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정신
샤를 드 몽테스키외 지음, 이재형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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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었다, 수도 없이 시작하고 수도 없이 포기하며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책을 수도 없이 시작했고, 수도 없이 포기했다.”(18)

 

저자 몽테스키외가 이 책 <법의 정신>을 쓰면서 그랬다는 것이다. 수도 없이 쓰기 시작했고, 또한 수도 없이 포기했다는 것.

그렇게 저자가 수도 없이 쓰기 시작했고, 포기한 그 책, 그러나 기어코 출판된 책을 나는 수도 없이 읽기 시작했다가, 수도 없이 포기했다.

 

지금껏 그래왔다는 말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는 수고에 비하면 읽는 것쯤을 아무 것도 아닐 것 같은데, 왜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마디로 말해서 책 제목인 <법의 정신>이 의미하는 바, 법과 정신의 연결고리를 찾지 못하고, 책을 그냥 두리뭉실하게 읽었다는 점일 것이다. 법과 정신을 구체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각각의 내용을 따로 따로 읽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번에는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두 개념을 연결시키는데 주안점을 두고 읽었다.

그러니까 법에 어떤 정신이 구현되어있다는 점을 밑바탕에 두고 읽은 것이다.

 

법이란 무엇인가?

 

먼저 이 책에서 법이란 무엇인가, 짚고 넘어가자

 

법이라 함은 다음과 같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법은 사물의 성격에서 유래하는 필연적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21)

그러니까 법은 관계이다.

 

그런데 이런 설명이 미진하다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마침 이 책은 이해가 더디 되는 사람을 위한 <작품 해설>을 책 뒷부분에 첨부하여 놓았다.

 

아니나 다를까, 작품 해설자는 몽테스키외가 내린 법의 정의를 많은 주석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든것이라 평한다. 그런 정의는 가장 저명한 법 이론가들이 내린 정의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심지어 데스튀트 드 트라시는 법은 관계가 아니다라고 주장한다.(345)

 

정신이란 무엇일까?

 

그 다음에 <법의 정신>에서 말하는 바, ‘정신은 무엇일까?

 

정신에 대한 언급은 이 책의 19, <법과 국민의 일반 정신 및 풍습과 생활양식 형성 원리의 관계>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일반정신이란 무엇인가? (201)

풍토와 종교, 법률, 통치 격률, 과거 사례들, 풍속, 생활양식 등 여러 가지가 인간을 지배한다. 일반 정신은 이런 것들에서 유래하며 형성된다.

 

정신과 관련된 언급은 이어진다.

정체 원리에 어긋나지 않는 한 입법자는 국민의 정신에 따라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타고난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일할 때만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202)

 

그밖에도 몽테스키외는 법과 관계를 가지는 것들을 설명하고, 법 속에 그 정신이 어떻게 표현되고 있는지를 저자는 공들여 검토한다.

 

그런 그의 마음은 다음과 같은 말에 드러난다.

<나는 우선 인간에 대해 검토했으며, 이처럼 무수히 많은 법률과 풍습 가운데 그들이 오직 자신의 환상에 따라서만 행동하지는 않는다고 믿었다. 나는 원칙들을 정했고, 개별적 경우들이 마치 스스로 알아서 그러는 것처럼 이 원칙에 따르는 것을 보았다. 모든 민족의 역사는 이 원칙들이 만들어낸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각각의 개별적 법률은 다른 법률과 연관돼 있거나, 더 일반적인 또 다른 법률에 종속돼 있다. 아주 오래된 시대를 언급할 때에 나는 그 시대의 정신을 이해하려고 애썼는데, 전햐 다른 경우를 유사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기 위해, 그리고 유사한 경우들의 차이를 모르고 넘어가지 않기 위해서였다.>(15-16)

 

또 따른 설명은 <작품해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몽테스키외는 정신 그 자체는 앎과 결합된 양식(양식)이다. 양식은 사물들을 정확히 비교하는 것이며, 같은 사물들을 그 실제적 상태와 상태적 상태에서 구별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349)

 

그래서 법은 그 민족의 일반정신을 나타낸다.

 

그렇게 해서 법은 결국 모든 것들의 관계이며, 결국 그 법안에 그 관계의 성격을 드러내는 정신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몽테스키외는 그 수많은 관계들을 이 책 <법의 정신>에서 분석하고 정리한다.

 

그렇게 두 개념 - 법과 정신-을 정립하고 나니까, 이 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참고로, 이 책은 <법의 정신>의 완역본이 아니다.

