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으며 얼마 전에 읽었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피터 싱어의 빈곤 해방이라는 책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여전히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기저기에 기아로 고통받는 인구가 많고, 문맹률도 높을 거라는 내 생각이 철저히 깨지는 경험이었다. 이 책도 동일한 노선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물론 내용은 같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상당히 있긴 하다.
책의 제목을 보고 왠지 모를 반감이 생겼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의 생각 속에 미국과 유럽의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그동안 제3국이나 개발도상국을 향해 한 짓들을 옹호하는 것 같은 분위기 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솔직히 좀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었다. 그가 제3국이 아닌 선진국에서 태어났기에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저자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자본주의 하면 떠올리게 되는, 또한 확실한 비교 상대가 되는 것들을 예와 증거로 들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모습을 통해 잘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바로 자유를 통해 변화된 나라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설명하는 자본주의의 정의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자본주의는 사실 자본 자체가 아닌 경제의 통제권을 소수의 권력자에게서 수십억 명의 소비자와 기업가,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 논리라면 자본주의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정부(혹은 소수의 권력자)가 시민들을 통제하겠다는 의미와 같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다. 바로 이 전제하에 자본주의는 나라의 부를 창출하고, 기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문맹률을 줄이고, 평균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자본주의와 반대되는 개념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왜 부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가령 자본주의의 반대되는 개념 중 자본주의(성장)과 사회주의(분배)이 있다. 과연 부의 재분배를 위해 성장을 막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 예로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의 이야기가 잠깐 등장한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논조의 주장을 거듭한다. 분배와 복지를 세우기 위해 성장이 희생되는 순간, 모든 것은 멈추고 퇴보하게 된다고 말이다. 이 논리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떠올리게 한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정부의 개입은 당연한 것일까? 위기는 언제 닥칠지 예상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부의 할 일은 무턱대고 시장에 침투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비상체계 정도만을 갖추는 것이면 충분하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 중에 기후 위기로부터 닥친 환경이 먼저인가, 성장이 먼저인가의 내용이다. 사실 이 둘은 같이 공존할 수 없다고 배웠고, 여러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환경을 위해 성장을 멈추는 것이 가장 나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면서 강제적으로 모든 것이 중단되었던 시간을 확인했을 때, 오히려 기아와 빈곤율의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목숨을 잃은 비율이, 탄소 배출률 감소보다 더 큰 타격을 주었다는 사실을 예로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