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를 권하다 -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하는 당신에게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5
이진우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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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읽는 데, 왠지 모를 반감이 들었다. 개인주의라는 단어 때문이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 개인주의= 이기주의라는 이미지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저자 역시 그런 우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니체를 연구한 철학자 이진우 교수는 우리 사회의 개인주의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서술한다. 사실 반감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책을 읽으며 머리가 끄덕여지는 내용이 참 많았다.

사실 책을 읽기 전 나조차도 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쓰여있는 책들을 무수히도 많이 찾아읽었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게 왜 이리 힘든지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오히려 남들에게는 예의 있게, 상처 주지 않으며 좋은 사람인 듯 살기가 편한데 스스로에게는 내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다 보니 어떻게 보아도 사랑스럽지 않았다. 저자 역시 우리 사회에 자기 사랑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꺼낸다. 근데 우리 사회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들을 가만 보면 그에는 특징이 있단다. 그 단어를 많이 쓰는 경우 실제로 그 단어를 잘 모르거나, 자신이 없는 경우가 많단다. "자아"라는 단어도 그렇다. 없기에 자꾸 쓰게 되고, 결국은 뜻도 모르면서 쓰게 되고, 단어로만 과잉이 되어 버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사고 있다. 책을 읽으며 들었던 생각은 자존감 역시 그런 단어가 아닐까 싶다. 스스로를 사랑해야 한다고 외치지만, 스스로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랑하기 힘든, 사랑하지 않는 우리의 시대 속에서 우리는 빈 수레처럼 단어만 좇아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개인주의라는 단어가 마치 우리 사회에서 이기주의와 동의어처럼 쓰이는 이유 중 하나는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사회는 그동안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표현하지 않았다. 좋아하지만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인 듯, 겸손인 듯 살아왔다 문제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살다 보니 자신이 진짜 누구인지를 잃어버리게 되고, 겉치레의 가면 이 마치 자기가 된 듯한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본래 모습보다 거울에 비친, 이미지만을 사랑하게 되고, 그 모습과 다른 자신의 모습을 사랑할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가면을 던지고, 거울 속 이미지를 깨고 스스로의 모습을 목도하기를... 스스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고, 그 모습을 사랑할 수 있을 때 거기서부터 개인주의는 시작된다.

8개의 질문에 당신은 과연 어떻게 대답할 수 있는가? 현대를 살아가면서, 개인을 잃어가는 우리 사회에 누구라도 한번 즈음 귀 기울여 볼 이야기가 담겨있다. 당신은 개인주의자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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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언제나 찾아온다 - 노르망디에서 데이비드 호크니로부터
데이비드 호크니.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시공아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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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본 듯한 기분이 가득하다. 구순이 다 된 노(老)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이야기는 그 어떤 이야기 보다 생동감 있고 전율이 일었다. 제목과 표지부터 상큼함이 가득하다. 봄... 사실 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늘 밝고 생동감이 있었다. 2019년 말 코로나라는 생경한 단어를 들었을 때, 코로나가 우리 삶을 이렇게 오래 갉아먹을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코로나 시국에서 만 2년을 보낸 지금, 겨울의 말미에 있음에도 예전 같은 봄에 대한 추억이나 설렘이 올라오지 않는 것은 우리의 마음조차 코로나로 감염되어서는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2019년 88세의 팝 아티스트이자 화가인 데이비드 호크니는 새로운 여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우연히 마주한 노르망디에서 봄을 보내며 작업을 하겠다는 메일을 25년 지기 미술 비평가 마틴 게이퍼드에게 보내온 것이다. 그렇게 그는 자신만의 계획을 이루어간다. 사실 미술계에서는 유명한 인물이라는 데이비드 호크니를 이 책을 통해 처음 만났다. 젊은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는 꾸준히 유명했단다. 그렇기에 때론 유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투정 아닌 투정을 부릴 정도로 그의 삶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고, 받고 있다.

