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서머 워싱턴 포
M. W. 크레이븐 지음, 김해온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책의 첫 장면부터 뭔가 기묘하다. 돈을 주고도 쉽게 먹을 수 없다는 천상의 맛을 지녔지만, 요리 과정이 무척 소름 끼칠 정도로 악랄한 회생머리멧새 요리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있지만, 요리 먹기를 거부하던 청바지 차림의 남자는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워싱턴 포. 이 책의 주인공이자, 경찰인 그 말이다.


 6년 전 한 유명한 셰프가 자신의 딸을 살해한 혐의로 교도소에 갇힌다. 그는 제러드 키튼이라는 이름의 3성급 벌리스 앤드 슬로라는 레스토랑의 오너 셰프였다. 그날 제러드 키튼은 자신의 딸 엘리자베스 키튼이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신고전화를 한다. 어머니가 사망 후 10대의 나이에 홀 서빙과 회계 및 매장관리까지 맡아서 했던 엘리자베스는 그날 이후 사라진다. 처음에는 고위험 실종사건이었지만, 주방에서 결정적인 증거가 발견된다. 바로 엘리자베스의 혈액이 주방 여기저기에 흩뿌려져있었던 것이다. 깨끗이 청소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루미놀 반응에 혈액이 드러났고, 그 양은 치사량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양이었다. 결국 고위험 실종 사건의 수사는 살인 사건 수사로 전환되었고, 아버지인 제러드의 진술과 목격자들의 증언 그리고 평소 제러드의 행동, 정육점에서 쓰는 톱과 무거운 식칼 등 발골용 칼을 얼마 전에 구입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결국 제러드는 자신의 딸을 살해했다는 죄로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하게 된다.


그렇다면 포 경사님, 
사흘 전에 엘리자베스 키튼이 멀쩡하게 살아서 

앨스턴 도서관으로 걸어 들어왔다고 말씀드리면 뭐라고 하시겠습니까?

 6년 후, 자신을 엘리자베스 키튼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이 나타난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녀는 이미 6년 전에 사망한 걸로 결론이 났기 때문이다. 물론 시신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하지만 그녀가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것은 엘리자베스와 일치했고 결국은 혈액검사가 진행된다. 검사 결과 그녀는 엘리자베스 인 것으로 판명이 난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워싱턴 포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살인죄로 6년 동안이나 가둬 둔 상황이 되었기 때문이다. 포는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그날 엘리자베스 사건을 도왔던 사람들을 찾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하지만, 당시도 지금도 모두 엘리자베스의 DNA와 일치한다는 결과만 나올 뿐이다. 하지만 포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제러드가 포를 만나겠다고 연락을 해왔고, 제러드를 만났을 때 그의 표정이 그것을 드러낸다. 제러드는 6년의 억울한 옥살이에 대해 분노에 차 있지도 않았고, 오히려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러던 중, 엘리자베스가 사라지고, 포 경사는 엘리자베스 살해의 누명을 쓰게 되는데...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할 정도로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다. 도대체 진실이 뭔가 답답하고 궁금하다. 다행이라면 포의 누명을 벗길 히든카드가 되는 인물인 천재 프로파일러 틸리 브래드 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는 포를 돕기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지식과 기계들을 활용한다. 완벽하게만 보이는 그녀의 유일한 단점이라면 사회화가 덜 되었다는 점이다. 평범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전혀 모르는 그녀의 모습이 은근한 허당미를 풍기며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책의 막바지까지도 사건은 해결될 기미가 없다. 모든 상황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는 포의 발언에 썩소로 대변하는 제러드와 그의 변호인 콜링우드.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이 그들의 자신감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솔직히 통쾌했다. 역시 악은 더한 악으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건가? 한편으로는 씁쓸하기도 했다. 모든 진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해결되지만, 그동안 몸 고생 맘고생 했던 건 누가 보상할 것인가? 


 처음 마주한 워싱턴 포와 틸리 브래드 쇼 커플의 사건이 첫 작품이 아니라는 사실에 당황스럽다. 혹시 전 작에 책에서 계속 언급한 이멀레이션 맨 사건이 등장하는 걸까? 이번에도 또! 역주행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손자병법 - 싸우지 않고 승리하는 지혜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
시마자키 스스무 지음, 양지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인애와 무른 것은 다르다.

