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근원수필 ㅣ 범우 한국 문예 신서 1
김용준 지음 / 범우사 / 2000년 6월
평점 :
품절
■ 진한 매화향이 코 끝에 머물다...
2개월 전에 어느 다독가이신 분이 책 5권을 추천해 주셨다. 그 분이 가장 아끼는 책이라고 하였다. 절판된 책도 있었는데 모두 구매버튼을 눌렀다. 묵혀야 제맛이 나는 된장처럼 책들이 도착했음에도 바로 읽지를 않았다. 오늘은 웬지 손이 간지러웠다. 무엇인가 써야 겠다는 생각이 밀려들어 이 책 <근원수필>을 꺼내들었다.
작가 김용준의 책은 처음이다. 1904년에 출생하여 1967년에 세상을 떠난 분이다. 대구 출생이고 호가 근원이다. 서울대 미술학장을 지내다 6.25 후 서울 수복때 월북했다고 한다. 조심스레 차례를 보니29편의 수필 제목이 이 빼곡히 적혀있었다.
오늘은 첫 수필 ‘매화‘를 필사해보고자 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펜에 마음을 실어 한 자 한 자 조심스럽게 적어나갔다. 글이 마음속에서 이리저리 춤을 추었다. 매화향이 코끝에 있다는 착각이 들었다. 담백한 글로 마음이 차분해졌다. 이황선생도 좋아했다는 매화. 오늘은 이 글을 필사하면서 매화향에 취했다.
한밤 중에 매화가 피어나자 뜰에 내려서서
매화 나무 둘레를 계속 맴돈다.
내가 매화 나무 둘레를 맴도는 동안
달도 나를 따라 매화나무 위를 서성인다.
나중엔 아예 매화 나무 아래 진을 치고 앉았다.
옷이고 몸이고 달빛과 매화 향기가 흠뻑 배어
마침내 나와 매화의 구분조차도 없어지고 말았다.
ㅡ 퇴계 이황의 매화시첩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