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좌표 - 돈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생각의 주인으로 사는 법
홍세화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생각의 좌표‘
6개월 전인가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를 읽었다.
동. 서양의 사고구조의 차이점을 명쾌하고 재미있게 글을 써 주변 분들께 추천도 했었다.
이 책의 제목도 얼추 비슷해 내심 기대도 많이 하고 읽었다.


홍세화 님은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란 책으로 많이 알려진 분이다.
글의 앞 2개를 읽고 속으로 ‘감탄사‘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었다. 뒷부분은 모두 대한민국의 모습을 세세하게 묘사하였다.
물론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그리고 프랑스 많은 면들은 내가 존중한다.
하지만 한국의 어두운 면들이 계속 나열되며 나는 속독을 하기 시작했다.
나는 페이퍼 신문을 거꾸로 읽는다.
맨 앞부분은 거의 정치 모습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면도 좋지만 중간중간 밝은 면도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아래 3개의 발췌문만 해도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훌륭하신 분의 글을 폄하한 것 같아 송구스럽기도 하다.

시간이 나면 다른 저서들도 읽어봐야겠다.
소중한 글을 써 주신 홍세화 님께 감사드린다.
2019.12.2.월


내 생각은 어떻게 내 것이 되었을까? 사람이 ‘생각하는 동물‘임을 모르는 이는 없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바‘들이 어떻게 내 것이 되었는지 묻는 사람은 많지 않다. ‘내가 지금 갖고 있는 의식세계‘는 내가 태어났을 때 분명 비어 있었고 ‘내가 지금 생각하는 바‘들도 내가 태어났을 땐 없던 것들이다. 각자 살아가면서 생각을 형성했고 의식세계를 채웠다.(중략) 따라서 ‘지금 내가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한 물음은 자기성찰의 출발점이다.
p.15-16


교육의 궁극적 목적이 주체적 자아, 진정한 자유인을 형성하는 데 있다면 학생들에게 독서와 토론, 직접 견문과 성찰의 기회를 갖게 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오로지 암기와 문제풀이 능력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는 한국의 제도 교육은 윤리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생들의 일상에서 폭넓은 독서, 열린 토론, 직접 견문, 성찰의 기회를 완벽하게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p.26


‘왜?‘라는 질문이 사라졌다는 것은 대화와 토론이 사라졌다는 것을 뜻한다. 가령 한국의 가정 중에 식구들끼리 인간과 사회에 관해 대화하고 토론하는 가정이 얼마나 될까? (중략) 정치가 합리적 보수와 건전한 진보 사이의 경쟁 게임이 되기 위해서도,가정 폭력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각 가정에서 ‘왜?‘라는 질문을 살려야 한다.
p.7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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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oky 2019-12-02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명깊게 읽었던 책이에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1 - 스완 댁 쪽으로 1 펭귄클래식 145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이형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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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쯤 마르셀 프루스트를 만났다.
˝어려워야 얼마나 어렵겠어˝하면 겁도 없이 1권을 집어 들었다.
ㅎㅎㅎ... 책을 읽으며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미 책 읽기 전의 나가 아니었다...

​1권의 글씨들을 꾸역꾸역 밥 먹듯 끝내고 체증을 느꼈다.
wow! 전진인가? 후퇴인가? 하다가 미련스럽게 2권을 집어들었다.
또 많은 시간들이 흘러 끝 페이지를 넘기고 쓰러졌다.
아니... 내 이해력이...

​3주 전인가?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내친김에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란 책을 읽게 되었다. 어~라? 프루스트 다시 한번 도전해봐? 하며 객기가 드러났다.


​이번에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나온 책을 1,2권을 구입했다.표지도 맘에 들고...
앞부분 옮긴이의 글로 어렵다. 책읽을 때 주석은 읽지 않기로했다. 어차피 주석읽다가 그나마 잡은 리듬이 깨질까..

드디어 하루에 야금 야금 프루스트에 접근했다. 여전히 난공불락...
작전을 바꾸었다. ‘코드명 제로‘ 하나,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고 하지 말 것. 둘, 등장인물, 사건 전개 등등 무시할 것...
작전이 통했나 보다. 외출할 때면 애인처럼 꼬옥 끼고 다녔다.드디어 어제저녁 빨래 끝!!!

