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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달 절집 밥상 : 두 번째 이야기 -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138가지 제철 밥상 ㅣ 열두 달 절집 밥상 2
대안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14년 8월
평점 :
<욕심없이 자연에 순응하는 밥상>
사찰에 갔다가 공양을 한 적이 딱 두 번 있다. 첫공양은 서울의 길상사에 갔다가 처음으로 공양을 하게 되었는데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이곳에서 먹는 음식을 함께 먹는다고 하니 뭐가 다를까 유심히 보게 되더라. 그때 먹었던 나물 비빔밥은 무척 수수하게 느껴졌고 공양 후 밖에 나와 밥값이라면 함께 수달 떨면서 까던 도토리의 감촉도 기억난다.
사람들이 먹고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데 그래도 참 많이 달라진 것은 시대의 변화 때문이리라. 너무 많은 편리함인 우리 생활 곳곳에 녹아나니 그 편리함과 안락함 때문에 쉽게 음식을 접하고 그 대신 건강을 쉽게 담보로 내주게도 된다.
넘쳐나는 빠른 조리 음식과 사계절이 무색하게 늘상 만나는 식품과는 정반대인 느림의 미학을 가지고 있는 절간의 밥상은 어떤 것일까?
방송에도 자주 나오셨던 대안스님이 치유의 제철 밥상을 소개한단다. 그래서 이 책의 구성은 그 계절에 맞는 재료를 이용해서 차릴 수 있도록 사계절로 나누어 소개된다. 잘 몰랐었는데 조계종의 공식 사찰음식전문점으로 '발우공양'이라고 있는가 보다. 그곳의 총책임자가 바로 대안 스님이란다.
사찰에서는 고기를 사용하지 않기에 음식 맛을 내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채수와 천연재료를 이용한 소스가 있다. 은행소스, 단호박소스, 브로콜리소스, 견과류소스...
이런 걸 보면 우린 너무도 쉽게 슈퍼에서 돈을 주고 휘리릭 서서 먹는데 만들어지기까지의 공로를 무시하고 쉽게 얻는 대신 잃는 것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서 소개된 만능 소스나 채수의 비법은 생활 속에서 꼭 실천해 봄직하다.
음식을 만들기 위해서 장을 보는 것이 먼저이다. 도시 생활을 하는 우리가 장보러 가는 곳은 다름 아닌 슈퍼이다. 모든 것이 손만 뻗으면 있는 곳. 그러나 스님이 장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은 절간 둘레의 텃밭과 뒷산, 들판이다. 이러한 장보기의 첫장면부터 마음이 겸손해진다. 손수 자연에서 주는 것을 거둬들이는 손길 때문이리라. 그렇기에 이런 겸손함으로 만들어진 음식은 결코 화려하거나 사치스럽지 않은 듯하다.
화려한 먹거리, 강한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들에게 절집 밥상은 겸손함의 미덕과 느림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 같다. 고기 대신 늘상 쓰이는 들깨가루탕이 훨씬 고급스러워보이고 산나물로 만든 탕수가 최고급 쇠고기로 만든 탕수육보다 더 맛나게 느껴지는 것도 그 이유때문이리라.
자연이 준 천연재료를 이용해서 인간의 욕심으로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허기짐을 채우고 공손함으로 마음을 채우는 과정을 보는 듯하다. 특히나 마지막에 소개된 차는 밥상을 물린 후 마시는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 커피 대신 밍밍한 차 한잔으로 몸도 마음도 가벼이 내려놓아야겠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