완역본이 아님을 역자는 <일러두기>에서 다음과 같이 밝혀놓고 있다.

이 책은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 전편에서 엄선한 장들을 번역한 것입니다.”

 

그래도 이 책에는 법의 정신 전편에서 빠진 부분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책 뒷부분에 <1757년 판 차례>를 실어서, 이 책에서 빠진 부분이 어느 것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해 놓았다,

그래서 혹시 <법의 정신> 전체를 파악하고 싶은 독자들은 그것을 참고로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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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철학 - 누구나 궁금해하지만 답할 수 없는 80가지 이야기
제럴드 베네딕트 지음, 박수철 외 옮김 / 지와사랑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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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책의 표지에 언급된 다음과 같은 말이다.

<누구나 궁금해 하지만 답할 수 없는 80가지 이야기>

 

그런데 그 말에는 하나의 전제가 숨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바로 궁금해 한다는 것

어떤 사물이나 이치에 대하여 아무런 궁금증이 없다면, 그 앞에 아무리 훌륭한 가르침이 있다 할지라도 그 사람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이기에 그렇다.

 

그렇게 궁금해 하는 것이 이 책의 전제인데, 안타깝게도 누구나가 궁금해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그런 궁금증이 없는 사람에게 이 책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궁금해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실로 미네르바의 부엉이가 가져다 주는 지혜를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이유로 표지에 부엉이를 그려 놓지 않았을까?)

 

철학은 어디에서 시작하나?

 

저자는 이런 말로 철학의 시작을 알린다.

살아있는 한 의문은 없을 수 없다.”(13)

 

그러므로 저자에 의하면 의문이 없다면, 의문이 없는 사람은 살아있는 것이 아니다. 죽은 자만이 의문이 없다. 그래서 살아있는 자는 누구나 이 세상에서 의문을 가지게 되어야만 하는데, 그런 의문이 바로 배움의 시작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배움은 질문과 답 사이에 있으며, 가르침의 큰 틀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서 그런 결론을 가지고 저자는 누구나 궁금해 하는 것들을 철학의 소재로 삼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 누구나궁금해 하는 것들이 누구나대답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게도 그렇게 궁금해 하지만 누구나 대답할 수 없기에 좋은 스승을 찾아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것이다.

 

저자는 누구인가?

 

여기 저자는 그런 스승의 자리에 합당한 사람이다.

저자, 제럴드 베네딕트는 런던 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한 뒤 제네바 대학교 대학원에서 철학 석사 학위를, 영국의 개방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국의 주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후 지금은 프랑스에 살면서 전업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더하여 저자가 좋은 스승이라는 것은 다음과 같은 그의 발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런 저런 질문들에 사실 답을 한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했지만, 사실 답이라기 보다는 몇가지 의문을 뭉뚱그린 것에 불과하다.> (14)

 

저자는 덧붙여 말한다.

<이 책은 제시된 질문이 최선을 아니다. 필자의 답을 들여다보면 더 나은 질문이 떠오를 수 있다. 단편적인 사실이나 정보를 묻는 것이 아니며 바로 답하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묻는 질문들을 탐색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더불어 자기 성찰, 정직함, 심지어 용기까지 있어야 한다. 이 책이 도움이 된다면 고작 독자들의 생각을 재편하는 정도일 것이다.>(14)

 

나는 이 글에서 자기성찰은 물론이며 정직함용기까지 갖춘 좋은 선생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니 그의 궁금해하며 그 궁금해 하는 것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그의 여정이 믿음직한 것이다.

 

이 책에서 다뤄진 궁금함대답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 사람들이 살아있다면 의당 가져야 할 궁금증들을 여덟 가지 분야에서 찾아내고 있다.

 

지식, 자아, 우주, 인간, 영성, 종교, 신앙, 행위. 이렇게 여덟가지이다.

 

이렇게 여덟가지로 분류된 궁금증을 앞세우고 저자는 길을 나서고 있다.

우리도 좋은 선생을 만났으니, 그의 뒤를 따라가면서 우리가 평소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그와 더불어 풀어보는 시간 - 그것이 책 제목처럼 오 분은 넘겠지만-을 가져보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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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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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맺기에 실패한 자를 위한 진혼곡

 

저자의 애타는 마음

 

먼저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지은 저자의 마음을 한번 알아보자.

