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꽃
이동건 지음 / 델피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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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세상의 모든 장애와 질병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근데 그 사람이 생체실험을 위해 200명 넘는 사람들을 살해했다면, 당신은 그에게 죄를 물어 사형에 처할 것인가, 풀어줄 것인가?

과거에 읽었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나올법한 사건이 소설 속에서 펼쳐졌다. 어느 날 신고가 접수되었다. 잠깐 사이에 보호소에 있단 장애인 2명이 한 남자와 사라졌다는 신고였다. 그리고 얼마 후, 장애인들은 한적한 공원의 한 화장실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그다음은 8명의 사람이 동일한 상황에서 발견된다. 8명은 나이도 성별도 달랐지만, 그들은 불치병이나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남자를 만난 후, 병과 장애가 치료되었다. 그 남자는 자신이 인류의 모든 병과 장애를 고칠 수 있다고 주장한다는 데 있다. 거기까지였다면 그는 모두의 환영을 받았겠지만, 그는 그를 위해 223명의 사람들을 생체실험했다. 그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하지만 자신이 인류의 모든 질병과 장애를 고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벌인 일이라고 고백했다. 자신을 무죄로 풀어준다면,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 전수하겠다고 주장했다. 그는 28세의 의대 중퇴자인 이영환이었다.

한 변호사가 있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했고, 꾸준히 노력까지 하는 사람이었기에 무난히 우리나라 최고 대학을 갔고 아주 우수한 성적으로 고시에 합격했지만 판사가 아닌 변호사를 지망한다. 맞는 사건마다 100%의 승소율을 자랑하는 덕분에 탑 변호사가 된 그는 중학교 교사인 아내와 결혼을 하고 딸을 낳는다. 문제는, 딸이 불치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돈은 얼마든지 있었던 터라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했지만, 병세는 더 위중해진다. 그런 와중에 듣게 된 이영환 변호인 모집에 대한 소식에 박재준은 이영환이 있는 구암 교도소로 달려간다. 한두 명도 아니고 223명의 사람을 살해한 이영환을 무죄로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데,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다. 징역형이 떨어지는 순간 이영환은 자살하겠다고 협박 아닌 협박까지 해대는데 과연 박재준은 딸을 살릴 수 있을까?

한편, 어린 시절 묻지 마 살해로 하루아침에 부모님을 잃은 형제가 있다. 범인은 이유 없이 부모님을 살해했다. 그날 이후로 형제는 범임을 죽이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산다. 다행이라면, 형제와 같이 범인의 처벌을 위해 노력해 준 백 검사를 보고 꿈을 키운 동생 장동훈은 검사가, 형은 판사가 된다. 그날 이후로 장동훈은 자신과 같은 상처를 읍은 유가족들을 위해 범인을 잡아서 꼭 그에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하는 검사로 유명해진다. 그런 그가 이번에 맡은 사람이 바로 이영환. 그가 그동안 저지른 피해자들의 시신들은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끔찍했다. 피해자의 신원 또한 태아부터 3살 아이, 청소년과 장년.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물론 대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그에게 억울하게 살해당한 사람들과 가족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서 절대 그냥 내버려 둘 수 없는데...

사건이 벌어지는 장소가 구암동인데, 구암이라는 말이 왠지 낯이 익어서 보니 동의보감의 허준의 호가 바로 구암이었다. 저자의 의도가 있는 것일까?;;

과연 같은 상황에 이른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내가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선택의 폭은 달라질 테지만 말이다. 근데 사람의 목숨이 과연 효율성의 영역으로 치부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들어가는 소방관이나 구조인력들, 경찰처럼 공공의 질서와 안전을 위해 애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과연 정당한 것일까? 죽음의 꽃을 읽으며 처음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 질문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여전히 결론을 내기 어렵다. 그럼에도 충분히 흡입력 있고,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게 만들었던 소설이었다.

