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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곽선생뎐 1~2 세트 - 전2권 ㅣ 싱긋나이트노블
곽경훈 지음 / 싱긋 / 2025년 7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이한 제목이었다. 선생에 앞에 붙는 곽곽이 설마 이름은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책을 읽었다. 호 정도라 생각했는데, 곽곽이 이름이다. 제목만큼이나 그의 활약상은 범상치 않다. 가상의 나라라고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누군가가, 어떤 나라가, 어떤 곳이 떠오르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쥬, 와, 카락이라는 나라는 우리와 우리의 주변에 있는 나라들을 충분히 떠올릴 수 있다. 왕이 살고 있는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흑도. 그곳에 부임한 절도사 배장호는 주민들로부터 필요 이상의 공납을 걷는다. 나라에 내는 것을 제외하고 자신의 챙길 몫으로 3배를 더 걷는다. 가혹한 수탈을 견디다 못한 주민들은 흑산으로 들어가 도둑이 된다. 어차피 이렇게 죽나 저렇게 죽나 죽는 것은 매한가지니 말이다. 그런 그곳에 검은 옷을 입은 무리들이 등장한다. 이 고립된 섬까지 과연 누가 왔을까? 바로 이름만으로도 벌벌 떨게 만든다는 암행총관 곽곽이었다. 부패한 관리는 물론, 그와 연결된 인물들을 모조리 처벌한다. 그뿐만 아니라 도적이 된 사람들이 돌아온다면 용서하겠다는 말과 함께 그동안 빼앗겼던 것들을 다시금 돌려준다. 당연히 4배나 징수했던 공납도 원상 복귀 시킨다. 유일하게 목숨을 내놔야 했던 인물은 도둑의 두목이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일까? 두목 조근은 살아남아 곽곽과 함께 섬을 떠난다. 그의 부하가 돼서 말이다. 암행총관이 나타나면 관리들은 벌벌 떨고, 백성들을 행복해한다. 곽곽선생은 어떤 뇌물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뛰어난 실력으로 그의 손에 잡히는 사람은 족족 죽음을 맞이한다. 과거 곽곽의 아버지 곽현이 왕을 구했다는 명목으로 암행총관을 제수 받고, 그 직은 아들에게 세습이 되었다. 무소불위의 면책특권과 함께 그를 처벌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왕뿐이니, 어느 누가 그에게 대들 수 있을까?
과거 쥬는 흑색당이 정권을 잡고 과두정을 펼쳤지만, 현재의 왕을 옹립하면서 흑색당을 내쫓고 백색당이 정권을 잡게 되었다. 백색당의 유력한 사람들은 모두 열교를 믿었다. 열교의 교리와 교훈을 받들어 자신들의 정권을 공고히 했다. 그런 백색당에게 내수교를 믿는 암행총관은 눈엣가시였다. 그런 곽곽에 의해 백색당의 거두인 최관호의 치부가 드러난다. 그동안 여인을 납치해 와에 파는 인신매매업을 총괄했던 사람이 바로 최관호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한편, 와가 쥬를 쳐들어온다. 오합지졸에 장부에만 올라와 있는 군적은 쓸모가 없었다. 5,000명 중 실제 군인은 50명도 되지 않는다. 군을 이끈다는 장군조차 갑옷이 잠기지 않을 정도로 훈련을 해본 적이 없다. 당연히 와는 쥬를 손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다. 자신들의 잘못은 생각지 않고, 오히려 와의 장군이 내수교신자라는 사실에 죄 없는 쥬의 내수교인들을 살해당한다. 의병들의 주장에 이경 선생조차 그들의 말을 묵살할 수 없었고, 그 밤 큰 살생이 일어난다. 의병이 모집되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칼 한번 잡아보지 않았기에,와의 병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곽곽이 평현 곽씨의 사병들을 데리고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들은 이미 저세상 사람들이 되었을 것이다. 곽곽선생과 함께 또 한 인물이 등장한다. 후야라는 이름의 인물로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 후야는 쥬의 평현 곽씨 집안의 사람으로 후야의 아버지는 흑색당의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반역자로 몰린다. 그렇게 후야는 홀로 쥬를 떠나 와로 향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실패한 인물들은 자신의 선택이 실패인 것을 알면서도 체면 때문에 그 선택을 밀고 나간다. 때론 옳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속한 당파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의견을 따라가는 개와 같다. 그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이나 의지조차 없다. 그런 세상을 향해 곽곽은 옳은 것을 펼쳐낸다. 왕이 사냥개라고 하지만, 곽곽은 자신의 역할을 철저하게 해낸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그저 법대로 처결하지는 않는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을 지켜낼 줄 아는 사람이다.
책을 읽는 내내 곽곽선생과 같은 사람이 우리 사회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적어도 곽곽선생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단어다. 무소불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능력을 꼭 써야 할 곳에 쓸 줄 알았던 인물인지라, 그가 벌이는 살육의 현장이 그저 끔찍하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