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록달록 스웨터의 놀라운 변신] 어렸을 때 집에서 개를 키운 적이 있다. 그렇지만 애완용이라기 보다는 마당있는 집을 지키는 개라고나 할까? 요즘 주위에서 키우는 애완용 강아지는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다. 이쁜 옷도 입고 외출할 때는 사람처럼 발싸개도 하고 머리에 리본도 달고...만약 이 강아지들이 저마다 취향이 있어서 옷을 고른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개구쟁이 해리는 나름대로 취향이 있는 강아지이다.^^ 할머니가 손수 떠주신 이쁜 장미꽃 무늬 스웨터가 영 마음에 들지 않다. 우스꽝스러워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전까지 해리의 성별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성별이 궁금해진다^^ 아이들을 이뻐하면서 데리고 나가도 영 시무룩하던 해리가 몰래 이 옷을 버리기 위한 작전을 펼치지만 번번히 실패하고 만다. 그러다 장난삼아 한가닥 풀어보니 이렇게 술술 풀릴 수가~ 게다가 갑자기 새가 날아와 실 끝을 물고 하늘로 날아가니 자연스럽게 스웨터도 모두 사라지고 만다. 스웨터가 하늘로 사라졌다~사라졌다.~그렇지만 마지막 반전이 이 그림책에 커다란 재미를 준다. 새와 함께 하늘로 사라져버린 스웨터가 알록달록한 새둥지가 되어있는 것이다. 마지막 장면이 주는 효과는 아이들에게 무한한 상상과 안도감, 따뜻함을 동시에 주는 것 같다. 개구쟁이 해리 이래서 아이들이 좋아하는가 보다^^
[스피드 인라인스케이트 시작]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은 제로니모 시리즈를 무척이나 반긴다. 지난 번 책에서 모처럼 엄마들이 좋아하는 예절교육을 시킨 제로니모가 이번 책에서는 초스피드 로켓스케이트 경주를 펼치니 정말 극과 극을 왔다갔다 한다. 역시 제로니모~ 학교 갔다오면 아이들이 즐겨 타는 인라인스케이트가 이번 책에 소재로 등장하는데 여기에 스피드가 결합된다. 제로니모는 원치않는 미치광이 생쥐들의 로켓스케이트 경주에 참여하게 되는데 말처럼 로켓이 달린 것이 아니라 로켓처럼 빨리 타는 인라인스케이트 경주라고 보면 된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몰고 나와서 밤에 도심 한복판에서 광란의 질주를 펼치는 스피드족이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 제로니모는 그렇지는 않지. 오히려 대회에 참가해 미치광이처럼 스피드를 즐기는 생쥐들의 코를 납작하게 해주는데 일조를 한 듯하다. 제로니모가 경주를 펼치는 과정에 아슬아슬한 장면, 혹여 넘어져 다치치는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한 마음을 가지고 책장을 넘기지만 역시 주인공 제로니모는 언제나 해피앤딩을 가져온다. 아이들은 할 수 없는 마음 속의 상상모험을 늘 대신 펼쳐주는 제로니모. 그래서 아이들에게 제로니모의 인기가 높은가보다. 팁르로 스케이트에 대한 자료가 조금 실렸는데 아이들을 위해서 인라인스케이트 타기 전의 안전수칙에 대해서 알려주는 정보가 있었으면 한층 좋았을 거라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추사도 감탄한 문장가 김금원]
보림의 진경문고는 늘 새로움을 전해주는 것 같다. 책만보는 바보 이덕무의 이야기에 흠뻑 빠졌다가 다산의 아버님께 라는 글을 통해 정약용과 그의 아들들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던 시리즈이다. 이번에 읽게 된 오래된 꿈의 주인공 김금원은 사실 너무 생소한 인물이었다. 표지를 보니 14세에 남장을 하고 금강산에 오른 여인이란다. 14세라면 중학교 1학년인 딸과 똑같은 나이인데 남장을 하고 금강산에 오르다니...대단한 이야기가 숨어있을 듯해서 기대감에 부풀었다. 김금원을 유명한 문인들이 많이 배출되었다는 강릉에서 1817년에 태어났다. 조선말기라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남녀에 대한 차별이 있고 신분에 대한 차별이 있었기에 문에 능하고 호기심이 많은 금원을 부모는 흐뭇하게 바라볼 수 없었다고 한다. 조선 초와 중기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해지고 유교윤리가 강해지면서 시문에 뛰어났던 사임당과 난설헌이 얼마나 다른 인생을 살았는지는 익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조선 말기에 태어난 김금원에게는 좀더 넑은 세상이 펼쳐지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었는데 실망했다. 그녀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감추고 고모와 동생과 시문을 주고 받으며 넓은 세상에 대한 동경만 키우는 답답한 삶을 지속해야 했다. 