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 - 일도 인간관계도 버거운 당신에게
김민성 지음 / RISE(떠오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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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꿀 수 없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기에도 모자란 시간이다.

앞서 말하지 않았는가? 어떻게 시간을 소비하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지는 법이라고.

제목을 읽으며 두 가지 생각이 한꺼번에 들었다. "맞아! 그렇게 생각하면 되지!" VS "이거 무슨 귀에 걸면 귀걸이고, 코에 걸면 코걸인가?" 하는 생각이었다. 세상의 때가 많이 묻어서일까? 좋게 볼 수 있는 것도 왠지 모르게 딴죽을 걸게 된다. 20대 때는 에세이를 참 자주 많이 읽었다. 세상을 핑크빛으로 보고 싶어서였던 것 같다. 한편으로는 세상에 발을 담그는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기도 했던 것 같다. 취준생으로 시간을 보내며, 내 능력이 어디까지인 지 처절하게 깨달았다. 학벌도 좋지 못했고, 자존감은 바닥을 파고 내려가 지하까지 내디뎠으니 말이다. 당연히 대기업은 원서를 넣을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고, 웬만한 이름 있는 중견기업도 패스. 그러다 보니 희망연봉도 바닥을 쳤다. 자괴감이 들었다. 내가 정말 이것 밖에 안되는 사람이란 말인가?! 결국 작디작은 회사에 입사를 했다. 기대치가 높지 않았기에(내 자리, 내 전화가 있는 곳.) 처음 해본 회사 생활은 나름 재미있었다. 문제는 낮은 자존감이다.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하늘 일을 무척 많았는데, 그에 비해 연봉이 오르기는커녕 회사가 어렵고 경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삭감... 올라도 정말 쥐꼬리만큼 올랐다. 그래도 오래 해왔던 일이니까, 아이 둘을 키우는 내 사정을 회사가 알고 있으니까... 여러 가지 이유로 정당화시키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 정신을 차리고 보니,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 덩그러니 놓여있었고, 그렇게 회사를 나왔다. 퇴사를 앞두고, 퇴사를 하고 얼마 후 우연히 접한 책들은 내 선택을 응원하고 있었다. 아니 좀 더 빠르게 나오지 그랬느냐는 채근도 있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싶었다. 이제라도 알았다는 것에 의의를 두자면...

이 책의 저자는 현재 CJ ENM에서 쇼호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김민성이다. 홈쇼핑 채널을 잘 보지 않는지라,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의 책을 읽으며 끄덕여지는 부분이 상당했다. 그의 이력은 참 특이했다. 무용을 전공하고, 학벌도 보잘것없는 전직 보험설계사 출신의 쇼호스트.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기에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늘 위축되어 있었고 덕분에 자존감도 참 낮았다고 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해서 쇼호스트뿐 아니라 강사로도 살아갈 수 있었을까?

우선 그는 긍정적이었다. 주눅 들고 포기하기 보다 우선은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한 편에 있었다. 쇼호스트를 준비하며 현대홈쇼핑 같은 채널에 원서를 넣을 기회가 있었다. 아직 준비가 부족했던지라 함께 준비하던 사람들은 아무도 원서를 넣지 않았지만,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전해 봤다고 한다. 결과는? 단번에 붙었으면 드라마였을 텐데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론 떨어졌다. 하지만 그때 프로필 사진을 비롯하여 미리 서류를 준비했었기에 다음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면접 준비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결국은 합격하게 된다.

