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창비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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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상...

어제 저녁과 오늘 새벽에 걸쳐 읽어내려 갔다. 필사를 하며 읽어내려가다 보니 글자 한자 한자가 가슴에 박혔다. 요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5>를 읽고 있는데 이는 인간의 내면의 의식흐름을 정교하게 묘사한 것이라면 <소년이 온다>는 눈에 보이는 현상들을 가감없이 그대로 그려내어 읽는데 다소 불편했고 죄책감이 저절로 들었다. 4월에 읽은 <오월의 사회과학/ 최정운>이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다큐멘터리식으로 정리한 것이라면 <소년이 온다>는 실제 그 자리에 있었던 인물들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 볼 수 있다. 작가 한강의 너무 지독한 묘사력에 머리털이 곤두서기도 했다. 실제 동호의 입장이 되어 시신 안치실에 있는 장면이나 죽은 정대가 그리는 시체들의 모습에 대한 묘사는 몸서리가 처질 정도였다. 5.18 광주 민주화운동으로 200여명이 목숨을 잃었고, 약 4,300명이 부상을 당했다고 한다. 올해로 40주년이 된다. 다시 한번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생존해 있는 가족들이 모두들 평안하길 기원하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5.18은 다시 반복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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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제11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강화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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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별은 어느 것인가요?
초등학교 6학년 어느 가을 해가 막 진 후였던 것 같다. 서쪽 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이 있었다. 얼마나 크고 예쁘게 빛나던지 마음속으로 "저 별은 내 별이야."라고 크게 외친 적이 새록새록 기억난다. 그 이후로 밤하늘의 별을 보면 꼭 내 별을 먼저 찾게 되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별은 금성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그 별은 초등학교 시절 내가 품었던 그 별과 똑같다.

■ 김초엽은...
김초엽 작가의 책을 처음 접한 것은 올해 2월경이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고 우리나라에도 SF 소설을 멋지게 쓰는 소설가가 있다는 것이 내심 기뻤다. 다음으로 윤이형의 <리브 레플리카>, 그리고 테드 창의 <숨>을 계속해서 읽어보았다. 원래 SF 소설은 별로 읽지 않았는데 김초엽 작가로 인해 갑자기 좋아졌다고나 할까


■ 줄거리는...
'나는 인지 공간의 관리자였다.'로 소설은 시작된다. 주요 등장인물은 화자인 나, 제나와 친구인 이브이다.
처음 부분은 이 소설의 마지막 부분을 옮겨놓은 듯하다. 나는 살고 있는 공간 밖으로 가겠다고 한다. 사람들은 만류하지만 '우리는 인지 공간을 떠나야만 진짜 세계를 직면할 수 있다고 말한다.'(p.218) 그리고 시간은 다시 과거로 흐른다.

작은 몸집으로 태어난 이브. 주변 사람들은 그런 이브를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저 밤하늘에는 별이 너무 많아서
우리의 인지 공간은 저 별을 모두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각자가 저 별들을 나누어 담는다면
우주의 모습을 그려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 책을 읽고 나서
비록 짧은 글이지만 <인지 공간>이라는 공동 지식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잘 표현한 단어인 것 같다. 쏟아져 나오는 거의 모든 것은 지구라는 울타리 안에 한정된 것이다. 과학이 발달될수록 점차적으로 지식의 획일화가 되는 것이 아닐까. 나와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복잡다단해진다. 김초엽 작가는 과연 이 소설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자 했을까. 인지라는 단어 앞에 '공동' 과 '개별'이라는 단어가 붙는다. 모두가 같을 수는 없다. 각각 고유한 별이 있고 독창적인 생각을 가지고 산다. 서로의 다름을 포용할 수 있는 '배려'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각기 다른 별들이 사연이 다르듯이 우리 모두 다름을 인정하고 껴안자. 여러분의 별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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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강화 범우문고 129
이태준 지음 / 범우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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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수도 이런 실수를...
다독가이신 분이 추천해 주신 두 번째 책이다. <문장강화> 제목을 보면 문장을 잘 쓰는 것에 관한 책이다. 그런데 내가 착오했던 것이 있다.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는 시인 문태준과 작고한 우리나라 대표적 단편소설 작가인 상허 이태준을 혼동했던 것이다. 태준이란 이름으로 이렇게 혼동을 하다니...

■ 이태준이란 분은...
먼저 이태준이란 분을 소개하면 1904년 강원도 철원에서 출생하였다. 어린 시절 아버지를 따라 블라디보스토크에 갔다가 아버지의 사망으로 귀국 휘문고보에 입학, 동맹휴교 주모자로 퇴학당한 후 일본 도쿄 조치 대학 입학했다가 중퇴한다. 정지용, 이효석, 김기림, 이상 등과 함께 '구인회' 동인으로 활동했다. 해방 후 조선문학가 동맹이 제정한 해방 기념 조선문학상을 수상했고 1946년 경 월북했다고 한다. 대표작으로는 <해방 전후>, <사상의 월야>, <달밤>, 그리고 많이 읽히는 <무서록>이 있다.

■ 이 책의 진짜 묘미는 ...
<문장강화>란 책은 문장 작법의 의의, 각종 문장의 요령, 퇴고의 이론과 실재, 제재.서두.결사.명제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서문을 쓴 수필가 박연구에 의하면 수많은 문장에 관련된 책은 거의 이 책을 기본으로 했거나 참고했다고 한다.