부모의 동의를 얻어 떠나게 된 14세 금강산 유람은 그 동기와 과정에 저자의 마음은 거의 담기지 않고 밋밋해서 읽는 내내 아쉬움이 컸다. 그 원인이 그녀의 글솜씨 부족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에 가족에게 누가 될까 최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배제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생 출신으로 후처로 들어온 자신의 어미처럼 금원 역시 기적에 올라야 했고 한 남자의 후처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가 남편을 따라 갔던 개경지방을 제외하고 14세 금강산길에 들른 충청도를 제외하면 그녀 역시 조선 땅 모두를 볼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삼호정에 거주하면서 선비와 여류시인들과 교류를 하고 후에 남긴 [호동시락기]는 금원의 여행 경로가 담겨져 있다. 후에 금원이 남편을 추모하는 글을 추사에게 보내는데 이것을 읽고 추사가 극찬했다고 한다. 그리고 추사는 제자들에게 금강산 가기 전에 읽어야 할 필수도서가 되었다고 하니 그녀의 시문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호동서락기]를 통해 자신의 생애와 세상을 향하고자 하는 꿈을 남기고자 했던 그녀의 의지가 대단하다. 물론 원하는 만큼 다 표현할 수는 없었지만.. 많은 부분 상상을 통해 쓰여진 글이라고는 하지만 김금원의 꿈을 추측할 수 있었다. 시대가 그녀을 뒷받침해주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세상을 향한 바람은 오늘날 아이들에게도 충분히 전해지지 않을까 싶다. 중학교 입학해서 기말고사에 녹초가 되어 있는 딸에게 시험 후에 꼭 읽어보도록 권해야겠다. 금원을 통해 세상을 향한 꿈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
[터키의 뒷골목과 일상을 엿보다] 해외여행을 한번도 해보지 못한 탓인지 해외여행기를 읽으면 동경 반, 질투 반 그렇게 된다. 갈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늘 여행을 꿈꾸어보는데 특히 동유럽이나 북유럽을 꼭 한번 가보고 싶다. 아시아와 유럽의 문화가 함께 공존한다는 터키는 월드컵을 통해서 더 가깝게 느껴지는 나라이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책을 접하다가 이슬람에 대해서 좀 다른 시각을 갖게 되었다. 우리에게 비춰지는 시각은 아무래도 미국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대세이기에 왜곡된 부분이 상당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슬람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도 자국의 나라에 맞게 변형시키고 여성의 사회 진출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라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나라가 있다. 그동안은 부정적인 영향만 보았다면 이제는 달리보인다.이 책의 표지에도 시간에 맞춰 거리에서 의식을 치루는 터키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터키에 경치가 좋은 곳을 찾아가느냐? 그들의 일상을 보느냐 궁금해는데 아무래도 후자쪽이라는 느낌이 바로 든다. 작가는 도찾기에 오래 눌러앉아 있기를 좋아하고 보이지 않는 일상과 뒷골목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덕분에 터키의 외관이 아니라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일상적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책이다. 담배 천국 금연 지옥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요즘 금연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시점에 터키 인들의 열혈 담배 사랑에 갸우뚱하게 된다. 나라마다 다른 문화와 특성이 있는데 이곳은 지금 금연이 분명 열악한 상태인듯, 게다가 길가에 넘쳐나는 고양이들의 천국이란다. 고양이들에게 생선을 내맡기고 월급의 절반이상을 들여 길고양이를 먹이는 기이한 실태, 일명 삐끼 고양이, 야바위꾼이며 동시에 문화홍보대사로 받아들이는 작가의 생각이 재미나다. 한국과 달리 무슬림 사회에서 고양이를 좋은 영물로 받아들인다는 문화적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이 아닐까 싶다. 생각한 것보다 사진이 많이 실려있고 색감도 살아있어 읽는데 흥미가 더해진다. 그동안 터키의 외관을 보았다면 이제는 터키의 내면을 보시길, 물론 작가의 철저한 주관이기는 하지만 객관의 사진과 함께 하기에 조화를 이루는 것 같다.
