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키워도 사람 되나요?
박티팔 지음 / 고래인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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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특이한 이름의 작가, 그래서 한 권의 책을 읽었음에도 그녀의 신작이 무척 반가웠다. 혹시 여기서 티팔이 진짜 필명인가 하는 분들을 위해... 팁을 살짝 주자면(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내가 쓴 서평을 읽고 아! 하고 떠올랐다.)

티팔이란? 사회성이 부족하고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사람을 일컫는 'Schizotypal Personality Disorder'(정신 분열형 성격 장애)에서 따온 정신과 은어. 

전 작(정신과 박티팔 씨의 엉뚱하지만 도움이 되는 인간 관찰의 기술)이 자신의 직업적인 이야기가 가미된 일상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 그중에서도 육아와 관련된 일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물론 만화였고, 만화 역시 박티팔씨의 작품이었다. 아이가 셋인 그녀의 육아 이야기라길래 솔직히 기대가 되었다. 육아를 본인의 전문성(저자는 임상심리사다.)을 살려서 어떻게 표현해 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전 장에서 던진 유머 코드와 4차원 세계에 깊은 감명(?)을 받았기에 얼마나 피식할만한 유머가 많을 지도 궁금했다. 



 사실 책 안에는 대놓고 박티팔씨의 가족 이야기를 가명으로 등장시킨다. 아무래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펼쳐지는 가족 이야기이기에 짠한 구석도 있지만, 그 짠함을 유머로 승화시킨 그녀의 능력은 정말 대단했다. 엄마도 사람인지라, 당연히 화가 나고 마지막 에필로그에 보면 공황장애까지 겪을 정도로 자신의 일에서는 풀어내지 못해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단다. 본인이 정신과 임상 심리사이면서도, 답답한 속내를 풀어내지 못했던 걸 보면 안타깝기도 했고 한편으로 워킹맘으로 산다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된다. 


그럼에도 참 열심히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책 안에 담겨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 중 하나가 바로 위에 있는 막내 도도와의 사연이었다. 아이들이 많다 보면, 자연스럽게 엄마의 사랑을 가지고 상처를 입고 삐지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우리 집 둘째가 제일 많이 하는 말 중 하나가 "엄마는 언니만 사랑하고...**이는 안 좋아하고...!"다. 오히려 주변에서 볼 때 너무 둘째만 편애하는 거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나도 모르게 둘째한테 눈이 간다. (큰 아이에게는 너무 미안하지만, 큰 아이는 어려서부터 스스로 잘 해내는 데 비해, 둘째는 여전히 구멍이 많고 질투도 심하다.) 나 역시 책의 주인공 나보희(나뽕희)씨 처럼 따로 둘째와 이야기를 나눌 때가 있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방법이 제일 잘 먹히긴 하다. 아이이기 때문에 이런 방법(좋아하는 간식 혹은 작은 선물)이 제일 잘 통하는 것도...ㅎㅎ


