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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평점 :
네페스 네페세
먼저 이 책을 읽을 때에는, 지도를 두 장 옆에 두면 좋겠다,
튀르키예의 지도와 유럽 지도.
목차를 보면 알겠지만, 이 소설은 튀르키예와 유럽 전역을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러니 지도를 펴놓고, 등장인물들의 행선지를 따라가며 읽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
이 소설의 의미와 가치
2차 대전 즈음하여 유럽은 한바탕 나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많은 사람이 참혹한 고통을 당했다. 말로,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엄청나게 참혹한 고통 당한 사람들. 그 수는 얼마나 될까?
특히 유대인들은 그 고통의 한복판에 있던 사람들이다.
물론 히틀러 나치 이전에도 유대인은 고통받았지만 히틀러한테는 더더욱 그랬다.
무슨 철천지 원수라도 되는지, 히틀러는 아예 작정하고 유대인들을 잡아 죽이려들었던 게 역사적 사실이다.
그런 유대인들, 이 책에 등장한다.
등장인물
바야흐로 나치가 유럽을 쓸고 다닐 때의 일이다.
유대인은 유럽 어느 곳이 있든지, 고통이었다.
그러한 시절이다. 그런 곤고한 시절에 유대인 근처에만 있어도 날벼락을 맞기 십상인데, 그들을 돕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있다.
터키, 튀르키예 사람들이다.
마짓 데브레스 : 남편, 외무부 관리
사비하 : 아내
휼랴 : 딸
셀바 : 사비하의 여동생
라파엘 알판다리 : 셀바의 남편
파즐 : 셀바와 라파엘의 아들
베누아 : 라파엘의 동업자
파즐 레삿 (장군) : 사비하, 셀바의 아버지
타륵 아르자 : 외무부 관리, 주 파리 대사관 2등 서기관.
그리고 그밖의 많은 사람들
유대인과 관련하여, 이런 역사적 사건 기록해두고 싶다.
튀르키예와 관련된 유대인의 이주 역사, 이 책에서 비로소 알게 된다.
스페인은 유대인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던 곳이어서.... (181쪽)
1492년 3월 스페인 국광 돈 페르디난드와 여왕 도나 이사벨라가 공동으로 서명한 칙령에 따라 나쁜 기독교인 즉, 스페인 내에 살고 있던 유대인은 자신의 재산을 7월까지 처분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조건으로 스페인을 떠나야 했다. 하지만 그들이 매각한 재산, 토지 대금, 소지하고 있던 금은보석과 현금은 가지고 갈 수 없었고, 7월까지 스페인을 떠나지 않거나 다시 돌아온 자는 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처형당할 운명이었다. (173쪽)
같은 해 오스만제국의 제 8대 술탕 베야지드 2세는 칙령으로 스페인에서 추방된 25만명의 유대인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대인은 소유한 모든 것을 두고 스페인 항구에서 동쪽으로 향하는 낡은 배에 실려 고통스러운 항해를 한 뒤, 유일하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터키인의 나라에 도착했다.
유대인을 자신의 제국으로 받아들인 황제 베야지드 2세는 이렇게 말했다.
“페르디난드가 현명한 왕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진실은 유대인을 버림으로써 자신의 나라를 가난하게 만들었고 내 제국은 부유해졌다는 것이다. ”(174쪽)
1492년 스페인의 국왕 페르디난드 2세가 재산과 돈을 빼앗은 뒤 추방한 유대인을 당시 오스만제국의 술탄은 자신의 영토로 받아들였죠. 그 유대인의 종교, 언어, 경제 활동에 자유를 부여하고 정착할 수 있는 마을을 제공했어요. (268쪽)
총명하고 통찰력이 있는 술탄이기 때문이죠. 수 세기 동안 유대인은 오스만제국의 가장 충성스럽고 성실한 국민이었거든요. 오스만제국이 패망해 갈 때도 다른 소수 민족처럼 등 뒤에서 칼을 꽂는 짓은 하지 않았어요. (268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그런 고통의 현장에서 사람들은 오히려 생각이 깊어진다.
저자는 그런 사람들의 생각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옮겨놓고 있다.
사람들은 긴박한 상황에서 도리어 사람다운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 여기에서 배운다.
하지만 종교가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 않을까. (106쪽)
죽음이 멀리 있을 때에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죽음을 바로 눈앞에서 마주하면 당장 달아나야 하는 냉혹한 적이 되어버렸다. (180쪽)
사랑도 대리인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만 안타깝게도 부모는 남편을 대신할 수 없고, 남편은 부모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228쪽)
여기에는 음악도 흐른다.
저자는 이 책 도처에 음악이 흐르게 하고 있다.
어찌보면 음악이 가당키나 할까 싶을 정도의 상황인데, 저자는 그럴수록 있어야 할 게 음악이 아니냐는 듯, 도처에 음악을 흐르게 한다.
엄마가 뭘 하는지 보자꾸나. 우리가 부탁하면 쇼팽의 야상곡을 연주해줄지도 모르잖니. (192쪽)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이 있습니다. 들으시겠습니까? (244쪽)
들어보세요. 다 다아 다 다다 다아아 다.... 정말 멋진 협주곡이에요. (248쪽)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도 있나요? (249쪽)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브람스와 베토벤의 피아노 협주곡을 들으면서, 읽어본다면?
다시, 이 책은?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서스펜스. 스릴러?
숨막히는 긴장감이 페이지 도처에서 출몰한다.
이 책의 제목조차 그렇다. 이 책의 제목 『네페스 네페세』의 뜻은 ‘숨 막히는’, ‘긴박한’이다.
그러니 독자들은 각오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숨을 참고, 마치 제2차 세계대전의 한복판으로 들어가는 시간여행을 한다 생각하고 읽어야 한다.
그러니 위에 적어놓은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해서,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읽어보면 어떨까?
저자가 글을 끌어가는 솜씨가 독자들을 힘들게 한다. 왜 그리 글을 잘 끌어가는지.
읽는 내내 마치 내가 다 그 기차 속에 있었던 기분, 바로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