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 어둠의 날 기묘한 이야기
애덤 크리스토퍼 지음, 공보경 옮김 / 나무옆의자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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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영향 때문인지, 방영 중인 작품의 원작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티브이와 친한 편이 아니라서 그런지, 넷플릭스를 보지 않기도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를 보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는 게 편하다고 할까? 영상을 먼저 보게 되면 상상이 굳어버리는 느낌인지라, 웬만하면 원작을 먼저 접하는 편이다.

기묘한 이야기는 책의 띠지의 글을 보니, 시즌 4까지 나온 작품인데, 이 작품은 기묘한 이야기의 시작점이 되는 프리퀄이라고 한다. 시간 순서대로라면, 이 작품을 먼저 읽은 후 시즌 1부터 읽는 것도 좋을 듯싶다. 기묘한 이야기를 시청했다면 등장인물들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 텐데, 내 경우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이기 때문에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모습이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다.(책을 읽은 후 궁금해서 찾아보니, 주인공인 짐 호퍼의 이미지가 좀 달랐다. 책 속에는 열심 있는 경찰이었는데, 현재는 게으른 경찰의 모습으로 묘사되는 것 같다.)

책 속의 이야기는 두 개의 시점이 교차로 등장한다. 현재는 1984년 12월 26일이다. 호킨스 마을 경찰서장인 제임스(짐) 호퍼는 세라 호퍼(엘, 일레븐)를 입양한다. 우연히 호퍼의 물건을 살펴보다 이상한 상자 두 개를 발견한다. 하나는 베트남, 하나는 뉴욕이라는 글자가 쓰여있었다. 상자 안에 담겨있는 물건이 무엇인 지 궁금했던 엘은 호퍼에게 물어보게 되고 그렇게 그는 1977년 일어났던 기이한 사건을 꺼내기 시작한다.

1977년 그는 뉴욕시 강력팀에 소속된 형사였다. 6살 된 딸 세라 호퍼와 교사로 근무하는 아내 다이앤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 과거 그는 베트남에서 일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향이 아닌 뉴욕에 살고 있다. 외지인이지만 능력 있고 승진도 빠른 그인지라 강력팀원들과 사이가 그리 좋지 않다. 그리고 퇴직한 형사 대신 그에게 새로운 파트너가 배정된다. 놀랍게도 여성 파트너였다. 로사리오 델가도 형사였다. 그녀는 9명의 여형사 중 하나로, 뉴욕시 강력팀에 처음 배정된 여형사였다. 당시 분위기는 강력팀은 남성 형사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을 때인지라(1984년도 그리 다르지 않다고 한다. 호퍼와 엘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델가도를 향한 시선은 긍정적이지 않았지만 일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인지라 오히려 호퍼는 델가도가 반가웠다. 그들에게 맡겨진 사건은 괴이했다. 그리고 세 번째 시신이 발견된다.

세 번째 시신이 발견되었을 당시 호퍼는 아내와 딸과 함께 생일파티에 초대받았다. 우연히 그곳에서 만난 점쟁이는 그에게 어둠과 거대한 구름, 검은 뱀과 같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그 소리에 정색하는 호퍼. 사실 그녀는 점쟁이가 아니라 리사 사지슨이라는 이름의 심리상담사였다. 진한 인상을 남긴 그녀는 앞으로의 이야기 속에서 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된다. (결국 그녀가 호퍼에게 예언한 것은 호퍼가 겪은 일의 복선이 된다.) 기분이 상한 채로 파티를 마치고 돌아온 호퍼에게 델가도가 사건을 알린다. 앞 전의 시신들과 동일한 수법으로 살해된 세 번째 시신 역시 상처들을 칼로 그어서 오각별로 연결해 둔 형태가 눈에 띄었다. 조사 중이긴 하지만, 호퍼와 델가도는 범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가운데, 갑자기 수사를 중단하라는 지시가 내려온다. 뭔가 이상하다. 도대체 왜 갑자기 사건을 종결하도록 압박을 넣는 것일까? 하지만 포기할 호퍼와 델가도가 아니다. 자료까지 압수당한 상황에서 비밀리에 수사를 이어나가게 되고 수사를 하다 단서를 발견하게 되고, 그 단서가 갱단과 연결된다는 사실에 잡임을 하게 되는데...