자기애적 취향의 사람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서 자기도취자들을 향한 그의 연민을 알 수 있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애적 결핍을 지닌 사람은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근본적으로 이익을 위한 수단으로 만들며, 많은 경우 상대방의 희생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일은 비단 남녀관계뿐만이 아니라 사회생활의 모든 관계에까지 이른다. 이런 관계에서 긴장과 갈등, 그리고 상처를 주고 받게 되고, 결국을 인간관계의 단절까지도 생겨나게 된다.

 

그래서 저자는 책을 쓰는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이해할 수 없었던 인간관계 때문에 고통받았던 모든 사람이 이 책을 통해 자기애적 동기에서 생겨난 역기능적 관계와 자기 도취자의 심리적 결핍 때문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여 더 이상 힘들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5)

 

그런 마음을 가지고 저자는 이 책을 썼다. 그래서 그런 저자의 마음을 먼저 헤아린다면 저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을 읽어야 할 사람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까?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첫째는 둘만의 충만한 생활을 꿈꾸었다가 무참히 산산조각 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별까지 경험한 사랑에 실패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

둘째는 직장이나 사회에서 자기중심적인 성격이나 행동을 보이는 사람들을 대면해야 하는 사람들.

셋째로 스스로 자기애적 인격 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들.

 

자기애적 관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대체 왜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을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런 사람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 간에는 어떤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

 

그럼 사람들은 모든 것이 자기 위주로 돌아가고 자기를 위해 봉사해야 한다. 이 때 중요한 것은 자기의 기대뿐이다. 이 때 기대라 함은 상대방을 어떤 방식으로 대하고 상대에게 어떤 점을 보여줄 것인지, 또 상대방이 자기에게 무엇을 채워줄지 등에 대한 자기의 기대를 말하는데, 누구와 어떤 관계를 맺을 것인가의 선택도 당연히 자기의 몫에 해당된다.

 

이런 경우 상대방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상대는 자기를 위해, 자기의 자아 충족을 위해 어떤 기능을 해 줄 수 있는지가 고려대상이 될 뿐이다.

 

이런 자기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과연 그 사람 주변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런 자기 도취자와 관계를 맺는 사람은 그 사람과 장기간 지속적으로 관계를 맺을 수 없다. 그런 관계에서는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느낄 수 없다. 자기 도취자의 자기중심적인 행동 때문에 불쾌한 감정이나 나쁜 감정을 남겨둔 채 본격적으로 관계가 시작되기도 전에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게 바로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면

 

자기만을 사랑하는 자기중심적 현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특별히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줌으로써, 그런 성향 때문에 발생하는 치명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알게 될 것이다. 특별히 이러한 문제로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스스로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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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신문고는 어디에 :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며 - 왕초보의 대한민국 검찰문화 입문기
조정윤 지음 / 가나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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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안타까운 책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기록한 <우리의 신문고는 어디에>를 읽고 느낀 첫 소감이다.

어떻게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났으며, 어떻게 그렇게 일이 꼬이게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저자가 요양병원을 개설하는데 돕는 과정에서 사무장병원이라고 오해를 받아 검찰의 수사를 받게 된 사건을 기록한 책이다.

 

저자는 사건 병원의 행정원장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병원의 운영을 행정적인 측면에서 도와주고 있던 중, 해당병원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 권모의 진정을 받은 검찰이 수사를 하게 되어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저자의 주장은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결코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한 주장을 담은 책이다.

저자의 말을 사실이라 인정한다면, 저자는 실로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것이며, 그것을 대한민국 사법부에서는 풀수가 없기에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러한 안타까움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 면에서 안타까운 책이다.

 

사실관계, 오해인가 아닌가?

 

오비이락(359)이라는 말을 저자도 언급했지만, 정황상 그러한 점이 많이 보인다.

 

이 사건의 이면에는 사무장병원이라고 오해받게 되는 사실들이 몇가지 존재한다.

(참고로, ‘사무장 병원이라 함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의사를 고용하여 명의를 병원장으로 한 다음에, 실질적인 운영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하는 병원을 말한다. )

 

사건의 발단은 9층 건물의 임대 상담을 저자가 도와주기 위하여 이 일에 뛰어든 것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독자인 내가 궁금한 것이 있었는데, 그 건물을 임대해주려는 그 일에 왜 저자가 개입하게 되었는지였다. 그 건물과 어떤 관련이 있기에 그 당시 쉬고 있었다는 저자가 그 일에 개입을 하게 되었을까?

 

그 궁금증은 나중에 풀린다. 그 건물이 바로 저자의 남편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소유라는 점이다. 그래서 저자가 건물을 임대하는 일에 개입하게 된 것이다.

