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재밌는 의학 이야기 - 고대 의학에서 정신의학, 뇌과학까지 흐름으로 읽는 의학사 이토록 재밌는 이야기
김은중 지음 / 반니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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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 들어있는 어떤 것보다 현명한 의사의 경험이 더 가치 있다."

-라제스(알 라지)

의학 드라마나 소설 등을 종종 접하게 된다. 스토리는 이해하지만, 의사들의 대화 중 전문용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렵다는 생각과 함께, 의사들은 저 말을 다 알아듣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초입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듯이, 우리 사회에서는 소위 성적이 좋은 상위 1%의 사람들은 의대 혹은 법대를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적성보다는 성적이 먼저라는 생각도 든다. 적성이 맞아도, 성적이 안되면 못 들어가는 곳이기에 말이다.

"재밌는"이라는 말이 붙어있었지만, "의학"이야기가 과연 재미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의사나 의학은 앞에서 말했듯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단어들이 남발되는 상황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나처럼 생각하는 독자들을 위해 저자는 용기를 북돋아준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생각보다 우리가 아는 의학용어들이나 지식들이 많아졌다는 것과 함께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반복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책을 썼기에 마지막 페이지를 덮게 되면 한결 편안한 의학사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것과 흥미를 잃지 않도록 책을 구성하려고 노력했다는 말 말이다.

다행이라면, 저자의 다짐(?)은 거의 맞았던 것 같다. 의학의 발전사와 사건들이나 일화가 한대 어우러져서 흥미롭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의 캐리커처와 함께 그가 발견하고 이루어낸 성과를 키워드로 써주는 센스! 가끔은 그림 도표나 마인드맵 등을 통해 내용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구성하기도 했고, 각 시대의 서술 말미에는 한 번 더 정리를 해주기도 해서 눈에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세계사를 비롯하여 그동안 단편적으로 만났던 이야기들이, 이 책을 읽으며 한결 정리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령 얼마 전에 뇌과학 파트에서 만났던 측두엽 절제술을 받았던 환자 H.M의 일화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중세 시대 흑사병에 대한 부분 역시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궁금했던 게, 의학 드라마를 보면 늘 그들이 의사로 한 발을 내딛는 시점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도대체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지 내심 궁금했었는데 실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보고 적잖이 실망했다. 물론 3천 년 전의 생각과 주관으로 만들어졌기에 그럴 수 있겠지만 말이다. 물론 현재는 1948년 제네바 선언에서 개정된(지금도 개정되고 있다고 한다.) 내용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참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었는데, 흑사병에 대한 이야기를 건너뛸 수는 없을 듯싶다. 지구상 인류에게 엄청난 재앙이었던 흑사병은 지금 봐도 두려울 수밖에 없었을 것 같다. 팬데믹이라고 하는 코로나 상황이 현재진행형인 상태기에 더 와닿기도 했다. 가뜩이나 중세 시대는 고대부터 이어진 종교적 영향으로 병은 신의 저주 혹은 악마로부터 온다고 믿었기에 더 큰 참사가 되었던 것 같다. 물론, 흑사병 시대를 지나며, 인류는 종교와 상당히 분리되게 되었고 이는 르네상스와 함께 의학의 새로운 발전을 이룩하기도 했다. 어느 상황이던, 명과 암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그 밖에도 미국의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 후두 개염으로 투병 중에 사혈법 때문에 사망했다는 사실과 산욕열(씻지 않은 손으로 분만을 도왔던 의사에 의해 옮아 산모가 사망)을 발견한 제멜 바이스가 동료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결국 정신병원에 감금되었다가 산욕열과 비슷한 패혈증으로 사망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너무 씁쓸했다.

코로나19를 지내고 있는 우리의 모습 역시 훗날에 보았을 때 과거의 의학사 속 이야기처럼 명과 암이 드러날 것이다. 과연 코로나19는 우리에게 어떤 명(明)을 선사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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