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아! - 돌아온 바람의 딸 한비야의 떠나며, 배우며, 나누는 삶에 대하여
한비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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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랜만에 만나는 한비야 작가의 책인지라, 무척 궁금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처음 한비야라는 이름을 만난 지도 30년이 훌쩍 넘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한 달 혹은 두 달에 한 번씩 서점 나들이를 했다. 책보다도 선물 받는 느낌이, 부모님과 서점으로 놀러 간다는 느낌이 더 좋았던 시절이었다. (그래서 여전히 내가 책을 좋아하는 이유도 서점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생겨서 인 것 같다.) 내가 산 책은 기억이 안 나는데, 아빠가 구입했던 책 두 권은 여전히 떠오른다. 한 권이 『태양의 아들 잉카』라는 책이었고, 또 한 권은 바로 한비야 작가의 책 『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이었다. 바람의 딸이라는 제목이 어린 내게도 흥미롭게 여겨졌던 것 같다. 물론 초등학교 저학년이 읽기에 책의 글 밥이 너무 많아서 사진만 좀 봤던 것 같지만...


 그러고 보니 바람의 딸 시리즈를 제외하고 한비야 작가의 책을 여러 권 만났던 것 같다. 1그램의 용기도 읽었는데, 그게 벌써 5년 전이라니... 세월이 참 빠르다 싶다.



알다시피 한비야 작가는 여성 배낭여행 1세대로 불린다. 그녀 덕분에 배낭여행뿐 아니라 세계여행에 대한 관심이 올라간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바람의 딸이라는 이미지를 꽤 오랜 시간 동안 지우고 싶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이제는 오지 여행가 보다는 국제구호가 주 업이 되었기에 과거의 이미지가 구호활동에 오히려 좋지 않은 영향력을 미칠까 봐 걱정이 되어서 일부러 더 그랬다고 한다. 하지만 여러 여행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바람이 딸이 있었기에 지금의 국제구호가도 교수도 될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역시 국제구호가 답에 책 안에는 다양한 도움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부끄러워진 것은, 나는 움켜지는 것은 잘하지만 나누는 건 잘 못하는 사람이어서다. 물론 나 역시 십수 년 전 태국과 미얀마의 국경지대에 있는 한마을을 다녀온 후로, 그곳에서 만난 선교사님의 강의를 들은 후로, 그때부터 계속 매달 여러 단체를 통해 후원활동을 하고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내 주머니 안에 있는 것을 저자처럼 나누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덜먹고, 좋지 않은 곳에서 자고, 편하게 가기 보다 걸어가는 것을 택하면서 모은 돈으로 나눈다는 사실이 내겐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한비야 식의 다양한 모금과 구호, 후원활동이 책 여기저기에 소개되어 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아이에 이야기가 있다. 남수단에서 구호 활동을 할 때의 일이다. 부모가 일하러 나가는 낮 시간 동안 방치되어 있는 7살 미만의 아이 100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공책과 색연필을 나누어 주었단다. 시각장애가 있는 동생에게 받은 색연필과 공책을 만져보게 하는 7살 아프리카 꼬마 아이를 본 저자는 그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서 남은 2세트를 더 챙겨주려고 했단다. 그때 아이는 이렇게 말했다.


"이것으로 충분합니다!"


 보통은 선물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했을 텐데, 이 아이는 자신에게 주어진 걸로 만족하며 하는 이 한마디가 저자는 물론 내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이 꼬마 덕분에 그날 새삼 깨달았다. 

행복의 조건은 얼마나 많이 가졌는가가 아니라 

가진 것에 감사하며 지금 이걸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이라는 것을.

