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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르의 거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달아서 만나는 치넨 미키토 작가의 작품이다. 그동안의 작품과 달리 이메르의 거미는 일본 호러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본만의 독특한 공포에 치넨 미키토 특유의 병원 물이 담겨있다. 본인이 의사인지라, 유달리 치넨 미키토의 작품에서는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이야기는 한마을의 전설로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집안의 딸인 하루는 옆 마을로 시집을 하게 된다. 가난한 집에 입이라도 하나 덜 수도 있고, 지참금으로 또 받은 게 있기에 하루는 결혼을 하기로 한다. 처음 며칠은 정말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옷도 입었다. 하지만 신랑이 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축하주를 마시다 취한 하루가 눈을 뜨니 웬 숲속에 버려져 있었다. 사실 하루는 시집을 온 게 아니라 악한 신이 사는 황천의 숲의 요모쓰이쿠사라는 저세상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이었다. 공포 속에서 하루는 황천신을 만나지만, 황천신은 산 채로 죽은 자의 나라에 들어온 하루를 받지 않는다. 하루의 몸에서는 푸른빛이 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썩어서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 마을에는 황천의 숲에 대한 경계의 말이 대대로 내려왔다. 지옥에서 나온 괴물들이 사람의 내장을 뜯어먹기에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랬기에 마을 사람들은 황천의 숲 근처에는 잘 가지 않았다. 지장보살상을 경계로 그곳은 사람들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 전 황천의 숲이 포함된 지역이 팔렸고, 그 지역을 개발하려는 대형 호텔 기업에서 리조트 시설을 세우려고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야마기와 세이지 역시 들어온 소문이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벌이를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인부들이 있는 지역에 다다랐는데,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컨테이너를 비롯하여 발전기와 내부 부품들이 무참히 부서지고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야마기와 세이지는 목숨을 잃는다.

갑자기 사라진 인부들을 찾는 경찰의 노력이 계속되지만,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불곰으로부터 습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에 곰 사냥꾼들이 모인다. 하지만 이미 불곰의 습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기억이 있기에 누구 하나 쉽게 나서지 않는 가운데, 곰 사냥꾼 가지 세이지가 나선다. 가지와 함께 가기로 한 사람은 아사히카와히가시 경찰서 형사인 오코노기 류세이였다. 사실 오코노기 류세이는 아픈 기억이 있다. 비에이정 일가족 가마카쿠시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오코노기의 약혼자인 사하라 쓰바키와 그녀의 부모,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가 차려지고, 티브이까지 켜져 있는 집에서 가족들만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가족 중 실종되지 않은 사하라 아카네는 외과의사였는데, 그날 이후로 가족들의 생사를 알아보느라 미국 연수도 포기한 상태다. 리조트 공사장 인부들이 사라진 사건 및 과거의 사건 조사 차 함께 황천의 숲으로 향한 가지와 오코노기는 아사히(AS21)라고 부르는 거대 불곰을 발견하지만 눈치가 빠른 아사히는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사라진다. 오히려 그곳에서 곰이 모아둔 먹이 더미에서 사라진 인부들의 신체 일부를 찾아낼 뿐이었다.
한편, 계속되는 조사에서 결국 인부들의 시신이 땅에 일부 파묻힌 채 발견된다. 아카네의 친구인 법의학교수 시노미야가 그들을 부검하게 되는데, 같은 상황에서 가족이 실종된 아카네도 조수로 같이 참여하기로 한다. 시신을 부검한 시노미야는 그들의 장기가 불곰에 의해 뜯어 먹힌 자국을 발견하지만, 목에 날카로운 둔기로 잘린 것 같은 손상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또한 시신에서 불빛을 내뿜는 거미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밝혀지지 않은 생물이었다. 결국 그 거미는 이미르 황천 거미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아카네와 지인인 곰 사냥꾼 가지는 함께 황천의 숲으로 향한다. 아사히를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가지는 왜 이렇게 아사히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이유를 알게 된 아카네. 그렇게 둘은 황천의 숲에서 아사히를 찾아헤매다 누군가에 의해 사냥된 지 오래된 아사히의 사체를 발견하게 되고, 아사히의 사체에서도 이미르 황천 거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소녀가 아카네를 향해 달려든다. 괴상한 소리를 하는 소녀는 아사히의 부패된 장기를 맨손으로 먹기 시작한다. 의사인 아카네는 감염의 위험을 알기에 아이를 기절시켜 자신의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조사를 한다. 그녀는 17세의 여고생인 고무로 사에로 갑자기 언제부턴가 이상한 소리를 하며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한다.

황천의 숲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사람들을 살해한 것은 누구일까? 마치 숲 깊이 들어가는 것처럼 이야기도 깊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주하는 진실. 황천의 숲에는 정말 요모쓰이쿠사가 살고 있었던 것일까? 아카네가 죽음 앞에서 목도하게 되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인간의 얼굴을 가진 괴생명체. 하지만 이미 앞에서 충분히 끔찍한 장면들을 마주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복병 앞에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결국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역시 이번에도 치넨 미키토 특유의 서사에 일본의 신화가 더해지니 예상치 못한 특별한 장르의 호러 미스터리가 완성된 것 같다. 뭔가 찝찝하기만 했던 트릭은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예상치 못한 반전 또한 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