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노르웨이 코미디언의 반강제 등산 도전기
아레 칼뵈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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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이 궁금증을 자아냈다.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여기서 중요한 단어는 단연 "산"이다. 사실 저자인 아레 칼뵈의 책 제목에 나 역시 공감이 갔다. 물론 친구 대신 "대표"가 들어가야 하지만 말이다. 우리 집에는 등산화가 있다. 딱 한 번 신어본 등산화. 1박 2일로 차년도 영업목표 및 예산회의가 있던 날. 회의를 마치고 다음 날 아침 식사 후 일정은 북한산행이었다. 재경 실무자였던 나는 빼도 박도 못하고 회의에 참석해야 했고, 산행까지 이어지는 코스에 울며 겨자 먹기로 참여해야 했다. 내가 산을 싫어하는 이유는 단 하나. 고소공포증 때문이었다. 결국 하산 때 일이 터지고 만다. 하필 낭떠러지 같은 바위산 코스로 내려와야 했기 때문이다. 앞이 안 보이고 정말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면서, 본부장님 손을 잡고 내려왔다. 사실 회사 내에서 깐깐한 걸로는 탑이었던 나였던지라, 그날 이후 내 모습은 십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내 이야기가 길었지만, 노르웨이 코미디언인 저자는 운동을 포함한 야외활동을 즐기지 않았다. 왜 사람들이 굳이 야외활동을 하는지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런 저자가 상당수가 야외활동을, 산행을 하는 것에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게 뭐길래 다들 SNS에 산행 사진이 한 장 이상씩 있는 것일까? 거기에다 늘 펍에서 술로 시간을 채웠던 친구들이 하나둘씩 칼뵈 곁을 떠나 등산을 선택한 게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결국 저자는 그렇게 야외활동을 넘어선 산행을 시작한다. 초보자인 그는 배낭부터 값비싼 걸로 장만한다. 이래저래 혼자만의 상상 속 시뮬레이션을 펼치지만... 저자의 예상과는 다른 그림들이 그려진다.

코미디언인 저자인지라 그런지 흥미롭다. 아니 흥미를 넘어서 웃기다. 아주아주. 이런 친구라면 같이 다녀도 재미있을 것 같다. 코미디언이면서 11권의 책을 낸 작가라서 그런지 필력이 어마어마하다. 노르웨이 하면 떠오르는 것이 고등어가 전부인지라(;;) 책을 읽기 전에 미리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우리보다는 북쪽에 위치했기에 기온이 조금 낮은 편이었다.(막상 등산과 하이킹 사진을 보니... 허허... 눈 덮인 산을 걷는다.) 그런데 책을 읽으며 놀라웠던 것은 산행을 위한 준비였다. 앞에 내가 갔던 등산에서 내가 챙긴 건 오로지 등산화 한 켤레뿐이었다. 하지만 저자의 산행은 편한 복장(물론 요즘은 등산복이나 등산화 등 등산용품이 다양하다지만)과 물과 간단한 요깃거리 정도를 넘어서 배낭부터 정말 어마어마한 장비가 필요했다. 과연 그의 등산은 성공적이었을까? 잃었던 친구들을 다시금 찾아왔을까? 초보 등산기라지만 예상보다 재미있다. 등산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으니 맘 편하게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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