 

그런 연유로 저자는 건물 임대에 관여하게 되고, 그런 과정에서 병원을 유치하게 되었는데, 병원 개설의 초기에 저자가 여러 가지로 관여하고 심지어 자금까지 지원함으로서 그런 오해를 사게 된 것이다.

 

진정인은 직원으로 근무하면서, 저자가 병원 개설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직접 담당하는 것을 보았기에, 사무장 병원으로 오해하게 된 것이다.

 

법적 사항들 설명을 더 했더라면?

 

진정을 취하하려면 왜 진정취하금을 주어야 하는지(22,102)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없다.

병원 적자 때문에 세무서에서 왜 환급금을 주는지(19)에 대하여 설명이 없다.

사건병원이 패소하면 받게 될 거액의 환수금을 나누어 주지 않으려고(23,102)라는 대목은 과연 무슨 의미인지, 독자들은 궁금할 뿐이다.

 

사건의 개요를 기록하면서 그러한 점들을 설명해 주었더라면 이 책을 읽는데에 조금 편하지 않았을까? 

 

글을 차분하게 썼더라면?

 

물론 이 책이 공개 진정서와 재심 청원서등 실제 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을 중심으로 엮은 책인 것을 감안한다 할지라도, 같은 내용이 몇 번 씩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런 경우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다음에책 뒷부분에는 참고 자료들을 모아서  참고사항이나 부록으로 편집해 놓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특히나 검찰수사에 대한 공개 진정서중 사실관계항목은 그 뒤에 이어 나오는 재심청원서의 사실관계와 사실상 기본은 동일한 것인데, 다시 실어 놓아서 그 점유량이 너무 많다. 독자들은 읽어가다가 같은 내용이 등장하니, 답답할 것이다.

 

이 책이 단순히 소송기록을 남기는 차원에서 발간한 것이라면 모르되, 저자의 억울함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라면 독자들에게 읽힐 수 있도록 다가서는 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한 번 더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장을 한번쯤 가다듬었더라면?

 

<사건병원은 개설된지 불과 수개월 경과된 초기였기에 자금면에서 과도기적 불안정을 심히 겪고 있었던 중이었는데 그러나 만일 검찰 수사가 병원개설하고 적어도 1년 정도 경과한 후에 재개됐다면 그 기간 안에 건물주 회사는 임대료를 제대로 낼 수 있는 임차인 병원장으로 바꾸는 한이 있더라도 사건병원은 곧 자금 수급에 안정을 되찾고 병원장이 책임지고 안정적으로 운영을 도맡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17)

 

말인즉 읽고 읽으면 이해는 되는데, 문장이 너무 비문이라서 읽어가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런 문장을 예로 들자면 한이 없다. 그만큼 저자가 흥분하고 있다는 것인지?

 

책 표지의 홍보 문구가 이상하다

 

책 표지의 홍보문구에 이렇게 기록되어 있다.

 

왕초보의 대한민국 검찰문화 입문기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며

 

그런 식의 문구가 과연 이 책을 얼마나 알리는데 주효했는지 모르겠으나

실상 그 문구는 이 책의 내용과는 상당히 동떨어진 것이다.

 

문화방송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며라는 말은 마치 문화방송(mbc)에서 어떤 사건을 보도하면서 그 녹취록을 작성했다는 것이고, 저자가 그 실상을 파헤치는 책처럼 보이는데, 이 책의 주요골자는 그것이 아니다. 문화방송에서 방송한 녹취록은 그저 이 사건의 한 부분일뿐이다. 이 책은 그 녹취록 사건을 파헤치는 사건이 아니라, 저자가 진정당한 사건을 검찰에서 수사받는 과정에서 문화방송에서 방영한 그 내용이 들어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왕초보의 대한민국 검찰문화 입문기가 아니라, 무고한 시민이 검찰 수사받는 과정에서 겪게되는 고초를 기록한 것이다. 그 점을 오히려 강조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아마 출판사에서 그런 문구로 홍보효과를 노렸을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 안을 읽어보면 책의 내용과 표지 문구가 다름에 독자들은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이 책, 그래서 여러 모로 안타까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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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라 : 관자처럼 (양장) - 나와 조직을 부강하게 만드는 주인경영법 인문고전에서 새롭게 배운다 1
신동준 지음 / 미다스북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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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에게 한걸음 더 쉽게 다가가기

 

 

신동준의 <관자>

 

신동준 선생의 <관자>를 읽었다. 사상최초의 정치 경제학서라 일컬어지는 <관자>를 신동준 선생이 국내 최초로 완역한 책이다.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20151월에 출간한 책이다. 물론 관자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완역이 아니고 부분만 번역한 채로 <관자>라는 이름을 달고 출판되었다.

