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의 여름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구수영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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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의 여름은 한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미래학교라고 불렸던 곳. 그곳 공장에서 팔았던 물에 불순물이 들어있던 것이 계기가 되어 폐쇄된다. 그리고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에서 그곳이 다시 조명 받는다. 미래학교가 있던 터에서 아이의 백골 시체가 발견된 것이다. 백골 시체는 누구의 것일까, 그 안에 담긴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변호사이자 3살 된 아이의 엄마인 곤도 노리코. 우연히 맞게 된 사건의 의뢰인은 30년 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골 시체가 자신의 손녀인지를 확인해달라는 의뢰였다. 그리고 그곳 미래학교. 우연의 일치일까? 노리코 역시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3년간 여름마다 미래학교에서 열린 캠프에 참여했다. 그녀에게 미래학교는 좋은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오랜 시간 잊고 있던 그날의 기억들이, 백골 시체에 대한 보도와 옛날 그곳의 모습을 보는 순간 깨어난다. 그날의 기억들까지 하나하나...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노리코는 공부는 잘했지만, 친구들과의 관계가 쉽지 않다. 인기가 많았던 유이의 엄마가 노리코의 집을 찾아와 미래학교 캠프의 참여를 독려한다. 친해지고 싶었던 유이인지라, 노리코는 유이와 함께 가는 캠프가 기대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미카. 처음 책을 읽었을 때 들었던 미래학교에 대한 이미지는 고아원이나 보육원 인가 싶었다. 부모와 떨어져 지내는 미카와 같은 아이들. 소위 배움터의 아이들을 보면서 이상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있는데, 미래학교에서 지낸다? 보육원의 이미지보다는 대안학교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교육철학이 남달라서일까? 그곳에 모인 아이들은 소위 모두가 한곳에 모여 "문답"이라는 것을 한다. 한 사건이나 의견에 대해 묻고 대답하며 꼬리의 꼬리를 무는 질문을 이어나가는 것. 물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펼쳐내는 것이 쉽지 않은데 그런 자리를 통해 말하는 방법, 생각을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을 통해 생각의 깊이가 깊어져 가는 것은 참 좋다. 거기까지였다면 미래학교의 백골 시체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안에 뭔가가 더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유능하고 멋진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다르다.

자신의 아이 한 명을 구하지 못하면서

어째서 다른 아이와 이상적인 사회에 관해서만 바라보는 것일까.

과연 이런 게 이상일까? 그저 엄마 아빠와 함께 밥 먹고, 잠자는 일상을 함께 누리고 싶은 마음이 교육보다, 이념보다, 이상보다 앞서는 것이 옳을까? 그런 이상 앞에서 포기해야 하는 것들일까? 어른들의 욕심과 추악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사건의 진실은 점점 수면 위로 드러난다.

나 또한 이상이라고 생각하는 것에 휩싸여 진짜 중요한 것은 놓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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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리는 논어 한마디 - 거친 물결에 흔들리는 삶을 잡아줄 공자의 명쾌한 해답
판덩 지음, 이서연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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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근래 논어를 접할 기회가 자주 생긴다. 이 책은 저자 판 덩이 논어 3부작으로 쓴 책 중 두 번째 책이다. 그래서 그런지 1부라고 할 수 있는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와 저자의 말이 같다. 우연히 만난 논어를 통해 그는 삶의 큰 변화를 겪었다. 지치고 힘들 때, 뭔가 돌파구가 필요할 때 그는 논어를 통해 새로운 바람을 경험한다. 현재 판덩 독서라는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그는 논어를 자신만의 언어로 풀어서 설명하고 있다.

2,500년도 더 된 공자의 말이 현재의 우리의 삶에도 적용된다는 사실이 우선 놀라웠다. 물론 그 역시 인간이기에 완벽할 수는 없다는 사실. 오히려 인간적인 모습을 책 속에서 만날 수 있어서 그런지 읽을 때마다 새롭다는 느낌이 들었다. 1권이 학이부터 팔일까지의 내용이 담겨있었는데, 2권은 리인, 공양장, 옹야편이 담겨있다.

놀라운 것은 같은 이야기도 제자별로 다르다는 사실이었다. 왜 한 입으로 두말할까?의 분위기를 띄었는데, 아마 당시 제자들도 같은 기분이었나 보다. 그에 대해 공자는 제자의 성향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성격이 급한 제자에게는 시간을 두고 생각하라는 조언을, 성격이 느긋한 제자에게는 바로 실행하라는 조언을 건넨다.

사실 논어가 기록될 당시와 지금은 여러 가지가 많이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공자는 지금의 우리가 들어도 낯설지 않은 이야기를 논어를 통해 후세의 우리에게 건넨다. 어찌보면 뜬 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맞는 이야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질을 좇는 삶보다는 정신적 풍요가 필요하다는 조언 말이다. 이 책을 매일 한 챕터씩 읽어나가면 좋겠다. 한 번에 많은 양을 읽어도 좋겠지만, 꾸준히 읽으면서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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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라수마나라 1
하일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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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드라마나 영화로 개봉하는 경우 원작을 먼저 찾는 편이다. 영상으로 먼저 보게 되면, 책이 주는 상상력이 단절되거나, 원작이 담고 있는 또 다른 감성을 해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제목부터 참 특이하다. 원작은 웹툰이고, 웹툰이 드라마와 함께 단행본으로 제작되었다. 안나라수마나라는 마술사의 주문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마술사.