자애는 좋지만 맹목적인 사랑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차이를 분명히 인식해서 자애로움과 엄격함을 균형감 있게 잘 사용하는 사람만이 리더가 될 수 있다.

한 권으로 끝내는 인문 교양 시리즈를 꾸준히 읽고 있는데, 이 번에 만난 책은 바로 손자병법이다. 손자병법의 저자는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손문이라고 전해진다. 지금으로부터 2,600년 전에 살았던 손문의 병법서인 손자병법이 현대에도 계속 읽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은 그때와 달리 전쟁이 수시로 벌어지는 시대가 아닌데 말이다. 저자 시마자키 스스무 역시 그에 대한 언급을 책의 초반에 하고 있다. 손자병법은 병법서라 하지만, 병사를 사용하는 전쟁을 위한 활용뿐 아니라 현대의 리더십과 사회생활 등에 충분히 적용 가능한 내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났음에도 꾸준히 읽히는 것이라 한다. 개인적으로 세 번째 마주하는 손자병법인데, 읽을 때마다 옮긴이들의 강조점이 달라서 그런지 매번 새로운 교훈을 마주하게 된다. 특히 이 책 안에는 일러스트가 함께 어우러져서 그런지, 더 실제적으로 대입해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현재는 병법서보다는 리더십을 위한 교양서로 유명해져서 이 책 또한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설명을 해준다. 리더는 어떤 자질을 가져야 할까? 여러 주요점이 있었지만, 기억에 남는 몇 구절이 있었다. 우선 리더는 현실을 정확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 꼼꼼하고 냉철하게, 최대한 객관적인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에 대한 냉정한 분석을 할 줄 알아야 한다. 특히 리더는 극단적이면 안 된다. 적절한 포용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이는 회사 안에서뿐 아니라 경쟁회사를 대할 때도 그렇다. 극단적인 상황에 처하게 되면 쥐도 고양이를 물 듯이, 극단으로 모는 것은 위험하다. 오히려 역습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아끼는 사람이라도 상벌에는 확실하게 해야 한다. 이는 사기와도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항상 이기는 방법은 없다. 그 상황을 정확히 보고 그에 따른 대처법을 찾아야 한다.

또 하나 의외였던 것이 자신의 평판에 신경을 쓰지 말라는 부분이었다. 오히려 리더는 평판을 가꿔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에서의 승리는 평판에 있지 않다. 오히려 화려한 승리를 꾸미기 위해 한 행동이 오히려 전쟁을 망치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이끈다는 것은 과거나 현재나 쉽지 않다. 과거에 비해 리더십에 관한 책을 참 많이 찾아볼 수 있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 모든 리더십이 모든 상황에서 빛을 발하는 것도 아니다. 손자병법 속 리더십은 어떨까? 외유내강과 중용의 리더십이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에게는 냉혹하지만, 팔로워들에게는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사용하여 그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결국은 승리를 거두는 리더가 바로 손자병법 속 성공적인 리더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휠 오브 타임 1 : 세계의 눈
로버트 조던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늘은 별로 벨 타인에 어울리지 않는구나.

하지만 우린 극복할 거다. 늘 그래왔지. 

휠 오브 타임의 첫 번째 이야기. 사실 겁 없이 덜컥 책을 받았다. 평소 벽돌 책을 종종 읽었으니, 거기에 판타지니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겠다는 오만함이 섞여 있었다. 책을 받고 깜짝 놀란 것은 두께가 무려 1,000페이지. 근데, 이 시리즈는 무려 15권이란다. 방대한 분량의 휠 오브 타임의 시작.(물론 프리퀄이 있다고는 하지만...) 겁을 먹었다. 정신 차리고 읽는데, 솔직히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읽고 또 읽고 쳇바퀴 도는 기분이다. 다행이라면 그 지루한 초반을 읽어내고 나니 조금씩 재미있어진다. 아마 그 즈음부터 내용 파악이 슬슬 되었던 것 같다. 요령이 생긴 것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등장인물이나 사건들이 별도로 설명되어 있다는 것이다. 헷갈리고 모를 때 도움을 받으면 좀 더 어렵지 않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참고로 이 작품은 에픽 판타지로 분류된다고 하는데, 에픽 판타지는 하이 판타지라고 불리는 장르로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에서 벌어지는 판타지를 뜻한다고 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왕좌의 게임 같은) 