맞아... 이거였어. 뭐 내용이 머리에 남지 않으면 어때? 하고 나자신을 위로하며 2권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도 ‘코드명 제로‘이다.
‘무식한 게 용감한 것이다‘라는 글귀가 갑자기 떠오른다.

​묘사의 대가!
프루스트님! 힘들게 쓰셨을 텐데 쉽게 읽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노고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2019.11.29.불금


이윽고 엄마가 당신 방의 창문을 닫으시고 올라오시는 소리가들렸다. 나는 소리 없이 복도로 나갔다. 심장이 하도 심하게 뛰어 걷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뛰는 것은 더 이상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급작스러운 공포와 기쁨 때문이었다. (중략) ˝피해, 어서 피해, 그렇게 미친놈처럼 기다리는 너를 아버지가보시지 못하게라도 하게!˝ 하지는 나는 엄마에게 같은 말만 반복하였다. ˝내 방으로 와서 밤 인사해줘.˝
p.75-76

꽁브레 중 내 잠자리의 비극과 그 무대가 아니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게 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어느겨울날, (중략) 그런데, 마들렌느 부스러기 섞인 차 한 모금이나의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내가 소스라치면서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잔뜩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중략)그 모든 것들의 작은 집들, 교회당, 꽁브레 전체와 그 주변 등,그 모든 것들이 형체와 견고함을 얻어, 즉 도시와 정원들이, 나의찻잔에서 나왔다.
p.90-94

나는 스와나 아가씨와 같은 존재의 가치를 느낌과 동시에, 내가 그녀의 눈에 얼마나 상스럽고 무지한 사람으로 보일지를 절감하였고, 그리하여 내가 그녀의 친구가 된다는 달콤함과 그것의불가능성을 어찌나 생생히 느꼈던지, 나는 욕망과 절망으로 동시에 가득 채워졌다.
p.175

그렇게, 꽁브레 시절을, 잠 이루지 못하던 슬픈 저녁들을, 또한최근에 그 영상이 한 잔 차의 맛에 ㅡ꽁브레에서는 ‘향기‘라고들 불렀을 ㅡ 의해 나에게 반환된 숱한 날들을, 그리고 추억들의 연상 작용에 따라, 그 작은 도시를 떠난 지 여러 해가 흐른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스완이 겪었던 어떤 사랑에 대해, (중략) 내가 깨어나던 순간의 소용돌이 속에 언뜻 보이던 거처들과 합류하였다.
p.3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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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펭귄 클래식코리아,2015】

*작년 이맘때쯤 마르셀 프루스트를 만났다.
˝어려워야 얼마나 어렵겠어˝하면 겁도 없이 1권을 집어 들었다.
ㅎㅎㅎ... 책을 읽으며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미 책 읽기 전의 내가 아니었다...

1권의 글씨들을 꾸역꾸역 밥 먹듯 끝내고 체증을 느꼈다.
wow! 전진인가? 후퇴인가? 하다가 미련스럽게 2권을 집어들었다.
또 많은 시간들이 흘러 끝 페이지를 넘기고 쓰러졌다.
아니... 내 이해력이...

3주 전인가?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내친김에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란 책을 읽게 되었다. 어~라? 프루스트 다시 한번 도전해봐? 하며 객기가 드러났다.

이번에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나온 책을 1,2권을 구입했다. 표지도 맘에 들고...
앞부분 옮긴이의 글로 어렵다. 책읽을 때 주석은 읽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주석읽다가 그나마 잡은 리듬이 깨질까..
드디어 하루에 야금 야금 프루스트에 접근했다. 여전히 난공불락...
작전을 바꾸었다. ‘코드명 제로‘ 하나,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고 하지 말 것. 둘, 등장인물, 사건 전개 등등 무시할 것...

작전이 통했나 보다. 외출할 때면 애인처럼 꼬옥 끼고 다녔다. 드디어 어제저녁 빨래 끝!!!
맞아... 이거였어. 뭐 내용이 머리에 남지 않으면 어때? 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2권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도 ‘코드명 제로‘이다.
‘무식한 게 용감한 것이다‘라는 글귀가 갑자기 떠오른다.