고등학교 2학년 윤아이. 그리고 동생 윤유이. 두 자매는 부모 없이 살고 있다. 장난감 공장을 하는 아빠는 회사가 어려워진 후 연락이 안 된다. 당장 먹을 쌀조차 구하기 힘든 아이는 알바로 겨우 끼니를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수학 과외 없이도 전교 2등을 할 정도다. 어린 시절 아이의 꿈은 마법사가 되는 것이었다. 지금은 잊힌 꿈이 되었지만 말이다.

2학년이 되고, 전교 1등인 나일등과 한 반이 되었다. 그리고 짝이 되었다. 나일등은 잘나가는 집안에, 부모에, 외모까지 소위 상위 0.01%에 속하는 아이다. 반면, 아이는 당장 점심 먹을 돈이 없어서 물로 겨우 배를 채우고 있다. 구멍 난 검은 스타킹을 살 돈조차 없는 아이.

학교 안에는 유원지 마법사에 대한 소문이 가득하다. 더 이상 운영하지 않는 유원지에 살고 있다는 마법사는, 해체 마술로 사람을 진짜 해체하고 죽인다는 끔찍한 소문 말이다. 겨우 생긴 만 원으로 아이는 쌀과 스타킹 중 무엇을 살까 고민하던 차에 손에 쥔 만 원이 바람에 날아가서 결국 유원지까지 발을 옮긴다. 그리고 등장한 마법사. 아이도 들었던 소문 인터라 마술사를 만나자 공포에 사로잡힌다. 그런 아이에게 마술사는 한 마디를 건넨다.

" 당신, 마술을 믿습니까?"




마술사를 만나고 난 후, 집까지 돌아오는 길에 아이의 손에 한 장의 명함이 잡힌다. 초대장이었다. 마술사로부터의... 만 원을 되찾고자 다시 유원지를 찾은 아이. 손안에 만 원을 2만 원으로 만들어주는 마술사에게서 2만 원을 들고 집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2만 원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저 며칠 먹을 쌀과 새 스타킹을 살 수 있을 뿐...

설상가상으로 집 주인은 밀린 집세를 내라고 독촉한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아이는 막 시작한 햄버거 가게 사장에게 가불을 요청하고, 사장은 가불을 해준다. 좋은 사람이라고 믿었던 사장은 가불을 해주면서 음흉한 속내를 드러내는데... 누군가의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의 마음에 눈앞에 그가 나타나는데...

 

 

 

 

책 속 그림 색만큼이나 세상은 참 어둡다. 아이는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 아무 대가 없이 선의를 베푸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너무 때가 묻은 것일까?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던 햄버거 가게 사장도, 전교 1등 나일등도 자신의 속내를 대놓고 드러내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는 헷갈렸던 걸까? 당장 아이에게 필요한 건 돈이었다. 그 돈에 눈이 가려져서 그들의 검은 속내를 보지 못한 것일까? 어찌 보면 익숙하고 뻔한 인물들이지만 무언가를 가지면 그렇게 변하게 되는 것일까? 궁금하다.

한 번도 자신이 원하던 것을 가지지 못한 적이 없었던 일등에게 아이라는 존재는 처음부터 친구가 아니었다. 그저 누르고 올라서야 할, 경쟁 상대였을 뿐. 그리고 예쁜 얼굴. 아이에게 거절당한 일등은 다른 아이들의 억측만을 듣고 경아이를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으로 치부한다. 과연 이들의 관계는 어떻게 이어질까?

또 마술사는 과연 아이에게 마술 같은 삶을 선사할까? 2권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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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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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장과 벚꽃... 왠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는 내내 사람은 죽고, 벚꽃은 만발한다. 주된 장소가 장례식장이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 이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실제 지명이 속속 등장한다. 상처를 머금고 살아가는 존재, 아직은 너무 젊지만 실패를 고민하는 재호와 마리의 이야기의 가슴이 아팠다.

장례식장 근처에 사는 재호. 40대에 은행 지점장을 은퇴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사실 재호에게는 누나가 한 명 있었다. 재호는 누나와 목조르기 게임을 자주 했다. 재호는 목이 졸리면 나른하고 몽롱한 그 기분을 즐겼다. 자신이 좋았기에, 누나에게도 그 기분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근데 누나가 깨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날 이후로 하얀 뱀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일 이후 부모님은 이혼을 한다. 일본 가이드였던 엄마는 재혼을 한다. 그럼에도 아빠와 종종 만나고, 일 년에 한 번씩 일본 여행을 간다. 아직도 아빠는 엄마를 못 잊었다. 누나의 사망 후, 아빠는 아죽사(아름답게 죽는 사람들) 모임을 만들었다. 20여 년 전 고베에서 한국으로 왔다가 고베 대지진에 부모를 잃고 옷을 만들며 살고 있는 히로시 역시 아죽사 멤버다.