 책에는 무국적자 취급을 받고 난민으로 살아가는 로힝야족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북서쪽과 방글라데시의 국경 지역에 사는 무슬림으로 150만 명의 소수민족이다. 이들은 자신들을 아랍.벵골계 무슬림이라 주장하는데 비해, 미얀마 군부는 이들을 영국 식민지 시절 방글라데시에서 이주한 불법 이민자로 간주하고 많은 차별과 박해를 받으며 살고 있다. 이들을 돕기 위해 저자는 2024년 난민촌이 있는 곳으로 떠났는데, 책 안에는 이들과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미얀마로 갈 수도 없고, 제3국으로 가기도 힘들고(이들은 무슬림이다 보니 테러 등을 우려하는 제3국에서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 방글라데시에서 제공하는 지역으로 가기도 싫어한다.(방글라데시에서 제공하는 곳은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거주이전의 자유 자체가 허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들을 교육시키며 미래를 꿈꾸게 하는 역할을 했던 저자의 이야기를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앞에서 십여 년 전 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 여행을 갔던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만난 사람들은  메솟에서 사는 카렌족이었다. 이들 역시 군부정권의 가혹한 탄압을 견디다 못해 도망쳐 나온 난민들이었는데, 이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염소를 지원해 주고 공부를 시켜주는 학교를 다녀온 적이 있다. 나무로 얽기 설기  지은 나무 집에서 이들은 새벽마다 자신의 나라를 위해 기도하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알고, 가진 것조차 나누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불평불만만 쏟아내던 나 자신을 많이 반성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옛 기억이 살포시 떠올랐다. 누구도 로힝야족 같은 상황에서 태어나기를 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추운 날씨에도 따뜻하게 입을 옷도, 머무를 집도, 식당에 가서 사 먹을 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순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에 불평이 터져 나왔다. 오늘도 나는 출근길 갑자기 밀면서 들어온 한 남자에게 눈을 흘기고 속으로 많은 욕을 삼켰고, 에스컬레이터가 고장 나서 걸어가야 했던 것도 불만이었다. 


  덕분에 잠깐이지만 내가 가진 감사할 것들을 떠올려보게 되었다. 사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불만투성이지만, 서평을 쓰면서 오늘 하루를 또 돌아보게 된다. 내일은 좀 더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야겠다. 그리고 책의 제목처럼 비교하고 불평만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도, 오늘도 좋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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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기분파 나무의사 필기 심화모의고사 Point Summary 625제 - <2023년~2025년 기출반영>=특별부록 : OX문제로 기출 체크하기 2026 기분파 시리즈
박범수.㈜에듀웨이 R&D 연구소 지음 / 에듀웨이(주)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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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얼마 전 읽었던 책의 저자가 나무의사로 유명한 분이었는데, 그 책 덕분에 나무의사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나무의사라는 이름이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자격 수험서를 통해 만나니 또 색다른 느낌이다. 


 나 역시 이름만 들어봤던 나무의사가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책의 시작부에 해당 내용이 나온다. 나무의사는 산림청에서 시행하는 시험으로 생활권 수목의 진료 및 치료의 전문성을 확보하여 생활권 수목을 관리하기 위한 전문가를 양성하는 시험이라고 볼 수 있다. 역시 전문가를 검증하는 시험이기에 응시자격이 있다. 수목학과의 석사나 박사학위 취득자부터 해서 관련 직무에 대한 실무 경력이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4페이지의 시험 개요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다.


 필기시험은 총 5개의 과목에서 각 25문제씩 출제되는데(총 125문항), 각 과목별 과락이 있다. 40점 이상을 취득해야 하고, 전 과목 평균이 60점 이상이어야 합격한다. 시험 시간은 125분이다.


 특이사항이라면, 1차 시험 접수 시 응시 자격에 따른 경력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단, 처음 응시 때에만 접수하면 되고, 불합격하여 재 응시할 경우 별도의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다. 




