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째 남자 무라카미 하루키 단편 만화선 7
김난주 옮김,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 Jc 드브니 각색, PMGL 만화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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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이 경험 한 괴담을 나눈다. 그리고 주인공의 차례였다. 그에게 공포는 파도였다. 그렇게 그는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S 현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의사의 아들로 태어난 주인공은 어려움 없이 학창실을 보낸다. 형이 있었지만 나이 차이가 많이 났기 때문에, 그는 같은 마을에 살던 K와 친하게 지냈다. K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말을 잘 하지 못했던 터라 친구들로부터 숱하게 괴롭힘을 당한다. 하지만 그림에는 탁월한 실력을 자랑했다. 착했던 K가 친구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할 때마다 나는 그를 구해주고, 그와 친구가 된다. 어느 해 9월, 대형 태풍이 온다는 소식에 전해진다. 모두들 일찍 문을 걸어 잠그고 집 안에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람이 조용해지자, 주인공은 밖으로 나간다. 태풍의 눈이 통과하고 있기에, 잠깐 나갔다 와도 되지만, 오래는 안된다는 말에 주인공은 K를 찾아간다. 해변을 따라 걷다 보니 어느새 파도가 바로 앞까지 밀어닥친다. 발에 닿는 느낌이 파도가 살아있는 것 같이 느껴진 주인공은 아버지의 말이 떠올라 주인공은 K에게 빨리 나가자고 이야기한다. K의 손을 잡고 파도를 피해 나오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도망치고 보니, 자기 혼자만 방파제 쪽으로 도망치고 있었다. 그만큼 파도가 주는 공포가 컸던 것이다. 위험하다고 소리를 질렀지만 K는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다. 혹시나 싶어 다시 해변으로 돌아온 주인공 앞에 파도가 갑자기 멈춰 선다. 그리고 파도 속에서 손을 뻗치며 웃고 있는 K를 마주한다. 그날 이후로 주인공은 며칠을 앓았고, 사라진 K의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는다. 주인공은 그날 이후로 집을 떠나 40년간 근처로 돌아가지 않는다. 아니 물 근처에도 갈 수 없었다. 파도 속에서 마주한 K의 얼굴이 계속 떠올랐기 때문이다. 과연 파도 속에서 마주한 K의 모습은 주인공이 만들어 낸 죄책감이었을까, 아니면 어쩌다 보인 모습이었을까?

이 이야기를 털어놓은 주인공은 수십 년 만에 다시금 그 파도가 있었던 장소를 찾는데...

친구를 지키지 못한, 그것도 장애가 있는 친구를 지키지 못한 마음을 평생 품고 사는 주인공은 비로소 자리를 빌려 자신의 과거를 토해낸다. 살아있는 파도고 친구를 삼키고, 그 친구를 삼킨 파도가 자신 앞에 멈춰 서 있는 것을 마주한 기억은 과연 진실일까? 이성적인 판단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K의 부모 역시 주인공에게 원망을 털어내지 않았던 것도 그가 죄책감을 가지게 된 동기가 되었을까?

일곱 번째 남자라는 제목과 내용의 개연성을 책에서는 찾을 수 없었는데, 기담회에서 일곱 번째 순서로 그가 말을 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생명을 지니고 있는 파도. 그리고 그 파도에 순식간에 많은 것을 잃은 남자. 그의 이야기가 구슬펐던 것은 괴로움과 죄책감이 공포라는 이름으로 평생을 옭아매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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