그리고 마리. 동인천에 살기에, 장례식장 알바가 끝나는 12시면 차가 끊긴다. 택시비가 아까운 마리는 근처 맥도날드에서 첫차가 올 때까지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재호는 마리에게 맥도날드 투어를 제안한다. 낡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며 그 둘은 아무도 없는 밤거리를 돌아다닌다. 어린 시절부터 그곳에 살았던 재호는 외할머니 집, 할머니가 했던 서점, 주변 도로들을 돌아다니며 추억을 곱씹는다. 둘은 고민이다. 언제까지 장례식장 알바만 하면서 살 수 없으니 말이다. 건물 위에 있는 거대한 동상 해머링 맨이 부러울 따름이다. 쉬지 않고 일하는 그는 그나마 정규직이니 말이다. 알바를 하면 평생을 보낼 수 없다지만, 앞이 안 보이는 취업의 길은 답답함만 자아낼 뿐이다.

그러던 중 뒷집 아저씨가 사망한다. 떠난 아내를 기다리던 아저씨는 그렇게 그리운 가족을 만나지 못하고 떠났다. 아빠를 비롯한 아죽사 멤버들이 장례를 치러주기로 했다. 아저씨의 유언대로 조촐하게... 아버지를 좋아하는 장례식장 팀장 아줌마는 아빠와 관계의 진전을 원하지만, 방해꾼이 있다. 바로 엄마. 이혼했지만 자주 만나는 재호의 부모와 달리, 한 집에 살지만 성당에 가는 시간 외에는 남처럼 지내는 마리의 부모.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은 왠지 모를 슬픔과 우울함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벚꽃이 눈처럼 내리는 봄밤임에도, 왠지 모를 처량함과 안쓰러움이 느껴진다. 단지 죽음을 가득 담은 장소가 배경이라서 그럴까? 첫 장면부터 등장하는 하얀 뱀이 봄 밤 가득 핀 벚꽃. 생의 마지막이자 또 다른 시작인 죽음과 어우러져 또 다른 의미를 가득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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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잠드는 나라 - 잘 자요 그림책
야나가 히데아키 지음, 이나토메 마키코 그림, 이소담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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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맞벌이인데다, 신랑이 퇴근이 늦다 보니 자연스레 아이들의 잠 시간이 늦어졌다. 그나마 복직을 하고 나서 출근 시간 때문에 전보다는 일찍 잠자리에 들긴 하지만, 잠을 재우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큰 아이가 늦게 자다 보니 작은아이 또한 따라서 늦게 자려는 경향이 생겼고, 요즘은 둘째가 오히려 큰 아이보다 늦게 자는 상황이 벌어졌다. 다행이라면 잠자리에서 책 한 권을 읽는 게 습관이 된 큰아이에게 여러모로 딱 맞는 책을 만나게 되었다.

잠자기 위한 책이라서 그런지, 여느 그림책과 달리 첫 페이지에 책을 읽기 전에 그림책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이드가 담겨있다.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이 활용할 수 있다고 하니, 불면증으로 고민이라면 책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겠다. 특히 병원에서 사용하는 심리연구기법을 활용했다고 하니, 검증도 된 책이 아닐까 싶다.

책의 주인공은 꼬마 고양이 쿠우다. 물론 또 한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바로 잠이 필요한 주인공이다. 아이의 잠자리에서 읽어주는 부모들을 위해 쿠우 옆에 ooo이라는 자리가 비어있다. 거기에 아이 이름을 넣어서 읽어주면 효과 만점!

잠을 부르는 책이라서 그런지 책 속에는 자극적인 내용보다는 포근하고, 따뜻한 분위기와 그림체와 단어들이 등장한다. 몽글몽글이나 푹신 푹신처럼 생각하면 노곤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는 의성어들이나 의태어들이 나온다. 그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잠드는, 졸려요, 하품처럼 잠을 부르는 단어들도 나온다.

 

 

같이 읽다 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깊은 잠을 유도하는 책이기 때문에 눈을 감고 상상하면서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잠에 빠지게 된다. 문제는... 아이보다 책을 읽는 내가 더 졸음이 오는 날도 상당수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가짜 하품이 어느 순간 진짜 하품으로 바뀌게 되니 주의(?)가 필요하다.

잠드는 나라에서는 잠을 잘 자는 게 착함의 기준이 된다고 하는데, 부모의 마음도 같은 생각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 책을 읽을 때는 유독 "잠 잘 자는= 착한 아이"에 집중하게 되는 경향도 생긴다. 깊고 편안한 잠을 자기 위해서는 잠자리의 분위기도 중요한 것 같다. 그런 면에서 아이와 함께 읽으며 한결 편안한 잠의 세계로 빠져들 수 있도록 도움이 된다. 잠자리 동화 때문에 고민이라면, 잠에 예민한 아이를 키우고 있다면 활용해 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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