묘사의 대가!
프루스트님! 힘들게 쓰셨을 텐데 쉽게 읽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노고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2019.11.29.불금


이윽고 엄마가 당신 방의 창문을 닫으시고 올라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 없이 복도로 나갔다. 심장이 하도 심하게 뛰어 걷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뛰는 것은 더 이상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급작스러운 공포와 기쁨 때문이었다. (중략) ˝피해, 어서 피해, 그렇게 미친놈처럼 기다리는 너를 아버지가 보시지 못하게라도 하게!˝ 하지는 나는 엄마에게 같은 말만 반복하였다. ˝내 방으로 와서 밤 인사해줘.˝
p.75-76

꽁브레 중 내 잠자리의 비극과 그 무대가 아니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게 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어느 겨울날, (중략) 그런데, 마들렌느 부스러기 섞인 차 한 모금이 나의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내가 소스라치면서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잔뜩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중략) 그 모든 것들의 작은 집들, 교회당, 꽁브레 전체와 그 주변 등, 그 모든 것들이 형체와 견고함을 얻어, 즉 도시와 정원들이, 나의 찻잔에서 나왔다.
p.90-94

나는 스와나 아가씨와 같은 존재의 가치를 느낌과 동시에, 내가 그녀의 눈에 얼마나 상스럽고 무지한 사람으로 보일지를 절감하였고, 그리하여 내가 그녀의 친구가 된다는 달콤함과 그것의 불가능성을 어찌나 생생히 느꼈던지, 나는 욕망과 절망으로 동시에 가득 채워졌다.
p.175

그렇게, 꽁브레 시절을, 잠 이루지 못하던 슬픈 저녁들을, 또한 최근에 그 영상이 한 잔 차의 맛에 ㅡ꽁브레에서는 ‘향기‘라고들 불렀을 ㅡ 의해 나에게 반환된 숱한 날들을, 그리고 추억들의 연상 작용에 따라, 그 작은 도시를 떠난 지 여러 해가 흐른 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스완이 겪었던 어떤 사랑에 대해, (중략) 내가 깨어나던 순간의 소용돌이 속에 언뜻 보이던 거처들과 합류하였다.
p.3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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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syl 2019-11-2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저는 민음사꺼 4권 끝내고 1년 넘게 숨고르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려니 선듯 잡아지지가 않네요.

초록별 2019-11-2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부담갖지 마시고 5권에 도전해보세요~~ 응원합니다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4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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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작년에 읽고 이번에 다시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 ‘테레자‘의 이름이 계속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테레자‘가 이 소설의 열쇠가 아닐까?
<Unbearable lightness of being>. ‘존재에 대한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오디오 시스템의 문제로 패드로 오랜만에 베토벤 현악4중주 작품 번호 135 4악장을 들어보았다. 딱히 마음에 와 닿지 않는다^^;

​작년에 이 책을 읽으며 소설인가? 철학인가? 하고 혼동이 왔다.
이번엔 약간의 의무감으로 읽어 나갔다.

5부까지는 소설이라는 느낌으로 술술 읽어나가다가 6부에서는 짧은 글들이 연속되어 나의 뇌 영역에 혼란을 초래했다. 몇 번이고 책을 손에서 놓았다가 7부 카레인의 미소를 읽으며 비로소 안도의 미소를 지었다~~^^;

​3개월 전부터 책을 읽고 간직하고 싶은 문장들을 표시하고 나서 블로그와 북플에 올리곤 했는데 이 책은 표시한 부분이 너무 많다. 아직도 이해가 되지 않은 부분이 상당히 많다.
앞으로도 여러 번 읽어 볼 계획이다.

‘es muss sein!‘
‘‘키치‘
‘영원 회기‘
위의 명제들을 마음속에 깊이 심어준 밀란 쿤데라 님께 감사드린다.
2019.11.27.수


영원한 회기란 신비로운 사상이고, 니체는 이것으로 많은 철학자들을 곤경에 빠뜨렸다. 우리가 이미 겪었던 일이 어느 날 그대로 반복될 것이고 이 반복 또한 무한히 반복된다고 생각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신화가 뜻하는 것이 무엇일까? (중략) 왜냐하면 이런 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처음부터 용서되며, 따라서 모든 것이 냉소적으로 허용되기 때문이다.
p.9-11

내 생각에 토마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공격적이고 장중하고 엄격한 ˝es muss sein!˝에 짜증이 났고, 그의 가슴속에는 파르메니데스의 정신에 따라 무거운 것을 가벼운 것으로 바꾸고 싶다는 깊은 욕망이 있었다. (중략) 달리 말하자면 그때까지자신의 소명이라 믿었던 모든 것을 털어 버렸을 때 삶에서 무엇이 남는지 보고 싶은 욕망.
p.317