P.S 개인적으로 델피노 출판사의 책을 3권째 읽고 있는데, 몰입력. 흡입력이 참 좋은 작품들이었다. 아무래도 독자들의 경우 표지를 보고 작품을 고르는 경우도 많은데, 표지가 조금 더 좋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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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 속 전염병 - 왕실의 운명과 백성의 인생을 뒤흔든 치명적인 흔적
신병주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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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부터 실외에서는 마스크를 벗어도 된다고 한다. 만 2년여를 마스크와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외출할 때 마스크를 안 쓰면 뭔가 허전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코로나는 우리 생활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킨 것 같다. 전염병에 대한 인간의 불안은 의학이 상당히 발달했다고 하는 현대에도 꺼지지 않는다. 현재 우리의 상황만 봐도 그러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 옛날 우리의 조상들은 전염병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겨낼 수 있었을까? 사극을 보면 한 번씩 "역병" 창궐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하는 장면들이 있다. 많은 백성들이 죽어가고, 시름시름 앓는 상황 속에서 극적으로 벌어지는 장면들 말이다. 역사저널 그날의 패널로 이미 익숙한 신병주 교수의 신작을 통해 조선시대를 비롯한 우리 역사의 전염병을 알아볼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현재에도 우리 주변에 남아있는 욕을 살펴보면, 전염병과 맥락을 같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염병"이라는 단어가 바로 전염병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이런 염병할..."이란 욕을 현대 우리 식으로 보자면 "에이 코로나나 걸려라!"라는 의미로 바꿀 수 있다고 한다. 책 속에는 조선시대의 전염병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우리가 익숙하게 들었던 이름들도 대거 등장한다. 의녀 대장금이나 명의 허준, 여러 분야의 대 업적을 남긴 정약용뿐 아니라 홍역과 천연두, 콜레라 등의 전염병에 대해 각 장을 할애하여 풀어나간다.

특히 손주의 육아일기로 유명한 이문건의 양아록 속에도 전염병의 기록이 다수 담겨있다. 종 들 사이에서 퍼지기 시작한 학질이나 천연두의 병세와 그에 대한 기록이 상당수 담겨있다 보니, 조선시대의 전염병을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활인서와 궁중의 병원인 내의원, 혜민서 등의 기록도 살펴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웠던 부분은 의녀에 대한 이야기였다. 조선이 남성과 여성을 엄격히 구별했던 성리학 국가였던 인지라 남성 의사에게 몸을 보이는 것에 반감을 가진 여성들이 치료를 제때 받지 못하는 일이 벌어지자, 국가 차원에서 의녀를 육성하기 시작한다. 의녀에도 침의녀, 맥의녀, 뜸의녀, 약의녀와 같이 분과가 나누어져 있었고, 성적에 따라 의녀 자격을 박탈하기도 하기도 했다. 의녀가 의료 행위에만 종사했을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중전을 비롯한 내명부의 일에도 여러 가지로 도왔다는 기록이 있다. 왕의 사망으로 심신의 상처를 입은 왕비를 돕기도 하고, 때론 출타하는 왕비를 곁에서 보필하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전염병을 막기 위한 제사나 제의를 하는 모습이 이성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그 또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이 아니었을까 싶다. 전염병은 과거나 현재나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비할 무엇이 없는 상황은 모두를 무기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과학은 계속 발전하고, 새로운 백신이 개발되는 효과를 만들기도 하는 것 아닐까? 전염병을 비롯하여 조선의 의료에 대한 여러 방면의 자료를 통해 조선의 전염병과 사회상을 알아볼 수 있었던 귀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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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선생의 지도로 읽는 세계사 : 서양 편 지리로 ‘역사 아는 척하기’ 시리즈
한영준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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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학창 시절 세계지리 선생님이 떠올랐다. 상당히 인자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선생님이셨는데, 수업 시간마다 마대 걸레 자루 1/3 정도 되는 몽둥이를 들고 다니셨다. 선생님의 주특기는 지도 외우기. 5~10분가량 시간을 주고 오늘 배운 지도의 나라들을 외워야 했다. 못 외우면 몽둥이가 일하기 시작한다.(지금이야 상상도 못할 이야기겠지만...) 그래서 세계지리 시간은 다른 어떤 시간보다 긴장상태였던 것 같다. 물론 그렇게 외운 지도가 내 기억 속에 얼마나 남아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책을 읽으며 등장한 지도 속에서 드문드문 기억나는 게 있었다. 당시 몽둥이의 무서움이 만들어낸 주입식 기억이 전혀 쓸모없는 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양 편이라고 이름이 붙어있지만, 이 책의 시작은 무려 중동이다. 중동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단연 이슬람교와 빈 라덴? 석유와 사막기후 등이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과 그들이 입고 다니는 터번과 원피스 같은 복장도 떠오른다. 개인적으로 지도와 세계사가 어떻게 연결될까 내심 궁금했다. 내 기억 속에 지도 = 세계 지리지, 세계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지정학적 위치와 주변국들과의 관계를 토대로 역사적 사실이 연결되니 마치 연상작용이라 할 정도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이 책에는 중동과 미국, 유럽과 중남미, 아프리카의 세계사가 등장한다. 서양 편이라는 이름과 달리 왜 시작이 중동일까? 나와 같은 의문을 갖는 독자들을 위해 머리말에서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고대 문명의 시작이 중동 지역(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이고, 이 문화가 유럽으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사실 중동은 지극히 유럽적 시각으로 만들어진 단어라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아랍 하면 자연히 떠오르게 되는 이슬람교와 피의 전쟁의 역사, 독립과 분열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지리와 세계사를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었다.