이 책의 강점이라면, 각 과목의 내용을 마인드맵으로 구성하여 수험생이 해당 내용을 쉽게 파악하고 떠올릴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또 꼭 알아두어야 하는 부분은 음영처리(형광펜)를 통해 한 번 더 강조하기 때문에 그 부분은 꼭 기억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무래도 전체적으로 암기가 필요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체크되어 있는 부분을 중심으로 암기하면서 해당 내용을 이해한다면 좀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 다른 수험서와의 차별점이라면, 각 과목별 내용에 대한 정리가 앞에 중점적으로 등장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책을 분철해서 이론과 기출문제로 나누어서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5개 과목에 대한 요점정리를 통해 내용을 기억했다면, 심화 모의고사를 통해 앞에서 공부한 부분을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모의고사는 실전처럼 각 과목별로 구성되어 있는데, 해당 문제의 해설이 같이 수록되어 있기에, 별도로 요점 정리를 찾지 않아도 되기에 편리하다. 모의고사는 총 5회가 수록되어 있다.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는 OX 문제를 통해 핵심 내용을 떠올리고 기억할 수 있는 부록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시험 전 해당 내용을 확실히 점검하는 식으로 활용하도록 하자! 마지막 장에는 최근 기출문제(8~11회)의 문제를 OX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최신 기출문제 625문을 통해 실전 감각을 꼭 기르도록 하자! 기출문제를 분석하고 파악하여 합격으로 인도하는 기분파 나무의사 필기 심화 모의고사 수험서를 통해 나무의사 합격의 기쁨을 누려보자. 수험생들의 합격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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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어문회 한자능력검정시험 2급 한 권으로 끝내기 - 한자 3박자 연상 학습법으로 초단기 합격!
박정서.박원길 지음 / 시대에듀(시대고시기획)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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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대학 재학 시절 한자시험을 준비하다가 취업 준비로 접은 적이 있다. 취업을 한 후, 자기 계발을 하고자 하는 생각에 한자 1급을 준비하다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덕택에 결국은 어영부영 포기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는 한자 시험을 언젠가는 다시 준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 아쉬움을 우선은 아이가 보다 만 한자 일력으로 대체하면서 그래도 매일매일 꾸준히 한자를 눈에 들어오게 하는 방식으로 공부를 했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가 방학 동안 돌봄 수업에서 한자를 배우면서 조금씩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물 들어올 때 노를 젓자는 마음으로 아이와 함께 공부를 시작하면 좋겠다는 마음을 먹었는데, 1급은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3급은 좀 아쉬움이 남을 것 같았다. 우선 2급으로 먼저 공부한 후, 기회가 된다면 1급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과거에는 정말 무식하게 외우기 바빴기에 처음에는 의욕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새로운 진도를 나가기가 쉽지 않아졌다. 익숙하게 아는 한자들은 그래도 괜찮지만, 한자 세대는 아닌지라 낯설고 어려운 한자들이 많이 등장할 때는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다행이라면 나처럼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좀 더 쉽게 한자를 기억하는 방법이 이 책 안에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 연상작용으로, 키워드를 중심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확실히 기억에도 오래 남고 어렵지 않게 암기를 할 수 있어서 시험 준비가 쉬웠던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한자 역시 부수를 통해 자연스럽게 한자를 풀어서 뜻을 이해하고 그에 따른 음까지 연결하면 좀 더 쉽게 한자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가령 첫날 공부 분량의 가장 먼저 등장하는 산 산(山)과 날 출(出)을 부수자로 해서 나오는 한자들을 풀어쓴 부분을 보자면 신선 선(仙)의 경우 풀이를 살펴보니, 사람이 산처럼 높은 것에만 신경 쓰고 살면 신선이니 신선 선! 이 된다는 식으로 한자를 떠올릴 수 있도록 설명해 준다. 각 한자별로 +를 통해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해당 한자를 활용하거나 비슷한 한자. 단어 등을 통해 좀 더 확장된 어휘를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 부수별로 챕터를 구성해서 매일 공부할 분량을 통해 공부를 한다면 25일이면 마스터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솔직히 하루 분량이 적진 않다. 한자로 따져서 20개면 한 부수당 5개만 잡아도 100개니 말이다. 다행히 한자를 풀어서 설명해 주기 때문에 무턱대고 외우기보다는 좀 더 떠올리면서 한자를 분석하는 방법으로 공부를 하다 보니 확실히 기억에 오래가고, 자연스럽게 한자의 뜻을 유추할 수 있어서 확실히 시간적인 소모가 덜한 것 같다.  




저자가 개발한 3박자 연상 학습법을 통해 한결 쉽게 한자를 암기할 수 있다. 우선 기본 되는 한자를 암기한다면, 그와 연결되어 파생되는 한자까지 자연스럽게 이해하면서 좀 더 넓은 어휘를 익힐 수 있다. 또한 각 한자별로 획수와 부수 그리고 몇 급용 한자인지 표시가 되어 있으니 혹여나 더 낮은 급수를 준비한다고 할 때 체크해 볼 수 있겠다. 물론 한자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각 한자를 활용한 한자단어까지 활용하기에 한 번 단어로 만나고, 이후에 또 한번 실제로 한자를 만나면 조금 더 수월하게 익힐 수 있겠다 싶다.


