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
디파 아나파라 지음, 한정아 옮김 / 북로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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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나라의 문화나 배경에 자연스럽게 가닿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다른 문화권이라면 신기하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고, 때론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한 이야기를 통해 다르게 보이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구나! 하는 보편적 교훈에 도달하기도 한다.

보라선 열차와 사라진 아이들의 배경은 인도. 그중에서도 빈민가다. 스모그가 자욱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공기 질이 안 좋고, 넝마주이 소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는 곳, 보라색 전철의 종착지에 이 책의 주인공인 자이와 가족들이 살고 있다. 소설의 시작은 멘탈이라는 넝마주이 대장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다른 대장들과 다르게 멘탈은 넝마주이 아이들을 아꼈다. 이용해먹으려고 하기보다는, 챙겨줄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기에 아이들은 그런 마음을 담아 멘탈이라는 이름을 선물한다. 그러던 멘탈이 사망하고, 넝마주이 아이들은 다른 대장에게 속하지만 죽어나 크게 다치기도 한다. 너무 힘든 생활을 하는 아이들은 멘탈의 본명을 부르게 되고, 그러면 아이들에게 멘탈의 정령이 찾아온 것인지 한 끼를 때울 음식이나 공돈을 줍기도 한다. 멘탈같이 좋은 정령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나쁜 정령도 있다. 나쁜 정령은 특히 아이들의 영혼을 훔쳐 간단다. 아이들의 영혼이 맛있기 때문에...

어느 날, 자이의 친구인 바하두르가 행방불명되었다. 5일이 지나서야 바하두르가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 술주정뱅이이자 가정폭력을 일삼는 바하두르의 아버지 라루와 바하두르의 엄마는 경찰에 아들의 실종을 신고하지만, 돈을 받는 비리 경찰이 빈민가 아이 실종에 관심을 둘 터가 없다. 결국 드라마 경찰 순찰대를 좋아하는 자이는 탐정이 되어 친구인 파리, 파이즈와 함께 힘을 합쳐 친구 바하두르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워낙 인구가 많기도 하고, 먹고사는 게 주된 일상인 빈민가인지라 경찰과 교사를 비롯한 책임 있는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 그저 부모와 이웃들만 발을 동동 구를뿐이다. 하루에도 180여 명씩 실종되는 상황이 소설 속에서 피부로 와닿게 등장한다. 하나 둘 사라지는 친구들과 가족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총대를 메고 나서기 쉽지 않다. 돈만 밝히는 비리 경찰은 아예 상종도 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꼬마 탐정단이 나서는 걸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우리나라도 아이들이 실종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에, 요즘은 어린이집을 등록하게 되면 기본적으로 지문 등록을 하게 되어있다. 지문등록이 되는 경우는 실종되어도 찾는 경우가 상당하다고 한다. 물론 인도 빈민가에 그런 예산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말이다.

소설 속에는 두 종교가 대립되기도 한다. 힌두교와 이슬람교. 힌두 문화권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정령 이야기가 종종 등장한다. 낯설지만 그래서 신선하기도 했다. 아이들의 실종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우리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버스 뒷좌석에서도 성폭행이 이루어지는 인도인지라 실제적일지도 모르겠다. 각 장에 제목이 마치 이야기의 연장선상으로 길게 이어지는 것도 신기했고, 각 장의 첫 제목은 늘 "이 이야기가 네 생명을 구할 거야"로 시작하는 것도 꽤나 눈에 띄었다.

멘탈과 넝마주이 소년들의 이야기가 왜 등장했을까 싶었는데, 사건을 해결하는 중요한 카드였다. 노래처럼 불리던 나쁜 정령 이야기 또한 그 뜻을 알고 나니 의미심장했다. 더럽고 추한 사회의 이면에 자이와 같이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한다는 것이 또 다른 희망을 노래하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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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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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하다. 사람이 죽게 되면 죽음에 이른 원인이 확실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요즘은 병원에서 생을 마치는 경우가 상당하다. 무슨 일이든 원인이 있기 마련이다. 범죄에도 동기가 있기 마련이다.(물론 묻지마 범죄도 많긴 하지만, 묻지마범죄를 한 원인이 있을 테니...)

