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도보여행 50 - 마음이 가는 대로 발길이 닿는 대로
이영철 지음 / SISO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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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여행길이 막혔다. 그나마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고 내 발로 걷는 여행은 좀 덜하긴 하지만 말이다. 다행이라면 백신 완료자가 많아지면서 조금씩 일상을 회복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는 것이다. 아직도 좀 이른 감은 있기에 책을 통해서나마 여행을 할 수 있다니 괜스레 설렌다. 이 책에는 저자가 직접 발로 걸으며 떠난 50곳의 여행지가 담겨있다. 그동안 봐왔던 여행서들이 볼거리나 먹거리 등 유명한 곳 위주로 설명한 데 비해 이 책은 도보로 여행할 수 있는 곳의 지도와 거리 등 트레킹을 하고 싶은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티베트, 네팔, 베트남, 뉴질랜드, 칠레와 페루, 이탈리아와 스페인, 영국 등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저자가 밟고 느꼈던 것이나 여행지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있다. 무엇보다 트레킹 관련한 지역과 거리, 소요 시간이나 최고 해발까지 기록되어 있어서 자연스럽게 여행 계획까지 세울 수 있어서 편리할 듯싶다.

책 속에 트레킹 지역은 5,000미터가 넘는 페루 쿠스코에서부터 40m의 영국 런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가 산재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루 정도의 일정으로 나름 가볍게 다녀올 수 있는 곳도 있지만 한 달 이상의 기간을 잡아 걸어야 하는 곳도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곳이 있었는데, 한 곳은 우리나라에 또 다른 곳은 스페인에 있다. 둘 다 같은 순례길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는데 스페인 순례길은 많은 여행자들에게 알려진 그곳 산티아고 순례길이다. 책이나 방송에서 꽤 여러 번 소개되었고, 특히 방송을 통해 우리나라 배우들이 순례길에서 알바르게라는 숙소를 열고 그곳에서 만났던 순례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해서 그런지 다녀오지 않아도 익숙한 곳이었다. 반면 우리나라에도 산티아고 순례길에 버금가는 순례길이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경북 칠곡에 있는 한티가는길이라는 곳이었는데, 산티아고가 예수의 제자인 야고보 사도의 유해가 묻혀있는 대성당까지의 순례길을 의미하듯 한티가는 길은 조선 후기 박해를 받고 순교를 당했던 천주교인들의 순교성지가 있는 곳이다. 총 5구간 45.6km에 이르는 한티가는 길은 가실 성당에서 시작해서 한티마을사람에서 끝난다. 박해를 피해 서울과 경기. 충청에서 저 산골짜기까지 들어가서 신앙을 지켰던 그들의 땀과 한숨이 담겨있는 길을 걷다 보면 돌아보는 길(1구간), 비우는 길(2구간), 뉘우치는 길(3구간), 용서의 길(4구간), 사랑의 길(5구간)을 통해 종교를 떠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 역시 걷기 시작한 계기가 여러 가지로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나 역시 뭔가 답답한 일이 생길 때면 아무 생각 없이 강이나 산을 보며 걷는 것으로 마음을 정리한다. 걷다 보면 마음을 둘러싼 답답한 것들이 조금씩 사라진다. 흙으로 만들어진 인간이기에 흙과 함께하는 시간이 마음의 편안함을 주어서 그런 걸까? 코로나가 끝나고 예전과 같은 일상을 되찾게 된다면, 길게는 아니더라도 저자가 소개해 준 곳 중 한곳에 다녀오고 싶다. 익숙하지 않은 것을 통해 새로운 마음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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