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문 산책 - 느리게 걷고 깊게 사유하는 길
윤재웅 지음 / 은행나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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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자신 같은, 우리 모두의 처지 같은, 길고 긴 빨간 코.

진정으로 용서받을 수 있는 이들만 만질 수 있는 피노키오의 코!

어쩌면 우리 모두 그런 코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지만, 언제가 한번 죽기 전에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면 단연 유럽이다. 그나마 갈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날려버리고 나니 그저 책으로 가는 여행에 의지해야 하지만(간접 여행은 장. 단점이 있다.), 그래도 이렇게 온 기회라도 꼭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 인문산책이라는 제목이 참 정겹다. 유럽도 인문도 조금은 낯설지만, 산책이라는 단어가 붙으니 왠지 모르게 확 와닿는다. 저자는 자신이 경험한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의 건축과 그림 등을 소재로 자신이 걸으며 느꼈던 부분을 사진과 함께 기록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여행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자신이 보고 느꼈던 유적이나 자료들을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서술하고 있기에 여행기보다는 깊이가 있다.

하나의 작품에 다른 이야기가 연결되다 보니 또 다른 지식이 샘솟듯 일어나기도 하고, 여러 작품들을 통해 도출되는 교집합들이 글을 통해 펼쳐지기도 한다. 조금 난해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제목에 "산책"에 알맞도록 적당한 깊이를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 무엇보다 사진이 함께 있다는 것이 큰 장점 중 하나이다.

글로만 설명하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부분에 사진이나 그림이 함께 이따 보니 이해에 도움이 되기도 했다.

마치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가이드 해주는 분이 있을 때, 피상적으로 만났던 부분이 좀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느낌과 같다고 할까? 저자의 글을 읽으며 그런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티브이에서 만났던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한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걷기 쉽지 않은 걸로 유명한 순례길이지만 그 안에 담긴 땀과 수고들... 자신이 묵묵히 걸었던 그 길의 후배 순례자들을 위해 봉사하고 있다는 그들의 삶이 참 존경스럽기도 했다. 힘들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관계.

어쩌면 그 길이 힘들면서도 여전히 순례자를 끌어들이는 이유는 이 한 줄에 담겨있는 뜻 때문이 아닐까?

길 가는 이의 본질은 고독입니다. 길을 걸으며 티끌의 고독을 느낍니다.

고독한 행인이, 가슴 절절하게 고독해본 티끌만이.

다른 티끌을 사랑하는 법입니다.

유럽이라는 땅이 워낙 많은 나라가 분포하고 있기에, 한 권의 책에서 다루지 못한 나라들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이번에 다루지 못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산책도 만나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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