 뿐만 아니라 매일의 공부 분량을 마치면 확인 문제를 통해 오늘 배운 한자를 복습할 수 있는데, 실제 검정시험의 문항으로 등장하기에 실전 연습을 하기도 좋겠다. 또한 고사 성어나 동음이의어, 반대자나 약자 등 다양한 출제 유형별로 대비할 수 있는 장도 있다.


 실전 모의고사는 물론이고, 시험장에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빅데이터 합격한자는 휴대하기 좋도록 별도의 삽지로 구성되어 있다. 시험 전 빈칸을 채우며 해당 한자를 눈으로 한 번 더 익힐 수 있고, 시험 당일 활용하면 여러모로 부담이 덜할 것 같다.


 한자는 우리 말의 대부분을 차지하기에, 한자를 많이 알수록 단어를 풀이하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요즘 문제가 되는 문해력 역시 한자를 많이 익힘으로 해결될 수 있다. 나처럼 한자 검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자녀가 있다면, 부모가 같이 준비하면서 같이 윈윈할 수 있는 수험서로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혹은 초등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 자녀에게 조금 더 한자를 흥미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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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주, 시간의 쉼표 (손글씨 에디션) 나태주, 시간의 쉼표
나태주 지음 / 서울문화사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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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시와 친하지 않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는 좋아한다. 특히 풀꽃 시인이라는 별명처럼 나 역시 풀꽃이라는 시를 좋아한다. 아직도 시와는 어색한 사이를 가지고 있지만,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일력으로 만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시인이 직접 쓴 시와 그림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조금 더 마음이 따뜻해지는 하루가 될 것 같다.



 날짜만 적혀있는 일력이기에, 일 년 중 어느 때 시작해도 좋겠다 싶지만 왠지 새해에 시작하면 더 좋을 것 같은 이유는 새해 첫날부터 몽글몽글 여유 있는 시작을 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직 남은 한 달여를 버리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력을 꺼내 읽어본다. 보통의 일력에 반 밖에 안되는 사이즈라서 자리도 많이 차지하지 않고, 어우러진 글씨와 그림 덕분에 보고 있으면 푸근하다. 멋진 필체도, 대단한 그림도 아니지만 소소한 일상을 담은 시 안에서 느껴지는 소박한 따스함이 있다. 


 시인은 어떤 생각으로 매일의 시와 그림을 그렸을까? 일력의 머리말에서 시인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마주할 수 있었다.  바쁘게 사는 누군가에겐 일력을 읽고 감상하는 잠깐의 시간이 휴식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하루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에게는 조금이나마 소중한 하루를 일깨우기 위해서 이 일력을 만들었다고 한다. 물론 바쁘고 빨리빨리 사는 게 능사는 아니기에, 그 안에 여유와 정성을 쏟는 하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 따뜻하게 담겨있다. 



시와 그림이 같이 담겨있는 장도 있고, 시와 담겨있는 장도 있다. 11월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기에, 11월의 일력을 읽고 있는데 아무래도 한 해의 말미에 가까워서 그런지 11월 23일의 시가 마음에 와닿았다. 나 역시 인생의 전반기를 살았다고 할 수 있는 마흔이 넘어서 그런지, 이 시가 더 마음에 와서 박힌다.


 늘 이맘때가 되면 한 것도 없이 흘러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 매일매일 그래도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늘 뭔가 모를 씁쓸함이 배어나거나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그때 이 시가 진한 위로가 되었다. 


 어려운 시어가 아님에도, 그 안에 담긴 깊은 맛이 담기는 것 자체가 시인의 역량인 걸까? 덕분에 매일매일 마음을 다잡고, 마음을 쉬며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 싶다. 매일 다른 시 안에 담겨있는 작은 보물을 발견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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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을 담다 - 역사가 이어주는 부모와 자녀의 이야기
홍순지 지음 / 히스토리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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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제목을 읽는 순간 한번 꼭 읽어보고 싶었다. 제목에 적힌 한자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남편도 나도 역사를 좋아했었기에 짧은 연애 기간 동안 고궁 데이트를 종종 했다. 아이가 태어난 후에도 아이를 데리고 종종 가까운 유적지 나들이를 했다. 그 영향인지, 아이 역시 역사를 참 좋아한다. 