이런 것을 정치인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근처에 카메라가 있으면 그들은 눈에 띄는 첫 번째 아이에게 달려가 그 아이를 번쩍 들어 올려 뺨에 키스한다. 키치는 모든 정치인, 모든 정치 행위의 미학적 이상이다. (중략)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위 강제수용소는 전체주의적인 키치가 자신의 오물을 버리는 정화조라 할 수 있다.
p.406-407

˝토마시, 당신 인생에서 내가 모든 악의 원인이야. 당신이 여기까지 온 것은 나 때문이야. 더 이상 내려갈 곳도 없을 정도로밑바닥까지 당신을 끌어내린 것이 바로 나야.˝ 무슨 소릴 하는 거야.˝ 하고 토마시가 반박했다. ˝밑바닥이라니, 그레 무슨 말이야?˝ (중략) ˝임무라니, 테레자, 그건 다 헛소리야. 내겐 임무란 없어. 누구에게도 임무란 없어. 임무도 없고 자유롭다는 것을깨닫고 나니 얼마나 홀가분한데.˝
p.505-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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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9-11-27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정리를 하면 다음에 찾아볼 때 좋을 것 같아요.
초록별님, 따뜻한 저녁시간 되세요.^^
 
이반 데니소비치, 수용소의 하루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3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영의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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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두 달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오래전에 읽었던 톨스토이의 <바보 이반>
그리고 오늘 읽은 <이반 데니소비치>

공통점은 ‘이반‘이란 이름.
모두 대작이다.
중학시절 읽었던 <이반 데니소비치>를 오랜만에
다시 읽어보았는데 그 느낌은 비슷하다.

예전 어느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책을 다 읽은 후에 다시 앞 몇 장을 읽어보면
새로운 느낌이 올 것입니다˝라고 하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 취침까지
이 책은 포로수용소에서의 하루를 번역된 책으로 약 200페이지 분량이다.

차분한 이반 데니소비치의 소박한 삶이 정겹게만 느껴진다.
포로수용소라는 환경에서 무덤덤하게 하루를 보내며 조용히 외치는 목소리.
솔제니친의 8년간 수감생활을 하루로 적은 필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그 힘들었던 8년을 굳굳히 헤쳐나가 이런 대작으로 깊은 여운을 주신 솔제니친님에게
감사를 드린다. 2019.11.25.월


여느 때처럼 아침 다섯시가 되자, 기상을 알리는 신호 소리가 들려온다. 본부 건물에 있는 레일을 망치로 두드리는 소리다.손가락 두 마디만큼이나 두껍게 성에가 낀 유리창을 통해 단속적인 음향이 희미하게 들려오는가 싶더니, 이내 조용해진다. 날씨가 춥다 보니 간수도 오랫동안 두드리고 있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p.7

혹한이 온몸을 움츠리게 한다. 살을 에는 차가운 공기가 슈호프를 엄습해서 기침이 나올 지경이었다. 기온은 영하 27도였고, 슈호프는 열이 37도였다. 자, 이제 누가 누구를 이길것인가?
p.31

형식적으로 말한다면, 슈호프가 수용소에 들어온 죄목은 반역죄이다. 그는 그것이 사실이라고, 또 일부러 조국을 배반하기위해 포로가 되었고, 포로가 된 다음 풀려난 것은 독일 첩보대의 앞잡이 노릇을 하기 위해서였다는 사실도 인정했다.
p.73

죄수에게 가장 큰 적은 누구인가? 그것은 옆의 죄수다. 만일 모든 죄수들이 서로 시기하지 않고 단결할 수만 있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에이!...
p.151

˝자네는 감옥살이를 한다고 해도 그다지 억울할 것이 없을 거야. 자넨, 그리스도의 명령에 따라 그리스도의 이름을 위해 감옥에 들어왔으니까. 하지만, 난 무엇 때문에 여기 들어왔지? 1941년에 전쟁 준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일까? 그렇다고 그게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p.204

슈호프는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잠이 든다. 오늘 하루는 그에게 아주 운이 좋은 날이었다. (중략) 그리고 찌뿌드드하던 몸도이젠 씻은 듯이 다 나았다. 눈앞이 캄캄한 그런 날이 아니었고, 거의 행복하다고 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p.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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