뿐만 아니라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게, 이 책의 제목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중학생 딸이 사춘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아이에게 거는 기대를 낮출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아직 중학생은 성인(사람)이 되지 않았기에, 그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부모들은 아직 성인(사람)이 되지 않은 아이를 성인(사람) 취급하면서 그에 맞는 행동과 생각을 요구하기에 둘 다 서로 상처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아직 사춘기까지 시간이 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과 동시에 점점 큰 소리를 내고 짜증을 내는 큰 아이를 보면서 나도 같이 소리를 지르고 짜증을 내고 있었다. 아... 얘는 아직 사람이 아니지!! 꽤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나 자신조차 컨트롤하지 못하는데, 나 또한 아직 사람이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그렇기에 나봉희씨의 육아일기는 내게 웃음과 공감 그리고 교훈의 세 마리 토끼를 다잡게 해주었던 책이었다. 훗날 아이가 사춘기에 도래했을 때 꼭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다. 나도 나봉희씨처럼 아이에게 좋은 친구 같은 엄마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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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르센 동화집 - 원작으로 다시 읽는 안데르센 동화 10편 지성주니어 클래식 1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지음, 에드먼드 뒤락 외 그림, 윤후남 옮김 / 지성주니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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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린 시절 이웃집 오빠의 집에는 동화 전집이 있었다. 매일 가서 오빠의 전집에 있는 동화를 한 권씩 꺼내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에는 없었던 책이기에, 오빠는 관심이 없는(오빠는 당시 초등학교 고학년이었다.) 책을 혼자 독차지하면서 이 책 저책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더 이상 책을 안 읽는 오빠를 대신해, 아저씨가 그 책을 내게 주었을 때 꼭 읽고 싶던 공주 책을 가지고 신이 나서 돌아왔던 기억이 있다.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중에는 안데르센 동화들도 있었던 것 같다. 성냥팔이 소녀, 인어공주, 벌거벗은 임금님, 미운 오리 새끼... 제목만 들어도 내용이 떠오르는 작품들이 많으니 말이다.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 다가오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알기에, 한번 읽은 책도 차마 처분하지 못하나 보다. 20대에 읽었던 책을, 10년 후 다시 꺼내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그 당시는 아무렇지 않게 넘어갔던 부분이, 유난히 걸리기도 하는 걸 보면 시간이 흐르면서 당시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게 되어서 인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성인이 되어 다시 읽는 안데르센의 동화는 내게 어떤 느낌으로 다가올까 마냥 궁금했다. 내용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내게 다가오는 느낌이 다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 책 안에는 10편의 안데르센 동화가 담겨있다. 제목만 봐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책도 있지만, 제목조차 낯선 작품도 있다. 다행이라면 제목이 낯설지 내용이 낯설지는 않다는 사실? 각 동화의 표지에는 한 줄짜리 평이자 속담이 담겨있다. 동화를 통해 깨닫게 되는 교훈을 한 줄로 표현했다고 보면 좋겠다.  


 10편 중 낯선 제목을 가진 눈의 여왕이라는 작품이 있었다. 악마가 만든 거울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가난한 마을에 사는 두 아이 카이와 게르다는 남매처럼 사이가 좋은 친구였다. 서로를 아끼며 따뜻한 마음을 가진 둘은 늘 함께 놀았다. 눈이 펑펑 내리는 날,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던 카이는 눈의 여왕에 대한 질문을 건넨다. 눈의 여왕에 대한 할머니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펑펑 내리는 눈 속에 유난히 큰 눈덩이가 카이의 심장에 박힌다. 바로 악마가 만든 거울의 파편이었다. 옛날 악마가 만든 거울이 있었다. 그 거울에 비춰보면 모든 것이 안 좋고, 고약하게만 보였다. 악마가 운영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거울을 가지고 놀다 그만 떨어뜨리고 만다. 땅에 떨어진 거울은 조각조각이 나서 작은 파편이 여기저기 퍼져나간다. 문제는 파편이 박힌 사람들이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눈에 파편이 들어간 사람은 사물과 사람의 나쁜 면만 보고 안 좋게 이야기를 한다. 파편이 심장에 박힌 사람은 심장이 얼음덩어리처럼 차가워진다. 파편이 심장에 박힌 카이는 예쁜 장미를 보고 발로 밟으며 소리를 지르고, 점점 심술궂어진다. 게르다에게도 상처 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눈이 많이 내리던 어느 날, 카이는 흰색 모피와 털 모자를 쓴 사람이 이끄는 썰매에 자신의 썰매를 묶었다. 그리고 그 썰매는 순식간에 마을을 벗어난다. 썰매의 주인은 바로 눈의 여왕이었다. 한편, 카이가 사라지자 게르다는 카이가 걱정되기 시작한다. 강의 도움으로 카이를 찾아 나선 게르다는 한 노파의 집에 머물게 된다. 노파는 사실 요술쟁이였는데, 혼자 지내는 것이 적적하던 차에 게르다를 보자 함께 살고 싶어졌다. 그래서 게르다가 떠나지 못하도록 장미(게르다와 카이는 장미에 대한 깊은 추억이 있다.)를 땅속으로 숨겨둔다. 하지만 어느 순간, 게르다는 장미를 떠올리게 되고 꽃들과 까마귀 등의 도움으로 카이를 찾아 나서는데...


