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큼 강렬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을 만났다.

결혼해서 4년 넘게 함께 살았던 남편이 이름부터 모든 것이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니라면 과연 당신은 어떻겠는가?

강렬한 줄거리 덕분에 한참을 빠져들었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우선 한 남자 다니구치 다이스케에 대해 알려면, 그의 아내인 다케모토 리에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문구점 집 딸인 리에는 학창 시절 조용하고 공부도 잘한 아이였다. 마을에서도 리에나 그의 가족에 대한 평이 상당히 좋았기에, 리에에게 벌어진 슬픔에 대해 모두가 같은 마음으로 안타까워한다. 사실 리에의 남편인 다니구치 다이스케는 그녀의 첫 남편이 아니다.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유토와 료라는 두 아들을 낳은 리에에게 첫 번째 이별이 닥친 건 료의 병으로 인해서였다. 어린 나이에 불치병에 걸린 료는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된다. 료의 질병을 치료하는 상황 속에서 리에와 남편은 어긋나기 시작했고, 료의 죽음을 계기로 리에는 이혼을 결정한다. 그렇게 자식을 떠나보내고 얼마 되지 않아 두 번째 비보가 전해진다. 바로 리에의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다. 결국 리에는 모든 걸 정리하고, 큰아들 유토를 데리고 친정으로 돌아온다. 문구점에 손님으로 온 다이스케를 만난 것도 그 즈음이다. 처음에는 일반 손님들이 찾지 않는 스케치북과 같은 그림 그리는 도구들을 주기적으로 사 가는 그의 모습이 신기했다. 손님을 위해 발주를 할 때마다 자연스럽게 떠오르게 되었고, 우연히 얘기를 나누다 그들은 친구에서 연인이 된다. 그리고 다이스케가 리에의 동네에 나타난 지 1년 만에 둘은 결혼을 하게 된다. 다이스케는 임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었는데, 회사 안에서도 리에만큼 평이 좋았다. 덕분에 리아와 다이스케의 결혼은 놀랍긴 하지만, 잘 어울린다는 평을 받았다. 다이스케와의 사이에서 딸을 얻은 어느 날, 사고로 다이스케가 사망하게 된다. 리에와 결혼을 한 지 4년이 채 안 된 시점이었다. 과거 다이스케로부터 가족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었던 리에지만, 다이스케의 형 교이치에게 연락을 하게 된다. 그리고 교이치로 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리에가 알고 있던 다이스케가 진짜 다이스케가 아니라는 사실 말이다. 4년여를 함께 살았던 남편이 본인이 말하는 그 사람이 아니라니... 과연 한 남자 그의 정체는 누구란 말인가?

인생을 타인과 바꿔치기할 수 있다....... 그런 건 꿈에도 생각해본 적이 없지만

그녀의 남편은 실제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았다.

하지만 죽음은? 죽음만은 어느 누구와도 바꿔치기할 수 없다.

리에는 과거 이혼 조정 때 변호사였던 기도 아키라에게 연락을 한다. 기도는 재일 3세로 한국인의 피가 섞인 사람이다. 수학여행을 앞두고 아버지의 권유로 가족들이 전부 일본으로 귀화를 한다. 물론 지금까지 살면서 차별을 받은 기억은 거의 없지만, 기도를 감싸고 있는 왠지 모를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 둘 등장한다. 다이스케에 대한 조사를 위해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역시 그런 감정을 느끼게 되고, 다이스케가 감추고 있는 진실을 향해 한 걸음씩 내딛을수록 기도는 더 촘촘한 편견과 그 사이에 숨겨진 아픔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인 한 남자는 실제로는 죽은 인물이다. 그 사람의 정체를 파헤치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감정들에는 리에와 유토, 하나뿐 아니라 기도의 이야기가 더 기억에 남는다. 엄마의 이혼과 재혼으로 여러 차례 성이 바뀌게 되고, 그런 감정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유토와 일본인이지만, 일본인이라고 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눈빛을 받는 기도. 그들의 이야기가 한곳에 어우러져 소설을 이끌어간다. 어느 순간, 한 남자의 정체를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남겨진 사람들의 감정선을 좇아가면서 더 큰 허함과 함께 여러 감정들을 느끼게 된 것 같다. 또한 재일교포라는 설정 때문에 이쪽도 저쪽도 속하지 못하고 살게 된 교포들의 이야기 또한 소설을 통해서나마 알 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