호크니의 그림은 신선하다. 표지를 넘기며 처음 만나게 되는 사진만 해도 그렇다. 보통 화가들이 그림을 그린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아이패드로 작업을 하고 있는 장면이다. 하... 놀랍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계들을 어려워하고 낯설어하는 보통의 모습과는 달리, 그는 새로운 기기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책 속에는 그런 이야기가 많이 담겨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는 평범한 시선을 바꿔 네모난 캔버스의 양쪽 귀퉁이를 잘라낸 듯한 상태의 그림이나 과거의 작가들의 그림을 오마주한 그림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새롭게 표현하기도 한다.

책을 통해 만난 호크니는 정말 꾸준한 사람이었다. 틀에 갇혀있거나, 늘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아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새로운 생각을 해나가는 젊은이였다. 그렇기에 그의 손을 통해 세상에 등장한 작품들은 또 다른 호크니만의 맛이 있었다. 물론 호크니 주변에는 J-P, 윌킨슨 등과 같은 조력자들이 있다. 또한 나이 때문에 귀가 잘 안 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호크니는 그런 여러 장애물에 포기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도움을 받거나, 영상통화 같은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갈 뿐이다.

책을 통해 만난 예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삶은 그 어떤 삶보다 다양하고, 신선하고, 쾌활했다. 왜 그가 꾸준히 사랑을 받는 화가인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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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인 러브
레이철 기브니 지음, 황금진 옮김 / 해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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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간을 초월하는 타임슬립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의 단골 소재이다. 하지만 역사 속에 존재했던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타임슬립이라면 상상력 뿐 아니라 그에 대한 고증과 조사까지 필요해서 쉽지 않을 것 같다. 이 책의 주인공은 대 작가이자 오만과 편견, 엠마의 작가인 제인 오스틴이다. 그녀가 살았던 19세기에서 겨우 200년 남짓 흐른 지금임에도 그 200년은 그 어떤 200년 보다 엄청난 변화를 겪었다. 아니 50년만 가도 현대 문명에 적응하기 힘들 것 같으니 말이다.

책을 읽으며 궁금했다. 과연 책 속에 담긴 제인 오스틴이 실제와 얼마나 닮아있을까 말이다. 책을 읽으며 제인 오스틴에 대해 검색을 해봤다. 물론 내가 검색해 본 수준은 단순한 것이지만, 그녀의 삶이 순탄치 않았다는 짐작을 하게 해줬다. 여성이 책을 쓴다는 것, 결혼을 하지 않고 혼자 지낸다는 것 둘 다 쉽지 않은 시대였다니 놀라웠다. 그랬기에 그녀는 미래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된 책을 보며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놀랐다는 표현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1803년 28살 제인은 노처녀다. 목사인 아버지 조지 오스틴과 어머니 카산드라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사실 글을 쓰는 게 좋다. 처음 첫인상이라는 작품(후에 오만과 편견으로 제목이 바뀌었다.)을 썼을 때 조지는 제인의 글을 출판사에 보내지만, 보기 좋게 퇴짜를 맞게 된다. 그 이후 카산드라는 딸이 글을 쓰는 것을 막고 방해한다. 그랬기에 제인은 어머니 몰래 글을 숨겨놓는다. 그런 그녀에게 들어온 선. 상대는 모든 것을 갖춘 남자였다. 키도 크고, 외모도 수려하고 돈도 많고 명망 있는 가문의 남자 위더스다. 위더스는 제인에게 호감을 표현한다. 요즘으로 말하면 만남의 장소라 할 수 있는 펌프 룸에서 애프터를 받는 제인. 마치 제인이 약혼을 하는 듯 동네에 소문이 퍼진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금붙이를 팔아 제인에게 고가의 드레스를 사주는 엄마. 하지만 위더스가 다른 여성과 약혼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제인과 가족들은 낙담한다. 제인에게 중매쟁이 싱클레어 부인을 소개해 주는 하우드씨. 결국 제인은 싱클레어 부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것을 대가로 요구하는 부인에게 자신이 가진 타다 만 원고지를 건네는 제인. 그녀는 그 원고 뒷장에 뭔가를 쓴다.

Take me to ny one true love.

(나를 단 하나의 진실한 사랑에게 데려다주세요.)