[캄보디아 가이드가 된 수아의 성장기] 창비청소년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만으로도 기대가 잔뜩 되던 작품이다. 그동안 [완득이]를 비롯해 [위저드베이커리],[싱커]까지 중학생이 된 딸아이와 함께 읽고 공감을 하기에 참으로 큰 다리 역할을 해준 작품들이다. 이름이 낮선 작가 추정경은 방송작가로 활동해왔다고 하니 좀더 현실적인 문제에 민감하지 않을까 기대를 하게 된다. 서울이 아닌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청소년의 성장기는 어떤 문제를 담고 있을까? 수아가 서울을 떠나 캄보디아로 가게 된 이유는 그리 유쾌하지 않다. 일종의 야반도주..아빠의 사업상 큰 빚을 지고 야반도주를 하듯 캄보디아로 왔지만 결국 모녀는 아빠에게 버림받고 힘들게 생활하는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사춘기 소녀같은 엄마는 관광가이드 일을 하지만 툭하면 술을 먹고 신세한탄을 하며 뻗지를 않나 심지어 수아가 서울을 가기 위해 고이고이 모아둔 돈까지 훔쳐서 하루아침에 사라져버리기까지 한다. 이런 엄마가 세상에 어딨을까 싶을 정도로 무책임하고 의욕없이 생활하는 엄마의 모습에 같은 엄마로써 욱 하는 감정이 들 정도였다. 그렇지만 말하지 않은 진실은 늘 우리 삶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글의 말미에서 찾을 수 있다. 여하튼 엄마 대신 졸지에 한국에서 온 관광객의 가이드 노릇을 하게 된 고등학생 수아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또래 친구로 한국인 아빠를 그리며 캄보디아에서 살고 있는 쩜빠, 뚝뚝이를 몰고 다니면서 생계를 책임지고 한국을 너무 좋아하는 쏙천..수아의 주위를 둘러싸고 인물들은 한국인은 아니지만 캄보디아의 청소년들이다. 멀리에서 그들은 나와 다른 타인으로 느꼈지만 일상으로 들어가 부딪치면서 알고 보니 생계를 책임지고 아빠를 기다리며 자신의 꿈을 키우는 똑같은 아이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명 한국에서 벗어나 세계적인 공감대를 느끼는 청소년성장소설이라고나 할까? 엄마의 이름을 대신해서 "나는 지옥입니다"를 말하던 수아가 지옥같은 일상에서 벗어나 엄마와 아빠를 이해하게 되는 것은 가이드 마지막날에 벌어진다. 일행 중 한부부가 바로 서울에서부터 찾아온 빚쟁이들. 엄마는 수아를 버린 것이 아니라 일종의 도피를 한 것이었다. 게다가 그동안 자신도 잊고 있었던 아주 중요한 기억을 찾게 된다 . 바로 아빠가 자신과 엄마를 버린 것이 아니라는 사실, 아빠의 죽음이 있기까지 엄마가 안고 있었던 미안함까지 깨닫고 까칠한 소녀 수아는 엄마를 이해하고 가족애를 다시 찾는 소녀로 훌쩍 성장한다. 읽는 내내 수아의 말투 하나하나가 요즘 아이들을 쉽게 떠올리게 했다. 다소곳? 그게 어느나라 말이더라..툭툭 내던지듯 말하고 까칠하고 그러면서도 머리와 가슴으로 깨우치고 성장해가는 요즘 아이들 모습이 묻어나 읽는 내내 중학생 딸아이와 겹치는 면도 있었다. 자기만의 일상에서 생기는 고민에 빠져있는 아이들에게 나와 다른 환경에 살고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인생을 엿보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