이 책 <문장강화>에는 글쓰기에 대한 필자의 소신이 꿋꿋하게 적혀있다. 또한 그 당시에 이런 책을 편찬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 왜냐하면 단순히 글을 쓰는 방법을 적은 것이 아니고 이 책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것은 문장 작법에 따른 내용을 소개한 것에 있다. 예를 들면, 서정문에 대해 이야기할 때 홍명희의 <죽은 사람을 생각하며>, 이원조의 <눈 오는 밤>, 장영숙의 <지변의 신화> 등등 이 자그마한 책 속에 많은 주옥같은 글을 접할 수 있다. 이 책에 소개된 책을 버킷리스트에 넣어 두고두고 읽어 볼 작정이다.

글을 쓸 때 표준이 될 만한 책이라 생각한다. 글 하나하나에 필자의 정성이 배어있다. 지인이 소개해 준 이 책을 읽고 필사를 하는 순간이 매우 행복했다. 특히 이원조의 <눈이 오는 밤>은 마음속 깊은 속에 숨겨 놓았다. 문장강화를 해보고자 하는 분께 이 책을 주머니에 넣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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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수필 범우 한국 문예 신서 1
김용준 지음 / 범우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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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한 매화향이 코 끝에 머물다...
2개월 전에 어느 다독가이신 분이 책 5권을 추천해 주셨다. 그 분이 가장 아끼는 책이라고 하였다. 절판된 책도 있었는데 모두 구매버튼을 눌렀다. 묵혀야 제맛이 나는 된장처럼 책들이 도착했음에도 바로 읽지를 않았다. 오늘은 웬지 손이 간지러웠다. 무엇인가 써야 겠다는 생각이 밀려들어 이 책 <근원수필>을 꺼내들었다.

작가 김용준의 책은 처음이다. 1904년에 출생하여 1967년에 세상을 떠난 분이다. 대구 출생이고 호가 근원이다. 서울대 미술학장을 지내다 6.25 후 서울 수복때 월북했다고 한다. 조심스레 차례를 보니29편의 수필 제목이 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오늘은 첫 수필 ‘매화‘를 필사해보고자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펜에 마음을 실어 한 자 한 자 조심스럽게 적어나갔다. 글이 마음속에서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매화향이 코끝에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담백한 글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황선생도 좋아했다는 매화. 오늘은 이 글을 필사하면서 매화향에 취했다.




한밤 중에 매화가 피어나자 뜰에 내려서서
매화 나무 둘레를 계속 맴돈다.
내가 매화 나무 둘레를 맴도는 동안
달도 나를 따라 매화나무 위를 서성인다.
나중엔 아예 매화 나무 아래 진을 치고 앉았다.
옷이고 몸이고 달빛과 매화 향기가 흠뻑 배어
마침내 나와 매화의 구분조차도 없어지고 말았다.

ㅡ 퇴계 이황의  매화시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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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0-06-1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사 정말 보기 좋습니다 *^^*

파이버 2020-06-17 14: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사로 빼곡히 채워진 공책이 멋있습니다^^* 저도 이번 주말에 시간을 내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서니데이 2020-06-17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사 노트 깔끔하게 쓰셔서 읽기에도 좋았어요.
초록별님, 좋은 하루 되세요.

초록별 2020-06-17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체에 대한 말씀 과찬이세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4 - 피어나는 소녀들의 그늘에서 2 펭귄클래식 148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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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루었던 프루스트의 4권을 읽었다. 책을 통해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잡았던 기억의 단편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줄거리보다는 독자의 의식들을 불러내는 그의 필력에 놀라울 따름이다.

발백에서의 생활이 마무리된다. 호텔과 리브벨 음식점, 그리고 해안이라는 3곳에서 마르셀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 책을 읽고나서도 구름 만지는 느낌이다. 뒷부분에서 호텔은 욕망의 장소가 아니었을까. 마르셀은 호텔 알베르띤느의 방으로 가 포옹하려다가 거절 당한다.(p.436) 알베르띤느가 고아이며 자유분방한 사람이지만 사랑이 아닌 욕망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리브벨에서 마르셀은 ˝쾌락의 장소같다˝(p.261) 라고 되내인다. 이에 그는 순수함을 나타내는 바다를 등장시키지 않았을까. 질베르뜨와 알베르띤느에 대한 사랑으로 연하디 연한 마르셀은 사랑의 진정한 의미를 알아가는 중이다. 한 순간, 한 장소마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에 놀라움의 수치가 요동친다. 하지만 좀 더 들여다 보면 그의 마음의 바다가 얼마나 깊고 넓은지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다. 4일간의 발백여행으로 한편으로는 즐겁기도 했도, 다른 한편으로는 알베르띤느와의 이별로 상심이 클 마르셀이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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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베르띤느 및 그녀의 친구들과 내가 맺었던 그러한 관계들 속에서는, 최초의 진정한 기쁨이 특이한 향기로 남겼고, 그것은 햇빛 아래에서 익지 않은 포도 등 강제로 촉성 재배한 과일에는 어떠한 인위적 기술로도 함유시킬 수 없는 향기이다. 잠시나마 그녀들이 나에게는 초자연적인 존재들이었던지라, 그녀들이 아직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그녀들과 맺엇던 지극히 평범한 관계들에 다소간의 경이로움을 부여하거나, 혹은 그보다는, 그러한 관계드에 일체의 진부함이 끼어들지 못하게 보호해 주었다.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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