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다시, 당신에게로
오철만 지음 / 황도 / 2019년 5월
평점 :
품절


여행을 좋아하지만, 용기도 시간도...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했던 나에게 유일한 여행의 기분을 느끼게 해줬던 프로가 하나 있었다. 퇴근하고 저녁을 먹고 한숨 돌릴 즈음 만날 수 있었던

EBS 세계테마기행에서는 매주 다른 여행자가  각기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보고 듣고 겪은

이야기를  풀어내줬다.

덕분에 일상에 답답함이 조금은 가시는 듯한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 프로에서 만난 사람이다. 사진작가 오철만.

개인적으로 동남아와 유럽, 중동 여행기를 좋아했는데 아마 저자가 그 나라들의 여행기를

풀어내줘서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번에는 브라운관이 아닌 종이책으로 다시금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책 표지부터 다홍색의 진한 빨간색이 눈길을 끈다. 사진작가라서 그런지 표지부터 강렬했다.

꼭 동남아 어느 나라의 막 결혼을 앞둔 신부의 예복이 떠오르는 색상이었다.

두툼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았고, 뭔지 모를 정감이 가는 사람들과 풍경이 저자의 글과 생각을 따라 한 장 한 장 등장한다.

가족의 이야기도,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도, 일상에서 만난 소중한 기억에 대한

이야기도 차례차례 등장하고 사진들이 그 안에 같이 놓여있다.

때론 투박해 보이는 사진도 있고,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처음 보는 인물의 사진들도 상당수 들어있다.

하지만 그들의 시선이나 표정이 적대적이거나 낯설지 않다.

무표정한 표정 속에도 온정이 남아있다고 해야 할까?

그리고 글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생각과 사진에 같이 멈출 수 있었다.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지금은 사라진 필름 카메라를 인화하는 사진관에 대한 이야기와, 여행지에서 만난 가족이 보낸 엽서에 대한 이야기였다.

그 많던 사진관이 동네에서 사라진 것은 아마도 디카가 등장하면서부터가 아니었나 싶다.

사진을 인화하고, 그 사진을 보면서 웃고 웃었던 내 기억이 저자의 글에 같이 겹쳐져서 그런지

잔상이 꽤 오래 남았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만난 가족이 보내준 엽서.

인도에서 만났는데, 독일에서 온 엽서의 소식을 읽다 보니 저자가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떤 유대를 나누었는지가 펼쳐져 있어서 보는 나조차 미소를 머금을 수밖에 없었다.

그냥 스치는 인연,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르는 기약 없는 인연에게도 서로 마음을 내준다는 것.

어쩌면 낭비로 볼 수 있는 그 시간과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해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참 가슴 따뜻해지는 이야기였다.

여행의 길에서 만난 많은 이야기들은 사진과 함께 기억 속에 저장된다.

때론 저자와 같은 사람을 만나게 되면, 세상에 풀어지기도 한다.

물론 개인의 기억이나 책으로 나온 기억 모두 소중하긴 하지만 말이다.

아직 여행을 나설 용기도 여건도 허락되지 않지만, 언젠가 떠나게 된다면 나도 이런 소중한

인연을, 기억을 꼭 가지고 돌아오고 싶다.

여행길에서 만난 모든 기억이 나에게서 당신에게로, 그리고 다시 나에게로 돌아오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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