이야기의 도입부에 시대가 등장하기 때문에 마치 영상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한참 빠져들 즈음에 갑자기 현재로 돌아오는 센스! 가 책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묘한 이야기를 처음 접하기 때문에, 1977년 이야기에 등장하는 새라나 다이앤의 이야기도 궁금하고, 엘을 왜 입양하게 되었는지도 궁금해진다. 프리퀄을 봤으니 이제는 본편을 찾아봐야겠다. 이 둘의 인연이 어떻게 이어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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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차가운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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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제목을 달고 있지만, 너무 달랐다. 완전히 달랐다. 같은 점이라면 저자의 이름과 동일한 이름(와카타케 나나미)의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것 정도라 할 수 있다.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 미스터리하고 기묘한 사건들이 등장하는 연작소설이라면, 나의 차가운 일상은 반전이라 생각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내는 장편소설이다. 제목에 등장한 " 차가운"의 의미는 과연 무엇일까?

4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주인공 나(와카타케 나나미)는 갑자기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시락과 캔커피만 챙긴 채 하코네행 로맨스 카에 올라탄다. 그리고 열차가 출발한 지 30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 결코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강한 여성과 평범 이하인듯한 남자의 싸우는 소리였다. 근데 그녀가 내 옆에 멈춰 선다. 그리고 비어있는 내 옆자리에 앉은 그녀 이치노세 다에코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몇 달 후 갑자기 연락이 온 다에코는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나기로 한다. 딱히 약속이 없는지라 그녀와 작은 술자리를 갖기로 한다.

알바를 하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에코와의 약속이 기억난 나는 그녀가 준 명함으로 전화를 했다가 다에코의 친구로부터 그녀가 자살 시도를 했고 현재 의식이 없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집으로 돌아온 내 우편함에 들어있던 두꺼운 봉투 안에는 수기라는 제목에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원고 뭉치가 들어있었다. 오랜 시간을 두고 만났던 사람은 아니지만, 잠깐이나마 내가 경함한 다에코는 자살을 시도할 사람이 아니다. 나는 그녀의 자살시도가 뭔가 석연치 않다. 수기의 내용도 너무 이상하다. 수기 속 그의 정체는 무엇일까? 나는 그녀가 정말 자살 시도를 한 것인지, 누군가에 의해 살해될 뻔한 건지 진실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하는데...

수기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떠오른 소설이 한편 있었다. 유리고코로라는 소설이었는데, 그 작품에도 수기와 비슷한 일기가 등장한다. 수기의 주인공이 누구냐를 찾아가는 내용이었는데, 결이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다. 이 수기가 정말 다에코가 쓴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과 결이 상당히 다르다. 그리고 어렵다. 뭔가 알 듯하면서, 이해가 쉽지 않았다. 조금 편하게 접근하는 팁이라면, 각 이야기 윗부분에 비슷한 듯 다른 표시가 있는데 그것에 주목해서 읽어보면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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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와카타케 나나미 일상 시리즈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권영주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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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한 이름의 작가 와카타케 나나미. 내 서재 한편 눈에 잘 띄는 곳에 꽂혀있는 그의 책 4권의 주인공은 불운한 탐정으로 유명한 살인곰 서점의 사건 파일 시리즈하무라 아키라다. 세트로 이루어진 이 두 권의 작가 이름을 확인하자마자 궁금해졌다. 일명 일상 시리즈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책 중 첫 권은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이다. 1991년에 발표된 작품인데, 무려 와카타케 나나미의 데뷔작이라고 한다.

처음 제목만 보고 헷갈렸다. 두 권의 일상 시리즈(나의 미스터리한 일상, 나의 차가운 일상)의 "일상"이라는 글자만 보고 와카타케 나나미의 에세이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막상 책을 읽고 보니, 더 헷갈렸다. 이 책에는 12작품의 단편소설이 담겨있는데, 그 소설들이 등장하게 된 계기가 뜻밖이었기 때문이다.