기억에 남는 내용이 여럿 있지만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자기 계발에 대한 내용이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 계발을 위해 퇴근하고 학원을 다니거나 운동을 하면서 시간을 꽉 채워서 산다. 근데 저자는 글쎄...라고 딴지 아닌 딴죽을 건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녹초가 된 상태에서 더 이상 쓸 에너지가 없는데 강의를 듣고 운동을 하게 되면 결국 에너지를 바닥까지 퍼내는 결과가 일어난다고 한다. 결국 어디선가 티가 날 수밖에 없다. 가볍게 산책하기나 단순 작업 정도로 에너지의 극단적이 소진을 막자. 꼭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면 점심시간을 활용하라고 조언한다. 물론 회사에 있을 때는 회사 일에만 올인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그 밖에도 힘든 인간관계와 상처 주는 사람들 속에서 살아남기, 자신의 몸값 올리기,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등 한번 즈음 고민하는 이야기들이 책 속에 담겨있다. 부유하고 넉넉하지 않았기에 그는 가지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선의 결과가 주어지도록 참 많이 노력했던 것 같다. 물론 저자의 말이 100% 모범답안은 아니겠지만, 이렇게도 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의 페이지를 넘기며 이 책의 제목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 것 같다. 그래.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 된 것이니 너무 하나하나에 속상해하고 목메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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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드립니다 몽실북스 청소년 문학
김이환.임지형.정명섭 지음 / 몽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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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편의 단편소설이 담겨 있는 이 책의 제목은 "빌려드립니다"이다. 요즘은 참 다양한 대여 서비스가 있다. 계속 필요하지는 않기에 큰돈을 들여서 살 필요는 없지만 또 아쉬울 때가 생기는 경우 우리는 구독이나 대여 서비스를 이용한다. 시간 단위로 타는 자전거와 킥보드, 차량에서부터 전자책이나 티브이 채널을 구독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몇 개월 쓰는 덩치가 큰 유아 제품을 빌릴 수도 있고, 결혼식 하객 대여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빌려드립니다 속 이야기는 어떨까? 하나같이 SF적 요소가 담겨있다. 정말 미래 세계에는 이런 대여도 일어날까 싶을 정도다.

첫 번째 작품은 책을 대여하는 이야기다. 사실 책 대여야 지금도 익숙하게 접하는 내용인데 무슨 다른 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바로 우주에서 일어나는 대여 서비스라서 흥미로웠다. 어드벤처 시티에 사는 중학생 정빈은 이슈마엘호 선장이다. 우주의 각 행성 간 이동이 필요한 사람들이나 물건들을 옮겨주는 택시나 택배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보면 된다. 인공지능로봇 우팔리와 함께 이슈마엘호에 타고 있는 정빈은 조만간 aabb-098 행성이 폭발한다는 뉴스를 우팔리로부터 듣는다. 어느 날, 부녀가 이슈마엘호를 호출한다. 유리라는 아이는 플레이아데스 시티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은 행성 전체가 도서관으로 이루어져 있는 곳이다. 그곳 주민들은 모두 도서관에서 일한다. 생일을 맞은 유리는 북클럽 친구들과 함께 책을 읽는데, 얼마 전 생일선물로 좋아하는 작가 민트의 발표되지 않은 신간이 낫싱 시티에 있다는 첩보를 듣게 된다. 이미 사망한 지 십여 년이 지난 민트 작가의 미발표 신간이라니! 민트의 신간을 읽고 싶었던 유리는 정빈에게 부탁을 한다. 그곳은 낫싱 시티인데, 폐허가 되어 아무도 살지 않는 행성이다. 문제는 곧 폭발 예정인 aabb-098 근처의 행성이기에 큰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큰돈을 주겠다는 말에 솔깃해지는 정빈. 과연 정빈은 낫싱 시티에서 민트의 신간 소설을 찾을 수 있을까? 그리고 무사히 소설을 유리에게 전달해줄 수 있을까?

책과 초능력 그리고 친구. 책을 읽으며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바로 초능력이었는데, 그럼에도 가장 공감이 갔던 것은 친구였다. 친구를 대여한다는 것 자체가 참 아이러니하지만...'대여한 친구는 진정한 친구가 될 수 있을까?'의 문제 때문이다.

각 이야기마다 청소년문학답게 소중한 교훈을 담고 있다. 시간이 흐르고, 과학기술이 급변한다고 해도 기본적인 인간의 속성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때론 어렵고 힘든 상황을 겪지만 결국은 그 어려움을 이겨낼 때 비로소 한층 성장된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빌릴 수 있는 시대 속에서, 진정 마음이 담긴 소중한 것은 과연 돈으로 빌릴 수 있을까?의 문제에 가닿게 되기에 더 깊은 생각의 여지를 마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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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수명 시네마
노유정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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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에는 늘 두려움이 따르니까.