단편소설집이다. 각 이야기는 연관이 없다. 하지만 뭔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전혀 다른 이야기임에도 말이다. 그래서 기묘하다. 5개의 단편 소설이 등장하고, 상당수 단편소설집이 그렇듯 책 속에 담겨있는 한 작품의 제목이 전체 제목이 되었다. 용서는 바라지 않습니다는 그중 첫 번째 작품이다. 제목을 읽으며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작품 속 등장하는 한 인물의 말이었다.

다섯 편의 작품 중 제일 묵직한 소름이 끼치는 작품은 역시나 첫 번째 작품이었다. 일본은 왕따 문화가 참 발달(?) 한 것 같다. 학교폭력인 이지메뿐 아니라 무라하치부, 무라주부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듣게 되었다. 물론 우리나라도 귀농하는 경우나 섬의 경우 외지인에 대한 경계나 텃새가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데, 일본의 무라하치부나 무라주부는 당혹스러웠다. 무라하치부는 공동체 생활에서 장례와 화재에 대처하는 걸 제외하고는 일절 교류를 끊는 제재 행위를 말하고, 무라주부는 장례와 화재조차도 제외되는 행위를 말한다. 하가키 마을은 무라하치부와 무라주부가 상당한 마을이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가 심해서, 누군가 외지인이 오게 되면 이상할 정도로 쳐다본다. 할머니의 유골함이 소실되었다는 사실을 듣고 료이치는 애인인 미즈에와 함께 기차를 타고 외갓집으로 향한다. 사실 미즈에와는 4년 넘게 교제한 사이로 결혼을 생각하고 있지만 료이치는 섣부르게 행동을 하기가 쉽지 않다. 료이치의 외조모가 살인자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미즈에는 그 사실에 별로 개의치 않는다. 기차를 타고 외갓집으로 가던 중, 미즈에는 료이치의 외조모에 대해 묻는다. 사실 료이치가 겪었던 외조모는 친절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 경험 몇 개를 예로 들어도 절대 살인자가 될 것 같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 외조모가 자신의 시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은 상당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도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외조모는 다른 마을에서 하가키 마을로 시집을 왔다. 시집온 지 4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외지인 취급하는 마을 사람들. 거기다 증조할아버지가 치매와 암에 걸린 후 옛날 했던 수문 개방을 해서 마을에 적잖은 피해를 입힌 후부터 마을 사람들은 대놓고 료이치의 할머니에게 무라하치부를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외할머니는 암에 걸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시아버지를 살해한다. 그녀는 왜 시아버지를 살해한 것일까? 마을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것이 외할머니에게 고스란히 돌아와서일까?

각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 범죄의 동기라고 할까? 사건마다 다양하지만 가슴 아픈 이야기도 담겨있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추리 소설의 느낌도 든다. 각 작품마다 키를 잡고 있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과연 당신의 선택은 어떨까? 과연 그들의 선택을 공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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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운하우스
박희종 지음 / 메이드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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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책 소개 줄거리를 읽고 대략 이야기의 흐름이 그려졌다. 근데, 막상 읽기 시작하니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나도 모르게 마지막 장까지 순식간에 다다랐다. 책을 읽었는데, 마치 한편의 드라마를 본 듯한, 그것도 음악 드라마를 본 듯한 착각 속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주인공 준호는 평범한 우리를 닮았다. 아니 평범한 우리의 모습을 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며 숨만 쉬고 저축을 한다. 물론 지금 시대야 아무리 숨만 쉬고 돈을 모아도 내 이름으로 된 집 한 채 장만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 하지만, 준호는 숨만 쉬고 모은 돈으로(투잡을 하며, 직장에서 번 돈은 모조리 저금하고 생활은 알바로 하다니... 이런 건실한 청년이 과연 얼마나 될까?) 외제차를 사려다가 결국 취소하고 타운하우스를 산다. 주변에서는 절대 사지 말라 한 타운하우스를 말이다. 40평대의, 은행 대출이 상당하지만 그럼에도 내 이름의 집을 샀다는 사실이 준호를 마구 설레게 한다. 그렇게 이사... 워낙 단출한 짐에 오전에 이사가 마무리된다. 그렇게 하루를 지내고 다음 날, 전에 살던 오피스텔보다 멀어진 준호는 아침부터 출근을 서두르는데 중고차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긴급출동을 불러도 지각각이다. 그런데 어디선가 나타난 구세주! 방전된 준호의 차량에 자신의 차로 시동을 걸어준다. 그리고 쿨하게 퇴장! 근데 이 사람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출근길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바로 그룹 트러스트의 보컬 강하준이었다. 친구 민석의 삼 형제 덕분에 트러스트의 음악을 알게 되었고, 나름 좋아하면서 들었는데 그 트러스트의 보컬이 옆집에 산다니... 무려 연예인...!

