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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랄 수술실의 세계 - 진짜 외과 의사가 알려주는
기타하라 히로토 지음, 이효진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병원 공포증이 있다. 그래서 병문안을 가거나, 병원을 들러야 하면 성인이 된 지금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특히 내가 가장 무서워하는 곳은 바로 응급실!!! 여담이지만, 큰 아이를 낳고 100일이 채 안돼서 욕실에서 넘어져서 허리를 다쳤다. 남편은 출근을 할 상황인데, 정말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요통이 심해서 급하게 119를 부른 적이 있었다. 다행히 동네에 종합병원이 있었는데, 응급실로 가야 하는 상황.... 평일 낮인지라 사람이 많지 않아 다행이었지만, 치료를 받고 누워있는 동안 정말 엄청 긴장상태였다. 그 이후 웬만해서는 응급실을 안 간다. 아파도 참는다. 그 공포감이 아픈 것보다 더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또 좋아하는 드라마 중 하나가 전문직이 등장하는 작품들이다. 병원, 법정 등 전문직들이 대거 등장하는 작품의 배경을 실제 겪어보지 못하기에 더 좋아하는 것 같다. 문제는... 병원이 등장하는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장면이 바로 수술실!!! 그때가 되면 또 병원 공포증이 도진다. 피 튀기는 수술 장면을 도저히 볼 수 없어서 그 장면이 나오면 자리를 슬금슬금 피하거나, 이불을 뒤집어쓴다. 그럼에도 책은 읽는다. 궁금하니까!! 이것은 마치 공포영화는 못 보면서, 공포소설은 읽는... 상상력을 최대한 차단하면서 읽으면 그래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외과와 내과의 차이가 여전히 헷갈린다. 아니 몸 안에 있는 장기 등의 수술은 내과고, 정형외과처럼 몸 밖의 기관들을 수술하는 건 외과 아닌가?라는 말이 틀렸음을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왜 내과 같은데, 외과인 지를 책의 시작에서 알려주니... 이것부터 꽤 흥미진진하다.

의사가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 한번 즈음 궁금하던 이야기들이 책 안에 가득 담겨있다. 가령 수술이 길어지면 화장실이 급하거나, 졸리거나, 배가 고프지 않나요? 같은 내용들 말이다. 의외로 이것저것 질문하는 환자보다는 "그냥 선생님이 알아서 해주세요."라는 환자가 더 곤란하고 무섭다는 이야기는 좀 놀라웠다. 진짜 의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원 안에서의 로맨스와 같은 이야기는 재미를 더해주었고, 책 중간중간 특유의 유머와 함께 실제 수술 장면이나 마스크 착용 전후 사진 등은 재미와 몰입도를 높여주었다. 질문 중에는 정말 엉뚱하거나 기상천외한 것도 있었다. 가령 가슴 성형수술을 한 환자는 심장수술하기 힘든가요?라는 질문도 있었는데, 의외로 힘들 때도 있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가장 짧은 심장수술은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는데, 해당 수술이 뭔가 봤더니 가슴뼈를 닫는 와이어를 제거하거나 심장 세척을 하는 수술의 경우는 실질 수술 시간이 5분 내외라고 한다. (이해가 힘든 독자를 위해 세차와 비슷하다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외과 중에서도 심장외과 전문의인지라, 그와 관련된 내용이 많았는데, 실제로 궁금하지만 쉽게 접할 수 없는 이야기도 꽤 많은 데다가, 질문과 답이 한 페이지 내외의 분량이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한 심장과 관련된 치료를 하는 의사이기에 특유의 무거운 기운이 있지만, 센스 넘치는 표현과 좀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한 저자의 노고(?) 덕분에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생명을 죽이고 살리는 것은 한 끗 차이라고 한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칼이, 때론 사람을 살리기도 한다. 덕분에 수술실 안에서 벌어지는 의료진만 알 수 있는 이야기를 마주하면서 저자가 얼마나 환자를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지 또한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