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
오조 지음 / 팩토리나인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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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프로듀서 퇴사하겠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소설 작가는 친절하지 않다.

 

소설은 대개 친절하지 않다. 작가가 그렇다는 말이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처음에 결코 알려주지 않는다.

해서 사건은 독자가 이해하든 말든 저혼자 진행이 된다.

벌어지는 사건을 이해하며 줄거리를 따라가는 것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러나, 거기에도 무언가 있다. 마구잡이로 작가가 혼자 저멀리 가버리면 독자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포기할 수가 있으니, 독자가 포기하려는 생각을 하는 기색이 보이면 작가는 조금 달래주는 척을 하게 마련이다. 그래야 독자가 포기하지 않고 읽어줄 테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소설의 작가는 그런 이치를 훤하게 꿰뚫고 있다.

그래서 독자와 밀고 당기면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소설, 철학으로 시작한다.

 

이 소설, 3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1부 누구에게나 그만둬야 하는 순간이 온다

2부 누구에게나 붙잡아야 하는 것이 있다

3부 누구에게나 함께여야 하는 시기가 온다

 

이 소설을 읽어가기 전에 먼저 이야기 세 개의 타이틀을 읽어본다,

물론 그 이야기를 함축하는 타이틀이지만, 그것 자체로 의미를 지니고 있지 않은가?

하나 하나가 아포리즘이다.


누구에게나 그만둬야 하는 순간이 온다.

누구에게나 붙잡아야 하는 것이 있다.

누구에게나 함께여야 하는 시기가 온다.

 

가만이 읊조려본다. 그렇지, 그렇다


누구나 그만 둬야하는 순간? 온다. 그렇다

누구에게나 붙잡아야 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

또한 누구에게나 함께여야 하는 시기가? 온다. 그렇다,

 

이렇게 이 소설은 철학적이다, 인생을 관조할 수 있는 장치를 그렇게 마련해두고 시작한다.

 

이 소설, 스파이더맨이 나온다.


이능력자, 그가 스파이더맨이다.

이 능력자가 아니라, 이능력자다. ()능력자.

 

작가의 용어 선택이 기막히다. 초능력자가 아니라 이능력자다,

그래서 이능력자에게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히어로 프로듀서가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존재를 조영은 스스로 이렇게 정의한다.

 

나는 네가 아직 하기 어려운 판단의 길잡이를 하려고 많은 걸 배우고 익힌 사람이야. (90)

 

조영이 이능력자인 서리원에게 해준 말, 그 속에 자신의 존재를 밝혀놓고 있다.

 

그런 히어로 프로듀서인 주인공 조영의 활약상이 펼쳐지는 소설, 3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히어로에 대한 단상

 

이 시대에 히어로가 필요할까?

세세한 소설의 줄거리도 중요하지만, 그 기저에 있는 히어로에 대한 생각, 짚어볼 만하다.

 

우리는 아직 영웅이 필요하다.

우린 영웅이 없던 시대로 돌아가는 법을 잊었어, (89)

 

현대 사회에 히어로는 이미 포화 상태야. 너처럼 이능력을 두 개씩 가진 아이들이 태어나기 시작했고, 능력 소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래 희망 설문 조사에서는 히어로가 매년 1위를 차지하지. 사람들은 문이 좁아질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몸집이 큰 히어로들이 새로 등장하면 한쪽에서는 억지로라도 문을 넓히는 사람들이 생겨나거든. (96)

 

다시, 이 책은?

 

그런데 이 소설의 특이한 점이 있다.

히어로를 관리하는 능력을 키워, 그 방면에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 조영은 왜 이능력이 없는 것일까? 그런 면에서 그녀는 무능력자다.

 

이 소설의 작가는 바로 그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능력자를 키워내는 것은 바로 무능력자라는 것을, 그래서 이능력자와 무능력자는 서로 서로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까 언급한 아포리즘 세 개, 생각이 나지 않는가?

 

누구에게나 그만둬야 하는 순간이 온다.

누구에게나 붙잡아야 하는 것이 있다.

누구에게나 함께여야 하는 시기가 온다.

 

작가는 말한다. 작중 인물을 통해서, 또한 소설 전체를 통해서 말한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 세 가지를 찾아내는 줄거움, 소설을 읽어가면서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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