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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 하나, 내 멋대로 산다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
둔해진다. 허술해진다. 칙칙해진다. 어리석어진다. 외로움을 탄다. 동정받고 싶어진다. 구두쇠가 된다.
어차피 ' 곧 죽을 거니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주제에 "난 호기심이 많으니까 평생 젊은이지"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멀리하려는 기세와 노력이 나이를 잘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틀림없다.
자신을 꾸밀 줄 알고 노인이라고 편하게 입는 것은 노인임을 입증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는 멋진 할머니 78세의 오시하나. 그날도 열심히 매치한 옷과 화장법, 액세서리를 하고 오랜만에 동창 모임에 가는 길이었다. 그런 그녀에게 다가오는 한 여성. 알고 보니 시니어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잡지 월간 코스모스의 '멋쟁이 발견!'이라는 코너의 편집부 팀장이었다. 하나 역시 이 잡지를 즐겨 보고 있고, 특히 멋쟁이 발견! 코너를 좋아하기에 촬영에 응했다. 기분좋게 간 동창 모임에서 자신을 시기하는 여 동창들 때문에 기분이 상한 하나는 다시는 동창회에 가지 않겠다고 마음먹는다.
하나가 자신을 꾸미는 삶을 살게 된 것은 9년 전. 딸 이치고와 옷 가게를 갔다가 자신을 70대로 여긴 주인의 말에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이후로 조금씩 자신의 외모를 꾸미기 시작한 하나는 이제는 80에 가까운 나이지만, 다들 60대로 밖에 안 볼 정도로 자신을 꾸밀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40대 중반에 며느리 유미는 하나와 달리, 자신을 가꿀 줄 모른다. 바쁜 가게는 제쳐두고 늘 화실에 앉아 그림만 그리는 유미가 못마땅하기만 한 하나. 하지만 아들 유키오가 불편할까 봐 대놓고 내색을 할 수 없어서 아예 안 만나는 쪽을 선택할 정도다.
그나마 서글서글한 손녀 이즈미는 하나를 높게 평가하고 좋아한다. 이즈미와 하나 그리고 유미가 함께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게로 가는데, 자꾸 하나의 걸음이 늦었다. 이즈미는 하나의 걸음에 맞춰 엄마 유미에게 너무 빠르다고 하지만, 자신의 필요한 식빵을 놓칠 수 있다며 걸음을 재촉하는 유미. 평소 젊게 입고 꾸미는 하나를 향해 돌려서 노인임을 이야기하는 유미의 말에 마음이 상한 하나는 무리해서 빠르게 걷기 시작한다. 그리고 집에 와서도 무리해서 운동을 한 게 탈이 났다. 아파하는 아내 하나와 함께 정형외과로 향하는 이와조. 병명은 경년열화. 즉, 노화 때문이란다.
하나의 남편 이와조와는 55년을 살았다. 평생 종이접기 취미만 하며 함께 가게를 꾸려왔던 이와조는 늘 하나에게 살갑기만 한 남편이었다. 늘 하나에게 칭찬과 함께 하나와 결혼한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털어놓는 이와조 덕분에 하나 역시 결혼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얼마 후 있을 종이접기 동호회를 준비하며 열심히 쌍봉낙타를 접는 이와조. 그날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볍게 맥주와 안줏거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나가 음식을 가지고 갔을 때, 이와조는 선잠이 든 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결국 그날 이와조는 세상을 떠난다. 사인은 경막하혈종이었다.
이와조가 그렇게 세상을 떠난 후, 쓰야부터 장례식, 화장과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모든 기억이 사라질 정도로 하나는 큰 충격을 받는다. 자신의 마지막을 기억하면 하나가 큰 충격을 받을까 봐 그 기억까지 가지고 떠난 것이라는 말이 와닿을 정도로 둘은 참 사이가 좋은 부부였다. 그런 이와조를 추모하며, 평생 모아두었던 종이접기로 전시회를 기획하는 하나. 전시회에 쓸 물건과 이제는 입을 사람이 없는 이와조의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모르는 젊은 남자가 찍힌 사진을 발견한다. 그리고 전에 이와조가 가게를 아들 유키오에게 넘기면서 건네준 상자 안에서 이와조의 유언장이 나온다. 그리고 펼쳐 본 유언장에는 경악할 내용이 적혀있는데...
사실 중반부까지는 따뜻한 노부부의 모습에 나 또한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내 꿈 중 하나는 나이들어 남편과 둘이 손을 잡고 공원은 산책하는 멋진 노부부가 되는 것이었는데, 바로 하나와 이와조 부부가 그런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밝혀진 사실에 정말 배신감에 부들부들...! 사랑하는 남편이 이런 비밀을 남기고 갔을 줄이야!! 그럼에도 하나는 참 멋지다. 어떤 상황에서도 평범한 노인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니 말이다. 외모뿐 아니라 생각과 행동까지도 그녀는 절대 노인스럽지 않았다.
노인에 대한 이미지가 과거에 비해 상당히 왜곡되고 부정적으로 변한 상황이다. 그래서 책 속 주인공 하나의 모습은 상당히 신선했다. 내면과 외면을 지킬 줄 아는 멋진 할머니 오시 하나! 덕분에 나 또한 자극 아닌 자극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나 퇴화한다.
둔해진다. 허술해진다. 칙칙해진다. 어리석어진다. 외로움을 탄다. 동정받고 싶어진다. 구두쇠가 된다.
어차피 ‘ 곧 죽을 거니까‘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런 주제에 "난 호기심이 많으니까 평생 젊은이지"라고 말하고 싶어 한다.......
이 현실을 조금이라도 멀리하려는 기세와 노력이 나이를 잘 먹는 것으로 이어진다.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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