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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사회 - 타인의 공간에서 통제되는 행동과 언어들
김민섭 지음 / 와이즈베리 / 2016년 11월
평점 :
<이 사회는 거대한 타인의 운전석>
생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는 것은 방송이나 뉴스를 통해서이기도 하지만
주로 책을 통해서 경험하지 못했선 사회의 또다른 면을 많이 접하게 되는 거 같다.
나로써는 처음 만나게 되는 저자 김민섭의 작품이다.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때의 필명이 참으로 특이하다. 309동 1201호이란다. 본명 대신 필명으로 지방대 시간강사를 하면서 있었던 일, 별로 유쾌하지 않은 일이
많았으리라 짐작이 되는데 그는 2015년에 대학 강단을 떠났다고 한다. 이때까지 4년동안 강의를 하고 논문을 썼던 그가 대학을 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책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대학을 나와 오히려 더 큰 강의실과 연구실이 있음을 깨닫고 이제는 그의 필명이 아닌 본명으로 책을
쓴다고 한다. 이러한 필자의 이력을 보면 그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커진다.그가 만난 세상은 어떤 것일까 그 사회을 이 책에서 엿보게 된
것이다.
제목만 봐도 계속 등장하는 단어가 보인다. 대리사회, 대리인간, 대리위치
그리고 통제라는 단어들..
대학 강단에 섰던 그가 가족들을 외면하지 않고 돈벌이를 위해서 대리기사로 사회에 뛰어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또한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낮에는 글쓰기를 하고 밤에는 대리기사가 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대리기사라면 술취한 손님 대신에 그의 차를 몰고가는 일을
해주는 기사이다. 대부분 늦은 밤에 이루어지고 차주를 집까지 데려다주고 나면 홀로 차가 없는 늦은 때에 알아서 집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거
정도..
갑과 을의 관계는 누가 결정짓지 않아도 스스로 알게 되는 묘한 관계이기도 하다. 대학강단에서 나오면서 그가 쓴 책에 대한 비판도 갑은
물론이고 동료로부터도 듣게 되는 과정이 씁쓸하기만 하다. 같은 직종에 있으면 위로와 격려도 주지만 혹자는 비난과 질투, 혹은 왜 그랬냐는 질책을
보내기도 하니 말이다.
대학이 아닌 세상으로 나와서 그가 택한 대리기사에서 그는 또 다른 세상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술에 거나하게 취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들의
차를 대신 몰아주는 운전석에서 어색하게 아무 말도 섞지 않지만 혹자에게는 감사의 말을 듣기도 하고 혹자에게서는 완전한 푸대접을 받기도
한다.
가장 무서운 고객이라는 제목에서 무섭다면 욕하고 소리지르는 갑질하는 고객이겠거니 생각했는데 완전 의외였다. 브레이크가 잘 듣지 않을
거라는데 그 말이 맞아떨어지면 얼마나 무서울까나..
저자가 세 부분으로 나눠서 말하는 통제의 부분 또한 인상적이다. 행위의 통제, 말의 통제, 사유의 통제
남의 운전석에 앉아서 세상을 바라보면서 그의 차로 운전을 하면서 겪게 되는 행위의 통제, 그리고 차주가 먼저 말을 걸기 전에는 말을 먼저
걸지 않게 되는 혹은 묻는 말에 대답하게 되는 말의 통제, 그리고 그러한 모든 것으로 인해서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게 되는
사유의 통제까지.
대리를 대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한번 되뇌어 보기도 한다. 대리사회라고 규정짓는 곳에서 모든 것을 대리적인
습관으로 바라보기를 원하지만 주체가 되어야 하는 때도 있음을 각성하게 되는건 설명하지 않아도 알법하다. 스스로 겪게 되는 다양한 예를 분노에
차서 격양높은 언어로 전달하지 않는 저자의 태도때문에 오히려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도 또한 누군가의
대리인간이 되지는 않는가 하는 부분에서는 또 다른 범위까지 세상을 바라보게도 된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타인을 주체롤 생각해주는 그러한 태도가 아닐까 생각해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