갑작스럽게 2020년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영화 촬영장으로 이동하게 된 제인.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되는 운명의 상대이자 댄스 파트너가 된 프레드. 그리고 한때 유명 배우였으나, 지금은 밀려나고 남편과 이혼까지 앞두고 있는 소피아 웬트워스를 만나게 된다. 자신이 제인 오스틴이라 이야기하는 그녀를 보고 몰래카메라 혹은 촬영 뒷이야기를 찍고 있다고 생각한 소피아는 제인을 이용하고자 하지만, 제인이 정말 자신이 그렇게 선망하던 그 대 작가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를 돕기로 한다. 역시 제인과 프레드의 첫 장면부터 뭔가 이상하더니, 결국 둘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나누게 된다. 문제는 타임슬립 작품이 그렇듯 제인에게 일생의 중요한 선택을 하게 한다는 것. 사랑이냐, 작품이냐... 과연 둘 사이에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될까?

책 속의 녹아있는 제인 오스틴의 삶을 통해 또 다른 감정에 와닿게 되었다. 혼자의 몸으로 뭔가를 이룬다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편견과 맞서 싸우는 그녀의 용기 덕분에 지금 우리 손에는 그녀의 소중한 작품들이 있다는 사실. 역시 귀중한 것은 쉽게 얻어지는 게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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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신의 오후 (앙리 마티스 에디션)
스테판 말라르메 지음, 앙리 마티스 그림, 최윤경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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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시를 참 어려워한다. 시 안에 담겨있는 뜻을 아는 게 쉽지 않아서 그런지, 시보다는 산문을 읽는 게 더 편하다. 하지만 매년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자는 계획을 세우기에, 매년 시집 한 권 이상을 읽자는 목표를 정하고 읽는다. 어떻게 보면 올해는 새해 계획 하나를 생각보다 빨리 이루어낸 것 같다. 목신의 오후라는 제목은 들어본 기억이 있다. 물론 무슨 뜻인지도, 어디에 등장하는 제목인 지도 몰랐지만 말이다.

가수들도 콜라보가 유행이듯이, 이 책 또한 콜라보다. 근데 콜라보의 조상님 격이라 할 수 있겠다. 목신의 오후의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의 작품 64편과 화가 앙리 마티스의 에칭화 29점이 같이 담겨있으니 말이다. 스테판 말라르메의 시를 읽고 느낀 바를 에칭화(판화의 한 종류. 금속판을 산으로 부식시키는 에칭의 방식으로 찍어 낸 그림이다. 펜이나 연필로 종이에 직접 그리는 것과 같이 선이 자연스럽게 나타난다. - 네이버 백과사전 중)로 표현 한 것이다.

내가 가장 어려워하는 미술과 시의 콜라보라니... 다행히 둘 다 어렵지만, 둘이 함께하니 시너지효과로 시만 읽을 때 보다, 그림만 볼 때 보다 한결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사실 부끄럽지만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도, 에칭 화가 앙리 마티스도 내겐 초면이었다. 그저 작품의 이름만 들어본 기억이 있을 뿐... 스테판 말라르메가 보들레르와 랭보와 비슷한 시기의 시인이었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또 하나는 시에 비해 화려하거나 퇴폐적인 삶을 살았던 시인들과 달리 그의 삶은 생각보다 평범했다는 사실이다. 신기하게도 평범한 삶과 달리 책 속에서 만난 시들은 반대적인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성애에 대한, 사랑에 대한 표현들도 있고, 상상 속 이야기같이(목신처럼) 다른 차원의 시들도 있으니 말이다. 시뿐 아니라 그림도 마찬가지다. 선 몇 개가 작품으로 변한다. 색채가 강렬하거나 묘사가 화려하지 않지만, 오히려 선과 원 만으로 화가가 원하는 것이 선명히 드러나서 두 예술가의 작품이 마치 하나의 작품처럼 잘 어우러졌다.