 눈의 여왕 이야기 보다 악마가 만든 이상한 거울에 관한 이야기가 내 가슴 깊이 박혔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는 눈을 가진 사람의 눈과 심장에 악마가 만든 거울의 파편이 박힌 것은 아닐까? 그 파편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물만이 빼낼 수 있다는 사실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역시 동화가 주는 교훈은 참 선명하다. 오랜만에 마주한 안데르센 동화집을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뿐 아니라 그동안 놓치고 살았던 인생의 교훈도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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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에 대하여 (라틴어 원전 완역본) -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삶을 위한 세네카의 가르침 현대지성 클래식 67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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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현자가 분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잘못을 저지르는 이가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현자는 수많은 사람이 저지르는 악에 분노하는 것이 얼마나 부적절하고 위험한지 알고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안에서 분노를 무분별하게 표출하는 사례가 많아진 것 같다. 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사례 역시 뉴스를 통해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나 역시 화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다. 아이를 낳고 난 후, 화를 내는 횟수가 잦아졌다. 우리는 왜 화를 참지 못하는 것일까? 


 세네카는 몇년 전 베스트셀러로 유명했던 책의 저자였던지라 아마 익숙한 이름일 것이다. 물론 아직 나 처럼 세네카의 책을 접하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말이다. 얼마 전에 읽었던 책을 통해 세네카의 삶을 먼저 마주했었다. 폭군으로 유명한 네로의 고문관이었던 세네카. 그의 난폭한 성정을 받아내느라 세네카는 얼마나 힘이 들었을까? 그의 마지막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네로에 의해 자살을 강요받고 결국은 독약을 받고 사망한다. 이런 그의 삶을 알았기에, 세네카가 쓴 "화"에 대한 이 책이 더 기대되었다. 솔직히 사이다급은 아니라도, 화에 대해 이렇게 성인군자적인 이야기만 할지 몰랐다. 책에서 세네카는 화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은 것이기에, 화를 피하는 것이 상책이다. 세네카는 화(분노)를 통제할 수 없는 것으로 마음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 한다. 화를 내는 사람은 아직 미성숙한 인물들이라는 말에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사실 분노의 긍정적인 면도 있지 않느냐는 말에 세네카는 분노가 전쟁에서 성취를 높일 수 있긴 하지만, 굳이 위험한 것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지를 자문한다. 분노 외에 다른 방법으로 성취를 높이면 될 것을, 굳이 독약을 써서 병을 고치는 위험한 상황에 빠질 필요는 없다고 말이다. 또한 분노를 일으키는 자리는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말로, 분노로 부터 거리를 두기를 요구한다. 물론 분노가 두려워서가 아닌 더러운 것을 피하려는 모습으로 받아들이면 될 것이다.


 또한 책 안에는 분노를 없애거나 사라지게 만드는 관용과 평정심, 항상심으로 연결해서 우리의 감정을 잘 지키기를 권면한다. 분노를 다스리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기에, 우리의 마음을 잘 다스리는 법을 우회적으로 알려주고 있다고 보면 좋겠다.


 현대지성의 클래식 시리즈의 강점은 각주와 해설을 통해 배경지식을 채워준다는 것이다. 덕분에 같은 내용을 읽어도 좀 더 이해가 쉽고 깊이있게 와닿는다. 세네카의 다른 시리즈도 한번 읽어봐야겠다. 화를 다스리는 것은 정말 어려운 것이 맞다.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은 힘들다. 고대 철학자도 인정한 것이니 말이다. 물론 오늘 당장 내 몸에서 화를 빼내는 것이 결코 쉽지 않겠지만, 화가 날 때 마다 떠올려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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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동물원에서 만난 과학 수상한 동물원에서 만난 과학 1
이광렬 지음, 유혜리 그림 / 빅피시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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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이들이 태어난 후에 자연스럽게 많이 접하게 되는 책이라면 그림책과 동화책 그리고 동물이 등장하는 책이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동물 사랑은 뱃속에서부터 배워 나오는 것일까? 처음에는 동물들의 이름과 생김새 정도의 지식이었는데, 자랄수록 조금씩 더 깊은 지식을 원하는 아이들 덕에 나 또한 모르고 있던 동물들의 생태를 마주하게 된다. 이번에도 아이들을 위한 책이었는데, 덕분에 동물에 대한 지식과 상식이 부쩍 자라난 기분이다.