 역사를 배우는 이유는 먼저 살았던 조상들의 삶을 통해 교훈을 얻기 위해서다. 하지만 막상 역사를 교과로 배우게 되면, 교훈보다는 당장 답을 맞히기 위한 지식만은 찾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졸업을 하고 성인이 된 후에 역사와 좀 더 가까워졌다. 요즘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어렵지 않게 역사를 마주할 수 있는 시대다. 시중에 과거의 역사를 통해 현재의 교훈을 찾도록 만들어진 책도 참 많다. 덕분에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할지에 대한 조언을 얻을 수 있기도 하다.


 하지만 부모이기에, 기왕이면 부모의 입장에서 역사의 이야기를 통해 진한 교훈과 공감, 깨달음을 주는 책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종종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보는 순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두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이라서 그런지,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내용들이 있었다. 아직 초등학교 저학년인 큰 아이와 한 번씩 부딪칠 때면 사춘기가 벌써 걱정이 된다. 아이를 낳기 전부터 양쪽 팔목이 안 좋아서 반깁스 상태로 출산 일주일 전까지 출근을 했었기에, 출산 후 혼자 아이를 보는 것이 정말 힘들었다. 집 순이임에도 심한 산후우울증에 아이랑 같이 울기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하염없이 밖을 바라보면서 울기도 했다. 몸이 약한 저자 역시 청소를 하는 것도 버거워서 하다 쉬는 날이 많았다는 말을 들으며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 안에도 무조건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육아와 직장 그리고 살림의 세 마리 토끼를 씩씩하게 잡았던 엄마를 보면서 나도 그렇게 할 수 있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쌓였던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아이를 키우는 것도, 회사 일을 하는 것도, 집안일을 하는 것도 맘에 들지 않았다. 자꾸 구멍이 생기고 어는 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모습에 울컥울컥 자괴감이 쌓였다. 만약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그 시기를 조금은 힘들지 않게 보냈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가 성군으로 일컫는 세종의 이야기에서 저자는 그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모든 것을 잘할 수도 없고 잘할 필요도 없어.

그저 성실하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면 되는 거야.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좀 편해지지 않을까?

완벽함보다 성실함에 더 가치를 두고 살았으면 좋겠어.'

 아들에게 건넨 이 한마디는 내게도 큰 울림이 되었다. 세종도 모든 것을 혼자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랬기에 신하에게 일임해야 할 부분은 의정부 서사제로 전환했고, 건강이 악화된 치세 말기의 8년은 아들 문종이 대리청정을 하기도 했다. 무조건 내가 다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결국 다른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치게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세종의 모습은 내게 신선한 울림이 되었던 것 같다.



 세상을 살 때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직도 광해군을 향해 이중 잣대를 들이민다. 광해군은 기회주의자일까, 현실주의자일까? 병자호란의 빌미를 제공한 인조의 외교정책의 전면에는 조선 사대부의 꼬장이 있었다. 저자는 꼬장이라고 부르지 않았지만, 나는 꼬장이라 부르고 싶다. 실리가 아닌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꼬장을 지켰던 대가는 참혹했으니 말이다. 


 사춘기 아들과의 트러블이 예로 등장한다. 갑작스럽게 가출을 감행하는 아들에게 평소 쓰지 않던 속어까지 사용해서 겨우 말렸던 엄마. 하지만 마음에는 불안이 가득했다. 다행히 아들 역시 같은 고민을 했나 보다. 결국 10분의 실랑이 끝에 자신의 방으로 올라간 아들을 보고 엄마는 안심과 함께 잘 참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을 참고 후에 이야기했다고 한다. 

 

 만약 자존심 때문에 아들이 문을 박차고 나갔다면 어땠을까? 세 보이고 싶어서 치기 어린 행동을 했다면 어땠을까? 아마 조선의 사대부들도 알았을 것이다. 자신들의 선택의 결과에 대해 말이다. 그럼에도 당장의 자존심이 아닌 백성들을 보는 눈을 가졌다면 또 다른 모습의 조선을 마주할 수 있었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역사인물의 삶의 교훈을 내 삶으로 끌어와서 대입하면서 내가 가지 않았던 길을 반추할 수 있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도록 해주는 책을 통해 엄마로의 삶이 조금은 덜 어려워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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