 에먼즈 필드에서 평범한 일상을 영위하던 랜드 알소르. 아버지 탬의 사과 브랜디를 담은 통을 빨리 배달해야 했다. 이제 축제가 얼마 남지 않았다. 배달을 끝내고 축제에 가게 되면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시장의 딸 에그웨인 알비어도 만날 수 있다. 근데 배달을 가는 랜드는 뭔가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힌다. 털이 곤두서고, 살갗이 따끔거렸다. 검은 망토를 입은 기수가 보였는데, 자신을 노려보며 증오를 내뿜는 그에게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찜찜함을 가지고 있던 랜드는 친구 맷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맷 또한 이상한 기수를 보았다는 말에 당혹스러워진다.  


축제를 앞둔 밤, 낯선 사람 3명이 마을을 찾는다. 가뜩이나 검은 망토를 입은 기수들 때문에  심난하던 차인지라, 낯선 사람의 방문이 찝찝하기만 하다. 다행히 그들은 녹색 망토를 입고 있었다. 그중 여자의 이름은 모레인. 남자의 이름은 란이었다. 왠지 지체 높은 사람처럼 보였던 모레인에게 호감을 가지는 랜드.


 그날 밤, 아버지 탬과 저녁식사를 하는 랜드의 눈에 오래된 칼 한 자루가 보인다. 오래전에 칼을 샀다는 아버지의 말이 마치고 얼마 되지 않아 큰 소리가 들린다. 이웃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머리에 양의 뿔이 달리고 털투성이인 무언가가 마을을 습격한다.  순식간에 마을은 초토화가 되었고, 랜드의 아버지는 큰 부상을 입게 된다. 바로 어둠의 존재의 피조물로 알려진 트롤록 7개 군대가 에먼즈 필드 마을을 습격한 것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트롤록의 출연을 몰고 온 것이 모레인 무리 때문이라고 흥분한 채 모레인의 무리를 내 쫓으려고 한다. 하지만 시장의 중재로 모레인이 마을을 위해 했던 일들이 밝혀진다.


 한편, 마을의 현자인 나이니브 알미라에게 아버지를 치유해 주길 요청하지만, 나이니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면 단 칼에 거절한다. 얼마 전 마을에 온 모레인이 사실 일원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전설적인 존재 아이즈 세다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는 랜드. 몇 번 마주친 것이 전부지만,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모레인을 찾아간다. 이미 트롤록과의 전쟁의 수습 때문에 지칠 대로 지친 모레인의 모습에 수호자인 란은 거부하지만, 모레인은 랜드를 따라 여관으로 향한다.  과연 모레인은 탬을 고칠 수 있을까?

  아버지 일로 도움을 받은 랜드는 모레인과 란, 맷, 방랑시인 톰 등과 모레인을 따라 여정에 나선다. 우리가 마주하는 판타지 소설의 여정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모레인 무리의 여정을 어떻게 아는 것인지 트롤록들의 공격을 번번이 이어진다. 평범한 남자처럼 보이는 랜드와 맷은 같은 꿈을 꾸거나, 같은 상황을 목도하는 특별한 능력을 종종 펼친다. 이들의 여정은 쉽지 않고, 여러 공격 앞에서 큰 피해를 입기도 하는데....



 보통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는 남성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모레인이라는 여성이 일원력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그려진 것이 신선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서포트하는 여러 남성의 무리들(란과 랜드를 비롯하여)이 있을 뿐이다. 사실 방대한 내용과 14권의 이야기가 시작인지라, 내용을 파악하는 것이 정말 쉽지 않았다. 비슷한 상황과 이름들의 등장에 앞뒤를 계속 넘기면서 읽기도 했다. 드래건이라는 존재와 물레, 선과 악의 대결 등 궁금한 것투성이인 휠 오브 타임의 첫 번째! 그럼에도 워낙 스케일 큰 작품을 좋아하기도 하고, 판타지를 좋아하는 터라, 시간이 갈수록 흥미로웠다. 이어지는 내용에서 이들은 또 어떤 어려움과 활약을 펼쳐나갈지 무척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자본주의자 선언 - 99%의 풍요를 위한 자본주의 경제를 열다
요한 노르베리 지음, 김종현 옮김 / 유노북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결국 핵심은 자유에 있다.