 

(이 부분 짚고 넘어간다면, 국내에 번역된 책 중 그런 책들이 상당수 있다. 책 전체를 번역하지 않고, 일부만 번역하여 실어 놓았지만, 제목은 마치 전체를 번역한듯한 인상을 풍기는 책들 말이다. 그래서 일단 제목에 이끌려 사 읽고 난 다음, 그 책의 허망함을 읽고는 망연자실했던 경험, 독자들은 한 두번 겪어 봤을 줄 안다.)

 

그런 면에서 신동준 선생의 <관자>는 특기할 만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20세기 말까지 관학을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신동준이 1998년 박사학위로 제출한 논문이 사실상 최초의 본격적인 관학 연구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관자의 한글 완역본이 최초로 출간되었으나 여러 사람이 공역한 탓에 적잖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신동준, <관자>, 209)

 

그런 면에서 신동준의 <관자>는 가치가 있다. 저자인 신동준 박사는 그동안 관중이란 인물을 발굴, 그의 존재가치를 면밀히 분석하여 학계에 알려오고 있었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 사기 화식열전>이란 책이다. 그 책은 부를 향해 줄달음질치는 인간의 본성을 꿴 사마천의 상가 이론에 초점을 맞춰 상가가 출현한 배경과 전개 과정 등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런 점에서 관중과 자공, 사마천으로 이어지는 상가의 흐름을 21세기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최초의 해설서에 해당한다.’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거기에 바로 관중의 위치가 드러나고 있다.

 

신동준의 <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라, 관자처럼>

 

이 책의 가치를 먼저 제 1편에서 찾아보자.

 

1편은 <실현가능한 이상을 현실에서 추구하라>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중의 생각을 <관자> 1편 제 1<목민>에서 가져온다. 목민의 다섯 번째에 수록된 내용이다.

 

가정의 법도로 향리를 다스리고자 하면 향리가 다스려지지 않고

향리의 법도로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면 나라가 다스려지지 않고

나라의 법도로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면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는다.

가정은 가정의 법도로 다스리고, 향리는 향리의 법도로 다스리고

나라는 나라의 법도로 다스리고, 천하는 천하의 법도로 다스려야 한다. (24)

 

이 부분 신동준의 책 <관자>에서는 해석에 치중하다 보니, 그것을 가지고 다른 말을 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르다. 이 본문이 의미하는 바는 이미 다뤘으니 재론하지 않고그 말이 동양 사상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 또한 그래서 현재에 어떻게 적용이 될 수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더 깊은 뜻을 논하고 있다.

 

이런 식이다.

<대학>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하였는데, 동양 사상사를 살펴보면, 이 말을 많은 사상가들이 나름대로 해석, 적용하여 왔었다.

예를 들면, 수신제가(修身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관계를, 맹자는 수신제가만 잘하면 치국평천하는 저절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 반면에 한비자를 비롯한 법가는 치국평천하가 이루어지면 수신제가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관자에서 가정은 가정의 법도로 다스리고, 향리는 향리의 법도로 다스리고 나라는 나라의 법도로 다스리고, 천하는 천하의 법도로 다스려야 한다고 한 것은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주장이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을 주장했는데, 이는 공자와 순자의 생각과 비슷하다.

 

순자는 맹자의 주장이 수신제가를 극히 중시하여 치국평천하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비난하였다. 공자는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이념을 하나로 통일시켜 소위 내성외왕(內聖外王)과 수시치인(修己治人)의 치평학(治平學)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관자에서는 이론을 위한 이론주장이 아니라, 그 이론을 현실에서 실현가능하도록 현실추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자의 그런 생각들을 이 책에서 풀어내어, 관자가 지향하는 정치경제학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이 부유하고 존귀한 자를 증오하지 않고, 부유하고 존귀한 자들도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는 것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저자는 그런 관자의 생각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무위로 다스리는 경영법

덕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법치로 다스리는 경영법

무력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이익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이 책의 가치

 

이 책은 <관자>의 응용편이라 해도 될 것이다. 아니 응용편이 아니라, <관자>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한층 더 관중의 생각을 깊게 전해주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서도 관중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관자를 그저 평범한 고전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독자들이 더욱더 관자를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펴냈다. 그래서 관자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들이 이 각박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며, 현실을 바꿔 나갈 수 있는지를 고심하며 쓴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저자의 고뇌의 흔적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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