  올여름은 유난히 매미를 늦게 만난 것 같다. 보통은 6월 말만 돼도 매미소리가 여기저기 울려펴지는데, 올해는 폭우 때문인지 7월 중순 경에 매미를 처음 만나게 되었다. 우리 아파트의 놀이터 중에는 유난히 매미 허물이 많은 매미 아파트라고 불리는 나무들이 많다. 한 나무에 대략 30개 이상의 허물을 발견한 적도 많다. 그런데도 매미를 만나는 게 늦어졌다. 늦어져서인지 베이비 부머처럼 정말 많은 매미들의 소리 때문에 길을 가다 대화를 나눌 수 없을 지경인 것도 여러 번, 작년에는 눈에 많이 안 띄던 매미의 사체가 길 여기저기에 보였던 것도 여러 번이다. 올해는 유독 폭우가 많이 왔는데, 비가 오는 날에도 매미들이 나무에 붙어있었는데 궁금했다. 비가 와도 매미가 여기저기 이동하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매미 날개는 젖지 않을까? 




 물이 없는 사막에서 살아남은 동물들이 여럿 있는데, 나미브사막에 사는 나미브사막 거저리라는 곤충이 있다. 이 책에서 처음 만났는데, 그림으로 보기에는 개미같이 생겼는데 찾아보니 딱정벌레 과라고 한다. 실제 사진으로 보니 개미보다는 딱정벌레를 닮았다.(그러고 나니 책에서 설명하는 등껍질에 물방울이 맺힌다는 사실이 이해가 되기도 했다.) 사막은 극단적인 기온으로 유명한데, 낮에는 돌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덥고,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는 기온 때문에 생물이 살기 적합하지 않다. 사막의 건조한 공기 속에도 다행히 아주 적은 양의 수증기가 안개를 만들어낸다고 한다. 바로 그 안개를 통해 물을 섭취하는 곤충이 바로 나미브사막 거저리다. 등에 난 돌기에 맺힌 물방울을 먹기 위한 나미브사막 거저리의 행동은 책을 통해 만나보자.


 그 밖에도 사람을 가장 많이 죽인 동물 1위, 환경보호를 열심히 하는 동물, 고양이를 사랑하게 된 쥐 등 흥미롭고 처음 접하는 동물의 습성이 담겨있기에 아이도 어른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각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동물들과 그들의 초능력적인 능력을 통해 생물과 환경, 생태에 대해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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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메르의 거미
치넨 미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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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연달아서 만나는 치넨 미키토 작가의 작품이다. 그동안의 작품과 달리 이메르의 거미는 일본 호러 느낌이 강하게 든다. 일본만의 독특한 공포에 치넨 미키토 특유의 병원 물이 담겨있다. 본인이 의사인지라, 유달리 치넨 미키토의 작품에서는 병원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이야기는 한마을의 전설로부터 시작된다. 가난한 집안의 딸인 하루는 옆 마을로 시집을 하게 된다. 가난한 집에 입이라도 하나 덜 수도 있고, 지참금으로 또 받은 게 있기에 하루는 결혼을 하기로 한다. 처음 며칠은 정말 맛있는 음식도 먹고, 좋은 옷도 입었다. 하지만 신랑이 될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축하주를 마시다 취한 하루가 눈을 뜨니 웬 숲속에 버려져 있었다. 사실 하루는 시집을 온 게 아니라 악한 신이 사는 황천의 숲의 요모쓰이쿠사라는 저세상 괴물에게 제물로 바쳐진 것이었다. 공포 속에서 하루는 황천신을 만나지만, 황천신은 산 채로 죽은 자의 나라에 들어온 하루를 받지 않는다. 하루의 몸에서는 푸른빛이 나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썩어서 구더기가 들끓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이 마을에는 황천의 숲에 대한 경계의 말이 대대로 내려왔다. 지옥에서 나온 괴물들이 사람의 내장을 뜯어먹기에 숲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랬기에 마을 사람들은 황천의 숲 근처에는 잘 가지 않았다. 지장보살상을 경계로 그곳은 사람들의 영역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7년 전 황천의 숲이 포함된 지역이 팔렸고, 그 지역을 개발하려는 대형 호텔 기업에서 리조트 시설을 세우려고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야마기와 세이지 역시 들어온 소문이 찝찝하지만 어쩔 수 없이 벌이를 위해 그곳으로 향한다. 인부들이 있는 지역에 다다랐는데, 뭔가 심상치가 않았다. 컨테이너를 비롯하여 발전기와 내부 부품들이 무참히 부서지고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공격에 야마기와 세이지는 목숨을 잃는다.


