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에서 중세 유럽을 만나다 - 십자군 유적지 여행 여행자의 시선 1
임영호 지음 / 컬처룩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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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하늘길이 막혔다. 조금씩 열린다 하지만, 아직도 조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나는 여행을 좋아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것을 시도하는데 두려움이 있다. 그러다 보니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상당히 오랜 시간 준비하고, 계획을 세우는 편이다. 덕분에 시도하지 못하고 상상으로 끝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물론 아이를 키우는 형편인지라, 요즘은 시간적인 제약도 많은 터라 아쉬움을 책이나 프로그램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책 속에 눈에 들어오는 단어들이 여럿 있었다. 지중해. 중세 유럽 그리고 십자군.

학창 시절 세계사 시간에 들어본 십자군 전쟁이지만, 딱히 떠오르는 내용은 없었다. 기독교와 연관된 십자군이지만, 상당한 피해를 줬다는 것과 전쟁에서 패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십자군 유적지를 여행한다는 부제를 통해, 이 기회에 유럽 여행뿐 아니라 십자군 전쟁에 대한 지식을 조금은 확장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저자는 2011년부터 시작한 여행의 마지막을 2019년에 마무리했다고 한다. 책 속에는 3개의 큰 주제와 여행지가 담겨있다. 아무래도 십자군이기에, 기독교 성지와 대부분 겹친다. 성경을 통해 익숙하게 들었던 지명들이 등장해 머리로만 알고 있던 지역과 실제 지역이 합쳐져 더욱 흥미로웠다.

첫 번째 지역은 요르단이다. 요르단 하면 떠오르는 곳은 단연! 페트라다. 개인적으로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를 보면서 고고학자의 꿈을 키우기도 했었고(워낙 겁이 많은 관계로 얼마 안가 포기하긴 했지만 말이다.), 십여 년 전 부모님이 할아버지를 모시고 성지순례를 다녀오셨는데 페트라 앞에서 찍은 사진과 이야기를 들으며 나 역시 한번 가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저자의 책을 통해 만나니 무척 반가웠다.

두 번째 지역은 로도스, 보드룸, 몰타다. 지명으로는 책 속에서 제일 낯선 곳이었지만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그리스와 터키 등이 담겨 있어서 더 흥미로웠던 부분이었는데 특히 몰타는 몰타 기사단이라는 이름과 기사단이 최후를 맞이했던 지역으로 유명하다고 한다.

마지막 세 번째 지역은 그 유명한 이스라엘이다. 십자군 이전에 예수가 나고 자라고 십자가 처형과 부활이 이루어진 본고장인지라, 상당수 유적을 책을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예루살렘과 베들레헴을 비롯하여 십자군의 해안요새인 카이사레아도 기억에 남는다.

책 속에는 참 많은 사진이 등장한다. 한 장 걸러 한 장이 사진일 정도로 마치 내가 직접 십자군 유적지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와 여행이 겹쳐지니 그 안에 깊은 의미를 풀어내는 저자의 글을 통해 또 다른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당시는 피비린내 나는 격전지였지만, 천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그들의 여정을 어렵지 않게 다니며 그들의 역사를 되짚어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던 것 같다. 물론 상당수 파괴되고 오랜 시간으로 터만 겨우 남아있는 곳들도 상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곳은 유적지로의 존재감을 강하게 내뿜고 있는 것 같다.

책 덕분에 십자군과 그들의 유적지에 대해 돌아보며, 여행 이상의 의미를 경험할 수 있었다. 지금은 타 종교와 문명의 땅이 되어버린 지역이 주는 아이러니가 역사와 어우러져서 색다른 모습을 담아냈던 것 같다. 천년 전 이야기지만 역사가 주는 교훈이 있다. 당시나 지금이나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배타성과 적대감은 변하지 않는 걸 보며 씁쓸하기도 했다. 물론 나 역시도 나와 다른 생각과 모습에 적대감을 적잖이 느끼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역사의 자리를 마주하며, 다시금 곱씹을 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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