하지만 좋은 시도와 시작이었음을 잊지도, 잃지도 말자."

직업에 수명이 있다? 내 직업에 수명을 알려준다? 신기하고 신선한 소재였다. 장편소설이지만, 단편소설 같은, 때론 연작소설 같은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었다. 주인공 송세린은 11년차 무명 연극배우다. 얼마 후 발표될 결과에 기대를 모으고 있었지만, 후배가 캐스팅된다. 정말 재능이 없는 것일까? 속이 상한 세린은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우연히 마주하게 된 기대 수명 시네마. 직업의 수명을 보여준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상영되는 작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세린은 재연배우를 찾고 있다는 말에 감정적으로 자신이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세린에게 주어진 일은 색이 이상한 카드의 주인공의 삶을 살아서 카드의 원래 색을 찾는 일이었다. 그리고 세린은 그렇게 카드 속 주인공의 삶을 찾아간다. 시네마의 주인공은 다 달랐다. 퍼스널 환경 진단 전문가인 반린아, 헤드 큐레이터인 신건우, 파티시에 신연우, 비행사 권기옥, 아나운서 최은효... 이들의 공통점이라면 좌절과 포기를 경험했었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잘나가는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들 또한 고통스러운 삶의 여정을 겪었지만, 포기하고 낙오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을 통해 다시 일어났고 자신만의 능력을 깨달았다는 데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비행사인 권기옥과 연관이 있던 심덕희라는 인물이 있었다. 이미 사망했고, 오래전 이야기인지라 네임카드의 색은 탁하디 탁했고, 연수조차 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냥 두기에는 뭔가 안타까움이 있었던 세린은 권기옥의 기억을 토대로 덕희를 찾아낸다. 1919년 3월을 앞둔 겨울. 일제의 감시는 심해져 가고, 여학생들이 모여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덕희는 무서웠다. 자신의 눈앞에서 일본 경찰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한 아버지와 끌려간 언니의 모습을 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날 나가고 싶지 않았다. 그런 덕희에게 조국의 독립은 먼 일이었지만, 하나의 꿈은 있었다. 친구인 기옥이 비행사가 되는 꿈이었다. 과연 덕희의 꿈은 이루어졌을까? 그리고 덕희는 자신의 직업명을 찾을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제일 와닿았던 부분은 HBS 전직 아나운서인 최은효와 아들 권은율의 이야기였다. 엄마의 꿈을 찾아 나선 아들 은율. 그리고 자신의 꿈을 잊고, 우울감에 빠져버려 네임카드도, 수명도 완전히 잃어버린 엄마 은효. 잘나가는 아나운서 은효는 언제부턴가 방송에 얼굴을 볼 수 없게 되었다. 은율을 임신하고부터였다. 그리고 그렇게 은효는 아나운서를 내려놓고 오로지 은율의 엄마로만 살아간다. 우연히 갔던 기대 수명 시네마에서 잘나가는 여성의 삶에 대한 영화를 본 후 은효의 눈빛은 빛을 잃었다. 그리고 그런 엄마의 눈빛을 먼저 알아챈 것은 아들 은율이었다. 은율은 다시 기대 수명 시네마의 문을 두드린다. 하지만 은효의 삶의 DNA를 찾는 건 쉽지 않았다. 의뢰자가 은효가 아닌 은율이었기 때문이다. 세린과 마호는 고민하기 시작한다. 이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여러 사건으로 휴직을 신청한 리나의 도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과연 기대 수명 시네마 직원들은 은율이 원하는 영화를 개봉할 수 있을까? 은효는 다시금 눈빛을 찾을 수 있을까?

책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걱정, 좌절 속에 살고 있다. 빛나는 누군가의 삶을 보고 동경하기도, 그와 비교하며 내 삶을 비난하기도 한다. 과거 엄마가 아들에게 이야기해 준 이야기는 다시금 아들에 의해 엄마에게 돌아간다. 그래서 이 말이 그 어떤 말보다 와닿았다. 지금 힘든 삶을 살고 있는 그 누구라도 이 말에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각자의 생장점이 다르기 때문이야.