과거 혼란과 전쟁의 소용돌이에 큰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모 프로그램에 여행지로 등장하면서, 다수의 버킷리스트에 올라있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다. 유럽 하면 가장 유명한 지역은 단연 중부 유럽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이 여기에 속한다. 그뿐만 아니라 동유럽 이야기에는 현재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속해있고, 러시아가 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역시 지리를 통해 내용을 알게 되니,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 밖에도 미국과 중남미,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지도와 함께 이어지는 세계사 이야기는 흥미롭고 이해도 빨랐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한쪽 가량 앞의 이야기를 정리해 주는 챕터도 담겨있어서 마치 요점정리 같은 느낌도 들었다. 서양 편에 이어지는 동양 편에서는 아시아에 대해 다룬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된다. 두 권을 읽고 나면 세계사와 세계지리를 단번에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궁금했고, 몰랐던 세계사의 이야기들이 한 번에 정리되는 기분이 들어서 머리가 한결 맑아진 듯하고, 무엇보다 명쾌하고 재미있게 정리되어 있어서 흥미로웠다. 성인뿐 아니라 중고등학생들도 한결 편안하게 학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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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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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수아즈 사강의 다섯 번째 만난 책은 제목도 내용도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많은 책을 만난 건 아니지만, 작년에 읽으면서 쇼킹했던 소설이 있었다. 프랑스 작가(우연의 일치일까?!)인 기욤 뮈소의 『인생은 소설이다』라는 작품이었는데, 등장인물이 작가와 대화를 나누고, 때론 협박을 하는... 액자식 구성도 아닌 처음 접해보는 4차원적 한 느낌이 가득한 소설이었다. 당시 소설이 주는 특이한 구성뿐 아니라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근데, 마음의 푸른 상흔을 읽고 보니 50여 년 전 프랑수아즈 사강이 한발 앞선 형식으로 소설을 이미 썼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또 신선했다. 이 작품 속에는 스웨덴 출신 남매 세바스티앵과 엘레오노르가 등장한다. 남매라지만 뭔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이것만 보자면 그리 특이할 것 없는데, 여기에 작가인 프랑수아즈 사강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처음엔 갈피를 못 잡았다. 아니, 첫 시작부터 헤맸다. 이게 소설인 건가, 에세이인 건가? 작가가 등장했다가 남매가 등장했다가 뭔가 뒤죽박죽된 느낌이 든다고 해야 할까?

작가가 등장하여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해 나간다. 자신의 이야기도 덧붙여가면서 말이다. 마치 작가 역시 소설 속 인물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사실 중반부가 넘을 때까지 이해가 쉽지 않았다.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고 말이다. 다행히 역자 후기를 읽으며 마음이 놓였다고 할까? 이런 신선하고 특이한 구성을 할 수 있는 작가라니... 마냥 놀라웠다.