도움에 감사하는 뜻으로 퇴근길 와인 한 병을 사서 하준의 집으로 향한 준호는 샤워를 마치고 나온 젊고 매우 아름다운 여성을 보고 당황하는데... 하준에게 줄 와인을 전달하고 집으로 돌아온 준호. 근데, 그녀가 준호의 집을 찾아온다. 자신이 건넨 와인과 함께 쪽지 한 장을 건네는 그녀의 정체는 과연 누구일까?

"내가 생각할 때 세상에는 특별한 것도 평범한 것도 없어.

그저 다 다른 것뿐이야."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준호와 누구나 알아볼법한 연예인 하준. 그리고 하루. 준호가 동경하는 하준의 삶은 그렇게 준호의 삶 속으로 들어온다. 하준을 알고, 그와 가까워지면서 준호는 또 다른 즐거움과 행복을 만나게 된다. 근데 하준 또한 그랬다. 하준이 본 준호 역시 특별했다. 그렇게 둘은 서로의 특별함을 통해 삶의 행복을 깨닫게 된다. 매일 반복되는 무료한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만남이 참 부러웠다. 살아보지 않은 삶을 동경하는 것. 근데 다른 누구는 또 내 삶을 동경할지도 모르겠다. 준호와 하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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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층 마법사의 성 아이노리 세계 그림책 15
노하나 하루카 지음, 도담 옮김 / 아이노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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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나는 꾸미는 것을 좋아했다. 각종 악세사리와 드레스를 매일 밤 꿈꾸며, 웨딩드레스 입은 내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으면 늘 귀걸이, 목걸이 등이 장신구를 이야기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인형보다 공룡을 좋아하는 큰 아이가 언제부턴가 공주에 푹 빠졌다. 어디서 들은 건지 디즈니 공주 스티커북을 사달라고 졸라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엘사 드레스 노래를 불렀다. 사실 나 역시 어린 시절 드레스가 너무 입고 싶었지만 고가의 (그것도 평상복도 아니고 어쩌다 한번 입을 법한) 드레스를 쉽게 갖기는 힘들었다. 요즘이야 직구나 당근 마켓 등 예전보다 쉽게 드레스를 구할 수 있지만 말이다.

예쁘고 반짝이는 것을 좋아하고, 뭔가 마음에 드는 걸 보면 "예쁘다!"를 연발하는 딸아이가 5살이 된 후(둘째가 생기고 나서 더욱)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다. 이러면 안 될 거 같아서 아이가 좋아할 만한 예쁜 아이템(?)이 가득한 책을 읽으며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10층 마법사의 성. 제목부터 표지 가득 예쁜 것들이 가득 등장한다.

각 아이템별로 각 층을 이루고 있다. 멋진 마법사가 되기 위한 각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처음에는 스티커 북인 줄 알았는데, 아쉽게도 스티커 형태는 아니다. 다양한 옷이나 악세사리들을 보면서 선택할 수 있다. 워낙 다양한 종류의 다양한 형태인지라 선택 장애를 겪을 수 있긴 하겠지만, 의외로 아이들은 자신의 취향이 있어서 나보다 더 쉽게 고르는 것 같았다.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예쁘고 반짝이고 화려한 옷이나 동물들, 악세사리나 요리들이 등장한다. 어른이 내가 봐도 정말 예쁘다 싶다. 각 장에는 수행해야 할 미션들이 등장한다.

