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할러 코벤의 장편소설이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라는 제목이 무척 강렬하다. 무슨 뜻일까? 누구의 이야기일까?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물론 제목을 발견하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 한 줄이 책을 끝까지 잡게 만드는 힘이 있을 줄이야... 역시 강렬했다.
어린 시절부터 서로를 많이 좋아했던 데이비드 벡과 엘리자베스 파커. 12살에 처음으로 샤르메인호수에서 엘리자베스와 첫 키스를 나눈다. 그리고 25살이 된 그들은 결혼을 하고 부부가 된다. 매년 키스 기념일마다 호수가 나무에 한 줄씩 자국을 낸다. 13번째 자국이 나던 날. 벡은 엘리자베스를 잃는다. 그날도 같이 그들은 호수에 갔다. 인적이 드물고 어둡기만 한 호수. 키스를 나눈 그들은 달빛에 의지하여 같이 수영을 한다. 그리고 엘리자베스의 비명을 들은 벡은 호숫가를 향해 있는 힘껏 수영을 한다.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둔기에 맞아 그대로 호수로 추락한다.
8년이 지났다. 벡은 빈민가의 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치료하는 소아과 의사가 된다. 여전히 그리운 아내. 그러던 중 그에게 한 통의 메일이 온다. 그 메일은 그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는다.
E.P+ D.B///////////////////// 라는 제목의 이 메일에는 키스타임에 열어볼 것이라는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6시 15분 첫 키스를 나눴던 그 시간. 영상이 보이고 한 여성의 얼굴이 드러난다. 그녀다. 아내인 엘리자베스다. 8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그녀의 얼굴은 그만큼의 나이가 들어 보인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그녀는 "미안해"라고 말한다.
엘리자베스는 8년 전 시체로 발견되었다. 아버지이자 형사였던 호이트 파커가 신원을 확인했다. 그녀의 볼에 남긴 K자는 그녀를 살해한 범인이 연쇄살인범 엘로이 켈러턴(킬로이)라는 것을 의미했고, 그렇게 그녀는 살해된 걸로 사건은 종결된다. 그런데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서 두 구의 남자 시체가 발견된다. 그리고 같이 발견된 야구방망이에서 B형 남자의 혈흔이 검출된다. 다시 사건은 처음으로 돌아간다. 당시 사건의 담당자였던 로웰 보안관이 찾아온다. 그리고 FBI. 이 사건의 용의자는 킬로이가 아니라 남편인 벡이라고 추정하고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한다.
사건이 전개되면서 여러가지 의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로 달려든다. 왜 두 구의 시신이 발견되고, 그 시점에서 엘리자베스로 보이는 여성의 동영상이 담긴 메일이 벡에게 도착한 것일까? 그녀는 정말 살해된 것이 아닐까? 벡은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자기 발로 물에서 나와서 신고를 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말을 했던 엘리자베스의 온몸 곳곳에 든 멍 사진의 진실은 무엇일까? 그리고 아버지의 자동차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
추리소설들을 읽게 될 때마다 종종 부딪치는 문제가 있다. 표면상으로 드러나는 사건이 밝혀지면서 진짜 실체가 드러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실체는 단순하지가 않다. 추악하고, 악랄하고, 비도덕적이다. 가진 자의 횡포이고, 자기의 것을 지키기 위한 기득권들의 탐욕이 담겨있다. 당하는 사람은 늘 약자라는 사실이 안타깝다. 책 속에 등장하는 사건도 그리 다르지 않다.
단,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을 풀지 말자. 반전의 반전 또 반전을 거듭할 테니 말이다. 또 하나의 팁이라면 책에 등장하는 어느 것 하나 쉽게 지나치지도 말자. 그 모든 것이 하나하나 사건을 풀어내는 열쇠가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