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무음에 한하여 아르테 미스터리 14
오리가미 교야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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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있는 곳에서 자면 좀 더 도움이 될 만한 게 보일 때가 있어.

영혼화 의식을 공유한다고 할까,

영혼이 생전에 본 광경이나 죽은 후에 본 광경이......

음, 죽은 사람의 시점으로 과거의 일이 무성 영화처럼 보이는 거지."

죽은 사람의 기억을 보는 탐정이 있다. 아마노 하루치카 탐정사무소의 하루치카다. 특별한 능력은 있지만, 아쉽게도 소리는 들을 수 없다. 이렇게 능력 있는 그 임에도 현재 맡은 사건들은 불륜 사건뿐이니 안타까울 뿐이다. 지인인 구치키가 하루치카에게 사건 하나를 의뢰한다. 이번에는 의뢰인의 딸 사쿠라코가 요청한 사건이다. 자산가였던 하즈미 기리쓰구가 사망하고, 유언장이 공개된다. 3남 1녀의 자녀 중 사망한 큰아들을 제외한 자녀들에게 상속된 것보다 큰 손주인 중학생 하즈미 가에데에게 상속된 재산이 더 많은 것에서 의문은 시작된다. 몸이 쇠약하긴 했으나 갑작스럽게 사망할 정도로 기리쓰구는 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사망 당일 사쿠라코와 아들 유지가 다녀갔을 때만 해도 아버지는 괜찮았다. 그들이 방문하고 나서 그날 밤 갑작스럽게 사망한 것이다. 당시 기리쓰구를 발견한 사람은 가에데였는데,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의연했고 장례식이 진행되는데도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가에데가 혹시 기리쓰구를 죽인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에 하루치카에게 의뢰한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머물던 곳에서 그의 기억을 볼 수 있는지라, 이번에도 가에데가 학교에 간 사이에 사쿠라코와 함께 기르쓰구의 집을 방문한다. 잠깐 방에 앉아서 정신을 흐릿하고 있을 즈음 가에데가 등장한다. 혹시나 싶어 가정부인 고이케 스미레와 가에데에게는 감정사라는 직업을 들먹거렸다. 그리고 얼마 후, 학교에서 자살한 학생에 대한 의뢰를 하던 중 가에데와 마주치는 하루치카. 결국 탐정이라는 사실이 들통이 나고 만다. 보통 하루치카의 능력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믿지 않는데 반해 가에데의 반응은 그동안의 사람들과 다르다. 그리고 다시 방문한 기리쓰구의 방에서 드디어 증거가 될 만한 장면이 보이는데, 기리쓰구 옆에 약봉지를 들고 있는 가에데의 모습이다. 약봉지를 조사해 보니 하나는 수면제였고, 다른 하나는 링거에 섞게 되면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약품인데... 과연 고모 사쿠라코의 의심처럼 가에데는 할아버지 기리쓰구를 살해한 것일까?

책 속에는 두 편의 사건이 등장한다. 두 편 모두 뭔가 좀 부족한 듯 보이는 탐정 아마노 하루치카의 활약기다. 물론 첫 번째 편에 등장한 가에데가 두 번째 사건에도 조력자로 등장한다. 속을 알 수 없는 가에데의 모습 속에서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할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가 왜 슬퍼할 수 없었는지를 알게 되면 이해할 수 있을 듯싶다. 완벽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매력 있는 탐정을 만난 것 같다. 앞으로의 활약상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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