인간들 이야기>

 

이런 대화도 정신적인 성장을 측정하는 소재가 된다.

 

구슬 토끼 설계자는 대체 왜 고기를 이렇게 맛있게 만들었을까?

동물 고기는 대체로 맛있잖아.

기껏 보호색을 띠는데 고기가 맛있으면 (사람들이) 닥치는 대로 쏴버리잖아. 불쌍하게. (19)

<겨울 시대>

 

이 대화를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심성, 즉 정신세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그의 정신은 연민을 알고 있는 것이다.

 

어디까지가 논픽션이고 어디가 창작인지?

 

작품을 읽다보면, 과연 이 부분은 실제 사실일까, 하고 짚어보는 부분이 등장한다.

예컨대 <인간들 이야기>가 그런 경우다.

 

그 작품을 읽다가 여기저기 과학적인 사항이 등장해서, 어디까지가 진짜 사실이고 어디부터 창작인지 궁금한 부분을 많이 만났다. 다행하게도 저자가 <작가 후기>에서 그 부분을 언급해놓아서 두 가지 경우를 구분하면서 읽을 수 있었다.

 

화성에서 불균일한 메탄가스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나사와 유럽우주국의 탐사선이 확인했다는 부분이 논픽션, 즉 사실이라는 것이다. (323)

 

즐거운 패러디 <즐거운 초감시사회>

 

조지 오웰의 <1984>를 아주 신선하게 패러디한 작품이 바로 <즐거운 초감시사회>.

여기에서 초감시사회는 그 의미가 퇴색되고, 감시당하는 사람들은 감시 장치를 오히려 즐겁게 활용한다.

예컨대 <1984>에 등장하는 증오의 시간은 여기에서 비디오 게임으로 바뀌어 증오를 발산하는 것을 성량과 타이밍을 평가하고 지역별로 점수를 매기게 된다. (75)

 

그런 게임의 결과 정치범은 외계인 급으로 비현실적인 존재라는 인상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여기에서 저자의 창의력이 드러난다. 즐겁게 비틀기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저자가 과학자라서 이런 것도 배운다.

 

공룡에 대하여.

예전에는 공룡하면 도마뱀이나 악어를 닮은 동물이었는데 (......) 지금은 새 같은 모습이다.


공룡 모습이 변한 건가요?

공룡은 변하지 않아. 한참 옛날에 멸종했으니까. 변한 건 인간의 지식이야. 새로운 화석이 발굴되거나 분자 해석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조류에 가까운 계통이란 게 밝혀졌지. (133)

 

샘플 리턴 :

다른 행성에서 생물이 있을만한 장소를 발견하면 지면을 한 삽 떠서 지구로 가지고 돌아와. 그런 걸 분석해서 생명이 있는지 없는지를 조사하는 거야. (139)

 

연구자의 소질이란 뭘까요?

현실을 타인과 다른 각도에서 보는 능력이다. (263)

 

다시, 이 책은?

 

저자 이스카리 유바는 일단 과학자다.

소설가이기 전에 과학자이기 때문에 그의 글은 무척이나 과학적이다. 여기 실린 6편의 소설이 모두 그렇다.

 

SF 가 재미있고 흥미롭다는 것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이 책처럼 재미있고 의미있는 SF는 처음이다. 해서 이 책의 저자 이스카리 유바를 기억해둘 작가로 챙겨놓게 되었다.

 

한 가지 사족이다.

 

<기념일>, 그 작품에서는 먼저 마그리트의 <기념일>이라는 그림을 소개한다.

그런데, 그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과연 그런 이름을 가진 마그리트의 그림이 있는지?

 

인터넷 자료만 검색해서 그런지, 마그리트 작품 목록에는 <기념일>이란 게 없다.

그 작품과 걸맞는 그림을 찾아보자면, <피레네의 성(1959)>이 있다.

 

혹시 일본에서는 다른 어떤 그림이 <기념일>이란 이름으로 소개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 작품의 주인공에게 서른 살 때 집안을 가득 채운 거대한 바위가 찾아온 것이다. (226)

 

그런 바위, 마그리트의 <피레네의 성>이란 작품에 보인다.



 

(혹시 <기념일>이란 작품에 관한 정보를 갖고 계신 분, 알려주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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