사실 여전히 말라르메의 시는 어렵다. 완전히 이해하기 쉽지 않다. 끝부분의 작품 해석을 읽어보니 원래 말라르메의 시가 묘사와 숨은 뜻이 참 많아서 쉽지 않다고 한다. 특히 관사를 많이 사용하는 터라 번역하기가 까다롭다고 한다. 그나마 우리 말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 번역되었기에 읽고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말라르메의 가장 유명한 시이자, 이 책의 제목인 "목신"의 의미가 궁금했다. 참고로 목신은 숲, 사냥, 목축을 맡아보는 신으로 반은 인간, 반은 동물의 모양을 하고 있으며 그리스 신화의 판(Pan)을 말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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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조선왕조 - 한 권으로 끝내는 조선왕조 퍼펙트 지식사전
이준구.강호성 지음 / 스타북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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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부터 한국사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나 역시 한국사를 참 좋아한다. 역사 다큐나 강의, 역사소설도 참 좋아한다. 언젠가 갑자기 조선왕조실록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에 만화로 된 전집(원문을 된 것은 100% 방치일 것이기에)을 구입했지만, 막상 내 것이 되니 언젠가는 읽겠지라는 마음이 생겨서 몇 년째 방치 중이다. 새로울 것 없는 역사서, 익숙한 몇몇 왕 위주의 역사서를 자주 접했기 때문에 기왕이면 한 권으로 전체를 통괄하는 책을 읽고 싶었다. 그뿐만 아니라 궁금하지만 쉽게 찾기 힘든 조선왕조를 둘러싼 지식들도 곁들여지면 좋겠다 싶었는데, 제목처럼 원스톱 조선왕조를 만날 수 있었다.

학창 시절 주야장천 외웠던 조선 왕의 순서(태정태세문단세 까지는 다들 외우겠지만, 그 이상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 경영정 순헌철 (흥)고순) 는 아직도 잊히지 않지만, 그럼에도 속속들이 아는 왕은 손가락에 꼽는다. 특히 초반에는 꼼꼼히 배웠지만, 조선 후기부터 일제강점기와 현대사 이야기는 학교에서도 제대로 배운 기억이 없다. 특히 정조까지만 알뿐, "순헌철고순"은 이름만 남았다.

다행이라면 이 책에서는 7가지의 키워드로 왕의 이야기를 묶었다. 덕분에 조선왕조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레 읽어나갈 수 있다. 물론 장황하지 않고, 요즘의 언어로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기에 마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궁금하지만 어디 물어보기 애매한 이야기들(가령 내명부나 외명부, 궁녀와 내시의 이야기, 왕비 이야기 등)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도 해결해 준다. 흥미롭고 참신한 지식들이 TALK ABOUT이라는 이름으로 각 장의 말미에 등장하기에 책 속의 책처럼 담겨있다. 그리고 사극에서 한 번 이상 만났던 인물들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들은 WHO라는 페이지에서 만날 수 있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세조의 딸), 왕과 나(소화-제헌왕후 윤씨), 여인천하(문정왕후, 정난정), 장녹수, 장금, 허준, 추노(소현세자), 동이(숙빈 최씨) 등처럼 익숙한 인물들이지만 과연 사극 속 내용이 사실일까 의심스러웠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결해 준다. 본 편 보다 속편이 재미있다고, WHO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책을 읽으며 다시 재조명된 왕이 상당수 있었는데, 중종과 장희빈이었다.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반정으로 왕이 된 그는 생각보다 적극적인 인물이 아니었다. 쿠데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숟가락만 얹은 허수아비 같은 느낌의 왕이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반정"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고, 특히 중종(진성대군)을 왕으로 삼기 위해 몰려온 군인들을 연산군이 자신을 죽이러 보낸 자객들이라 생각하고 자결하려 했으나 부인인 신씨(단경왕후, 중종 즉위 후 폐비됨)가 말렸다는 내용을 읽고 정말 놀랐다. 사실 내가 생각했던 중종은 물론 여인천하와 대장금 같은 드라마를 통해 만났는데, 드라마 속 왕은 절대 그런 이미지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드라마에 폐해다.

뿐만 아니라 장희빈 하면 떠오르는 악녀 중의 악녀 이미지가 있는데, 책 속에 장희빈에 대한 평가는 조금 달랐다.

"사랑이 변하니?" 좋다고 왕비까지 시켰으면서 돌변해서 강등시키고, 쳐다도 보지 않는 남편 숙종이 장희빈을 악녀로 만든데 일조했다는 사실은 진실 같다. 물론 당시 칠거지악 등의 여성에게 불평등한 사회구조가 있긴 하지만, 어디까지는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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