사람들은 약간의 자유라도 주어지면 국가를 발전시키고 큰 성과를 만들어 낸다.

세계적인 불평등의 원인은 자본주의의 불균등한 분포 때문이다.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사람들은 부유해지고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하게 남아있다.

책을 읽으며 얼마 전에 읽었던 한 권의 책이 떠올랐다. 피터 싱어의 빈곤 해방이라는 책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정말 큰 충격을 받았다. 여전히 아프리카를 비롯한 세계 여기저기에 기아로 고통받는 인구가 많고, 문맹률도 높을 거라는 내 생각이 철저히 깨지는 경험이었다. 이 책도 동일한 노선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물론 내용은 같지만, 그를 바라보는 시각에는 차이가 상당히 있긴 하다.

책의 제목을 보고 왠지 모를 반감이 생겼다. (그렇다고 내가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를 옹호하는 사람은 아니다.) 우리의 생각 속에 미국과 유럽의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이 그동안 제3국이나 개발도상국을 향해 한 짓들을 옹호하는 것 같은 분위기 일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책을 솔직히 좀 비판적인 시각으로 읽었다. 그가 제3국이 아닌 선진국에서 태어났기에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던 것일까? 저자는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자본주의 하면 떠올리게 되는, 또한 확실한 비교 상대가 되는 것들을 예와 증거로 들어 자본주의를 받아들인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의 모습을 통해 잘 살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 바로 자유를 통해 변화된 나라들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흥미로운 것은 저자가 설명하는 자본주의의 정의다. 자유시장 자본주의라고 불리는 자본주의는 사실 자본 자체가 아닌 경제의 통제권을 소수의 권력자에게서 수십억 명의 소비자와 기업가, 노동자에게 돌려주는 것이라고 한다. 그 논리라면 자본주의를 통제하겠다는 것은 정부(혹은 소수의 권력자)가 시민들을 통제하겠다는 의미와 같다는 사실이 꽤 충격적이었다. 바로 이 전제하에 자본주의는 나라의 부를 창출하고, 기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고, 문맹률을 줄이고, 평균 수명을 늘리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자본주의와 반대되는 개념들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왜 부를 창출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한다. 가령 자본주의의 반대되는 개념 중 자본주의(성장)과 사회주의(분배)이 있다. 과연 부의 재분배를 위해 성장을 막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이 예로 복지국가로 유명한 스웨덴의 이야기가 잠깐 등장한다. 저자는 책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같은 논조의 주장을 거듭한다. 분배와 복지를 세우기 위해 성장이 희생되는 순간, 모든 것은 멈추고 퇴보하게 된다고 말이다. 이 논리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떠올리게 한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정부의 개입은 당연한 것일까? 위기는 언제 닥칠지 예상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부의 할 일은 무턱대고 시장에 침투하여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위기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비상체계 정도만을 갖추는 것이면 충분하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것 중에 기후 위기로부터 닥친 환경이 먼저인가, 성장이 먼저인가의 내용이다. 사실 이 둘은 같이 공존할 수 없다고 배웠고, 여러 책을 통해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저자는 환경을 위해 성장을 멈추는 것이 가장 나쁜 선택이라고 주장한다. 이미 코로나19 시대를 지나오면서 강제적으로 모든 것이 중단되었던 시간을 확인했을 때, 오히려 기아와 빈곤율의 증가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목숨을 잃은 비율이, 탄소 배출률 감소보다 더 큰 타격을 주었다는 사실을 예로 설명한다.