스웨덴 출신이 남매는 파리로 이주해온다. 아무것도 없는 무일푼의 남매는 과연 파리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그들 남매에게 도움을 주는 한 남자 로베르 베시가 등장한다. 살기 위해서, 쉽지 않은 생활을 꾸려가기 위해서 그들 남매가 선택한 행동들의 죄책감을 가지지만, 그럼에도 정당화될 수 있을까?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인물들을 등장시켜서 그런지, 다른 어느 소설보다 사강의 모습과 생각이 표면적으로 드러나 있었던 작품이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 달 후, 일 년 후 다음으로 이해하기 어렵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특이한 구성 때문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만한 작품일 것 같다.

이렇게 프랑수아즈 사강의 가장 대표적인 작품 5권을 만나고 보니, 프랑수아즈 사강 하면 떠오르는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시나요?"가 궁금해진다. 시도하다 포기했던 작품이었는데, 왠지 이제는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브람스에 관한 책을 읽어서 그런지 더더욱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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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 - 39인의 예술가를 통해 본 클래식과 미술 이야기
김희경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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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와 음악가. 예술이라는 범주 안에 있지만, 좀처럼 섞이기 쉽지 않은 분야인 것 같다. 물론 전시회나 미술관에 가면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걸 보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짝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 음악과는 친하지만, 미술과는 담을 쌓고 지낸 편이다. 친구들은 한 번씩 미술관을 가지만, 나는 왠지 미술관이 어렵게만 느껴졌다. 오히려 큰 아이가 나보다 미술과 더 친한 것 같다. 큰 아이 최애 프로가 미술탐험대라는 만화기 때문이다. 그나마 몇 년 전부터 내외하는 분야의 책을 읽어보자는 계획하에 조금씩 미술작품들을 알아가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권의 미술 혹은 클래식 책을 읽었는데, 두 장르가 한 책에 담겨있는 건 처음인 것 같다. 그래서 두 장르가 어떻게 담겨있는지 궁금했다.

책 속에는 11장에 걸쳐 39명의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화가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 그리고 음악가의 이야기와 그들의 작품이 한 주제 안에서 어우러져 있다. 개인적으로 첫 번째 등장한 화가는 얼마 전 만났던 파격적인 화풍으로 생전 논란을 일으켰던 에두아르 마네였다. 그의 그림이 미술관에서 높은 위치에 걸린 이유가 지팡이로 작품을 훼손하는 관람객들이 많아서였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라웠다. 그 밖에도 음악계의 아이돌 프란츠 리스트, 두 개의 천장화에 700여 명의 사람이 등장했던 미켈란젤로의 일화도 흥미로웠다. 천재임에도 꾸준히 노력하고 성실했던 그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사실 책 제목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이 무슨 뜻일지 내심 궁금했었다. 브람스라는 이름이 익숙한 이유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의 제목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강이 브람스를 전면에 내세운 이유 중 하나가, 브람스와 클라라 슈만의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스승의 아내이자, 음악적 동지였던 둘의 관계와 함께 브람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서정적인 밤이 떠오른다. 또한 작품 속에서 별을 많이 표현했던 고흐에게 별은 꿈을 의미한다고 한다. 정신병원에 입원했던 이력이 있는 고흐는, 병원에서도 별을 그렸다. 극한 상황 속에서도 놓지 않는 꿈을 작품에 그대로 표현한 것이리라.

책 속의 등장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흥미로웠다. 길지 않지만 그들의 작품만큼이나 흥미롭고 아련하고, 공감 가기도 했다. 현대에 이르기까지 명성을 떨치는 예술가들이기에 우리의 삶과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을 거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그들 역시 우리와 같은 감정을 느끼는 보통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단지, 우리보다 더 예민한 예술적 감각을 가지고 있을 뿐, 그들 역시 슬픔과 고통을 감내하며 작품으로 표현해 내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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