갑자기 사라진 인부들을 찾는 경찰의 노력이 계속되지만, 그들을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그들이 불곰으로부터 습격을 받았을 것이라는 사실에 곰 사냥꾼들이 모인다. 하지만 이미 불곰의 습격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던 기억이 있기에 누구 하나 쉽게 나서지 않는 가운데, 곰 사냥꾼 가지 세이지가 나선다. 가지와 함께 가기로 한 사람은 아사히카와히가시 경찰서 형사인 오코노기 류세이였다. 사실 오코노기 류세이는 아픈 기억이 있다. 비에이정 일가족 가마카쿠시 사건으로 알려진 사건의 피해자가 바로 오코노기의 약혼자인 사하라 쓰바키와 그녀의 부모,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저녁 식사가 차려지고, 티브이까지 켜져 있는 집에서 가족들만 사라졌다. 그리고 그들은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가족 중 실종되지 않은 사하라 아카네는 외과의사였는데, 그날 이후로 가족들의 생사를 알아보느라 미국 연수도 포기한 상태다. 리조트 공사장 인부들이 사라진 사건 및 과거의 사건 조사 차 함께 황천의 숲으로 향한 가지와 오코노기는 아사히(AS21)라고 부르는 거대 불곰을 발견하지만 눈치가 빠른 아사히는 그들을 공격하지 않고 사라진다. 오히려 그곳에서 곰이 모아둔 먹이 더미에서 사라진 인부들의 신체 일부를 찾아낼 뿐이었다.

한편, 계속되는 조사에서 결국 인부들의 시신이 땅에 일부 파묻힌 채 발견된다. 아카네의 친구인 법의학교수 시노미야가 그들을 부검하게 되는데, 같은 상황에서 가족이 실종된 아카네도 조수로 같이 참여하기로 한다. 시신을 부검한 시노미야는 그들의 장기가 불곰에 의해 뜯어 먹힌 자국을 발견하지만, 목에 날카로운 둔기로 잘린 것 같은 손상을 보고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또한 시신에서 불빛을 내뿜는 거미를 발견하게 되는데, 이는 밝혀지지 않은 생물이었다. 결국 그 거미는 이미르 황천 거미라는 이름을 갖게 된다.


아카네와 지인인 곰 사냥꾼 가지는 함께 황천의 숲으로 향한다. 아사히를 사냥하기 위해서였다. 가지는 왜 이렇게 아사히에게 집착하는 것일까? 이유를 알게 된 아카네. 그렇게 둘은 황천의 숲에서 아사히를 찾아헤매다 누군가에 의해 사냥된 지 오래된 아사히의 사체를 발견하게 되고, 아사히의 사체에서도 이미르 황천 거미를 발견하게 된다. 그 순간 갑자기 한 소녀가 아카네를 향해 달려든다. 괴상한 소리를 하는 소녀는 아사히의 부패된 장기를 맨손으로 먹기 시작한다. 의사인 아카네는 감염의 위험을 알기에 아이를 기절시켜 자신의 병원으로 데리고 가서 조사를 한다. 그녀는 17세의 여고생인 고무로 사에로 갑자기 언제부턴가 이상한 소리를 하며 자신이 아이를 가졌다는 말을 한다.


황천의 숲에서 실종되거나 살해된 사람들을 살해한 것은 누구일까? 마치 숲 깊이 들어가는 것처럼 이야기도 깊이 들어간다. 그리고 마주하는 진실. 황천의 숲에는 정말 요모쓰이쿠사가 살고 있었던 것일까? 아카네가 죽음 앞에서 목도하게 되는 존재는 과연 누구일까? 인간의 얼굴을 가진 괴생명체. 하지만 이미 앞에서 충분히 끔찍한 장면들을 마주했음에도 예상치 못한 복병 앞에서 당황스럽기만 하다. 인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기에 결국 그렇게 반응할 수밖에 없었나 싶긴 하지만 말이다.

역시 이번에도 치넨 미키토 특유의 서사에 일본의 신화가 더해지니 예상치 못한 특별한 장르의 호러 미스터리가 완성된 것 같다. 뭔가 찝찝하기만 했던 트릭은 그냥 지나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예상치 못한 반전 또한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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