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샐리 루니 지음, 김희용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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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이 유명한 시의 한 구절이었다는 사실은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되었다. 기본적인 줄거리와 주인공 넷의 이야기를 통해서는 가볍게 읽힐 듯싶은 소설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던 것은 두 주인공인 앨리스 켈리허와 아일린 라이든이 메일로 주고받는 내용 속에 여러 가지 사회를 넘어선 세계적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 왜 뜬금없이 이런 이야기가 메일의 상당수 등장할까 싶었는데, 옮긴이의 말을 읽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가벼운 연애소설을 넘어서 좀 더 깊이 있는 사회 문제까지를 다루고 싶었던 저자의 의도였다는 것을 말이다.

유명한 베스트셀러 소설가인 앨리스 켈리허는 유명세와는 달리 자신의 모든 것을 일거수일투족 알고자 하는 대중 때문에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결국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은 후, 연고가 없는 해안가 지역으로 집을 옮긴다. 더블린에는 절친인 아일린이 살고 있었지만, 그곳을 떠나는 것이 그녀에게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한 결정이었다. 데이트 앱인 틴더를 통해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 앨리스.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펠릭스 블래디라는 남자였다. 첫 대화에서 둘은 끌리는 것도 아니었고, 마음을 주고받은 것도 아니었다. 그저 그런 대화를 나누다 결국 앨리스의 집으로 오게 되는 펠릭스. 그리고 그날 이후 우연히 초대받은 파티에서 즉흥적으로 앨리스는 펠릭스에게 로마행을 권유한다. 비용은 일체 자신이 대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아일린 라이든은 문학잡지의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얼마 전 음악가이자 음향 전문가였던 남자친구 에이든과 헤어졌다. 친구인 앨리스처럼 명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박봉의 직업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터다. 앨리스가 자신을 떠난 후 그녀는 마음의 공허함을 벗어나기 힘들다. 그저 오래전, 아일린의 집에서 일을 도왔던 사이먼 코스티건과의 전화 통화가 위로가 될 뿐이다. 아일린보다 5살이 많은 사이먼은 그녀에게 친구이자 좋은 오빠다. 처음 만난 그날 이후 아일린은 사이먼과 고민을 이야기하는 사이가 된다. 사이먼을 좋아하지만, 사이먼은 그녀를 좋은 동생 정도로 대하는 것 같았다. 그러던 차에 사이먼이 5년 동안 사귀었던 애인과 헤어졌다는 것을 듣게 된다. 근데 사이먼과 자꾸 마주치면서 아일린은 자신의 감정 때문에 힘들어진다.

아일린과 앨리스의 삶은 참 대조적이다. 앨리스의 유명세와 부가 부러운 아일린은 자신의 삶이 실패자인 것 같아서 괴롭다. 한편, 앨리스는 원하지 않는 유명세에 노이로제가 걸릴 지경이다. 이 두 친구는 서로의 삶에 비해 자신의 삶이 불행하고 힘든 것 같아서 서로에게 넋두리를 털어놓고, 상대의 삶이 자신의 삶보다 낫다고 여긴다. 그와 함께 서로가 마음을 두고 있는 남자를 향한 애정사가 주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사회의 곳곳의 문제를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도 담겨있다. 플라스틱의 등장으로 인해 펼쳐진 기후변화 등의 이야기는 작품의 무게감을 준다.

서로 다른 존재가 서로를 인정하며 관계를 맺어가는 것. 그리고 그 안에서 좌절도, 상처도 경험하지만 종국에는 서로를 향한 따스한 시선을 가진 누군가를 찾게 되는 것. 그게 저자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세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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