 

 

 

 

층별로 숫자도 나와있고이름이나 사용법 등이 등장하는데, 글 밥이 많은 책은 아닌지라 한글 공부와 숫자 공부를 병행하며 흥미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마법사기에 정말 기발한 아이템들도 많다. 덕분에 한참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었다. 

 

각 아이템을 통해 소중하게 다루는 법이나 예절도 알 수 있기에 기본 규칙을 배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스스로 골라서 입힐 수 있는 스티커 형태가 담겨 있다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할 듯싶다. 코디하기를 좋아하는 여자아이라면 크리스마스 선물로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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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 시대의 지성 이어령과 ‘인터스텔라’ 김지수의 ‘라스트 인터뷰’
김지수 지음, 이어령 / 열림원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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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늘 두렵고 먹먹하다. 죽음이라는 종착역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겪어보기 전에는 모르는 그 끝에 대한 두려움은 가지 못한 길이기에, 누군가의 경험이나 고백을 듣기 힘든 길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이어령 교수의 글을 처음 만난 것은 국어 교과서에 있던 디지로그였다. 사실 읽고 싶었다기보다는 교과서의 글이었기에, 글 내용을 시험문제로 만났기에 와닿거나 놀랍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흘러 이어령 교수의 저서들을 만날 기회가 종종 있었는데 깊이 있고, 통찰력 있고, 논리적이었다. 어린 시절 교과서에서 만났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 가득 들었다.(이래서 강압이 아닌 스스로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본다.) 구순을 바라보는 노학자임에도 그의 글에는 생동감이 느껴졌다. 뻔하지 않은 신선함과 깊이 있는 지식과 지혜가 어우러지지만, 절대 척하지 않는(일부러 어려운 단어로 박식함을 뽐내지 않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런 노학자가 마지막을 준비하고 있다. 책을 통해 암 투병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따님도 암으로 세상을 뜬 걸로 알고 있는데 안타까웠다.)

잔인할 수 있지만, 그 마지막을 준비하기에 이 책에서의 이야기들이 더 와닿았던 것 같다. 16개의 대담 속에서 그는 삶 그리고 죽음에 대한 인생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시답잖은 넋두리가 아니라 인생이 깊이 베여있는 이야기들이다. 무뎌질 수 있을 법한데, 여전히 그의 이야기는 냉철함 속에 정겨움이 담겨있다. 책을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예상치 못하고, 생각지 못한 정의(definition)들이 담겨있다. 지성에서 영성으로 처럼 책 속의 이야기는 다분히 신앙적이다. 기독교 사상이 모든 이야기의 기초가 되기도 한다.

정말 주옥같은 이야기들이 가득 담겨있어서 모두가 밑줄 갊이 긴 한데, 그중 뇌리에 상당히 오래 남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 역시나 죽음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죽음을 엄마의 말에 빗대어 이야기했다. 죽음은 한참 놀고 있는데, 엄마가 "얘야, 밥 먹어라." 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단다. 무슨 뜻인가 했더니, 뭔가 거창한 게 아니라 때가 되면 밥 먹으라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처럼 누구나 거치는 일상이라는 것이었다. 이어서 노학자는 죽음을 모태로의 귀환이라고 설명한다. 엄마 뱃속에서 나와서 다시금 엄마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 돌아가셨다는 말처럼 다시금 생명 안으로, 생명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어떻게 이런 표현과 비유,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시대의 흐름을 알고, 틀을 깨는 지성의 모습은 나이가 들어도 변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오히려 더 원숙해지고, 더 생동감 있고, 신선하다고 할까? 덕분에 나 또한 제목에서 느껴지는 서글픈 생각을 접기로 했다. 죽음이 새로운 시작이라는 그의 말처럼, 마지막이 다시 시작일 테니 말이다.

끝으로 교수님이 어렵지 않은, 고통스럽지 않은 시간을 보내셨으면 한다. 남은 시간이 많이 아프지 않고, 늘 새롭고 행복한 시간들로 기왕이면 더 좋은 글과 대담들을 더 만났으면 좋겠다는 욕심을 부려본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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