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를 바꾼 커피 이야기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우스이 류이치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은 하루 두 잔 커피 마시는 것이 일상화되었지만, 처음 아메리카노를 마셨던 날이 기억난다. 같이 공부하던 언니들과 함께 아메리카노를 한 잔씩 먹었는데, 쓰기만 쓰고 맛도 없는 커피를 왜 그리 꼬박꼬박 먹는지 이해가 안 되었다. 단 것을 좋아하지 않는 터라 시럽을 넣어 먹는 것도 딱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당시만 해도 자판기 커피라고 하는 밀크커피가 마셔본 커피의 전부인지라, 까맣고 쓴맛만 나는 아메리카노는 절대 친해질 수 없는 기호식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출근하지 않는 날도 커피를 찾을 정도로 반 중독 상태가 되었지만 말이다.

근무하는 건물 안에 카페만 해도 10개 남짓 될 정도로 커피는 일상이 되었는데, 세계사 속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한 커피 이야기는 흥미롭고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커피 맛만큼이나 씁쓸하기도 했다. 커피의 시작이 이슬람이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슬람 수피교 수도사들이 잠을 깨기 위한 용도로 음용하기 시작했던 커피는 양치기에 의해 처음 발견되었다. 커피 열매를 먹은 양들이 잠들지 못하고 깨어있는 모습을 마주했고 잠자는 것과 먹는 것을 죄로 여겼던 수피교 수도사들에게 커피는 꼭 필요한 요소가 된다. 처음 커피는 예멘에서만 생산되었다. 이슬람교도라면 한 번은 메카를 순례해야 했는데, 당시 메카를 순례할 때 거쳐야 할 잠잠성수와 같은 효과가 있다는 소문은 커피를 세계로 퍼뜨리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그렇게 퍼진 커피가 돈이 되겠다고 생각했던 네덜란드 상인들은 자신들의 식민지인 자카르타에 식량 대신 대규모의 커피농장을 조성한다. 아라비아에서 수입해 오는 것보다 직접 재배해서 판매하는 것이 더 큰 이익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커피 농장으로 바꾸면서 그들의 수입은 상당히 커졌지만, 자카르타에 있는 한 지역은 쌀이 없어서 굶어죽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책 속에는 유럽에서의 커피 이야기가 상당히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가 익숙한 아라비아 모카라는 말에서 모카가 항구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커피의 종류가 아닌 항구 이름이 왜 커피를 의미하는 말이 되었을까? 바로 모카항이 유럽인들이 자신의 나라로 커피콩을 나르던 항구였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며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던 부분이 있는데, 니그로라고 불리는 흑인 노예와 커피나무의 대우에 관한 부분이었다. 커피나무는 신경 써서 애지중지 배에 싣고 갔던 유럽인들이지만, 흑인 노예는 나무보다 못한 대우를 해서 끌고 간다. 배 안에서 1/3이 사망했다고 하고, 1,500만 명의 노예 중 300만 명만 살아남았다는 부분은 돈의 혈안이 된 인간의 탐욕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부분이었다. 지금은 쉽게 마시는 커피의 역사 속에 이런 가슴 아픈 이야기가 담겨있었다니 읽는 내내 마음이 좋지 않았다.

역시 무엇이든 권력 혹은 종교와 결부되면 순식간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 같다. 커피 역시 그런 성장기를 거친 걸 보면 말이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을 읽고 나서 만나는 커피가 유독 쓴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