책 전면에서 그가 주장하는 논리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무궁무진한 예(그 예 중에는 우리나라와 북한도 있다.)에 대해 나 또한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물론 여기서 방점은 자본주의가 아닌 "자유"에 있다. 자본주의를 표방해도, 일부 권력층이 모든 것을 소유하는 경제체제는 절대 성장할 수 없다. 모두를 위해 열린 시장 하에서 자본주의의 성공을 설득력이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벨 2
R. F. 쿠앙 지음, 이재경 옮김 / 문학사상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왕립번역원의 4인방은 러벌 교수와 함께 배를 타고 광둥으로 향한다. 로빈은 엄마를 두고 영국으로 떠나온 지, 10년 만이다. 다시는 광둥을 못 밟을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그때는 빨리 왔다. 오랜 시간을 멀미와 싸우며 영국으로 갔던 기억과 달리 쾌속선을 타니 시간이 줄어 6주 안에 영국에서 광둥에 도착한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은 이 시간이 부담스럽고 고통스럽기만 하다. 백인인 레티를 제외하고 로빈, 라미, 빅투아르는 모두 헤르메스 협회와 연결되어 있었다. 이미 3년 동안 이복형 그리핀을 통해 헤르메스 협회와 연결되어 있던 로빈은 절친 라미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만큼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중요한 비밀이었기 때문이지만 말이다. 놀랍게도 이들은 서로 모르게 협회와 각자 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오히려 러벌 교수와 레티의 눈치를 더 살피게 되어서 서로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만약 헤르메스 협회와 연결된 것이 로빈 뿐 아니라 빅투아르와 라미였다는 사실을 러벌 교수와 바벨이 알았다면 아미 이들은 같이 배를 탈 수 없었을 것이다. 로빈은 그만큼 대단한 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미안함이 크다. 


 배가 중국 광둥에 도착하고, 로빈에게 대단한 임무가 주어진다. 영국의 자딘 매서슨 상회의 베일리스와 중국 광둥의 최고 권위자인 흠차대신과의 접견에서 로빈이 통역을 맡게 되었기 때문이다. 귀츨라프 목사나 러벌 교수 등 통역을 오래 한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로빈에게 이 일이 주어진 이유는, 그가 중국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베일리스와 흠차대신의 접견이 이루어진다. 베일리스는 깔보는 듯한 억양과 단어를 쓰며 중국이 압수한 영국의 아편을 돌려주고, 다시 제대로 된 거래를 하기를 독촉한다. 차마 베일리스의 말투와 단어 그대로 옮길 수 없었던 로빈은 진땀을 흘린다. 중국으로부터 이권을 빼앗기 위한 아편의 수출하면서 마치 아편을 가장 아전하고 품격 있는 제품으로 포장하는 베일리스의 말은 정말 어이없기만 하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흠차대신은 그에 대해 강하게 아편 수출을 거부한다. 흠차대신과 단독으로 대화를 나눌 시간을 가진 로빈. 한편으로 로빈은 이렇게 강하게 나오는 흠차대신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대화를 마친 후 갑자기 불길을 치솟는다. 영국 상선이 가지고 온 아편을 흠차대신이 태웠던 것이다. 이 일로 러벌 교수와 베일리스는 로빈을 몰아세운다. 하지만 아편 수출은 계속되고, 이미 아편에 중독이 된 중국인들은 아편 거래를 막지 못한다.  흠차대신과의 일 때문에 급하게 영국으로 돌아가게 되는 배 안에서, 로빈은 로벌 교수가 영국 정부로부터 받은 편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의 진심을 알게 되는 로빈과 친구들은 결국 자신들이 꿈꾸었던 번역가가 아닌 영국에 맞서 고통받는 나라들을 구하기 위한 헤르메스 협회의 일에 깊숙이 관여하기로 마음을 먹고 실행하기 시작하는데...


생각보다 긴 작품이지만, 순식간에 빨려 들어서 읽게 된 바벨. 은 막대와 얽힌 판타지 요소가 비현실을 자극하지만, 그럼에도 환상 속 이야기로 치부하기에는 걸리는 내용이 너무 많다. 중국을 위해 휴고상 수상에서 제외했다는 이야기가 참 말도 안 된다 싶다. 그러기에 중국보다는 영국의 흑역사와 제3국에 끼친 피해가 너무 막대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깨어있는 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신념을 지켜내는 이들의 모습에 먹먹해졌다. 1권에 등장한 번역에 대한 수업 시간에 이야기했던 내용이 다시금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단지 문장대 문장으로 단편적으로 말을 옮기는 것이 아니라, 가슴의 이야기와 현실을 바라보며 편견 없이 있는 그래도 번역하는 것이 바로 진정한 번역의 의미라는 것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