어떤 씨앗은 더 많은 햇빛이 필요할 수도, 어떤 씨앗은 물이 덜 필요할 수도 있어.

모두 같은 방법으로 성장할 순 없거든."

"그럼 얘네는 어떻게 해야 해?"

은율은 씨앗이 잠들어 있는 땅을 가리켰다.

"믿고 기다려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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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라탄이즐라탄탄 2023-09-22 10: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믿고 기다려 줘˝ 라는 마지막 문장이 공감이 많이 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명랑걸우네 2023-09-22 17: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좋은하루 되세요~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
이경 지음 / 래빗홀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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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것과, 경험하지 않은 것을 대하는 데는 큰 차이가 있다. 그중 출산과 육아는 정말 경험해 보지 않으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분야가 맞는다는 생각을 매일같이 한다. 워킹맘으로 7년을 살다가 살짝 쉬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결혼을 하면 당연히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지,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겠다는 생각 없이 출산을 했던 나는 짧은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겪으며 참 심하게 우울증을 앓았다. 기본적인 생활(식사와 수면 등) 조차 내 뜻대로 할 수 없었기도 하고, 엄마라는 경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더욱 그랬던 것 같다. 3시간마다 수유를 하고(새벽이든 밤이든 상관없이), 의사소통이 전혀 되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정말 많이 울기도 울었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이야기는 마치 내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 같았고,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접하며 내 기억이 떠올라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이 책은 국문학 박사이자 엄마인 이경의 첫 번째 소설집이다. 책의 제목이 된 오늘 밤 황새가 당신을 찾아갑니다는 단편소설 한 작품의 제목이다. 황새라는 단어를 마주했을 때 떠오른 것은 바로 "황새가 아기를 물어다 준다"라는 이야기였다. 설마... 그 뜻일까? 싶긴 했다. 물론 임신이 아닌 출산 그 이후의 이야기긴 하지만 말이다. 워킹맘이자, 복직한 지 얼마 안 된 주인공 윤혜인은 아들 이안이를 키우고 있다. 남편은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곳에서 근무하고 있기에 그녀는 독박맘이다. 그렇다고 친정이 가깝지도 않다. 뭔가 일이 일어났을 때(아이가 아프거나 등의) 소위 서포트를 해 줄 사람이 누구도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일이 벌어진다. 당장 복직 첫날 출근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아이를 맡길 데가 없는 것이다. 예전에 조리원 동기인 3형제의 엄마 예진으로부터 소개받은 황새영아송영이라는 앱. 그 앱이 떠오른 건 늦은 밤이었다. 아이와 엄마를 원하는 곳까지 데려다주는, 그것도 편하게... AI 기술과 교통의 진보로 이루어진 일이었다. 마치 드론처럼 황새가 하늘을 나른다. 그 안에는 아이와 부모의 편의를 위한 시설이 담겨있다. 그리고 사람이 아닌(하지만 사람 같은) 직원도 타고 있다. 과연 혜인은 서울에서 친정인 남해까지 황새영아송영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작품은 이름이 참 특이했다. 한밤중 거실 한복판에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나타난 건에 대하여... 길기도 길다. 갑작스러운 스웨덴 배우의 등장!(이 책을 보고 궁금해서 찾아봤다.) 마른하늘에 홍두깨라니...! 알고 보니 젖병소독기 보틀스가 차별화로 내세운 AI 기능 때문이었다. 육아를 하다 보면, 많은 것과 단절이 된다. 대화를 나눌 수 없는 아이와 단둘이 갇혀(?) 지내다 보면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로 대화를 못하게 된다. 기본적인 욕구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엄마들은 심한 우울증을 경험하게 된다. 바로 그 어려움에 착안하여 잠깐씩이나마 엄마의 대화 상대가 돼 주는 AI가 탑재된 것이다. 근데 왜 많고 많은 인물 중 알렉산더 스카스가드일까? 주인공 미주는 BTS에 RM을 제일 좋아하는 데 말이다. 스웨덴 사람이지만, 유창하게 한국말을 하는 그. 그의 기능(?)은 미주의 말벗이 돼주는 것과 남은 젖병이 몇 개인 지 정도 밖에 안되지만 어느 순간, 그는 미주에게는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근데, 보틀스의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된다. 그리고 미주가 가지고 있는 제품이 리콜 대상이라는 연락을 받는데...