중견 건설 컨설턴트 회사의 총무팀에 근무하는 와카타케 나나미(작가와 이름이 같다!)에게 새로운 일이 주어졌다. 바로 새로 만들게 된 사내보의 편집장이 된 것이다. 문제는 그 안에 오락성을 가미하기 위해 소설을 실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산이 넉넉한 편은 아닌지라 적당한 고료로 매달 작품을 내줄 작가를 구하던 중, 선배인 사타케 노부히로가 생각난 와카타케는 노부히로에게 편지를 보낸다. 그의 대답은 거절이었다. 매달 한편의 단편은 쉽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대신 그는 아는 친구를 소개해 준다. 대신 작가의 신원과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매달 한편의 미스터리풍 이야기를 보내주겠다는 계약이 성사되었고, 그렇게 사내보 르네상스에 실린 12개의 작품이 등장한다.

각 소설이 등장하기 전 그달의 사내보 순서가 등장한다.(정말 사내보 같다.) 일명 익명 작가의 연작 단편소설이라는 이름의 소설 한 편 한 편이 특징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짧지만 강렬했던 작품이 하나 눈에 띄었다. 11월의 작품인 판화 속 풍경이라는 작품이었다. 업계 신문 발행회사에서 알바를 하게 된 나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축하파티 겸 술자리를 갖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울고 있는 마쓰타니 유미코 선배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회사에서 도둑으로 몰려서 해고를 당하게 되었다는 소식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도둑으로 지목한 상대는 바로 내 동기인 노노무라였는데, 그는 대학을 졸업하지 않고 갑자기 화가의 문하생으로 들어갔었다. 판화가 유키 도게쓰 선생의 문하생으로 있었던 그가 마쓰타니를 도둑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이다. 황당한 상황에 마쓰타니를 찾은 나는, 그녀로부터 전후 사정 이야기를 듣게 된다.

미술잡지 편집부에 취직한 마쓰타니는 편집장으로부터 유키의 담당자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사실 유키는 완고하고 잘 삐치는 성향이 있다 보니, 한번 마음에 안 든 사람은 두 번 다시 보지 않는다. 편집부의 상당수가 그렇게 눈 밖에 난 상태다 보니 마쓰타니가 그 일을 맡게 된 것이다. 물론, 유키의 문하생인 나나무라와 아는 사이라는 것도 이유가 된 것이다. 그렇게 유키를 만나러 간 날, 갑작스럽게 유키가 작품 활동을 하다 쓰러지게 된다. 급하게 병원으로 옮기게 되고, 마쓰타니는 뒷 수습을 하고 나오게 되는데, 달치근한 고구마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빌딩 숲인 곳에 고구마 장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녀는 고구마를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근데, 그날 그가 작업했던 판화 35점이 사라졌고, 마지막에 문단속을 하고 나온 그녀가 도둑으로 몰리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나는 그녀가 도둑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기 위해 추리를 시작하는데...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 그녀는 정말 유키의 판화를 훔치지 않았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참 이색적이다. 그리고 그와 더불어 붙어있는 편집장 와카타케 나나미의 편집후기와 무명의 작가와 주고받은 편지까지... 실제 작가의 이야기인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바로 마지막 편지에서 드러난다. 추리작가이기에 가능한 추리력이 아닐까 싶어서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데뷔작이라고는 하지만, 절대 촌스럽지 않은 추리의 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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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할런 코벤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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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할러 코벤의 장편소설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는 제목이 무척 강렬하다. 무슨 뜻일까? 누구의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제목을 발견하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한 줄이 책을 끝까지 잡게 만드는 힘이 있을 줄이야... 역시 강렬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많이 좋아했던 데이비드 벡과 엘리자베스 파커. 12살에 처음으로 샤르메인호수에서 엘리자베스와 첫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25살이 된 그들은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매년 키스 기념일마다 호수가 나무에 한 줄씩 자국을 낸다. 13번째 자국이 나던 날. 벡은 엘리자베스를 잃는다. 그날도 같이 그들은 호수에 갔다. 인적이 드물고 어둡기만 한 호수. 키스를 나눈 그들은 달빛에 의지하여 같이 수영을 한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비명을 들은 벡은 호숫가를 향해 있는 힘껏 수영을 한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둔기에 맞아 그대로 호수로 추락한다.

