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마르셀 프루스트,펭귄 클래식코리아,2015】

*작년 이맘때쯤 마르셀 프루스트를 만났다.
˝어려워야 얼마나 어렵겠어˝하면 겁도 없이 1권을 집어 들었다.
ㅎㅎㅎ... 책을 읽으며 계속 웃음이 나왔다.
이미 책 읽기 전의 내가 아니었다...

1권의 글씨들을 꾸역꾸역 밥 먹듯 끝내고 체증을 느꼈다.
wow! 전진인가? 후퇴인가? 하다가 미련스럽게 2권을 집어들었다.
또 많은 시간들이 흘러 끝 페이지를 넘기고 쓰러졌다.
아니... 내 이해력이...

3주 전인가? 사강의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고 내친김에 알랭 드 보통의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란 책을 읽게 되었다. 어~라? 프루스트 다시 한번 도전해봐? 하며 객기가 드러났다.

이번에 펭귄클래식 코리아에서 나온 책을 1,2권을 구입했다. 표지도 맘에 들고...
앞부분 옮긴이의 글로 어렵다. 책읽을 때 주석은 읽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주석읽다가 그나마 잡은 리듬이 깨질까..
드디어 하루에 야금 야금 프루스트에 접근했다. 여전히 난공불락...
작전을 바꾸었다. ‘코드명 제로‘ 하나,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고 하지 말 것. 둘, 등장인물, 사건 전개 등등 무시할 것...

작전이 통했나 보다. 외출할 때면 애인처럼 꼬옥 끼고 다녔다. 드디어 어제저녁 빨래 끝!!!
맞아... 이거였어. 뭐 내용이 머리에 남지 않으면 어때? 하고 나 자신을 위로하며
2권을 집어 들었다.

이번에도 ‘코드명 제로‘이다.
‘무식한 게 용감한 것이다‘라는 글귀가 갑자기 떠오른다.

묘사의 대가!
프루스트님! 힘들게 쓰셨을 텐데 쉽게 읽어 죄송합니다~~^^
그리고 노고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2019.11.29.불금


이윽고 엄마가 당신 방의 창문을 닫으시고 올라오시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소리 없이 복도로 나갔다. 심장이 하도 심하게 뛰어 걷기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그것이 뛰는 것은 더 이상 불안감 때문이 아니라 급작스러운 공포와 기쁨 때문이었다. (중략) ˝피해, 어서 피해, 그렇게 미친놈처럼 기다리는 너를 아버지가 보시지 못하게라도 하게!˝ 하지는 나는 엄마에게 같은 말만 반복하였다. ˝내 방으로 와서 밤 인사해줘.˝
p.75-76

꽁브레 중 내 잠자리의 비극과 그 무대가 아니었던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더 이상 존재하지도 않게 된 지 여러 해가 지난 어느 겨울날, (중략) 그런데, 마들렌느 부스러기 섞인 차 한 모금이 나의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내가 소스라치면서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이한 현상에 잔뜩 주의를 기울이게 되었다. (중략) 그 모든 것들의 작은 집들, 교회당, 꽁브레 전체와 그 주변 등, 그 모든 것들이 형체와 견고함을 얻어, 즉 도시와 정원들이, 나의 찻잔에서 나왔다.
p.90-94

나는 스와나 아가씨와 같은 존재의 가치를 느낌과 동시에, 내가 그녀의 눈에 얼마나 상스럽고 무지한 사람으로 보일지를 절감하였고, 그리하여 내가 그녀의 친구가 된다는 달콤함과 그것의 불가능성을 어찌나 생생히 느꼈던지, 나는 욕망과 절망으로 동시에 가득 채워졌다.
p.175

그렇게, 꽁브레 시절을, 잠 이루지 못하던 슬픈 저녁들을, 또한 최근에 그 영상이 한 잔 차의 맛에 ㅡ꽁브레에서는 ‘향기‘라고들 불렀을 ㅡ 의해 나에게 반환된 숱한 날들을, 그리고 추억들의 연상 작용에 따라, 그 작은 도시를 떠난 지 여러 해가 흐른 후, 내가 태어나기 전에 스완이 겪었던 어떤 사랑에 대해, (중략) 내가 깨어나던 순간의 소용돌이 속에 언뜻 보이던 거처들과 합류하였다.
p.3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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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tsyl 2019-11-29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이팅!
저는 민음사꺼 4권 끝내고 1년 넘게 숨고르기하고 있습니다. 다시 시작하려니 선듯 잡아지지가 않네요.

초록별 2019-11-2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처럼 부담갖지 마시고 5권에 도전해보세요~~ 응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