두 작품 다 읽으면서 상당히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엄마이기에, 본인이 경험해 봤기에 실제적으로 작품에 대입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아이를 키우는 것은 정말 쉽지 않다. 공부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매뉴얼도 없다. 아이마다 케바케니 말이다. 작품을 읽으며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했다. 어쩌면 육아를 하는 엄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기계들이 아닌 내 얘기를 들어주고 토닥여 줄 누군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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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하며 기억하는 회계 용어 도감 - 회계 일타강사가 알려 주는 가장 이해하기 쉬운 입문서
이시카와 가즈오 지음, 오시연 옮김 / 비즈니스랩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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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로 밥을 먹고 산 지 14년째다. 회계학 수업을 들으며, 마지막 수업 날. 교수님께 질문을 하며 "평생 이쪽 분야를 접할 것 같지 않아서요"라는 말이 후회가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을 일했다. 시작은 해도 해도 내가 너무 모른다는 것이었고, 우연한 기회에 관련 분야의 자격증을 여러 개 취득하게 되었다. 그리고 취업.

다시 시작하게 된 이 시점에서 오래도록 일한 회계 책을 다시 잡게 된 것은, 쓰던 것만 쓰다 보니 멍텅구리가 된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큰 그림은 보지만, 분개 같은 세세한 부분은 다 잊힌 결과 다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회계를 처음 접하게 되면 제일 어려운 게 용어인 것 같다. 낯선 용어와 숫자들 앞에서 자꾸 주눅이 든다. 책을 읽으며 대학 마지막 학기 배웠던 과목의 과제가 떠올랐다. 해외 마케팅 관련 수업이었는데, 직접 해외에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고 관련 아이템을 비롯하여 회계자료까지 만들어서 발표하는 수업이었다. 제일 당혹스러운 것은 재무제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손익계산서, 재무 상태 표가 뭔지 하나도 몰랐던 터라 도대체 수치를 어떻게 맞춰야 하는지, 아니 도대체 이 표에서 말하는 게 무엇인 지 당황스러웠다.(다행히 대충 이래저래 서치한 걸로 제출하긴 했다.) 이제야 13번의 결산을 하면서 익숙해졌지만, 회계를 처음 접하고 회계를 1도 배운 적이 없는 사람 입장에서는 낯설고 난해하기만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거의 준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알려주기에, 생각보다 깊이 있는 회계를 접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회계를 전체적으로 훑어볼 수 있겠다 싶다. 용어 자체가 낯설겠지만, 최대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려는 저자의 노력이 보인다. 가령 헷갈리는 용어(유동성 vs 비유 동성, 회사채 vs 주식, 경리 vs 재무, 에누리 vs 할인 등)들을 비교해서 설명해 주고 있다. 특히 재무제표는 회사 입장에서 그 해의 성적표라고 볼 정도로 중요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데 실제 회계지식이 없다면 또 이해하기 쉽지 않기도 하다. 특히 이 책의 part2를 읽고 나면 전체적인 재무제표의 맥락과 이해가 빠를 것 같다.

저자의 말처럼 용어의 뜻을 정확히 몰라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내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흘려들었다가 낭패를 볼 수도 있으니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일지 몰라도, 내가 다녔던 회사에서는 영업사원들에게도 기본적인 회계 수업을 받게 했었다. 알고 영업하는 것과, 모르고 영업하는 것에서 마인드 적 차이가 크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중 한 분은 회계분야 공부를 통해 업무에 접근하는 방식이 상당히 달라지기도 했다. 어느 회사나 회계가 없는 곳은 없다. 그 얘기인즉슨, 그만큼 회계는 회사 경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라는 뜻일 것이다. 헷갈리고 어려운 회계 용어와 낯선 표들 때문에 고민이라면 일 독을 권한다. 한결 편안하게 회계를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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