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자에게 한걸음 더 쉽게 다가가기
신동준의
<관자>
신동준 선생의
<관자>를
읽었다.
사상최초의
정치 경제학서라 일컬어지는 <관자>를
신동준 선생이 국내 최초로 완역한 책이다.
인간사랑
출판사에서 2015년
1월에
출간한 책이다.
물론
관자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완역이 아니고 부분만 번역한 채로 <관자>라는
이름을 달고 출판되었다.
(이
부분 짚고 넘어간다면,
국내에
번역된 책 중 그런 책들이 상당수 있다.
책
전체를 번역하지 않고,
일부만
번역하여 실어 놓았지만,
제목은
마치 전체를 번역한듯한 인상을 풍기는 책들 말이다.
그래서
일단 제목에 이끌려 사 읽고 난 다음,
그
책의 허망함을 읽고는 망연자실했던 경험,
독자들은
한 두번 겪어 봤을 줄 안다.)
그런 면에서 신동준 선생의
<관자>는
특기할 만하다.
아쉽게도 우리나라는
20세기
말까지 관학을 제대로 연구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인
신동준이 1998년
박사학위로 제출한 논문이 사실상 최초의 본격적인 관학 연구에 해당한다.
지난
2006년
관자의 한글 완역본이 최초로 출간되었으나 여러 사람이 공역한 탓에 적잖은 문제를 노정하고 있다.
(신동준,
<관자>,
209쪽)
그런
면에서 신동준의 <관자>는
가치가 있다.
저자인
신동준 박사는 그동안 ‘관중’이란
인물을 발굴,
그의
존재가치를 면밀히 분석하여 학계에 알려오고 있었다.
그런
대표적인 예가 <사마천의
부자경제학 :
사기
화식열전>이란
책이다.
그
책은 ‘부를
향해 줄달음질치는 인간의 본성을 꿴 사마천의 상가 이론에 초점을 맞춰 상가가 출현한 배경과 전개 과정 등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그런
점에서 관중과 자공,
사마천으로
이어지는 상가의 흐름을 21세기의
관점에서 완전히 새롭게 해석한 최초의 해설서에 해당한다.’라는
평을 받고 있으며,
거기에
바로 관중의 위치가 드러나고 있다.
신동준의
<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라,
관자처럼>
이 책의 가치를 먼저 제
1편에서
찾아보자.
제
1편은
<실현가능한
이상을 현실에서 추구하라>이다.
저자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관중의 생각을 <관자>
제
1편
제 1장
<목민>에서
가져온다.
목민의
다섯 번째에 수록된 내용이다.
가정의 법도로 향리를 다스리고자 하면 향리가
다스려지지 않고
향리의 법도로 나라를 다스리고자 하면 나라가
다스려지지 않고
나라의 법도로 천하를 다스리고자
하면 천하가 다스려지지 않는다.
가정은 가정의 법도로
다스리고,
향리는
향리의 법도로 다스리고
나라는 나라의 법도로
다스리고,
천하는
천하의 법도로 다스려야 한다.
(24쪽)
이 부분 신동준의 책
<관자>에서는
해석에 치중하다 보니,
그것을
가지고 다른 말을 할 겨를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다르다.
이
본문이 의미하는 바는 이미 다뤘으니 재론하지 않고, 그
말이 동양 사상사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는가,
또한
그래서 현재에 어떻게 적용이 될 수 있는가에 이르기까지 더 깊은 뜻을 논하고 있다.
이런
식이다.
<대학>에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
治國平天下)라
하였는데,
동양
사상사를 살펴보면,
이
말을 많은 사상가들이 나름대로 해석,
적용하여
왔었다.
예를
들면,
수신제가(修身齊家)와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의
관계를,
맹자는
수신제가만 잘하면 치국평천하는 저절로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
반면에 한비자를 비롯한 법가는 치국평천하가 이루어지면 수신제가는 저절로 해결된다고 보았다.
그런데 관자에서
‘가정은
가정의 법도로 다스리고,
향리는
향리의 법도로 다스리고 나라는 나라의 법도로 다스리고,
천하는
천하의 법도로 다스려야 한다‘고
한 것은 그들의 생각과는 다른 주장이다.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라는 것을 주장했는데,
이는
공자와 순자의 생각과 비슷하다.
순자는 맹자의 주장이 수신제가를
극히 중시하여 치국평천하와는 동떨어져 있다고 비난하였다.
공자는
수신제가와 치국평천하의 이념을 하나로 통일시켜 소위 내성외왕(內聖外王)과
수시치인(修己治人)의
치평학(治平學)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관자에서는 이론을 위한
이론주장이 아니라,
그
이론을 현실에서 실현가능하도록 현실추구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관자의 그런 생각들을 이
책에서 풀어내어,
관자가
지향하는 ‘정치경제학’이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이 부유하고 존귀한 자를 증오하지 않고,
부유하고
존귀한 자들도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즉,
‘상대가
이익을 얻게 하는 것’임을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의 내용
저자는 그런 관자의 생각을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로 분류해 놓았다.
무위로 다스리는
경영법
덕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법치로 다스리는
경영법
무력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이익으로 다스리는
경영법
이 책의 가치
이 책은
<관자>의
응용편이라 해도 될 것이다.
아니
응용편이 아니라,
<관자>에서
미처 못다한 이야기들을 하면서,
한층
더 관중의 생각을 깊게 전해주고 있다.
그러니
이 책에서도 ‘관중’의
가치를 재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관자를 그저
평범한 고전으로 여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며,
독자들이
더욱더 관자를 알기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이 책을 펴냈다.
그래서
관자를 문자적으로 해석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내용들이 이 각박한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며,
현실을
바꿔 나갈 수 있는지를 고심하며 쓴 것이 분명하다.
그런
저자의 고뇌의 흔적을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의 가치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