8년이 지났다. 벡은 빈민가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가 된다. 여전히 그리운 아내. 그러던 중 그에게 한 통의 메일이 온다. 그 메일은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E.P+ D.B///////////////////// 라는 제목의 이 메일에는 키스타임에 열어볼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6시 15분 첫 키스를 나눴던 그 시간. 영상이 보이고 한 여성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녀다. 아내인 엘리자베스다. 8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그녀의 얼굴은 그만큼의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미안해"라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8년 전 시체로 발견되었다. 아버지이자 형사였던 호이트 파커가 신원을 확인했다. 그녀의 볼에 남긴 K자는 그녀를 살해한 범인이 연쇄살인범 엘로이 켈러턴(킬로이)라는 것을 의미했고, 그렇게 그녀는 살해된 걸로 사건은 종결된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두 구의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같이 발견된 야구방망이에서 B형 남자의 혈흔이 검출된다. 다시 사건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당시 사건의 담당자였던 로웰 보안관이 찾아온다. 그리고 FBI. 이 사건의 용의자는 킬로이가 아니라 남편인 벡이라고 추정하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여러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로 달려든다. 왜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시점에서 엘리자베스로 보이는 여성의 동영상이 담긴 메일이 벡에게 도착한 것일까? 그녀는 정말 살해된 것이 아닐까? 벡은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자기 발로 물에서 나와서 신고를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했던 엘리자베스의 온몸 곳곳에 든 멍 사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아버지의 자동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추리소설들을 읽게 될 때마다 종종 부딪치는 문제가 있다.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 밝혀지면서 진짜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실체는 단순하지가 않다. 추악하고, 악랄하고, 비도덕적이다. 가진 자의 횡포이고,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한 기득권들의 탐욕이 담겨있다. 당하는 사람은 늘 약자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도 그리 다르지 않다.

단,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풀지 말자. 반전의 반전 또 반전을 거듭할 테니 말이다. 또 하나의 팁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치지도 말자.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 사건을 풀어내는 열쇠가 될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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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해류 - 진화의 최전선 갈라파고스에서 발견한 생명의 경이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최재천 감수 / 은행나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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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 땅거북을 절멸시키더니 이번에는 야생화한 염소까지 박멸한다.

우리 인간은 대체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책의 표지를 봤을 때, 고민이 좀 되었다. 진화라는 말에 거부감이 있는 탓이다. 더불어 찰스 다윈이라는 이름도... 책 가득 진화론이 옳다! 옳을 수밖에 없다!라는 이야기만 가득 차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가 되기도 했지만 기우였다.

표지를 넘기면 갈라파고스 제도의 항해도가 등장한다.(반 접혀있으니 잘 봐야 한다.) 찰스 다윈이 탔던 비글호의 항로와 책의 저자인 신이치가 탄 마벨호의 항로가 다른 색으로 담겨있다. 최대한 다윈의 경로를 좇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가득하다. 물론 다윈이 다녀갔던 모든 섬을 다녀온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참고로 갈라파고스 제도는 책에 등장한 이사벨라 섬을 비롯한 총 19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으며 에콰도르령이다.)

