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을 뿜는 건 금지라니까!
일라리아 페르베르시 외 지음 / 하우어린이 / 2025년 9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아직 사춘기도 아닌 큰 아이가 요즘 부쩍 소리를 지르고 화를 내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직 어린데, 벌써 이러면 사춘기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보는 순간! 아이와 같이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마 엄마의 잔소리보다는 책을 읽고 객관화가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아서다.
용들이 사는 연기나는 바위라는 도시에 문제가 생겼다. 이 도시의 사는 용들은 싸울 때마다 불을 뿜는 나쁜 습관을 가지고 있어서다. 화가 나면 너나 나나 모두 불을 뿜어대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여기저기 불길에 번져대어서 도시는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결국! 시장이 결단을 내린다. (시장실 앞에서도 또 불이 났기 때문이다.) 앞으로 불을 뿜는 용은 벌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갑작스럽게 강해진 법령 앞에서 용들은 하나 둘 조심하기 시작한다. 화를 내지 않는 방법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벌을 받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불을 뿜지 않게 되면서 축구 경기에서는 골을 넣을 수 없게 된다. 이웃에게 이야기를 할 때도 소곤소곤 작은 소리로 해야 했고, 자동차들은 경적을 울릴 수 없게 되었다.
물론 도시에는 온종일 잔잔한 음악이 나오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는 모습은 좋아진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와중에 우리의 주인공인 카밀라는 여전히 화가 나면 불을 뿜는 버릇을 고칠 수 없었다. 카밀라의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엄마는 많은 방법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카밀라는 불을 뿜어댔다. 결국 시장님으로부터 수많은 고지서와 경고문까지 받았지만 카밀라의 불을 뿜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미술학원도 가고 발레와 명상도 했지만, 달달한 꿀을 섞은 우유도 줬지만 카밀라의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급기야 화가 난 엄마는 카밀라에게 불을 뿜어버리는데...
화를 많이 내는 아이를 위해 준비한 책이었는데, 책을 읽으며 내가 객관화가 되어버렸다. 불을 뿜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카밀라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자신이 참다못해 불을 뿜어대는 행동을 통해 엄마는 카밀라와 자신이 다른 게 없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아이의 목소리가 올라가고 눈을 치켜뜨면 나 역시 동일한(아니 더 강한) 모습으로 아이를 윽박지른다. "눈 똑바로 떠!","소리 지르지 마!"라며 나 또한 눈을 치켜뜨고, 소리를 지른다. 아이가 나를 통해 본 모습이 그 모습이기에, 아이는 내 모습을 따라 같은 표정과 같은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마치 불을 뿜는 엄마의 모습을 본 카밀라처럼...
부끄러웠다. 마치 옆으로 걷는 엄마 게가 아이에게 나를 따라 걸으라고 했던 동화가 생각이 났다. 역시 책은 객관화에 좋다. 그게 어른이든, 아이이든 말이다. 울컥 화가 치밀어 오르고, 소리가 커질 때 이 책을 떠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