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이의 일기 - 개 공감 댕댕이 라이프
이덕아 지음 / 생각나눔(기획실크)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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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본 적은 없지만, 일기가 주는 묘한 궁금함이 있다.

아마 제목에 적힌 "일기"가 주는 궁금함도 그에 더해질 것 같다.

제목의 진이가 누굴지 궁금했다.

저자의 이름에는 "진"이라는 글자가 하나도 안 들어갔기에, 저자는 아닌 거 같았고...

물론 책을 한 장만 넘겨도 알게 되는 주인공 "진"이!

역시나 개였다.

섬진강에서 따온 이름 섬이와 진이는 저자가 키우던(지금은 하늘나라로 떠난) 개들의 이름이다. 그중 진이는 수컷 개, 섬이는 암컷 개다.

저자가 진이의 빙의(?) 해서 진이의 시각에서 하루의 이야기를 풀어간다.

주인공은 바로 제목 그대로 댕댕이 진이다.

진이는 섬진강 변 빨강 지붕집에서 아녜스(진이의 주인이자 저자), 섬이(진이의 첫사랑 암컷개), 할머니(아녜스의 어머니)와 살고 있다.

날씨와 기분에 따라 예민한 감정을 가진 진이는, 때론 예술가처럼 하늘빛이나 바람에도 자신의 마음을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표현하지만, 돌아오는 건 아녜스의 잔소리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진이는 절대 기죽지 않는다.

단지, 자신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해하지 못하는 아녜스가 답답할 뿐...

아녜스는 물론, 집 앞 은행나무, 단풍나무, 해바라기 꽃, 잠깐 머물다 간 호반새와도 교감을 하며 이야기하는 진이의 모습은 귀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댕댕이 이야기지만 드라마처럼 사랑 이야기도 나온다.

바로 진이의 첫사랑 섬이와의 사랑 이야기도 펼쳐진다.

연상의 여인인 섬이를 본 첫눈에 반해 구애를 하지만 거절당하고 상사병까지 앓게 되는 진이.

댕댕이지만 꼭 로맨티시스트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이는 오로지 섬이만을 바라본다.

이렇게 진이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소설 보다 더 재미있는 진이의 일기를 만나게 된다.

우리가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정말 반려견들도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이런 마음이었다면 화를 내고 혼을 내는 것도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닐까?

마치 말이 안 통하는 아이지만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주변의 동물들도 원하는 게 있을 텐데 말이다.

우리가 댕댕이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생각만으로 판단한 건 아닌가 하는 미안함도 슬며시 고개를 든다.

유쾌한 진이와 거의 연인 섬이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이 조금 슬프긴 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귀엽고 유쾌한 댕댕이 진이와의 만남을 원한다면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생각지 못한 묘한 매력에 분명히 빠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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