이 책은 생물학자의 저서가 맞지만, 지극히 딱딱하고 학문적인 내용으로 가득 차 있지 않다. 여행 에세이 아니 기행문에 가깝다고 할까? 우선 들어가는 말(서문)만 책의 1/4이다. (저자가 상당히 수다스러운가?!) 처음 보는 저자임에도, 마치 옆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듯한 느낌적 느낌! 음성인식이 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왜 하필 갈라파고스 제도를 여행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의 어린 시절부터의 로망이자 꿈이었다는 이야기가 서문 가득 펼쳐져 있다. 그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단어는 피시스(physis)다. 그리스어로 본래의 자연을 뜻하는 이 단어는 생각지 못한 상황에서도 속속 등장한다. (예를 들면 화장실과 배변 같은 곳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갈라파고스제도를 가게 된 계기와 그 일을 이루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서문 가득 담겨있다. 찰스 다윈과 그와 함께한(사실은 그가 곁다리로 낀 거지만) 비글호 이야기도 상당수 담겨있다. 원래 여왕의 군함인 비글호는 군사 주둔지를 물색하기 위해 출발한 배였다. 선장과 안면이 있었던 젊은 학자인 다윈은 우연히 여정에 합류하게 되었다. 당시 다윈은 진화론의 1도 머릿속에 없었다. 하지만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만난 다양한 생명종을 보고 놀라게 된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너무 다른 생물종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남기지 못했던 것이 그의 가장 큰 한이라 할 수 있다. 다윈은 훗날 다시 갈라파고스 제도로 조사를 떠나게 된다. 장황한 이야기 후에 궁금한 게 있다. 현재는 코로나 상황이라는 것이다. 뱃길이건, 하늘길이건 다 막혀있는 상황인데 저자는 어떻게 갈 수 있었을까? 간발의 차로 저자는 2020년 3월 아직 코로나가 위세를 떨치기 전에 갈라파고스 제도를 돌아볼 수 있었다. 조금만 늦어졌어도, 입도 자체가 불가했을 수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1/3 가량의 이야기를 지나야 드디어 섬에서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가장 오래된 화산섬인(일명 노인섬) 플로레아나섬을 시작으로 이사벨라 섬, 산티아고 섬이 등장한다. 마지막 부분에는 갈라파고스에서 만난 다양한 생물들의 모습이 담겨있는데, 그중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정말 수명만큼이나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한다.

사람과 오래 같이 지내지 않아서 그런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만난 동물들 중 상당수는 사람을 피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 사람이 가까이 가도 도망치지 않는다. 오히려 바다사자의 경우 장난을 거는 듯한 행동(오리발 물어뜯기 등)을 하거나 저자 가까이까지 왔다가 날렵하게 수영해 가기도 하고, 사람이 있건 말건 갈라파고스 땅거북 역시 먹이를 찾아 어슬렁 어슬렁 느리게 기어 온다.(제 갈 길 가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다.

그렇다. 사람을 무서워할 줄 모르는 땅거북들은 이렇게 쉽게 인간의 먹이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

장기간 항해를 하는 뱃사람들에게 땅거북은 귀중한 단백질원이었다.

건조함을 잘 견디고 기아에도 강한 땅거북들은 배의 갑판 혹은 선창에 던져두면

물이나 먹이를 주지 않아도 1년 가까이 산다.

필요할 때 죽여서 등딱지를 벗겨내면 신선한 고기를 얻을 수 있다...

말하자면 인간에게 알맞은 식량원이 되는 것이다.

인간은 만족을 모른다. 식량이 필요하니 살기 위해 땅거북을 사냥할 수 있다고 치자. 문제는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한 생물이 절멸할 정도로 욕심을 부리는 데 있다. 당장 오늘 필요한 만큼이 아닌 잡을 수 있는 데까지 무분별하게 잡는다. 결국 땅거북은 절멸 직전까지 갔다. 다행히 개체 수를 보호하고, 인공부화 및 여러 가지 노력 끝에 겨우 소수를 지킬 수 있었다. 그래서 이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 자연의 어느 것 하나도 소지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 벌금뿐 아니라 구속이 되기도 한다. 다시 한번 인간의 욕심과 무지를 느끼게 되었다.

다양한 생명들의 보고인 갈라파고스 제도의 시작과 다른 묵직함이 책을 읽는 내내 들어온다.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이었지만, 쓸쓸함이 더 큰 이유는 인간의 관여가 생물을 어떤 지경에 이르게 되는 지를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자연은 그대로의 모습이 아름답다. 그저 인간은 지켜보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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