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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브런치 - 원전을 곁들인 맛있는 인문학 ㅣ 브런치 시리즈 3
정시몬 지음 / 부키 / 2016년 11월
평점 :
🌲북플 이웃님의 추천으로 책을 골랐다. 약 4개월 전(?) 북플에 가입하고 나서 책 고르는 재미에 푹 빠졌다. 이웃님들의 내공에 힘입어 책 읽기가 더욱 흥미진진해지고 바빠졌다. 그래서 요즘은 새벽에 일어나 <모비 딕>을 2시간 정도 읽곤 한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으면 글자들이 모두 가슴에 스며든다.
이 책은 45권의 역사 고전에서 27개 부분을 발췌하여 핵심을 집어낸다. 그동안 산만하게 흩어져 있던 구슬들이 꿰어지는 느낌이랄까? 단순한 나열이 아니라 작가나 내용별로 서로 연관된 부분을 표기한 것도 인상 깊다.
저자 정시몬의 다른 책으로는 <세계사 브런치>, <철학 브런치> 등등 있는 데 브런치란 단어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면 이 책과 구성과 내용은 비슷할 듯하다. 책의 내용을 보면 저자의 내공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고전 작품의 위치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자세히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자료들을 살펴보며 책을 쓰신 정시몬 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2020.1.5.일
우리 인생 여정의 중반에 나는 어두운 숲에서 갈 길을 잃고 말았다. <신곡:p81>
단테의 신곡 3부작 가운데 <지옥편>을 최고로 꼽을 수밖에 없는 것처럼 <파우스트>의 백미는 영혼의 거래를 둘러싸고 파우스트와 메피스토펠레스 사이의 밀고 당기는 대결이 벌어지는 제1부에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런 구성상의 특징을 비롯하여, 영혼의 '여정'을 묘사한 단테의 <신곡>과 영혼의 '흥정'을 담은 <파우스트>는 여러 면에서 많이 닮은 두 걸작이라 하지 않을 수없다.<파우스트:p113>
눈물 젖은 빵을 먹어 보지 않은 사람은
울먹이며 다음날을 기약하면서
캄캄한 절망의 시간을 지내보지 않은 사람은
그대 어두운 힘을 모르리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 시대:p114>
"새는 알에서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먼저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새는 신에게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데미안:p123>
"하지만 만약 하느님이 그토록 전능하시다면, 악마보다도 훨씬 강하시다면, 왜 하느님은 악마를 죽여 그가 더 이상 사악한 짓을 저지르지 못하게 하시지 않는 겁니까?" <로빈슨 크루소:p129>
마르크스주의 문학 평론가 루카치는 소설을 '부르주아 계급의 서사시'리고 불렀는데, 빅토리아 시대 영국의 모험 소설은 말하자면 '제국주의자들의 서사시' 이기도 했다.<보물섬:p172>
웰스의 <투명 인간>의 원제 The Invisible Man에서 정관사 The를 떼어 내면 미국 작가 랠프 엘리슨이 1964년 발표한 소설 <투명인간 Invisible Man>이 된다. 한국에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만큼이나 현대의 고전이라 불리며 엄청난 대접을 받는 작품이다. 여기서 제목 속의 '투명 인간'이란 다름 아니라 미국 흑인들을
지칭한다.<H. G. 웰스의 투명인간:p187>
세계는 하나의 무대요,
모든 남녀는 배우일 뿐.
사람들은 저마다 퇴장과 등장이 있고,
살아가는 동안 여러 배역을
일곱 시절에 걸쳐 소화하죠.
< 뜻대로 하세요:p211>
상당한 재산을 가진 독신 남성에게 아내가 꼭 필요하다는 것은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진리다.<오만과 편견:p.277>
상당한 재산이 없는 독신 여성에게 부유한 남편이 꼭 필요하다는 것 역시 보편적으로 인정되는 진리이다.<p.278>
나는 에밀리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는데, 만약 에밀리가 나를 사랑한다고 고백하지 않는다면 칼로 스스로를 찌르고 싶을 정도로 비참해질 지경이었다. 에밀리는 자기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고,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데이비드 코퍼필드:p.292>
행복한 가정은 다 엇비슷하다.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안나 카레니나:p.318>
가난은 악이 아니라는 말은 진실입니다. 하지만 나는 취기가 미덕이 아니라는 것이 더욱 진실임도 알지요. 그러나 존귀하신나리, 구걸은 악이랍니다. 가난 속에서도 사람은 타고난 영혼의 고귀함을 유지할 수 있지만, 구걸을 하게 되면 아무도 결코그럴 수 없지요.<죄와벌:p.331>
그는 아담 이래로 인류 전체가 느낀 모든 분노와 증오의 합산을 고래의 하얀 등짝에 쌓아 놓았던 것이다.<모비 딕:p350)
나는 외로이 헤매었다네,
골짜기와 언덕 위 높이 떠도는 구름처럼.
그때 문득 보았다네,
황금빛 수선화 무리가
호숫가 나무 밑에서
미풍에 한들한들 춤추는 것을.
<워즈워스 수선화:p461-462>
숲은 사랑스럽고, 어둡고, 깊다.
하지만 나는 지켜야 할 약속들이
그리고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이
그리고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이 있다.
<프로스트의 눈 내리는 저녁 숲가에 멈춰:p.534>